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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39화 (39/203)

39화 세대 교체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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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지난 평가전에 강주호가 나한테 황인재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신경 쓰고 싶진 않았지만, 이런 말을 들은 이상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본인은 별로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닌 거 같다.

상대 타자가 3루로 천천히 굴러가는 땅볼을 치자 1루 베이스에 공을 받기 위해 들어갔다.

그리고 황인재가 침착하게 잡아서 러닝스로.

좀 빗나가긴 했지만, 다리를 쭉 찢어서 그대로 건져냈다.

“아웃!”

“다리 괜찮냐?”

2루수 최건우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길에 나한테 손을 뻗었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유연하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찢었더니 가랑이 사이가 아렸다.

손을 잡고 일어나서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수호야, 너 1루수도 잘하네?”

“그럼. 누구 후계자 소리를 듣는데.”

“예. 확실히 리틀 강기호라서 그런지 수비가···. 으악! 형님, 살려주십쇼!”

우오준이 다시 강주호한테 어깨를 잡히는 걸 보고 웃었다.

저런 까불이 캐릭터가 한 명 있으니 더그아웃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기고 있기도 하고.

방금 잡은 아웃으로 5회 말이 끝났다.

스코어는 7대0.

도미니카 공화국도 반쯤 포기했는지 주전들을 빼기 시작했다.

어차피 오늘 져도 네덜란드에 이겨서 2등이니 크게 무리는 안 하는 것 같다.

클리닝 타임에 짧게 몸을 풀고 들어왔다.

“후, 여기도 미세먼지 있나? 목이 왜 칼칼하지.”

“물 드릴까요?”

“어. 땡큐.”

선배들한테 배달도 좀 하고 얘기도 하다 보니 6회가 시작됐다.

사실상 상대가 백기를 든 상황.

이럴 땐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도 거기에 맞춰 설렁설렁하게 대응하거나,

아니면 항복을 무시하고 끝날 때까지 죽도록 때리거나.

우리는 후자였다.

“도미니카와 다시 만나게 되면 결승이다. 기선제압을 확실하게 하도록.”

감독님의 말씀 이후 피곤에 살짝 눈이 풀어졌던 선수들의 눈에 총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주장 양준의 이탈 이후 타자조 주장을 맡은 강주호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피곤하지?”

“옙.”

우오준이 1초만에 대답했다.

보통 이럴 땐 아니요라고 하지 않나?

강주호도 우오준을 한번 흘깃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

“도미니카 애들도 피곤한 거 같으니까 빨리 숙소로 보내주자. 오늘 만약 콜드게임으로 끝내면 내가 한국 가기 전에 저녁 쏜다.”

“저번 WBC 때 소 한 마리 사시지 않았습니까?”

“그때 자릿수가 네 자리였던 걸로 아는데.”

“호주는 소가 싸 인마. 그리고 누가 고기래?”

“우우우. 쏠 거면 확실하게 쏴야죠. 안 그러냐?”

우오준이 옆이 있던 나를 옆구리로 찔렀다.

“그건 맞죠.”

아직도 내 지갑이 비어버린 그때를 기억한다.

물론 강주호의 눈초리에 곧바로 눈을 내렸지만.

“오케이! 대신 콜드게임 못하기만 해봐. 다 뒤진다.”

“됐다! 야, 빨리 투수조한테도 말해놔. 절대 점수 주지 말라고.”

“다녀오겠습니다!”

이규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올림픽의 콜드게임 규칙은 7회, 8회가 끝날 때 10점 차.

6회와 7회에 3점 이상 내고 투수가 무실점으로 막으면 된다.

이미 도미니카에서 주전이 빠진 이상 충분히 할만했다.

6회 초 공격은 최건우부터 시작이다.

회식을 앞둔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마치 미리 보는 한일전 같달까.

“볼!”

“나이스!”

“침착해! 공 더 지켜보고!”

더그아웃에서 공 하나하나에 반응할 정도로 말이다.

-따악!

