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61화 (61/203)

61화 분위기를 타면 무서운 팀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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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2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부산.

마린스에게 불행 중 다행인 건 피닉스가 우천 취소로 1승 1패를 기록하면서 승차 없이 8위를 유지했다.

이번 패배로 팬들은 김수호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꼈다.

패배한 첫 번째 경기에선 요그 하스가 그럭저럭 괜찮게 던졌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마린스의 하위 타선이 돌아왔다.

일명 쓰리라인이라 불리는 좌익수 이준 – 포수 이재익 – 유격수 이민상의 하위타선.

쓰리 라인의 활약과 그 때문에 급해진 상위 타선이 부진하면서 패배했다.

ㄴ 진짜 김수호 빠지자마자 쓰리라인 보니까 토 나온다.

ㄴ 오늘 쓰리라인 0출루 실화냐?

ㄴ 우리 포수 왜 홈런 못 쳐?

ㄴ 원래 못 쳤어 ㅡㅡ

두 번째 경기는 주자들이 나가자 김호기가 흔들리면서 5이닝 5실점.

처음엔 괜찮았지만, 한 경기에서 도루 시도만 4번이 넘었고 잡아낸 건 한 번 뿐이었다.

ㄴ 왜 상대는 출루하면 2루가 공짜임?

ㄴ 느그 투수 공 던지는 속도 봐라. 걍 안 뛰면 ㅂㅅ이지.

ㄴ 포수가 자동문인데 왜 안 뜀 ㅋㅋㅋㅋ

ㄴ 수호야 빨리 와라 ㅠㅠㅠㅠ

ㄴ 김수호님이 니 친구가?

ㄴ 앞으로 수호라 하지 말고 극존칭 붙여라.

ㄴ 어떻게 신인 하나 빠졌다고 팀이 개판이 되냐 아오.

ㄴ 이게 원래 마린스거든요.

사실 팬들은 이 모습이 더 익숙했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가 문제고, 타자가 잘 치면 투수가 망치는 전형적인 꼴등 팀의 모습.

하지만 고작 20경기 남짓 만에 승리의 맛에 중독된 팬들은 원정 경기 마지막에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김수호의 응원가를 불렀다.

“오~ 마린스 김수호~”

어느새 마린스 팬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김수호.

하지만 프렌즈와의 홈 첫 경기의 라인업에서 김수호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뭐야? 더그아웃엔 있던데?”

“마! 와 김수호를 빼는데!”

더그아웃에 있던 마린스 이정훈 감독도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누구보다 김수호의 출장을 바라는 사람은 이정훈 감독이다.

직전 두 경기를 치르면서 명확해졌다.

지금 마린스 투수들의 안정화는 전부 김수호 때문이었다.

아니, 투수뿐만 아니라 타선 역시 마찬가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오늘 경기엔 내보내지 못했다.

20살이라곤 믿기 힘든 성적을 보여줬지만, 아직 어린 선수.

선수 본인의 출전 의지가 강력했지만,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제 나이에 맞게 회복이 빠르다는 것 정도인데.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데 선발에 복귀시키는 것보단 상태를 봐가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했다.

물론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거다.

늦어도 다음 주.

“김수호 내보내라고!”

“오늘 경기 지려고 작정했나!”

격한 마린스 팬들의 목소리에도 이정훈 감독은 굳게 마음먹고 마스크를 끼고 있는 김수호를 바라봤다.

‘빨리 나아라.’

부디 빨리 나아서 저 목소리을 응원으로 바꿔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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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전, 잠깐 서도하를 만났다.

국대에선 9번이었지만, 팀에선 2번에서 맹활약 중인 서도하.

수비 좋고, 발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프렌즈의 핵심 타자였다.

“몸 괜찮냐? 경기는 언제부터 나올 수 있는데?”

“몸은 괜찮은데, 감독님이 푹 쉬라고 하시네요.”

“그래? 역시 이정훈 감독님. 수호야, 원래 푹 쉬고 나와야 해. 아예 다 낫고 다음 주부터 나오는 건 어때?”

걱정해주는 말이었지만, 어째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걱정이죠?”

“당연하지 인마.”

걱정도 있겠지만, 프렌즈 역시 1승이 소중한 팀.

1위 돌핀스와 경기차가 고작 1경기에 불과했다.

이규영 : 지금 아프면 어떡하냐. 프렌즈 잡아야지! 빨리 낫고 내일부턴 꼭 나와라.

우오준 : 젊을 땐 아파도 뛰는 거 몰라? 참고 뛰어 ㅡㅡ

그래도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카톡을 보내는 돌핀스의 둘 보단 나았다.

아니, 똑같나?

그렇게 오랜만에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오늘 우리 선발은 이호민, 상대는 4선발인 오기태.

프렌즈는 우천으로 한 경기가 취소돼서 로테이션이 밀렸다.

