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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45화 (45/203)

45화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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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근 감독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는 두 배터리를 바라봤다.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처음에 김수호를 데려왔을 때 욕했던 사람들이 이젠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 자신의 공은 아니었다.

데려온 건 김목근 감독이었지만, 증명한 건 김수호였다.

사실 김목근 감독의 생각으론 김수호가 출전하지 않는 그림이 가장 우승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결국 김수호의 출장은 양준 또는 최필주의 부상을 뜻하는 거였으니까.

그중 최악은 양준의 부상이었다.

이런 큰 대회에서 양준이라는 포수는 포수로서 능력이 아니라 더그아웃, 그라운드의 리더로서 값어치가 뛰어났다.

결국 포수는 투수를 아울러 모든 야수가 바라보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경기를 시작하는 건 투수지만, 결국 공이 도착할 때 야수가 바라보는 건 포수다.

그런 만큼 포수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게 바로 김목근 감독의 야구론 이다.

김수호가 백업 포수가 된 건 본인의 능력도 있지만, 결국 허하준의 전담과 그 외 포수들이 변변찮았기 때문에 된 것이다.

‘하지만 나이 어린 포수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강기호도, 양준도 20살 땐 꿈도 못 꿨던 일이다.

하지만 김수호는 자신의 실력으로 모든 야수의 신용을 얻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쟁쟁한 국가들을 꺾고 결승전 홈플레이트에 도달했다.

‘이제 남은 건 한 걸음 뿐이다.’

홈플레이트에 앉아있는 김수호를 보고 있자니 새삼 마린스의 이정훈 감독이 한 선수에게 반해 감독직을 수락한 게 떠올랐다.

당시엔 마냥 독이 든 성배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지금 자신에게 감독 제안이 온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볼 법 했다.

그때 그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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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됐을 때, 사실 별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예비였고, 갑작스럽게 발탁이 된 터라 어안이 벙벙한 정도?

하지만 결승전까지 올라오자, 고구마를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하고 긴장이 됐다.

나름 많은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갔고, 우승도 자주 했지만, 올림픽이라는 대회가 주는 압박감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내 속을 뚫어주는 게 하나 있었다.

-퍽!

날카롭게 미트를 파고드는 허하준의 공.

연습 투구에 불과했지만, 공을 잡으면 잡을수록 긴장은 사라지고 평소의 모습을 되찾는 기분이 든다.

마지막 공까지 받아내자 언제나 허하준과 배터리를 이룰 때마다 그랬듯이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상대가 미국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그 주전도 아니었고, 그에 반해서 허하준은 내가 아는 한 최고의 투수다.

언제나 그랬듯 증명하고 승리하면 된다.

“플레이 볼!”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을 끝낼 무렵, 심판이 허하준한테 시작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좌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이든 로저스.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뛰고 있는 타자였다.

선구안이 좋고, 1번 타자답게 빠른 발을 보유한 선수.

-퍽!

“스트라이크!”

그만큼 초구에 공을 지켜보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공격적인 투구로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는 체인지업.

아까와 비슷한 코스였지만, 포심보다 월등히 떨어지는 속도에 한참 앞에서 맞았다.

-딱

빗맞은 공이 2루수 최건우에게 향했고, 부드럽게 잡아서 그대로 1루에서 아웃.

까다로운 타자를 단 2구 만에 처리하자 자신감이 붙었다.

2번 타자는 사무엘 마르티네즈.

AAAA급이라 불리는 쿼드러플 A 유형으로 평가받는 타자.

트리플 A에선 상대할 선수가 없지만, 메이저리그에선 그다지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하는 선수였다.

“스트라이크!”

초구에 스플리터를 요구하자 타자의 방망이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그대로 미트로 들어왔다.

초구부터 강하게 돌린 헛스윙.

방망이의 궤적을 보아하니 포심을 노리는 게 분명했다.

물론 변화구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눈속임 일수도 있다.

하지만 허하준의 스플리터를 처음 본 타자가 공에 맞춰서 궤적을 수정한다?

그게 가능했다면 쿼드러플 A라고 평가받지 않았을 거다.

“스트라이크!”

다시 한 번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

나름대로 노림수가 있었는지 아까보단 공에 가까워졌지만, 어림도 없었다.

완전히 코너에 몰아넣은 타자는 그저 블러핑에 불과한 공에도 반응할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크 아웃!”

