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30화 (30/203)

30화 vs 국가대표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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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가 국가대표의 상대 팀이 된 이유엔 김목근 감독의 입김이 컸다.

지난 2028년 올림픽 당시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결국 미국 팀 에이스 루카스 앤더슨에게 막혀 패배했다.

대한민국과 다른 조에 속해있는 미국을 만날 수 있는 건 최대 두 번뿐.

그중 한 번은 결승이었다.

이번 결승전에도 미국이 올라온다면 루카스 앤더슨이 등판할 확률이 높다.

물론 미국을 제외해도 쿠바, 일본 등 쟁쟁한 나라를 꺾어야 하지만, 결승에 에이스를 투입하는 건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이번 국가대표 에이스로 꼽히는 투수는 두 명.

마린스의 허하준과 돌핀스의 최지용이다.

시즌 초만 해도 돌핀스의 최지용이 무난하게 에이스 자리를 차지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허하준이 부상 복귀 이후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최근 3경기 연속 완봉과 노히트노런 등의 기록을 세우면서 의견이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었다.

결국 평가전을 통해 에이스를 정하자는 김목근 감독의 의견에 힘이 실렸다.

객관성을 살리기 위해 서로 경험해 본 적 없는 팀, 허하준은 마린스, 최지용은 돌핀스와 붙기로 했다.

물론 상대가 1등과 9등 팀이라는 차이가 있긴 했다.

그래도 최근 마린스의 기세가 매섭기도 했고, 마린스보다 돌핀스의 전력 이탈이 컸다.

그래서 충분한 평가가 된다고 판단, 이러한 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마린스 선수단이었지만, 나름대로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야.’

브릭 웰릭스가 이전 경기에서 호투를 했지만, 아직 외국인 선수의 교체 시한이라고 볼 수 있는 7월이 끝나지 않았다.

물론 허하준이 빠진 이상 팀의 2선발인 자신이 선발 등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직감이 이번이 마지막 테스트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호투를 하면 굳이 바꿀 이유가 없지.’

마린스 단장 오민찬은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브릭 웰릭스를 바꿀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미 대체 선수는 알아본 상태.

‘그래도 웰릭스가 잘하는 게 제일 베스트야.’

대체 선수가 무조건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적응 문제도 있고, 그간 용병 역사가 증명한다.

부디 웰릭스가 호투해 이전 경기의 기록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바랄 뿐이다.

그 외에도,

‘하준이랑 붙는 건 오랜만인데?’

허하준과 고등학교 시절 붙었던 걸 떠올리는 박은성이나,

‘이번 경기에서 잘해서 눈도장을 찍으면 나중에 백업이라도 올림픽에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선발도 아닌데 벌써 행복한 상상을 하는 이주학,

그리고,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붙게 될 줄은 몰랐는데.’

1군에 올라왔을 때 허하준한테 했던 말이 실현돼 헛웃음을 짓는 김수호까지.

다양한 생각 중인 마린스 선수들을 태운 버스는 서울, 고척돔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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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에 도착했다고 해서 곧바로 경기를 치르는 건 아니었다.

경기가 예정된 건 다음 날.

그래서 선수단과 함께 국가대표와 돌핀스의 평가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향했다.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어. 이번에 김목근 감독님이 요청한 거래. 그래도 방송 중계는 해.”

김호기는 대체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아는가 싶지만, 이젠 포기하기로 했다.

우리는 국가대표와 돌핀스 양쪽에 따로 허락을 받고 관중석에 앉아있었다.

“선배님은 긴장 안 되세요?”

“내가 왜? 난 출전 해봤자 1이닝인데?”

하긴 그렇다.

선발 투수인 김호기가 출전할 일은 거의 없다.

“나보다 저 친구를 걱정해주는 건 어때?”

“그건 그렇죠.”

-딱 딱 딱.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빨을 딱딱 거리는 웰릭스.

왜 저렇게 긴장하고 있는지 어제 얘기를 해서 잘 알고 있다.

“혹시 용병 교체에 대해 아시는 거 없으세요?”

웰릭스을 진정 시켜시키기 위해 김호기한테 물었지만, 설마 이거까지 알 거라곤 생각 안 했다.

“어. 알지.”

“... 모르는 게 뭐에요?”

“농담이야 농담. 내가 설마 용병 사정까지 알까?”

하지만 전혀 농담같이 안 들렸다.

“진~짜 몰라.”

저 정도로 격하게 부정하는 거면 알 것 같은데.

그래도 부정적인 걸 들었으면 저런 반응은 아니겠지.

“괜찮아요?”

“... 아니. 전혀.”

웰릭스를 가까이서 보니 안 그래도 흰 피부가 더 창백해 보인다.

하필 통역도 없어서 대화하기 힘들었지만, 이럴 때 쓰라고 강기호가 팁 몇 가지를 알려줬다.

