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29화 (29/203)

29화 vs 국가대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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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의 광팬, 박민수는 순간 자기 눈을 의심했다.

“강주호, 강기호, 허하준에 김수호!?”

“뭐? 어디 어디!”

마린스 팬들 사이에서 이번 원정 9연전은 사실상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의미와 같았다.

물론 직전에 있던 돌핀스와 홈 3연전에서 위닝을 따내긴 했지만, 그건 1년에 한 번 나올법한 대역전극과 허하준의 노히트노런이 있었으니 우연이라 생각했다.

9연전 성적에 대한 기대는 잘해야 반반, 정배는 3승 6패.

이것마저도 희망 사항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까고 보니 서울 챌린저스와 수원 나이트를 상대로 위닝, 심지어 광주 울프즈 상대로 스윕 승을 거뒀다.

혹시 하는 생각으로 광주까지 원정 응원을 온 박민수와 그 친구들은 오랜만에 보는 스윕승과 완벽한 투타(비록 투수는 허하준이 전부였지만)의 조화에 행복해하며 고기와 술을 마시기 위해 식당으로 왔다.

그리고 그 네 명을 발견한 것이다.

“지금은 안 되겠지?”

퇴근길에 사인을 받긴 했지만, 사진은 못 찍었다.

하지만 무언가 진지하게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차라리 밥을 다 먹고 나갈 때를 노리기로 했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김수호 일행을 살피던 그때, 드디어 얘기가 끝났는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내가 갔다 올게.”

단체로 찾아가면 너무 부담스러울까 봐 박민수가 자진해서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저, 김수호 선수.”

“어....”

그나마 신인인 김수호에게 먼저 말을 걸어서 사진 촬영이 가능한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김수호가 대답 대신 박민수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아! 맞죠? 제 유니폼.”

“예예! 맞습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 했던 박민수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었다.

“유니폼?”

옆에 있던 강기호가 김수호의 설명에 감탄했다.

“이야, 대단하시네. 2군 선수 유니폼 사는 게 쉽지 않은데.”

“감사합니다.”

“거기에 수호 데뷔 날 딱 직관 와서 사인받은 거면 평생 팬 해야겠네.”

“어휴, 당연하죠. 오늘도 김수호 선수 유니폼 하나 또 샀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박민수가 조심스럽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가게 안은 소란스러워서 나가서 촬영하기로 했다.

“야, 나가자.”

“됐어?”

“어. 다 찍어준대.”

“아싸. 개이득.”

박민수가 서둘러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밖에서 선수들을 기다렸다.

“야, 김수호가 계산하는데?”

“어? 진짜네?”

연봉을 몇억씩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저 연봉을 받는 선수가 계산하는 장면은 쉽게 보기 힘들었다.

계산을 마친 김수호와 일행이 밖으로 나오자, 박민수 일행과 사진을 찍었다.

“저, 김수호 선수.”

“예?”

“계산 혹시 김수호 선수가 하신 건가요?”

선 넘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아, 예. 선배님들 국대 가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쏘기로 했습니다.”

“아, 정말요? 대단하시네요.”

그 말에 유니폼을 하나 더 사야겠다고 생각하곤 진짜 궁금했던 걸 물었다.

“김수호 선수도 국대 가시나요?”

“저요? 아뇨? 전 예비엔트리에도 없을걸요?”

예비엔트리는 보통 대회가 열리는 당해 4월에 나온다.

그때 김수호는 2군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할 때였으니 예비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물론 예비엔트리에 없어도 발탁이 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김수호가 두각을 드러낸 시기가 최근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아···. 그렇죠. 근데 제가 이런 기사를 봐서요.”

박민수가 급하게 인터넷을 켜서 한 기사를 찾아서 보여줬다.

[김수호가 국가대표로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수!]

“혹시 예비 포수라도 국대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기사를 찬찬히 읽던 김수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양준 선배님이 부상당하고 김목근 감독님이 절 마음에 들어 해서 다른 포수 선수들을 제치고 제가 뽑힌다? 거의 소설인데요?”

“그... 그렇죠?”

머쓱해진 박민수가 급하게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계속 잡아둘 순 없기에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한마디 내뱉었다.

“오늘 승리 정말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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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 끝나고 강주호, 강기호, 허하준, 김수호 만난 썰]

(사진)

허하준 선발이길래 친구들이랑 보러 왔는데, 경기 끝나고 고깃집에서 만남 ㅋㅋㅋ

너무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어서 밥 다 먹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는데 흔쾌히 허락해줌.

그 와중에 김수호가 데뷔 날 유니폼에 사인받은 거 기억해줘서 존나 좋았음.

거기다 계산까지 본인이 하더라 ㄷㄷ.

선배들 국대 간다고 본인이 쏘는 거래.

인성까지 완벽한 김수호 유니폼 사라.

ㄴ 이 새끼 진짜 운 존나 좋네.

ㄴ 걍 운을 타고남···.

ㄴ 와 조합 봐 돌았네.

ㄴ 김수호 덩치 작은 줄 알았는데 걍 떡대 지리긴 한다.

ㄴ 리틀 강주호라고 부르니까 둔할 거 같은데 생각보다 달리기 빠름

ㄴ 보기만 해도 든든하네. 후반기에도 이번처럼만 하자!

ㄴ 그럼 꼴찐데?

ㄴ 아니 9등이다 ㅋㅋㅋㅋㅋ

ㄴ 돌) 그거나 그거나 ㅋㅋ 귀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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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호와 허하준은 곧바로 서울로 갔다.

