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34화 (34/203)

34화 합류 - 1

#

"김바보."

"김수호입니다."

"아니, 수호란 이름이 아까워."

아까 그 얘기를 한 후로 계속 저렇게 부른다.

"숙소 가셔야 하시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오늘 선발이었는데 뭐."

국가대표는 내일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고 올림픽이 열리는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으로 떠난다.

스포츠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명예, 국가대표.

U-18 대회에 출전해본 입장에서 솔직히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이대로 하면 4년 뒤에는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꼭 금메달 따고 오세요."

"당연하지."

저번 올림픽 결승전에서 패배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허하준.

이번에 국가대표 에이스가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허하준이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이만 가볼게요."

"그래. 부산에서 보자."

그렇게 배터리 간에 남사스러운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왔냐?"

"... 알고 있었어요?"

국가대표가 묵고 있는 숙소로 온 나를 반겨주는 허하준이 보였다.

"환영한다."

#

이번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선발진의 순서를 정하는 것.

상대하는 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허하준과 최지용에게 무게가 실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두 선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너무 어려웠다.

결국, 그걸 위한 평가전까지 치르면 드디어 결정이 났다.

"그럼 다수결로 마린스의 허하준한테 1선발을 맡기기로 하겠습니다."

투수 코치의 말에 김목근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평가전 성적을 비교했을 때, 허하준이 앞선 것도 맞다.

하지만 국가대표 코치진의 마음을 움직인 건 압도적인 투구 내용이었다.

최지용도 한때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지용은 이제 전성기가 거의 끝난 투수였고, 허하준은 이제 전성기에 돌입하는 투수였다.

그건 이번 평가전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마린스가 하위권 팀이지만, 중심 타선 만큼은 한방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런 타자들을 상대로 단 한 번도 빼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공을 뿌려 압도한 점에서 플러스.

물론 포수 최필주와 불안한 호흡을 보이긴 했지만, 국가대표에는 양준이 있었다.

하지만 최지용은 돌핀스의 타선을 압도라기보단 영리하게 상대했다.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단기전에선 확실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투수가 필요했다.

상대 에이스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공을 뿌릴 수 있는 투수.

이런 이유에서 결국 허하준이 국가대표의 1선발로 선정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사항.

"예비 포수를 마린스 김수호 선수로 변경하는 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물론 현재 있던 양준과 최필주를 제외하고 합류하는 건 아니었다.

국제대회에서 대회 시작 후 유일하게 최종 엔트리를 변경 가능한 규정이 하나 있다.

바로 포수가 부상 당해 엔트리에 있는 포수가 2명 미만이 됐을 때, 조직위 산하 의사의 검사 하에 다른 포수로 엔트리 변경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국가대표에선 예비 포수를 대동해 출전하곤 했다.

하지만 포수가 부상 당하지 않으면 사실상 출전할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에 구단과 선수는 예비로 뽑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국가대표에는 수원 나이트 포수가 예비 엔트리로 동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갑자기 변수가 등장했다.

김수호.

뜬금없이 1루수가 포수를 보더니 순식간에 주전을 차지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김목근 감독의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수원 나이트 경기를 지켜본 김목근 감독 앞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냈다.

국가대표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

그러기 위해선 미국이나 일본과 상대할 에이스가 필요했다.

그건 오늘 허하준으로 결정됐지만, 포수가 문제였다.

양준은 곧 마흔이 되는 포수.

언제 부상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최필주가 공을 받아도 됐지만,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쓰지 못하는 최필주로는 허하준을 100% 끌어낼 수 없다.

물론 나이트 포수도 마찬가지.

하지만 허하준과 김수호는 첫 경기에서 노히트노런, 이후 두 경기에서 완봉승을 기록하는 등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기록된 포일은 0개.

물론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허하준 전담포수로서 예비 포수로 뽑히기 충분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오늘 경기, 마린스의 선발 투수 브릭 웰릭스 선수의 4회까지 기록입니다."

마치 다른 선수가 된 것 같은 모습.

그만큼 웰릭스는 4회까지 완벽하게 국가대표 타선을 요리했다.

"그리고 이건 포수가 김수호에서 이재익으로 바뀐 이후 기록입니다."