경기가 시작되고 이호민이 1번 타자를 나름 잘 잡아냈지만, 곧 서도하한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서도하가 끈질긴 승부 끝에 안타 치고 출루했다.

이번 경기 역시 초반에 온 힘을 쏟아붓는 피칭을 하기로 했는데 그게 어긋나버렸다.

옆에 있던 강기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프렌즈랑 경기하면 항상 저놈이 문제야.”

“그쵸. 프렌즈의 상징 그 자체니까요.”

“이번 이닝에 점수 내주면 힘들겠는데.”

1회부터 말하기엔 많이 이른 말.

하지만 강기호가 괜히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서도하는 프렌즈의 프렌차이즈 스타다.

그리고 프렌즈 구단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최적화된 선수였다.

1점만 앞서도 이길 수 있는 야구.

그걸 위해 어떻게든 1점을 뽑아내는 능력.

그게 바로 서도하와 프렌즈의 야구였다.

1루에서 뛰지 않고 넓은 리드폭을 유지한 채 이호민의 신경을 자극한다.

그 때문일까, 이호민이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다.

곧이어 타석에 들어온 4번 타자 페드로 산체스.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가대표로 서도하와 함께 프렌즈의 득점 공식의 한 축을 차지한 선수였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그 득점 공식이 성공했다.

-따아악!

사직의 중앙 담장을 그대로 넘겨버린 엄청난 파워.

“오늘 경기 힘들겠네.”

스코어 3대0.

최악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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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을 꾼 것 같다.

승리라는 달콤한 꿈에서 깨어, 3연패라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기분.

“에라이, 마린스가 그러면 그렇지. 퉷.”

경기 시작 전 좌석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박민수의 주변엔 주인 없는 좌석들로 가득 찼다.

‘그럴 거면 차라리 오지 말던가.’

마린스의 팬이자, 자칭 김수호의 1호 팬인 박민수는 퇴근 후 뒤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하필 경기장에 오자마자 3점 홈런을 맞는 걸 봤지만, 최근의 마린스라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3회, 이호민이 서도하와 페드로 산체스에게 2실점하며 강판, 뒤이어 올라온 박지호 역시 2실점.

불과 3회 만에 7점을 내준 최악의 상황.

그렇게 경기가 끝난 뒤 전광판엔 10대2라는 차가운 현실만이 남아있었다.

‘그냥 플루크였나?’

사실 말이 안 됐다.

꼴찌팀이 시즌 중반부터 갑자기 미친 승률을 보이며 가을야구에 진출한다?

애초에 이루지 못할 꿈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 행복했으니 됐다.

‘...그래도 내일 경기는 봐야지.’

마린스의 에이스 허하준의 선발 경기.

그리고 김수호의 복귀 경기.

45이닝 무실점이라는 미친 기록을 달성한 배터리가 나오는 이 경기를 기껏 예매해 놓고 안 본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근데 내일 경기도 지면?’

하지만 박민수가 망설이는 건, 만약 내일 경기에서 지는 걸 보게 된다면.

‘정말 꿈이었던 거지.’

아주 잠깐 꾸었던 달콤한 꿈.

그 꿈이 단순한 꿈이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게 두려웠다.

김수호와 허하준.

사실상 둘이 이끌어가고 있던 마린스.

이 둘마저 무너지면, 올해도 끝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내일도 오기로 결심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을 하던 사람은 비단 박민수뿐만이 아니었다.

[내일 프렌즈 선발 사무엘 우즈 ㄷㄷ]

-그냥 마린스 박살을 내겠다고 선언 한 수준인데?

ㄴ 미친 오늘 오기태였는데 왜 내일 우즈임?

ㄴ 로테 상으론 이게 맞음. 우취 때문에 하루씩 밀림.

ㄴ 오늘 돌핀스가 져서 지금 승차 없이 2위임. 낼 경기 잡고 무조건 1등 가겠다는 거네.

ㄴ 9위 팀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ㄴ 그러게 누가 나대래? 다 업보로 돌아오는 거지 ㅋㅋㅋㅋ

ㄴ 응~ 우리도 김수호 돌아왔어~ 낼 선발 허하준이야~

ㄴ 근데 낼 경기 재밌긴 하겠다. 나도 이거 봐야지.

마린스와 프렌즈의 잔여 경기는 아직 8경기나 남았다.

가을을 바라보는 마린스나 1등을 노리는 프렌즈나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확실하게 마린스를 제압해서 나머지 경기도 편하게 가겠다는 생각으로 1선발 사무엘 우즈를 선발로 내세웠다.

그리고 경기 시작 직전.

“희준아, 기억하고 있지?”

“예. 완벽합니다.”

프렌즈의 감독이 포수 박희준을 불러서 어제 얘기했던 걸 다시 설명했다.

“김수호, 쟤만 막으면 아무것도 없다. 깔끔하게 이기고 가자.”

“옙!”

허하준?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점수를 못 내면 이길 수 없다.

