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63화 (63/203)

63화 위기 뒤 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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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3연패를 했을 때, 많은 언론에서 위기라고 했다.

딱히 체감은 안 된 게, 팀 분위기로만 따지면 3연패가 아니라 3연승 중인 팀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래도 허하준의 기록이 깨졌을 땐 정말 위기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패배의 위기를 딛고 강팀 프렌즈를 상대로 승리했다.

역전승까지 거두니 더그아웃은 정말 화기애애했다.

특히 오늘 선발 투수인 웰링턴은 마치 허하준처럼 온종일 미소가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요?”

“그럼. 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날 반겨주는 가족이 있는 건 정말···. 흐. 말로 표현 할 수 없다고.”

웰링턴의 가족, 그러니까 부인과 이제 막 2살이 된 아이가 목요일에 부산으로 왔다.

그땐 감기 기운에 정신없어 몰랐지만, 웰링턴이 정말 좋아했다더라.

“킴, 잊지 않았지? 오늘 드론쇼 말이야.”

“당연하죠. 근데 조금 긴장되긴 하네요. 별로면 어떡하죠?”

“가족들과 네가 함께 있는데 별로면 어때. 분명 오늘은 최고의 날 일거야.”

와, 미친. 멘트봐라.

통역이 전달해준 말을 듣고 감탄했다.

이 정도는 쳐야 연애하고 결혼하는 건가?

“그럼 오늘 완벽한 마무리는 정해졌으니 경기만 잘 치르면 되겠네요.”

“그렇지. 오늘도 잘 부탁해. 브로.”

경기 직전에 항상 초조하고, 쫓기는 것 같던 웰링턴이 이렇게 순한 사람이었다니.

가족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다.

한 사람을 이렇게 바꿔놓을 수 있구나.

이렇게 밝게 변한 모습은 투구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퍽!

“오늘 공 진짜 예술인데요?”

“그래?”

경기 직전 불펜에서 공을 받아봤다.

내 말에 웰링턴의 입이 한계를 모르고 벌어졌다.

저러다 입 찢어지겠다.

오늘은 특별히 웰링턴의 가족들이 직관을 왔다.

경기 중 가족 얘기만 해도 제구가 안정되던 웰링턴인데 가족들이 직접 본다니 더 신이 나나 보다.

착착 감기는 투구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지만, 적어도 배터리 두 명 중 한 명은 냉정해야 한다.

지금의 웰링턴에게 그 역할은 무리니 내가 중심을 잘 잡아야 했다.

텐션이 높은 만큼, 떨어지면 끝도 모르게 떨어질 수도 있다.

마치, 웰링턴의 커브처럼 말이다.

-퍽!

“나이스 볼!”

그래도 잠깐 정도는 즐겨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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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가 2선발로 데리고 온 브릭 웰링턴은 메이저리그에서 촉망받는 유망주 출신이다.

메이저리그 2024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9순위에 지명된 웰링턴은 202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며 통산 15승을 거뒀다.

화려한 폼과 빠른 포심, 그리고 뚝 떨어지는 커브.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폼으로 꽤 유명세를 떨쳤지만, 결국 고질적인 제구 문제로 한동안 더블 A와 트리플 A에서 뛰다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가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건 역시 가족이었다.

현재 연봉으론 불안정한 생계, 장시간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여건.

‘내 꿈 때문에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꿈을 좇던 청년은 한 가족의 가장이 되었고, 현실을 바라보게 됐다.

그렇게 도착한 한국.

하지만 한국은 그가 꿈꿨던 이상향과 거리가 있었다.

‘대체 왜 공을 못 잡는 거야!’

헛스윙을 유도해도 포수가 공을 못 잡아 빠트리고 완벽한 커브는 볼로 만들었다.

언젠가 너무 답답한 나머지 자신보다 2년 먼저 한국에 있었던 잭 미켈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딴 팀에 남아 있는 거야?’

‘뭐, 재밌잖아.’

‘제정신이 아니군.’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미켈이 아니라 자신에게 한 말일 수도 있었다.

떨어지는 성적, 흔들리는 제구,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썰렁한 현실.

점점 제정신이 아닌 걸 느낄 때쯤 그는 깨달았다.

‘곧 미국으로 가겠구나.’

한국이라는 나라는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마린스라는 팀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그때, 2군에서 한 선수가 올라왔다.

1루 출신이면서 첫 출장에 포수 마스크를 끼고, 다음 날 팀의 에이스인 허와 노히트노런을 합작한 김수호가 말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김수호와 배터리를 이루면서 느꼈다.