“혹시 아기 사진 볼 수 있어요?”

“당연하지!”

방금까지 불안해하던 기색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곧 바보 한 명이 내 앞에 나타났다.

“보여? 이 작고 귀여운 손이 내 새끼손가락을 감싸 쥘 때 그 묘한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해. 얼마 전에 아빠라고 하는 영상이 있는데, 오마이 갓. 그걸 실제로 들었어야 했는데. 아, 영상 보여줄까? 오, 이거 봐봐 처음으로 몸을 뒤집었을 때....”

영어 공부라곤 고등학교 때 했던 게 전부인 나한텐 너무 어려운 회화였지만, 가만히 내버려 둬도 혼자 잘 말해서 편했다.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을 줄이야.

원래 딸을 낳으면 다 바보가 되는 걸까?

“... 그러니까 내 말은 아무리 남자가 나이를 먹어도 결국 아이를 낳아봐야 진짜 남자가 된다는 말이야. 헤이, 킴. 내 말 듣고 있지?”

“그럼요.”

“그래. 그래서 계속 말하면....”

뭐, 긴장은 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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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의 선발 투수는 최지용이었다.

벌써 10년 넘게 국가대표 에이스로서 메이저리그에도 도전했던 선수.

하지만 실패 후 2년 만에 돌아왔다.

복귀 후에 조금씩 기량이 하락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그래도 국내에선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솔직히 같은 팀 투수의 공을 타석에서 볼 일은 1년에 많아야 한두 번이 전부다.

끽해야 캠프 청백전 정도?

그 외엔 볼 일이 없으니 돌핀스도 우리처럼 부랴부랴 정보만 보고 왔을 거다.

-딱!

“아웃!”

맥 없이 땅볼로 물러나는 돌핀스 타자들을 보고 있자니 남 얘기 같지 않다.

우리는 최지용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난 투수를 상대할 일은 없으니까.

“스트라이크 아웃!”

결국 최지용이 2K를 기록하며 1회를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내가 인상 깊었던 건 최지용보단 포수인 양준이었다.

특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중계 화면에 잡힌 양준의 프레이밍은 정말 수준이 달랐다.

첫 번째 삼진 장면에서 두 번째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면서 타자가 불리해지자, 곧바로 변화구로 타자를 끌어들이는 볼 배합이 인상 깊었다.

단순히 스트라이크 한 개라고 볼 수 있지만 수 싸움에서 그 한 개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타자는 쫓길 수밖에 없고, 투수는 그만큼 여유를 찾는 거니까.

물론 모든 포수가 양준처럼 자연스러운 프레이밍을 구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스트라이크를 볼로 만드는 포수도 존재한다.

그래서 포수 중엔 프레이밍보다 기본에 충실 하자는 포수도 많다고 들었다.

강기호가 내게 제시한 길도 비슷했고.

그렇게 양준의 프레이밍을 분석하다 보니 어느새 돌핀스의 1선발, 존 그레이가 마운드에 올라와 있었다.

“존 그레이랑 이규영···. 재밌겠네.”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대표이자 돌핀스의 영원한 1번이라는 소리를 듣는 중견수 이규영과 돌핀스의 에이스, 존 그레이의 만남.

국가대표가 아니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대결이었다.

승부는 쉽게 났다.

맞춰 잡는다는 건 적극적으로 존 안에 공을 넣는다는 말과 같다.

2구를 툭하고 밀어 친 이규영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근데 돌핀스 중견수가 이규영이었다면 아마 잡지 않았을까?

“이야, 이규영이 다음이 최건우, 김규완, 주호 행님? 이번 국대 미칬네.”

채지훈의 말한 네 명 외에도 챌린저스 김민주, 돌핀스 유격수 우오준, 양준, 서도하, 그리고 피닉스의 황인재까지.

어느 팀을 가나 주전 자리는 기본으로 따놓은 선수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내일 저 라인업을 상대로 맞서야 하는 배터리가 나와 웰릭스였고.

새삼 웰릭스가 왜 그렇게 긴장했는지 이해가 됐다.

아마 100에 90명은 우리의 패배를 확신하겠지.

10명은 공은 둥그니까 모른다에 걸 거고.

우리의 승리를 자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지.’

저런 라인업을 상대할 수 있는 건 흔히 있는 기회가 아니다.

최대한 많은 걸 얻어내야 한다.

그걸 위해서 경기를 보면서 채워가고 있는 노트를 더욱 빼곡히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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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국가대표의 3대1 승리로 끝이 났다.

최지용은 6이닝 1실점.

돌핀스는 비록 패했지만, 확실히 존 그레이가 왜 1등 팀의 에이스인지 증명했다고 본다.

수비의 핵심인 센터라인 중 유격수와 중견수가 빠졌음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고, 그 강타선을 7이닝 2실점으로 막아냈다.