그에 대한 화답으로 최건우가 깔끔한 중전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서 3번 타자 김규완이 큰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아쉽게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3회, 2점 홈런을 쏘아 올린 김민주가 타석에 들어섰다.

-따아악!

“크다!”

“3루! 3루!”

“그렇지!”

시원한 2루타를 만들어내면서 최건우가 3루, 김민주가 2루에 들어갔다.

“인재야! 홈런 한 방치자!”

하지만 상대 배터리는 오늘 타격감이 좋은 황인재를 피해갔다.

고의사구 같은 볼넷으로 1사 주자 만루.

“잘 봐라. 내가 딱 10점 만든다.”

우오준이 자신감 있게 타석에 들어갔다.

대회에서 타격감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우오준은 유격수가 6번을 칠 정도로 잘 치는 타자다.

-따악!

청량한 타구음이 들렸지만, 코스가 안 좋았다.

“아웃!”

“세이프!”

유격수 정면으로 간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2루 주자 김민주가 반응해서 겨우 살았다.

우오준이 1루로 뛰다가 곧 아쉬워하면서 다시 돌아왔다.

“아오, 저걸 잡네.”

국가대표 중 그 누구보다 그 말을 많이 들었을 것 같은 선수가 그런 말을 하니 신기했다.

“알지? 소고기야 소고기.”

조언 대신 소고기만 외치고 더그아웃에 돌아갔다.

이번 경기 첫 타석에 홈런을 쳤지만 두 번째 타석은 땅볼이었다.

2아웃이라 장타가 나오면 3타점이 될 확률이 높지만, 굳이 의식하지 않았다.

우오준을 잡긴 했어도 어차피 만루에서 쫓기는 건 투수.

내가 급할 필요가 없었다.

“볼!”

초구는 그대로 흘려보냈다.

존과 꽤 차이가 날 정도로 빠진 공.

“볼!”

그리고 그다음 공도 빠졌다.

2사 주자 만루에 2볼.

그러자 투수가 고개를 젓는 횟수가 길어졌다.

투수로서 부담이 되는 상황이겠지만, 스트라이크를 안 던지면 숙제를 미루는 것밖에 안 된다.

즉, 나로서는 노리기 완벽한 상황.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오는 타구에 힘껏 돌려봤지만, 체인지업이 너무 좋게 들어왔다.

헛스윙 한 김에 잠깐 타석에서 빠져나와 장갑을 고쳐 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아직 내가 유리한 건 맞다.

‘진정하자.’

안타만 쳐도 2점이다.

이 생각을 가슴에 품고 다시 타석에 섰다.

그사이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교환했는지 곧바로 투구를 시작했다.

약간 존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왔지만, 참아냈다.

그리고 심판을 바라봤다.

“볼!”

포수가 불만이 있는 듯 계속 미트를 가만히 유지 시켰지만, 그런다고 판정이 바뀌지 않는다.

볼 카운트 3-1.

언젠가 강주호가 내게 해줬던 조언이 있다.

‘3-1에서 지켜보는 애들은 타자 자격이 없는 거야. 그땐 존 안에 들어온다 싶으면 무조건 휘둘러야지.’

물론 무조건 맞는 말은 아니지만, 동감한다.

특히 이렇게 점수 차가 크게 날 땐 더더욱.

-따아악!

“좋다!”

더그아웃에서 들린 짧은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1루수 키를 훌쩍 넘긴 타구를 바라보며 뛰었다.

‘제발 안쪽!’

공이 그라운드에 닿았고, 심판의 손은 그라운드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뛰어!”

곧장 2루까지 들어갔다.

그사이 타격과 동시에 스타트를 시작했던 황인재가 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세이프!

홈에서 세이프가 됐고, 이로써 주자는 나 혼자뿐.

더그아웃을 쳐다보자 엄지들이 내게 쏟아졌다.

이걸로 스코어 10대0.

콜드 게임의 조건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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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타의 불발로 홈에 못 들어갔다.

이제 투수진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

“거기서 2루타를 치냐.”