땅에 닿을 정도로 낮은 스플리터에 마지막 헛스윙.

한쪽 무릎을 꿇을 정도로 어떻게든 컨택해내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첫 두 타자를 무난하게 잡아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기엔, 이제 본 게임 시작이다.

사무엘 마르티네즈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다음 타자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미국이 자랑하는 중심 타선, 그 첫 번째는.

메이저리그 유망주 랭킹 10위, 댄 가르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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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에게 조언을 들은 댄 가르시아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준 허.’

잘 아는 투수는 아니었다.

애초에 메이저리그의 유망주인 그와 허하준의 접점은 있을 리야 있을 수 없었다.

다만 이미 완성됐다는 평가와 몇 년 안에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실시 된다는 투수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배터리를 이루고 있는 포수.

‘수호 킴이라고 했나?’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경계 대상은커녕 있는지도 몰랐던 선수였다.

타자인 그가 포수를 굳이 알아둘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일본의 에이스 나카무라를 상대로 친 마지막 홈런.

7회에도 그런 공을 던진 나카무라도 대단했지만, 그 공을 넘겨버린 김수호의 스윙은 그야말로 전율이 돋는 스윙이었다.

타자인 자신과 만날 일은 없겠지만, 앤더슨 녀석이 그 홈런을 보면서 특유의 기분 나쁜 웃음을 짓던 게 생각났다.

‘아무튼 투수 놈들은 당최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보통 그런 스윙을 할 수 있는 타자를 만난다고 하면 꺼림직하지 않나?

그래도 흥미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에 타석에 들어서자 김수호에게 말을 걸었다.

“헤이. 어제 홈런 멋졌어.”

“고맙다.”

“오늘은 내가 그런 홈런을 보여주지. 어때?”

“네가? 너였으면 삼진이었을 걸?”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름 약 올려서 정면 승부를 하게 끔 만들려는 수작이었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댄 가르시아 자체가 그런 타입의 타자도 아니었고.

‘로저스한텐 체인지업, 마르티네즈한텐 스플리터.’

그렇다면 나한텐 뭘까.

금세 차분해진 눈으로 허하준을 바라봤다.

배터리는 곧바로 사인을 교환했고 가르시아가 생각할 틈도 주지 않은 채 투구를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터프하게 꽂은 몸쪽 스트라이크.

‘가르시아, 넌 생각 좀 하고 쳐라!’

불과 어제 들었던 타격 코치의 조언(?)이 생각났지만, 역시 생각하니 잘 안된다.

타자는 각자 다른 스타일이 있는 법.

댄 가르시아는 본능적으로 공을 치는 타자였다.

결국 어제 홈런으로 증명했지 않은가.

“웁스.”

투구 템포가 빠르다.

다시 한번 몸쪽에 바짝 붙은 공에 가르시아가 살짝 물러났다.

"볼!"

아직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다.

다시 타석에 들어오자마자 허하준이 투구를 시작했다.

마치 포심처럼 오다가 그대로 뚝 떨어지는 공.

“스트라이크!”

“하, 미쳤네.”

왜 이 투수가 메이저리그급이라고 평가 받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는 공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떨어지는 순간 포심과 분간하는 건 불가능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구속 차이가 느껴졌다.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에 도달하는 시간은 0.3~4초 남짓.

그걸 분간하는 것 역시 불가능의 영역에 속해있지만, 메이저리그에 사는 괴물들은 그런 공을 종종 쳐 낸다.

그리고 댄 가르시아 역시 그런 메이저리그를 두드리는 유망주 중 한 명.

‘스플리터!’

확신을 갖고 그대로 퍼 올리는 스윙을 했다.

만약 이 스윙에 공이 맞았다면 99%로 홈런.

하지만 공은 특별한 변화 없이 그 궤적 그대로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제대로 낚였군.”

허망하게 중얼거려보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전광판에 보이는 숫자는 89마일(약 144km).

그의 생각에 구종은 포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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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삼진 콜을 듣고 멍하니 전광판을 보는 가르시아를 내버려 둔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방금 가르시아에게 얼토당토않은 스윙을 끌어낸 공은 최지용과 호흡을 맞추면서 배웠던 걸 응용한 거였다.

포심도 구속의 변화에 따라 완벽한 변화구가 될 수 있다.