비록 미국 대표팀 승선엔 실패했지만, 올해가 끝나면 메이저 도전을 할 거라는 소문이 절대 허황된 게 아니란 걸 실력으로 보여줬다.

다른 팀 선수의 칭찬은 이쯤 하고.

그 존 그레이를 상대로 1회 투런 홈런으로 존재감을 뿜어낸 게 강주호였다.

괜히 별명 중 국가대표 4번 타자가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숙소에 와서 그 강주호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는 중이었다.

“파란색이 없네. 죄다 빨개.”

“뭐가?”

“이거.”

이호민의 질문에 스트라이크 핫콜드 존을 보여줬다.

그나마 몸쪽 낮은 공과 바깥쪽 낮은 공이 하얗긴 한데, 그 코스가 하얀 게 문제다.

이게 정녕 2년 뒤 은퇴를 앞둔 타자의 스탯이 맞는 걸까.

“그런 타자 데리고 4년 동안 가을도 못 간 마린스가 더 대단한 거 아닐까?”

“인정”

웃긴 했지만, 제 얼굴에 침 뱉기였다.

그 뒤로도 시뮬레이션을 몇 번 해봤지만, 도통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답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갔다.

“내 약점을 말해달라고?”

“예.”

“넌 어째 날이 갈수록 뻔뻔해진다?”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포수는 뻔뻔해야 한다고 강기호한테 배웠다.

“사실 농담이고 선배님한테 인사드리려고 찾아온 겁니다.”

“됐다. 오자마자 그렇게 말한 주제, 뭐?”

“그래도 제가 힘내시라고 고기도 사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제가 후배님 지갑 생각해서 적당히 먹었지 않았습니까.”

“적당히요?”

4명이 20인분이 나왔는데 그게 적당히였어?

심지어 난 3인분 먹고 끝냈는데?

놀랄 일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양준이가 너 좀 보고 싶다더라.”

“양준 선배님이요?”

“그래. 그니까 내일 경기 시작 전에 한번 와봐. 다 소개 한 번씩 해줄게.”

사실 허하준과 강주호, 그나마 이규영을 제외하면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선수들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래. 내일 경기 있으니까 빨리 가서 자.”

“그래서 약점은....”

“꺼져.”

“넵.”

생각했던 건 아니었지만, 나름의 수확은 있었던 방문이었다.

다음 날, 경기 시작 전 국가대표 더그아웃에 찾아갔다.

“아, 너가 수호구나?”

“옙. 김수호라고 합니다!”

“얘 별명이 리틀 강주호야. 나중에 국대 오면 알아서 잘해줘. 알지?”

“흐흐흐. 저희가 선배님한테 당한 거 그대로 해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

괜찮은 거 맞겠지?

그렇게 다들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양준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김수호라고 합니다!”

“어, 반갑다.”

양준과 손을 잡았을 때, 깜짝 놀랐다.

맞는 미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손이 엄청나게 두꺼웠다.

“하준이랑 이번에 3연속 완봉승했다고 했나?”

“예. 맞습니다.”

“그래? 잠깐 와볼래? 주호야, 얘 좀 빌린다.”

“어.”

양준이 데려간 곳에는 이번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러 나라 선수들의 정보가 있었다.

“네가 만약 올림픽에서 하준이랑 배터리를 하면 이 선수들, 어떻게 잡아낼래?”

생각도 못 했던 질문이었지만, 답은 금세 나왔다.

“포심과 스플리터만 있어도 전부 다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게 끝?”

“예. 허하준 선배의 공은 처음 본 타자가 쳐낼 만큼 가벼운 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맞지.”

양준이 무슨 의미에서 물어봤는지는 모른다.

근데 내가 글씨로 된 정보를 보고 볼 배합을 짜낼 만큼 경험이 많지 않았다.

전날 정보들을 머리에 욱여넣고 그걸 바탕으로 경기 전 분석팀과 투수와 함께 볼 배합을 의논하고, 마지막으로 투수의 공을 직접 받아보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양준이 이런 과정에 대해 모를 리 없겠지만, 그냥 저렇게 대답하는 것보다 허하준을 믿는다는 말이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고.

포수를 한 기간이 길진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허하준 정도 되는 투수의 공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거다.

물론 곧 그 투수를 상대로 내가 타격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래? 알겠다. 얼른 가봐. 곧 경기 시작하겠다.”

“옙. 고생하십쇼!”

얼른 인사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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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가 나간 후 양준은 허하준을 찾아갔다.

“하준아. 너 수호 상대로 던져본 적 있냐?”

“아직 없습니다.”

“그래?”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냥.”

김수호가 했던 대답, 비록 양준이 생각했던 답과 거리가 있었지만.

“재밌겠다 싶어서.”

강주호와 허하준이 입이 닳도록 칭찬한 재능이 과연 자신이 한 말을 이겨낼 수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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