하지만 채지훈의 불의의 사고 이후, 원래 알고 있던 모습으로 회귀했다.

경기가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정확히 왜 무너졌는지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긴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커브가 존에 안 들어갔군."

"정확히 말하면 이전과 같은 코스의 공도 볼 판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투수 코치의 설명에 김목근 감독이 알겠다는 듯 끄덕였다.

"포수 문제야."

"예. 이것만 봐도 김수호가 투수에게 주는 영향력이 적다고 보기 힘듭니다."

"아직 포수로 20경기도 안 뛴 선수를 데려가기엔 경험이 너무 없지 않습니까?"

다른 코치의 질문에 투수 코치가 고개를 저었다.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러면요?"

"만일이긴 하지만 김수호가 합류하게 되면 전술적 다양화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1루 수비하는 거, 다들 보셨죠?"

"예. 봤습니다."

“현재 저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문제는 포수와 1루수입니다. 양준과 강주호, 둘 다 좋은 선수고 지금까지 헌신한 레전드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선수로서 너무 늙었습니다.”

이건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김수호가 합류하면 1루와 포수, 두 부분을 전부 보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예비로 끝나더라도 양준의 뒤를 이을 포수가 없는 국가대표 입장에서 경험치를 먹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구단 입장에서 경기에 출장도 못 하는 선수가 만약을 위해 먼 호주로 가는 건 그다지 탐탁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그 시간 동안 훈련을 하는 게 선수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스무 살에 국가대표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점, 그리고 회의 전, 마린스 구단에서 제시한 조건을 국가대표에서 받아들여 허락을 받아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예비 포수를 김수호로 변경하는 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투표가 진행됐고, 결과는 7대3 찬성.

“이걸로 예비 포수를 마린스 김수호 선수로 변경하겠습니다.”

#

허하준과 헤어지고 곧바로 버스로 향했다.

근데 타기도 전에 쫓겨났다.

“국가대표에 합류하라고요?”

“그래. 김목근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모양이야. 가서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 보이고 와라. 아, 짐하고 여권은 내일 따로 보내주마. 어머님께서 이미 다 준비하셨단다.”

갑작스러운 감독님의 말에 몰카인 줄 알았지만, 진짜 내가 챙겨온 짐과 나만 두고 떠나는 구단 버스에 얼어붙었다.

“김수호 선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국가대표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의 안내를 받고 숙소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허하준이 있었던 거였다.

“이렇게 갑자기 통보하는 게 어딨어요.”

“그건 그렇지.”

국가대표, 물론 좋다.

하지만 사람이 준비 좀 할 수 있게 미리미리 말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내가 설명해주마.”

그때, 복도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얼굴은 너무 익숙했다.

“김목근 감독님?”

“그래. 반갑다.”

60이 넘는 나이라고 알고 있는데, 손에서 느껴지는 악력은 여느 선수 못지않았다.

“일단 갑자기 통보하게 돼 미안하구나.”

김목근 감독님의 말을 다 들어보니, 결국 나를 좋게 봐주셔서 뽑았다는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린스에서도 조건을 걸더구나.”

“조건이요?”

“그래. 만약 엔트리에 들어갈 시, 반드시 한 경기 이상 출전한다는 조건.”

교체인지 선발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한 경기라도 출전해서 메달을 딴다면 군 면제였다.

아마 이걸 염두에 두고 말한 조건일 것이다.

솔직히 도박이긴 하지만, 내가 출전한다는 조건 자체가 도박이니 어쩔 수 없다.

출전을 못 해도 바로 앞에서 국가대표의 경기를 볼 수도 있다.

그리고 훈련 자체도 국가대표랑 하면 되는 거였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리스크 하이리턴이었다.

“하준이랑 호흡이 좋더구나.”

“아, 예. 허하준 선배 공이 워낙 좋아서 그렇습니다.”

“그래. 그건 나중에 직접 보도록 하고.”

“예. 알겠습니다.”

김목근 감독님까지 직접 와서 말할 정도라면 수긍해야 했다.

“내일부터 훈련에 합류해라.”

#

야구계에 유명한 말 중에 김목근 감독 휘하에서 선수를 하게 되면 당장 도망치라는 말이 있다.