“한국은 좋은 곳이었어.”

“어?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니야. 브로, 준비됐어?”

“저야 언제든지요.”

“좋아. 오늘 절교하러 가보자고.”

프렌즈?

“우린 그딴 친구 둔 적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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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링턴은 불펜에서 던질 때와 마운드에서 던질 때 차이가 큰 선수다.

그래도 오늘 불펜에서 역대급으로 좋은 공을 받았고, 가족까지 왔으니 마운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근데 이건 상상 이상이다.

“스트라이크 아웃!”

이번 경기에서 첫 타자로 나온 프렌즈의 1번 타자, 김혁이 방망이 한 번 내지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방금 공 뭐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타자가 혼이 빠진 듯 나한테 물어봤다.

근데 이건 나도 처음 받아보는 공이었다.

좌타자 바깥쪽 낮게 꽉 찬 153km의 포심.

그냥 말도 안 되는 공이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서도하.

“스트라이크!”

초구는 지켜볼 심상인지 그대로 흘려 넘기더니 헛기침했다.

“와, 공 미쳤네.”

웰링턴이 사인을 보자마자 곧바로 2구를 던졌다.

슬라이더가 날아오다 마지막에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천하의 서도하가 방망이 한 번 내지 못하고 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미쳤는데?’

포심과 슬라이더, 모두 완벽했다.

그렇다면 커브는 어떨까.

타자들은 커브가 올 때 커브란 걸 전부 알고 있다.

애초에 던질 때부터 포물선을 그리면서 오는 게 보이니까.

하지만 오늘 웰링턴의 커브는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궤적을 그리면서 날아왔다.

그 결과.

“스트라이크 아웃!”

미트가 땅에 닿는 지점에서 포구했음에도 끌어낸 서도하의 방망이.

‘오늘 진짜 사고 치는 거 아니야?’

이제 고작 두 타자 상대했지만, 절로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위력적인 공이었다.

이어서 오대현 역시 삼진으로 처리한 웰링턴이 당당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1회, 단 11개의 공으로 3k.

가족들에게 바치는 완벽한 피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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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링턴이 1회의 그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면 좋았겠지만, 세상에 어떤 투수도 항상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없다.

특히 선발 투수는 한 경기에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공이 전부 제구가 된다면 그건 야구의 신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 웰링턴의 공은 실투가 들어와도 쉽사리 건들지 못할 정도로 힘이 좋았다.

심지어 가장 까다로운 서도하를 3번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7이닝 동안 2안타 10k 무실점 피칭.

특히 매 경기 있던 볼넷이 없는 게 고무적이었다.

웰링턴의 기세를 보면 오늘 경기는 무난하게 이겨야 했지만, 상대 투수 다넬 제이스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6이닝 동안 출루에 성공한 타자는 단 2명 뿐.

그중에 내 이름도 있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대놓고 피하는데?’

어제 경기, 홈런을 쳤던 타석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공을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이번 경기 역시 마찬가지.

하도 몸쪽을 안 던지길래 타석에 바짝 붙어봤지만, 그런데도 바깥쪽 위주의 볼 배합을 유지했다.

대놓고 거르겠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하지만 7회, 드디어 나를 거를 수 없는 찬스가 찾아왔다.

선발 투수의 고비라 불리는 타자들의 세 번째 타석.

3번 오준혁과 강주호의 연속 안타로 포문을 연 이번 이닝은, 잭 미켈의 진루타로 1사 1, 3루가 됐다.

그리고 김민석의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면서 1사 주자 만루.

다넬 제이스는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국 교체됐다.

-투수 교체, 프렌즈 투수 이신영.

장내 방송이 울리고, 국가대표 동료였던 이신영이 불펜에서부터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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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가 자랑하는 세 불펜 투수, 한기혁, 이신영, 그리고 김형주.

세 명 모두 공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각각 확실한 특색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마운드에 프렌즈의 필승조, 이신영 선수가 올라옵니다.]

[이신영 선수의 150km가 넘는 투심의 땅볼 유도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만루 상황에서 정말 좋은 선택입니다.]

1사 만루에서 땅볼 유도율이 85%에 달하는 이신영을 내보낸 프렌즈 벤치의 판단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마린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타석에 선 김수호 선수는 21경기 동안 OPS가 1.2가 넘고 11개의 홈런을 친 타자입니다.]