강주호가 다가와서 툴툴거렸다.

하지만 난 잘못이 없다.

“선배님 조언대로 3-1에서 제대로 노렸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과거에 그런 조언을 해준 강주호한테 있는 거 아닐까?

“푸하하하. 형님, 한 방 먹으셨습니다?”

“넌 고기 먹기 전에 주먹부터 먹을래?”

“아이고, 제가 형님 지갑 지켜드리려고 아웃당한 건 기억 못 하십니까? 저 진짜 억울합니다.”

어쩌면 나 이전에 우오준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강주호가 내 장난을 받아주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채지훈도 그렇고.

어찌 됐든 이제 7회 말이 끝날 때까지 점수를 지키기만 하면 됐다.

투수는 여전히 이민수였다.

도미니카 타자들이 아예 공략을 못 하고 있을 만큼 인생투를 하는 이민수.

심지어 주전들도 대거 빠진 상황.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아웃!”

삼진 하나와 땅볼 2개로 가볍게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8강-4강-결승엔 아마 최정윤, 최지용, 허하준이 차례로 올라올 거다.

오늘 선발 등판한 이민수는 아마 더 올라올 기회가 없거나, 결승에나 불펜으로 잠깐 올라오는 게 전부.

그래서인지 더욱 불타는 것 같다.

추가점을 내줬으면 좀 더 널널했겠지만, 결국 7회 초도 무득점으로 끝났다.

이제 7회 말 수비만 넘기면 된다.

7회 말 수비에 들어가기 전, 우오준이 내야수들을 전부 모았다.

최건우와 나, 그리고 황인재.

“얘들아. 나는 늙었지만, 너넨 좀 글로벌하게 놀아야 하지 않겠냐?”

“갑자기요?”

최건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읍. 일단 들어봐. 원래 경기가 끝날 때 투수를 잡아주지, 내야수를 잡아주진 않잖아?”

“그렇죠?”

“근데 우리끼리 세레모니를 하면 잡아준단 말이야. 그러니까 하나 짜서 오늘 해보자.”

뜬금없는 말에 모두가 벙쪄 있을 때, 황인재가 가장 먼저 대답했다.

“전 상관없습니다.”

“오키. 인재는 오케이고, 수호 너는?”

“저도 하겠습니다.”

“건우도 오케이고. 그럼 끝나고 2루에 모여서 하이파이브 하는 건 어때.”

“전 동의 안 했는데요?”

“그래서 싫어? 올림픽이야, 올림픽. 이럴 때 카메라에 잡혀야 인스타 팔로우도 오르고 그러지.”

“아뇨, 그것보다 하이파이브는 너무 올드해서.”

하지만 더 나은 의견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파이팅 하는 거로 정해졌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거다.”

그렇게 그라운드로 나갔고, 마운드에는 여전히 이민수가 서 있다.

“볼!”

“볼!”

“볼!”

“볼!”

하지만 이번 경기 처음으로 볼넷, 그것도 스트레이트로 볼넷을 내줬다.

최필주가 마운드를 방문하는 동안 최건우와 얘기를 나눴다.

“민수한테 맨날 따라다니는 말이 뭔지 아냐?”

“아, 그.... 자신과의 싸움이요?”

“오. 아네?”

이민수의 별명처럼 본인만 잘 던지면 된다.

풀어서 말하면 제구가 문제란 소리였다.

언더 투수가 제구가 어려운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고, 특별할 건 없었다.

하지만 긁히는 날에 워낙 공이 좋다 보니 그런 별명이 붙은 거였다.

“오늘 좋았는데, 갑자기 뭐가 긁혔나.”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지만 다시 한번 볼넷이 이어졌다.

음. 이러면 곤란한데.

타석엔 오늘 유일하게 2번 연속으로 이민수를 공략한 6번 타자, 페드로 산체스.

KBO 서울 프렌즈의 외국인 용병이었다.

무사 1,2루에 내 수비 위치는 1루 주자보다 앞쪽.

