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41화 (41/203)

41화 세대 교체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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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인물을 꼽는다면 에이스 윌리엄 킹과 4번 타자 앤서니 마틴이다.

앤서니 마틴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소위 한 방이 있는 타자였다.

190cm와 100kg이 넘는 거구에서 나오는 힘은 존 안에 공을 넣는 걸 망설이게 만든다.

하지만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다른 호주 타자들을 살펴보면 마틴보다 몇 수는 아래에 있다.

굳이 마틴과 정면 승부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볼!”

“볼!”

“스트라이크!”

초구와 2구 모두 바깥쪽 낮은 쪽으로 뺐다.

3구 역시 바깥쪽.

결국 마틴의 방망이가 참지 못하고 나왔다.

“네 투수는 바깥쪽밖에 던지지 못하는 루저야?”

헛스윙을 크게 한 번 돌린 후,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굳이 대답 안 하고 무시했다.

저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계속 안달 나고 있다는 뜻이다.

호주 대표팀의 상황 상 결국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

구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한 이상, 유의미한 성적을 내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일 거다.

하지만 경기 후반이면 모를까.

“스트라이크!”

초반부터 타자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져줄 만큼 최정윤은 제구가 안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

140km의 속도로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그대로 스윙.

볼 카운트 2-2.

“스트라이크 아웃!”

대놓고 한 방을 노리는 타자에게 어깨 높이의 몸쪽 하이패스트볼은 헛스윙을 끌어내기 가장 완벽한 공이었다.

“네가 원하던 몸쪽이야.”

“꺼져. 네 루저 투수 공이 담장 밖으로 날아간 후에도 그런 말 할 수 있는지 보자.”

삼진 당하고 갈 때 한마디 해줬더니 반응이 찰지다.

고작 한 마디로 장문을 뽑아냈으니 이득이었다.

첫 타석에선 무사히 잡아냈지만, 아직 만날 기회는 몇 번 더 있다.

아직 방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이후 실투가 나오면서 안타를 맞긴 했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낸 최정윤이 내게 물었다.

“아까 걔랑 뭔 얘기 한 거야?”

“아, 그거요? 별거 아니에요. 그냥 형 공이 좋다고 극찬하더라고요.”

“그래?”

그 정도면 극찬 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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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을 놀릴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안녕? 여기 있었네?”

“Shit!”

마틴이 1루 베이스를 밟은 날 노려봤다.

오늘 내 타순은 황인재 다음 7번 타자.

강주호가 볼넷을 얻어내고 김민주, 황인재는 아웃.

바깥쪽으로 들어온 공을 그대로 쳐 내면서 안타를 만들어냈다.

나 스스로가 느낄 정도로 좋은 타격감.

그리고 마틴의 타격감도 정말 좋았다.

무슨 말만 해도 찰지게 반응해주니 말이다.

“내기 할까? 우리 투수가 먼저 무너질지, 아니면 벌써 주자를 2명 내보낸 너희 투수가 먼저 무너질지.”

“닥쳐.”

통역 없이 내 영어 실력이 얼마나 통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웰릭스와 하스 때문에 틈틈이 연습한 내 영어 실력에 대한 대답은 그다지 좋은 말을 듣지 못했다.

“네 발음이나 고치고 와.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먹겠으니까.”

“그래? 그럼 네가 좀 도와줘. Martin strike out! 어때, 내 발음?”

“Fuck you.”

오, 저 욕을 호주 발음으로 들을 줄이야.

아쉽게도 마틴과 떠들 시간은 길지 않았다.

타석엔 유격수 우오준이 들어왔으니 주자로서 집중해야 할 때.

-따악!

우오준의 타구가 마틴 쪽으로 굴러왔다.

“아웃!”

2루에 도착하기 전에 공이 먼저 도착하면서 아웃.

솔직히 공을 잡고 그냥 1루 베이스를 밟았으면 됐는데, 굳이 2루로 던진 걸 보니 내가 제대로 긁긴 했나 보다.

비록 찬스에서 무득점이었지만, 끝까지 마틴이 날 노려보면서 들어가는 걸 보면 소득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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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

최정윤이 프로에 와서 가장 큰 변화를 느낀 건 아무래도 포수였다.

당당히 1차 지명을 받고 대구 에이스에 입단한 최정윤은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을 때 양준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때 느낀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오늘, 그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괜히 국대에 온 게 아니구나.’

솔직히 우려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포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투수, 그 중에서도 가장 긴 이닝을 던지는 선발 투수니까.

네덜란드, 도미니카전에서 승리를 거뒀음에도 최정윤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은 건 그 탓도 있었다.

양준 대신 다른 포수가 자신의 공을 받는 건 2군에 있었을 때를 제외하고 거의 처음이었다.

사실 그동안 많이 불안했다.

길어봤자 3년에서 4년 뒤 양준이 은퇴한다.

에이스 구단에서도 포수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포수가 키운다고 키워지는 포지션이던가.

그래서 김수호와 배터리를 이룬다는 말에 수락했다.