물론 그에 대한 조건이 몇 가지 있다.

마냥 최고 구속보다 느린 공이라 하더라도, 결국 타자가 눈치채는 순간 치기 쉬운 공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타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고 속력으로 공을 던질 때와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해야 한다.

그리고 투수가 구속이 낮은 포심을 던질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만족하는 투수는 얼마 없다.

하지만 허하준이 누군가.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투수.

‘이거 돼요?’

‘당연히 되지.’

‘...근데 왜 지금까지 안 던졌어요?’

‘그다지 필요 없던데?’

음, 아무튼.

위와 같은 이유로 봉인(?) 해뒀던 걸 꺼내게 됐다.

체인지업 역시 같은 이유로 효과적인 변화구지만 수준 높은 변화구는 다다익선이었다.

1회 초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맞이한 1회 말 공격.

마운드엔 루카스 앤더슨이 올라왔다.

“휴, 또 저놈이네.”

우오준이 내쉰 한숨이 귀속에 들어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4년 전 우오준의 상대 전적은 3타수 무안타.

우오준 외에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공이 그렇게 좋아요?”

나도 기록이나 영상으로 확인하긴 했지만, 어제 나카무라 공보다 좋을까 싶었다.

“어, 4년 전인데 아직도 기억나. 메이저리그 가야 할 놈이 올림픽은 무슨 올림픽이야.”

올림픽에 25인 이내 메이저리거는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루카스 앤더슨이 올라왔다는 건 25인이 아니라는 뜻.

“저놈은 수술했다더니 공이 더 좋아졌냐.”

우오준이 루카스 앤더슨의 연습투구를 보고 중얼거렸다.

그가 다시 한번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부상 때문이었다.

부상 전 유망주 랭킹 1위.

복귀 이후 유망주 랭킹 4위.

사실 4년 전의 경우 프로 입단 전이었으니 출전할 만했다.

하지만 굳이 안 나와도 되는 올해에도 나온 건 본인의 의지와 메이저리그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선수 본인이 올림픽에 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메이저리그에선 떨어져 가는 야구의 인기를 끌어모으기 위해 반드시 2연속 우승 기록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린 결단이 바로 25인 로스터 외 출전 가능.

루카스 앤더슨은 근 몇 년 동안 토미존 서저리 때문에 25인 로스터에 들지 못했고, 올 시즌 복귀한 지 얼마 안 됐다.

그만큼 애지중지하는 선수를 굳이 올림픽에 보낸 구단으로선 다양한 조건을 요구한 건 유명한 일이었다.

투구수 제한, 올림픽 기간 중 출전 횟수 제한, 개인 트레이너 대동 등.

그래서 루카스 앤더슨의 등판은 이번이 2번째였다.

아무튼 중요한 건 상대 투수의 스토리가 어찌 됐든 그런 선수가 우리 상대라는 거였다.

1번 타자는 역시 이규영.

“규영아, 공 최대한 보고 들어와라.”

“20개까지 던지게 만들겠습니다!”

감독님의 말에 루카스 앤더슨과 만난 적 없는 이규영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어제 경기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

루카스 앤더슨의 강점은 150km가 넘는 투심과 싱커.

사실상 구속만 보고 구분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두 공이었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날카로운 슬라이더 역시 140km 중반에 형성된다.

그런 구종을 가지고 공격적인 투구를 이어가자, 이규영이 결국 땅볼로 물러났다.

“20개?”

“...입이 방정이지.”

강주호의 질문에 이규영이 헛웃음을 터트리면서 본인 입을 툭툭 쳤다.

“공 어때요?”

“더러워. 투심인지 싱컨지 제대로 맞추기도 버겁더라.”

리그 최고의 컨택형 타자인 이규영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공 끝이 살아 움직인다는 말이었다.

이후에 최건우도 땅볼로 아웃, 김규완이 안타를 쳤지만, 강주호가 삼진당하면서 1회 말은 그렇게 끝났다.

강주호 역시 공이 상당히 더럽다는 평가를 남겼다.

더그아웃에서 볼 때도 테일링이 심한데 타석에 들어가면 확실하게 체감이 될 거다.

그리고 착각이겠지만, 그 투수가 내려가면서 날 쳐다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 내 타순은 7번.

다음 이닝에 그 공을 타석에서 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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