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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67화 (67/203)

67화 승리보다 중요한 건 없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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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호는 이번 타석,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무조건 출루한다.’

오늘 기세 좋은 세 명의 타자, 강주호, 김수호, 그리고 채지훈에게 주자가 있는 채로 타선을 넘겨주는 것.

하지만 최지용이 내려가고 올라온 상대 투수는 쉽게 출루를 자신할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돌핀스의 8회를 책임지는 셋업맨, 이솔찬.

하지만 공이 방망이에 맞기만 하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탁!

그 생각으로 휘두른 최치호였고, 빠르게 1루로 향하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들었다.

‘안타!’

빗맞은 타구였지만, 절묘하게 중견수와 우익수, 그리고 유격수 사이에 떨어질 법한 타구.

“아웃!”

하지만 최치호의 기대와 다르게 우오준이 타구를 향해 거꾸로 가며 잡아냈다.

“허, 시발 존나 잘 하네.”

그 수비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만큼, 허탈한 표정을 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어서 이솔찬이 오준혁, 강주호마저 범타 처리.

제 역할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마린스에서도 선발 요그 하스에 이어 필승조가 가동됐다.

8회 말, 마린스의 마운드에 셋업맨 정태석이 올라왔다.

이솔찬에 비하면 분명 존재감이 떨어지는 사실이다.

그래도 한 팀의 8회를 책임지는 셋업맨.

“아웃!”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4번 타자부터 시작한 돌핀스 타선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3대3 동점 상황에서 마린스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세이브 2위, 시즌 블론세이브 2회,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 중인 오상엽이 김수호부터 시작하는 타선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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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엽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참 터프한 사람이다.

투수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정말 터프했다.

국가대표에서 호흡을 맞춰본 결과, 안타를 맞아도 볼넷만큼은 내주기 싫어하는 타입의 투수였다.

마무리 역할에 딱 맞는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구종은 최고 구속 150km를 넘나드는 묵직한 포심과 슬라이더.

오직 이 두 구종만 던지는 터라 만만히 보기 쉽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오직 이 두 구종만 던져서 한국 최고의 마무리를 몇 시즌이나 유지한 선수다.

타석에 들어서서 오상엽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인사는 그걸로 끝.

이제 남은 말은 공과 방망이로 해야 할 차례.

오상엽의 투구가 시작되고, 초구 포심을 노리고 그대로 휘둘렀다.

-타악!

“파울!”

손을 타고 울리는 방망이의 진동이 상당하다.

제대로 노렸다고 생각했지만, 타이밍이 약간 느렸다.

‘분명 체감 구속이 더 빠르다고 했지.’

강주호가 해준 조언을 되새기며 다시 방망이를 쥐었다.

곧 오상엽이 다시 공을 뿌렸고, 이번에도 존에 들어오는 공에 적극적으로 휘둘렀다.

-타악!

“파울!”

다시 한번 파울.

하지만 아까보다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덜하다.

‘아까보다 훨씬 나아.’

공이 묵직한 건 여전했지만, 타이밍에 대해 감을 잡을락 말락 했다.

다음, 3구.

공이 날카롭게 바깥쪽으로 휘었고, 거의 반쯤 나간 방망이를 겨우 멈춰 세웠다.

‘휴. 살았다.’

포수가 1루심에게 확인했지만, 볼.

이제 1-2.

오상엽이라면 포심으로 윽박지를 만한 타이밍.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탁!

커트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방망이에 애매하게 빗맞으면서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가 나왔다.

2루수 뒤로 중견수와 우익수가 공을 잡기 위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와아아아!”

1루를 밟자, 3루 응원석에 있던 관중들이 미친 듯이 환호를 지른다.

이유야 당연히 알고 있다.

이전 세 타석에서 차례로 2루타, 홈런, 3루타, 그리고 이번 타석 단타.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전광판에 쓰여 있는 이전 세 타석을 보고 나면 의식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발은 1루를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급속도로 작아지는 환호.

“2루! 2루!”

2루수가 이규영을 향해 소리 지르는 게 들린다.

그제야 이규영이 나를 확인하고 공을 던지는 게 보였다.

하긴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해놓고 이런 타구에 2루로 뛸까.

내가 발이 엄청 빠른 것도 아닌데.

하지만 천하의 이규영이라도 방심할 수밖에 없는 순간.