허하준한테 점수를 못 내면 다른 투수한테 점수를 내면 그만.

물론 다른 팀들이 이 사실을 몰라서 못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프렌즈는 다른 팀과 다르다.

완벽한 선발과 불펜.

연장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마린스의 타선을 꽁꽁 묶어놓고 다른 투수를 불러내면 그만이었다.

그걸 위해서 가장 조심해야 할 선수는 단연, 김수호.

‘지난 세 경기는 완전히 다른 팀 같았지.’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는 마린스기 때문에 프렌즈 코치진 역시 긴장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김수호가 빠진 마린스는 시즌 초반부터 죽 쓰던, 그야말로 보약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말은 즉 김수호를 봉쇄하면 기존의 마린스와 다를 게 없다는 뜻.

‘쉽게 쉽게 가자.’

이 작전만 통하면 마린스를 완벽하게 잡아내고 1위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마린스는 항상 그랬듯,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프렌즈 감독은 마린스 더그아웃에서 앉아있는 김수호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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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특히 경기에서 지고 있으니 더더욱.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그라운드에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대타로도 출전 못하면서 무기력한 패배를 바라봤다.

그나마 오늘 경기에서 다시 복귀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젠 너까지 그러냐?”

“예?”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내 앞에 강주호가 서서 턱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러니 암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호민과 이주학이 보였다.

“누가 동기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이 똑같아, 셋이.”

“죄송합니다.”

“됐다, 사과 들으려고 말한 줄 알아? 정신 차리고 집중하자. 쟤네도 좀 정신 차리라고 해라.”

“넵. 죄송합니다.”

내 말에 강주호가 얼른 가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신인들이 기죽어 있으니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이호민이야 어제 경기를 망쳤으니 그럴 만했고, 이주학도 선발로 나와서 출루 한 번을 못 했다.

하긴 나도 감기에 걸려 출장도 못 했으니,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몸 관리도 프로의 소양이니까.

그런 내가 놈들을 상대로 딱히 할 말이 없었지만, 강주호가 시킨 게 있으니 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막상 둘의 얼굴을 보니 더 말이 안 나왔다.

“... 왜.”

밤새웠는지 둘 다 퀭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데, 좀 무서웠다.

“괜찮냐?”

“괜찮아 보이냐?”

“나 상동이 그리워....”

그나마 이호민은 툴툴거리는 게 괜찮아 보였는데 이주학이 저런 말을 할 정도면 진짜 심각한 건데.

“넌 왜 그러는데.”

“너네 쓰리라인이라고 들어봤냐?”

“어, 그거?”

마린스 팬들 사이에서 말하는 쓰리라인.

쓰레기 리(Lee) 라인

이준 – 이재익 – 이민상으로 이어지는 하위타선을 비하하는 말이었다.

사실상 욕과 다름없으니 그걸 당사자들이 있는 더그아웃에서 말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이제 거기에 나도 들어간다.”

하지만 이어진 이주학의 말에 이해가 됐다.

“... 힘내라.”

“응....”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이호민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냥 가줄래?”

라고 말하는 이호민을 위로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강주호가 준 임무를 완료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나마 더그아웃 전체적인 분위기는 괜찮았다.

사실 우리 셋이야 연패가 거의 처음이지만, 다른 선배들은 익숙해 보였다.

그래도 오늘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3연패와 4연패는 느낌이 확 달랐고, 심지어 선발이 허하준이다.

만약 오늘 경기에 지면 선배들이라고 해도 분위기가 최악으로 흘러갈 터.

“긴장했어?”

그때 허하준이 다가왔다.

“어, 조금요.”

“그래? 의외네.”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다.

몸살기 때문에 몸은 무겁고, 열도 조금 남아있다.

집중해보려 해도 머리가 평소대로 안 돌아가고 멍하다.

거기에 이런 중요한 경기라니, 긴장이 안 될 리 없다.

어쩌면 오늘, 인생 최악의 경기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한 느낌도 든다.

“수호야.”

“예?”

“지금 밖에 나가서 팬들한테 손 한 번 흔들고 와봐.”

“갑자기요?”

“응.”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수호야! 너만 믿는다!”

“오늘 한 번 보여도!”

제 할 것을 하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얼떨떨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뭐야, 갑자기?”

“수호 인기 좋네? 자랑하는거야?”

“쟤 진짜 또라이 맞다니까.”

다시 더그아웃에 돌아오자 선수들이 나를 놀리길래 고갤 푹 숙였다.

“어때?”

“좋은데요? 응원 덕분에 힘이 나네요”

“아니, 그거 말고.”

“예?”

무슨 말이지?

“오늘 경기 망치면 응원해준 저 목소리가 널 욕 할 거야.”

음. 경험 상 충분히 가능 한 일이었다.

"욕 안 먹으려면 홈런이라도 하나 쳐야겠네요."

"농담인데?"

"전 진심이에요. 욕 먹기 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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