[1사 만루에 프렌즈의 이신영과 마린스의 김수호,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두가 주목하는 두 선수의 노림수는 간단했다.

오늘 마린스의 선발 투수인 브릭 웰링턴이 그야말로 압도적인 투구를 하는 상황.

‘1점이라도 내주면 진다. 무조건 병살, 아니면 삼진.’

‘1점만 내자. 그럼 무조건 이겨.’

두 선수의 생각은 같았다.

단 1점에 걸린 승부.

초구, 날카로운 투심이 바깥쪽을 향했다.

“볼!”

“저게 왜 볼이냐!”

“심판 눈 제대로 안 떠!?”

“마! 빠져도 한참 빠졌구먼!”

“너네나 눈 떠라!”

볼 하나하나에 양 팀 응원단에서 과민하게 반응을 보일 정도로 분위기는 뜨거웠다.

숨 막힐듯한 긴장감 속에서 이신영이 두 번째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다시 한번 던진 바깥쪽에 이번엔 스트라이크.

볼 카운트 1-1.

[이신영 선수, 스트라이크를 잡았는데 아쉬워합니다. 반면에 김수호 선수는 별 반응이 없군요.]

[방금 공은 쳤으면 무조건 땅볼이 나왔을 코스입니다. 이신영 선수는 잘 던졌고, 김수호 선수는 잘 참았어요.]

[제가 손에 땀이 다 날 정도인데 선수들은 얼마나 긴장이 될까요.]

해설위원이 얘기하는 사이, 프렌즈 배터리는 계속 사인을 주고받았다.

‘오늘 신영이 제구가 좋아. 계속 바깥쪽 가자!’

평소에도 제구가 꽤 좋은 투수였지만, 오늘은 정말 날이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박희준이 확신을 갖고 바깥쪽을 요구했다.

이신영 역시 불만 없이 투구를 준비했다.

힘차게 내던진 공이 미트를 향해 쏘아졌다.

‘아, 좀 높···.’

공이 미트에 도착하기까지 찰나의 순간 박희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김수호의 방망이가 공을 정확하게 맞혔다.

어제 쳤던 홈런이 박희준의 머리에 훅하고 지나갔지만, 이번엔 우익수가 정확하게 자리를 잡았다.

[떴습니다! 우익수! 잡았습니다! 3루 주자 태그 업!]

오준혁의 대주자로 3루에 들어간 이주학이 공을 잡는 순간 미친 듯이 홈으로 달렸다.

‘무조건 들어간다!’

우익수의 송구가 날카롭게 홈으로 날아왔지만.

“세이프!”

이주학의 발이 더 빨랐다.

“나이스!”

“으아아악!”

대주자의 역할이었지만, 제 흥분을 주체 못한 이주학이 괴성을 지르면서 김수호를 찾았다.

1루 쪽을 보자 김수호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잘 뛰는데?”

“형이 네 타점 하나 만들어줬다.”

“그래, 고맙다.”

이후 이준이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닝 종료.

7회 말, 1사 만루 찬스에 고작 1득점.

하지만 야구는 1점만 앞서도 이기는 스포츠다.

“스트라이크 아웃!”

“나이스!”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이용기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치열했던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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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 치열했던 접전 끝에 1대0 신승! 웰링턴 8이닝 10k 3피안타 무사사구 완벽투!]

[치열했던 순간, 해결사는 역시 김수호!]

[웰링턴에게 온 선물, 가족과 새로운 가족 김수호.]

ㄴ 수호는 진짜 잘생겼지, 야구 잘하지, 인성 좋지.

ㄴ 팀이 마린스지.

ㄴ 와, 뼈 씨게 때리네?

ㄴ 선 넘지 마라 ㅡㅡ

[미운 오리 새끼 웰링턴! 스스로 날개를 펴고 백조 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많다! 숨 막힌 마린스와 프렌즈의 3연전!]

ㄴ 프렌즈 팬인데 솔직히 존나 재밌게 봄. 꿀잼 경기 ㄱㅅㄱㅅ

ㄴ 미리보는 한국시리즈 아니냐?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아니 왜 쪼갬?

ㄴ 마린스는 일단 5위부터 하고 말하자···.

ㄴ 한 번 놀아줬더니 주제 파악 못하고 깝치네.

ㄴ 돌) 최강 마린스 형님들한테 어딜! 형님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ㄴ 다음 주 너넨데?

ㄴ 돌) 마린스 좆밥팀 ㅋ

ㄴ 태세 전환 보소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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