말은 들었지만 김목근 감독님의 훈련량은 정말 대단했다.

선수마다 가장 취약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설계돼있었다.

올림픽이 없는 4년 동안 선발이 유력한 선수를 추리고, 정보를 바탕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든다.

아마 이주학이 여기 왔으면 펑고만 죽어라 했을 거다.

갑자기 합류한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훈련은 좋게 말하면 허하준을 제외한 다른 투수들과 합을 맞추는 거였다.

나쁘게 말하면 그냥 볼 받아 주는 거고.

“힘들지? 이거 좀 마셔.”

“감사합니다.”

내게 와서 음료수를 건넨 이 사람은 대구 에이스의 차기 에이스라 불리는 최정윤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3학년이던 최정윤을 만난 적 있었다.

첫 타석에선 손도 못 쓰고 당했지만, 다음 타석에 황인재의 조언을 듣고 안타를 쳤던 기억이 났다.

그때 뭐라고 했더라, 기억도 잘 안 나네.

당시에도 느꼈는데 사람이 참 착했다.

실책을 범한 선수한테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경기 후반에 최정윤이 내려간 뒤 역전해서 이기긴 했지만, 아마 투구 수 제한이 없었더라면 결국 지지 않았을까?

아무튼, 그만큼 좋은 공을 던지는 선수다.

하지만 막상 직접 공을 받아 보니 내 기억 속에 있던 최정윤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150km가 넘는 포심은 보더라인에 정확하게 들어왔고, 주 구종인 종 슬라이더 또한 날카로웠다.

특히 양준과 호흡을 맞추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평가를 받는다고 들었다.

최정윤을 제외해도 리그에서 손꼽는 투수들의 공을 받아 보니 훈련은 순식간에 끝났다.

“공 잘 잡네? 호주에서도 좀 부탁할게.”

특히 얼마 전 강주호한테 만루 홈런을 허용하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던 돌핀스의 오상엽이 먼저 다가와서 말한 건 정말 의외였다.

각 팀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이전에 있었던 일은 잊고 모두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

그게 국가대표였다.

물론 모두와 편해진 건 아니었다.

“....”

“....”

어제 홈런 이후 이런 재회가 있을 줄은 몰랐는지 황인재는 내 얼굴을 보자 살짝 당황해하는 게 보였다.

나도 뭐, 따로 할 말은 없었고.

그래도 몇 주 동안 계속 붙어있을 텐데 언젠간 말할 일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어색한 것과 별개로 마지막 평가전이 시작됐다.

선발 투수는 최정윤, 그리고 양준 배터리였다.

벌써 3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둘은 무난하게 챌린저스 타자들을 상대했다.

결과는 6이닝 2실점.

타선에선 황인재가 또다시 홈런을 쳤다.

한방이 있는 타자는 어느 타순이든지 무섭지만, 아마 타순이 조정되지 않을까?

그만큼 황인재의 임팩트가 엄청났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등판한 오상엽도 1이닝 무실점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는 5대3 국가대표 승리.

평가전을 3연승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날, 우리는 호주로 떠났다.

#

[국가대표팀의 마지막 조각, 예비 포수 김수호 합류!]

ㄴ ? 얘가 왜 예비임?

ㄴ 아니, 당연히 나이트 박강열 뽑아야 하는 거 아니냐?

ㄴ ㅋㅋㅋㅋ 존나 어이없네? 진짜 기대 1도 안 되는 국대인 듯

ㄴ 그래도 난 응원하련다. 어차피 예비 아님?

ㄴ 이거 마린스에서 청탁한 거 아님? 군 면제 시키려고?

ㄴ 예비는 출전 못 하면 어차피 군 면제 못 받음. 제발 알고 말해라.

ㄴ 솔직히 세대교체 할 때가 되긴 했지. 언제까지 양준 양준 할거임? 우리 양줌마 말년에 좀 쉬게 해줘라.

ㄴ 나도 동의함. 솔직히 20살 포수 경험치 먹여서 4년 뒤에 백업, 그다음에 주전 포수 각 떴음.

ㄴ ㅋㅋㅋ 마린스니까 주전이지, 타팀가면 2군임 ㅅㄱ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