상식적으로 2루를 노릴 상황이 아닌 그 순간을 노려서 2루로 뛰었다.

공의 위치는 보지 않았다.

그저 조금의 힘이라도 짜내서 2루 베이스에 공보다 먼저 도착하기를 비는 마음으로 달렸다.

그리고 내 손이 마름모의 흰색 베이스에 닿는 순간.

“세이프!”

흙먼지와 함께 도박수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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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ㅊㅊㅊㅊㅊㅊ 김수호 사이클링 히트

ㄴ 벌써 기록을 몇 개나 만드느 ㄴ거 아니 머함?

ㄴ 와 씨발;; 저걸 2루로 뛴다고?

ㄴ 개미친새끼넼ㅋㅋㅋ

ㄴ 장타 코스를 치고 1루에 멈춰도 욕 안 먹을 상황에 오히려 단타 치고 2루로 뛰는 놈이 있다?

ㄴ 존나 멋있다. 기록보다 승리라는 거 아님?

ㄴ 이규영 표정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눈으로 욕 존나 하는데?

ㄴ 나 같아도 욕할 듯 ㅋㅋㅋㅋㅋ 저런 새끼가 어딨어

ㄴ 와; 김수호 인성 썩었네; 이규영은 공 챙겨주려고 한 거 같은데 통수치고 2루로 뜀

ㄴ 이건 김수호가 잘한 거지. 다시 보면 애초에 1루에서 멈추지도 않는데?

ㄴ 걍 처음부터 노렸네 와, 지렸다 진짜

눈썰미 좋은 사람들이 발견한 것처럼 애초에 김수호는 단타가 나와도 기회가 되면 2루까지 갈 생각이었다.

“선배님,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타석에 서기 전, 마린스의 중견수인 박은성을 찾았다.

“어, 뭔데?”

“제가 안타 쳤을 때 상대 수비수들이 제가 2루까지 뛸 거라고 생각 안 하겠죠?”

마린스 선수들이 내색은 안 하고 있지만 김수호의 기록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수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얘기를 꺼냈다.

“음, 장타 코스가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그죠? 감사합니다.”

사이클링 히트가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에 비해서 자주 나올 뿐이지 흔한 기록은 아니었다.

KBO리그에서 고작 33번 나온 기록.

타자로서 일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기록을 완성해놓고 굳이 2루에 뛴다?

박은성 본인도 김수호가 물어보기 전까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 설마?’

박은성이 뒤늦게 김수호의 말뜻을 깨닫고 멍하니 바라봤다.

‘설마 2루를 노리려고?’

하지만 차마 이 말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김수호 역시 무턱대고 2루를 노릴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안타를 친다는 보장도 없고, 단순한 생각에서 끝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나온다면 주저 없이 뛸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적중, 김수호를 제외한 모두가 당황한 상황이 펼쳐졌다.

[김수호! 2루타입니다!]

[오···. 생각지도 못한 플레이가 나왔네요.]

[2루에서 편하게 세레모니를하고 있는 김수호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생각조차 못 했을 겁니다! 모두를 놀라게 만든 김수호의 멋진 플레이! 기가 막힌 주루였습니다!]

[김수호를 보고 있으면 정말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오늘도 제가 하나 배우고 갑니다.]

해설위원의 말처럼 그라운드 안에 있는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김수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와아아아!”

홈런을 쳤을 때보다 더 격한 반응이 3루 관중석에서 흘러나왔다.

개인의 기록보다 승리를 우선시하는 선수.

말은 쉽지만 정말 그런 선수를 말해보라고 하면 누구 하나 쉽게 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 이 경기를 본 모든 관중은 자연스럽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이규영 역시 벙찐 표정은 마찬가지.

‘저 새끼가.’

어지간하면 표정이 굳지 않는 이규영이었지만, 김수호의 플레이는 그만큼 충격이었다.

그때 근처에 있던 우익수 최강민이 보였다.

“너라면 저거 뛸 수 있냐?”

“음, 아뇨. 절대 안 뛰죠.”

“그치?”

“예. 진짜 리그에 미친 놈 한 명 나왔네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충격을 완화할 때쯤, 타석에 채지훈이 들어섰다.

노골적인 번트 자세에 내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했지만, 안전하게 3루 쪽으로 번트를 성공시키며 김수호가 무사히 3루에 들어갔다.