“볼!”

시작은 최악이었다.

“볼!”

“스트라이크!”

그래도 3구째엔 존에 넣으면서 스트라이크.

본인도 올림픽 무대를 망치고 싶지 않을 거다.

그렇게 제4구.

-따악!

공이 방망이에 맞자마자 곧바로 점프를 뛰었다.

글러브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자 그대로 착지 후 곧바로 뒤를 돌아 황급히 돌아가는 1루 주자 엉덩이에 가져다 댔다.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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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수 점프! 나이스 캐치! 거기에 1루 주자까지 잡아냅니다!]

[김수호 선수, 진짜 뭔가요! 포수도 잘하고, 1루수도 잘하고. 정말 대단한 선수가 나왔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계신 마린스 팬들이 정말 좋아하시겠는데요?]

[저게 보고 뛴 게 아니라, 맞자마자 본능적으로 점프를 한 거거든요. 사실 블로킹할 때 알아봤지만, 정말 대단한 반사신경을 지녔습니다.]

[이어서 타석엔 7번 타자 유격수 로드니 매든 선수가 들어옵니다. 2사 주자 2루, 이민수 선수 초구! 우오준!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입니다!]

[이전 타석에 뺏긴 안타를 그대로 돌려줬네요.]

[경기 종료! 대한민국이 도미니카 공화국을 상대로 10대0으로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둡니다!]

[지금 내야수들이 모여서 세레모니를 하는 것 같은데요?]

[아, 그렇군요. 참 보기 좋습니다. 우리 선수들.]

[오늘은 정말 공, 수 양면으로 완벽했던 날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B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는 소식 알려드리면서 오늘 중계는 여기까지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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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mvp로 나와 이민수가 선정됐다.

사실 내가 될 줄은 몰랐는데, 기분이 좋았다.

“안녕하세요. 김수호 선수, 어제 뵙고 오늘 또 뵙네요.”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와 인사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늘은 1루수로 출전하면서 홈런 하나와 무려 3타점 2루타를 치면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일단 강주호 선배님 자리에 제가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너무 영광이었고요, 그 이름에 먹칠을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포수로 발탁이 되는데 오늘 1루수로 출전하셨어요. 사전에 계획된 거였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1루수로 나올 수도 있다고 들어서 크게 놀라진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보여준 김수호 선수의 호수비와 우오준 선수의 연속 호수비가 정말 멋있었는데요, 경기가 끝나고 세레머니 하셨잖아요. 누가 주도해서 하신 건가요?”

“그건 우오준 선배님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을 대표해서 국민 여러분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멀리 호주에서 경기하는데 여기까지 찾아와 주시는 국민분들에게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희 국가대표팀은 최선을 다해서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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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내야 세레머니 주동자 우오준]

ㄴ 어쩐지 존나 구리더라 ㅋㅋㅋㅋㅋ

ㄴ 기껏 생각한 게 파이팅ㅋㅋㅋㅋㅋ 귀엽네

ㄴ 밖에 내놓기 부끄러운 오준이....

ㄴ ㅋㅋㅋㅋ 그래도 귀엽더만.

ㄴ 다음 경기에 김수호가 1루 하는 거임?

ㄴ 김수호가 아무리 잘 쳤어도 강주호가 나오지 않을까?

ㄴ 님들 김수호 포수임

ㄴ 아 맞다.

ㄴ 라인업 지리네. 이규영 – 최건우 – 김규완 – 강주호 – 김민주 – 황인재 – 김수호 – 우오준 – 서도하? 미쳤다.

ㄴ ㅋㅋㅋㅋ 여기 어제까지 김수호 욕하지 않았냐?

ㄴ ? 누가 욕함?

ㄴ 난 아님.

ㄴ 나도 아님.

ㄴ 그럼 난가?

ㄴ 8강 대진표 떴다! 우리 호주랑 함

ㄴ 일본이 졌네? 그럼 4강 가면 일본 만날 듯.

ㄴ 개꿀잼 예약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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