언젠가 양준이 은퇴하면 경험할 일이었고, 20살의 어린 포수를 데리고 이런 큰 경기에서 이겨낸다면 스스로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하자 본인이 이끈다는 느낌보단, 평소의 자신이 던지던 대로 던지고 있었다.

양준이 항상 그의 공을 받아줬던 것처럼 말이다.

‘낮은 존에 포심.’

고민하지 않고 김수호의 미트가 있는 곳으로 향해 던졌다.

원하던 곳보다 낮게 들어간 탓에 타자가 그냥 공을 흘려보냈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김수호가 자연스럽게 미트를 끌어 올리면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볼이 될 공이 스트라이크가 된 상황.

그리고 방금 공을 그냥 흘려보낸 타자로선 그 비슷한 코스로 오는 공에 방망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크!”

그걸 이용한 슬라이더로 다시 한번 헛스윙 유도를 해냈다.

볼 카운트 0-2.

다음 사인은 아직 완벽하지 않은 스플리터.

2스트라이크를 잡아내고 자신 있게 완벽하지 않은 스플리터를 요구하는 포수는 얼마 없을 거다.

공을 빠트리면 최악의 경우 삼진을 잡아 놓고 1루로 주자를 내보낼 테니까.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김수호는 그런 포수 중 한 명이었다.

경험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자신감의 표현인지 최정윤은 알 길이 없었지만.

땅에 처박힌 공을 편안하게 받아내고 타자의 몸에 공을 가져댄 김수호가 내야수를 향해 공을 던지는 모습은 사뭇 믿음직스러웠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어렴풋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발견했다.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를 키운다.

그리고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키운다.

그 말 안에 나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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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완에 허하준, 그리고 좌완에 최정윤.

둘은 한국 야구의 희망이라고 불릴 만큼 어렸을 때부터 주목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만큼 최정윤의 공 역시 좋았다.

가끔 제구가 흔들려 엉뚱한 곳으로 공이 날아오기도 했지만, 이 정도야 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스플리터도 좋았다.

허하준의 스플리터는 완전히 뚝 떨어지는 느낌이라면, 최정윤의 스플리터는 우타자 몸쪽으로 휘면서 떨어졌다.

지금은 조커용으로 쓰는 정도지만 나중에 완성된다면 우타자인 나로서는 상대하기 힘든 구종이 될 건 분명했다.

그나저나 상대 투수, 윌리엄 킹의 공도 살벌했다.

아까 2회 찬스를 살리지 못한 이후, 3회 말이 시작됐을 때 감독님께서 타자들에게 작전을 전달했다.

이른바 선발 투수 끌어내리기.

호주의 약점은 윌리엄 킹이나 앤서니 마틴을 제외하면 뛰어난 선수가 없다는 것.

앤서니 마틴은 제한 없이 나올 수 있지만, 윌리엄 킹은 언젠가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현재 4회 말, 윌리엄 킹의 투구수는 45개.

무리하면 7이닝까지 던질 수 있는 수치였다.

선두 타자는 4번 타자 강주호.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민주 역시 6개를 보면서 땅볼 아웃.

하지만 호주 배터리도 눈치챘는지 황인재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존 안에 공을 넣기 시작했다.

-따악!

그 결과 깔끔한 안타를 뽑아냈다.

2사 주자 1루.

타석에 들어가자 황인재와 마틴이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얘기 하는 거지?

설마 내 뒷담?

둘 다 나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으니 그럴듯했다.

친절하게 답을 해줄 진 미지수지만 이따 1루에 나가면 마틴에게 물어봐야겠다.

잡생각은 이쯤하고 타석에 집중했다.

“스트라이크!”

상대 배터리가 우리 작전을 눈치챘는지 알아보려고 초구는 그냥 흘려보냈다.

확실히 적극적으로 존 안에 공을 넣는 걸 보면 맞더라도 빠른 승부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선택지는 두 개.

황인재처럼 그냥 맞춰서 안타를 노리거나, 아니면 존에 적극적이란 걸 이용해 볼 개수를 늘리거나.

“볼!” “스트라이크!” “파울” “파울!” “볼!” “파울!” “볼!”

-탁

“스트라이크 아웃!”

투수의 포효와 함께 이닝이 끝났다.

마지막 공은 이번 경기에서 본 적 없는 커브가 들어왔다.

"공 잘 뺏는데?"

"규영아, 네가 뭐 알려줬냐?"

"그거 제 영업 비밀이라 못 알려줍니다. 수호야, 우리 서로의 영역은 좀 지켜주자, 응? 난 홈런 안치잖아."

"그건 못 치는 거고 인마."

오늘도 평화로운 돌핀스 듀오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번 이닝에 투구수를 스무 개 정도 뺏으니, 목표는 달성한 것과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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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초, 포수마스크를 끼고 자리에 앉자 마틴이 타석에 섰다.

현재 스코어는 2대1.

5회 말 공격에서 서도하와 최건우, 그리고 김규완의 안타로 2점을 뽑아냈다.

6회 초에 1점을 허용했지만, 6회 말 공격에서 상대 투수 윌리엄 킹의 투구수를 다 빼놨으니 불펜이 올라올 차례다.