그리고 7번 타자 잭 미켈.

미켈은 타석에 들어서자 마자 1루로 향했다.

돌핀스 벤치의 판단은 고의사구였다.

이제 상황은 1사 13루, 타석엔 이주학이 들어왔다.

‘또라이 새끼.’

이주학 역시 김수호의 플레이를 보고 충격을 받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기회.

타석에 들어오기 전,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라는 감독님의 말이 있었다.

‘병살만 피하자, 제발.’

자기 동기가 기록까지 포기하면서 만든 찬스에 병살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초구에 꽂히는 150km의 포심은 그런 이주학의 마음도 꺾어버리는 듯했다.

‘쟨 이걸 어떻게 친 거야.’

차라리 번트 사인이라도 나왔으면 싶었다.

혹시 추가로 사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3루를 바라볼 때, 잠깐 김수호와 스치듯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김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뭔데? 뭔데 끄덕여?’

하지만 곧 오상엽이 투구에 들어갔고, 이주학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스트라이크!”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 순식간에 몰린 볼카운트.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주학을 몰아넣은 오상엽은 마무리를 짓기 위한 투구를 시작했다.

바깥쪽에 꽉 찬 포심.

-딱!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 이주학은 눈을 질끈 감고 1루로 질주했다.

‘좆됐다!’

“아웃!”

달리던 와중 멀리서 아웃 소리가 들렸다.

아마 2루에서 잭 미켈이 아웃이 된 것 같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살면서 이렇게 절실하게 빌어본 적이 없었다.

제발 공보다 발이 먼저 닿길, 제발 내 다리가 빨리 움직여주길 빌면서 마지막 한 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세이프!”

1루 베이스를 밟자 1루심이 약간 고민하다가 세이프 선언했다.

“끄아....”

그 소리를 듣자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이주학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바로 돌핀스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결과가 나올 동안 심장은 왜 이리 뛰는지, 도저히 전광판을 바라볼 수 없었다.

이주학에겐 영겁의 시간이 지나고, 결과가 나오자 1루 코치가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다.”

그제야 겨우 바라본 전광판.

그곳엔 주심이 두 손을 일자로 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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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9회, 다시 한 점을 뽑으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9회 말을 무실점으로 막는 것.

그걸 위해 이용기가 등판했다.

돌핀스의 타순은 7번 타자부터 시작.

“스트라이크 아웃!”

새로 장착한 포크볼의 위력에 첫 타자를 가볍게 삼진으로 잡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대타로 나온 8번 타자까지 연속 삼진 아웃.

이제 남은 건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

9번 타자를 내보내면 1번 이규영으로 이어진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리고 던진 초구.

-따악!

날카로운 타구였지만, 1루수 채지훈이 그대로 잡아내면서 경기 종료.

“이겼다!”

“최! 강! 마린스!”

한 경기로 치부하기엔 너무 길었던 하루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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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 사이클링 히트를 포기한 과감한 주루플레이! 1시간 전 조회수 496,192]

ㄴ 와, 이게 스포츠지

ㄴ 진짜 돌핀스 팬인데 감탄하면서 봤다. 이게 야구다.

ㄴ 누가 보면 한국시리즈인 줄 ㅋ 고작 한 경기 가지고.

ㄴ 이제 이 한 경기가 스노우볼 존나 구른다. 업보 조심해라.

ㄴ 뭐가 됐든 김수호 리스펙한다. 개멋있다.

[김수호, ‘기록은 언제든지 다시 도전 가능, 하지만 한 번 패배는 영원히 남아.’]

[적장마저 감탄한 김수호의 플레이, ‘스무 살 맞죠?’]

[벌써 관심 폭발! 한 메이저리그 관계자, ‘한국에 흥미로운 포수가 있다’ 발언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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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여행 가는 외국인에게 알려줘야 할 꿀 단어! ‘김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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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승부가 있었던 다음 날.

어제 경기를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곳곳에서 모인 팬들이 분주하게 경기장으로 들어가던 시간.

“반갑습니다. 전 리암 에이전시 소속 제이슨이라고 합니다. 어제 경기 너무 인상 깊게 잘 봤습니다.”

유창한 한국말을 하는 제이슨이라는 남자가 김수호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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