이번 공격만 잘 막으면 분위기를 살려 추가점까지 노려볼 수 있었다.

마틴의 이전 타석은 뜬공 아웃.

“삼진과 뜬공, 그다음엔 땅볼인가?”

혼잣말에 마틴이 나를 노려봤지만, 가볍게 무시해줬다.

쫓기는 건 지는 팀 타자인 마틴이고, 난 그저 이기는 팀 포수로서 타자를 툭 건드린 것밖에 없다.

땅볼을 유도해내기 위해선 아무래도 바깥쪽 낮은 공이 제일 좋았다.

하지만 최정윤도 힘이 빠진 탓에 정교한 제구는 어려웠다.

마틴은 공에 슬슬 적응할 시간이고, 최정윤은 공에 힘이 빠질 시간.

이번 타석을 넘기는 게 중요했다.

초구는 그래도 장타를 의식해 바깥쪽 낮은 포심.

-따아악!

순간 엄청난 타구음에 구장이 얼어붙었다.

유망주 랭킹 19위는 거저 먹은 게 아니라는 듯 약간 가운데로 몰린 공을 놓치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날아가는 공만 바라보고 있었고, 공은 결국 담장 밖으로 떨어졌다.

“파울!”

“Shit!”

하지만 폴대를 기준으로 아슬아슬하게 파울 라인 바깥쪽이었다.

호주 벤치에선 비디오판독까지 신청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솔직히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다.

“아쉽게 됐네.”

“그러게. 계속 도망가기만 하는 네 겁쟁이 투수한테 한 방 먹일 수 있었는데 말이야.”

마틴의 말과 다르게 최정윤의 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다.

‘바깥쪽 포심.’

정면 승부 보단 거르면서 승부하자는 느낌으로 사인을 보냈지만, 최정윤이 고개를 저었다.

방금 그 타구가 승부욕을 자극한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는 순간 떨어지는 토너먼트.

1점 차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하고 있었기에 정면 승부엔 위험이 따랐다.

하지만 경기 내내 내 리드를 따라와 준 최정윤이 처음 낸 의견이었고, 완고한 고집에 결국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구종은 내가 보낸 사인에 맞춰줬다.

“스트라이크!”

몸쪽에 절묘하게 걸친 153km 포심.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빠른 속도였다.

“이래도 겁쟁이로 보여?”

마틴이 말없이 최정윤을 바라봤다.

0-2 카운트.

그 이후는 철저하게 바깥쪽만 공략했다.

“볼!” “파울!” “볼!”

그렇게 제6구, 끈질긴 이 승부를 결정지을 위닝샷은 몸쪽으로 완전히 가라앉는 슬라이더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하고 잠시 가만히 있던 마틴의 입이 열렸다.

“너, 몇 살이야.”

“십팔.”

“뭐? Sibal?”

한류의 발달로 한국 욕은 이미 전 세계 공용이 되어버렸다.

“아니, 한국어로 18은 십팔이라고 그래.”

“... 그래.”

나이는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큰 산 하나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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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초가 끝난 후 우리에게 남은 공격 기회는 총 3번.

하지만 우리에게 마지막 공격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우리는 윌리엄 킹 이후로 올라온 불펜 투수들을 두들겨 3점을 더 뽑았고, 최정윤 이후 올라온 홀드왕 프렌즈의 이신영과 호프즈의 김영태가 올라와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나는 7회 말에 안타를 하나 친 후 대주자로 교체됐다.

1루에 나간 뒤 마틴에게 따로 말을 걸진 않았다.

그냥 경기가 끝났을 때, 대기타석에 서 있던 그의 씁쓸한 표정이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아마 4년 뒤, 메이저리거가 돼 있다면 이게 마지막 올림픽 일거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일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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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윤, 7이닝 1실점 완벽투!, 대한민국 호주 상대 5대1승리!]

[4강으로 간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일본과 한일전 성사!]

[메이저리그 유망주 19등을 완벽하게 봉쇄한 젊은 배터리!]

[야구의 미래는 밝다! 김수호와 최정윤, 국가대표팀의 현재와 미래]

[앤서니 마틴, ‘한국의 십팔살 젊은 포수’ 라며 김수호 언급]

ㄴ 왜 굳이 십팔살 이러는 거냐?

ㄴ 경기 져서 빡쳐서 일부로 그런 거 아님? ㅋㅋㅋㅋ

ㄴ 저건 또 누가 알려준 거냐.

ㄴ 묘하게 꼴 받네 ;;

ㄴ 이겼으니까 봐주자.

[일본 대표팀, 무너진 윌리엄 킹에 대해 ‘윌리엄 킹은 일본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아니다’라며 ‘월등한 수준 차이를 보여줄 것’이라며 한국전에 자신감 비쳐]

ㄴ ??? : 그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라고

ㄴ 진 팀이 수영해서 오는 거지?

ㄴ 진짜 내일 지면 큰일 난다.

ㄴ 사실 지는 게 정배 아님?

ㄴ 아닌데? 일본 전은 이기는 게 항상 정배.

ㄴ 2028년 재현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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