김목근 감독이 워낙 엄해서 내일까진 캠프로 가야 한다고 들었다.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쓰였지만, 텅텅 빈 내 지갑을 보자 그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떻게 남자 넷이서 20인분을 먹을 수 있는 거지?

“우리도 가자.”

원래 강기호는 예정에 없었지만 날 혼자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이유로 합류했다.

우리는 하루 자고 부산으로 출발한다.

다행히 숙소는 허하준이 잡아줬고,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휴식기 일정에 대해 들었다.

“일단 내일은 휴식. 푹 쉬고 화요일부터 나오면 된다.”

이번 휴식기는 우리 팀에게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일단 직전 성적도 좋았고, 9등도 탈환했다.

분위기가 끊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다들 많이 힘들어했다.

주전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출장해야 했고, 작은 부상은 최소 하나씩 안고 살았다.

나도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훈련과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확실히 2군 경기가 1군보다 널널하다는 걸 깨닫게 된 2주였다.

이래서 시즌이 끝나고 포수를 준비하려고 한 건데.

그래도 후회는 없다.

하지만 강기호의 다음 말은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내 훈련을 더 추가겠다는 말이었다.

“프레이밍이요?”

“그래. 이번 휴식기 동안 기초라도 배워보자.”

그동안 배우고 싶다고 말해도 들은 척도 안 했던 강기호가 먼저 말을 꺼낼 줄이야.

“뭘 그렇게 보냐?”

“아뇨. 갑자기 생각이 바뀌신 이유가 궁금해서요.”

“이유야 간단하지.”

“뭔데요?”

“네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고 결정한 거야.”

“예?”

“훈련이 아무리 빡세도 다 소화하고, 밤새워서 공부하는 것도 보이고, 그렇다고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고. 그런 놈이 더 배우고 싶다는데 도와줘야지.”

“아....”

“설렁설렁할 생각이면 애초에 시작도 안 하는 거 알지? 지금이라도 힘들 거 같으면 말해.”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내 대답에 강기호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훈련을 더 한다고 했는데 좋아하는 놈은 얼마 없을 거다.”

“저도 제가 이런 줄 몰랐습니다.”

진심이다.

고등학교 때 굳이 나서서 훈련을 더 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그냥 황인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됐다.

개인이든 팀이든 성적이 잘 나왔고, 그것만으로도 만족했으니까.

하지만 프로에 와서 많은 것이 변했다.

승리도 승리 나름이라는 걸 배웠다.

최선을 다했을 때 쟁취한 승리와 거저 얻는 승리.

같은 1승이지만 만족감이 달랐다.

내 재능을 알아봐 주고, 인정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승리야말로 무엇보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게 장기판의 말과 사람의 큰 차이점 아닐까?

황인재하니까 생각났는데 국대에 들어갔다 걸 보면 확실히 난놈이긴 하다.

“다 왔다. 들어가자.”

택시가 숙소에 도착했고, 허하준이 잡아준 호텔에 들어갔다.

역시 비싼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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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왔니? 밥은 먹고 온 거니?”

“예. 코치님이 사주셨어요.”

2주일 만에 돌아온 집.

긴 시간도 아니고 그다지 변한 건 없었다.

한 가지만 빼고.

“이게 다 뭐에요?”

“네 아버지 회사 사람들이 부탁한 거. 꼭 사인 좀 해달라고 하더라. 에휴.”

방에 들어가자 유니폼이며 야구공이 잔뜩 있었다.

뭐, 엄마한텐 가전 세트로 효도했으니 아빠한테 이 정도도 못해 드릴 리가.

효도한다는 마음으로 전부 사인을 했다.

지난 2주 동안 내가 잘하긴 했나 보다.

사인을 하고 오랜만에 온 집에서 종일 푹 쉬니까 어느새 하루가 후딱 지나갔다.

짧은 휴식은 끝났고, 이제 다시 승리를 위해 노력할 시간.

3주라는 시간이 긴 것 같지만, 무언가를 새로 익히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어쩌면 휴식을 취하는 게 더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패배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승리를 맛보자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나도 강기호와 함께 본격적인 프레이밍 훈련에 나섰다.

“자, 내 뒤로 와서 잘 봐.”

강기호가 배팅머신에서 날아온 공을 잡더니 나에게 물었다.

“어때?”

“완전히 멈춰서 잡네요.”

“맞아. 지금 네가 잡는 방법이지. 아, 이게 안 좋은 건 아니야. 오히려 심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지.”

볼 판정은 야구를 보는 모든 사람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만큼 심판도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데, 공을 정확히 받아주면 그 피로감이 덜해서 좋아한다고 한다.

“심판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잡아주면 분명 좋게 판정해주는 심판도 있을 거야. 근데 우리 목적은 심판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게 아니지.”

결국 프레이밍을 하는 건 단 한 개라도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들어서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다.

“프레이밍이라고 해서 그렇게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야. 자, 내 뒤로 와서 봐봐.”

이번엔 프레이밍을 섞은 포구를 보여줬다.

“확실히 다르지?”

“...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나 아직 안 죽었네.”

강기호의 뒤에서 보니 아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정면에서 보자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이제 좀 보여?”

“예.”

“낮은 공은 미트를 낮췄다가 팔 전체를 쓰면서 공이 웹에 들어오는 타이밍에 끌어 올리는 거야.”

다른 코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건 공의 흐름을 어기면서 억지로 끌어오지 말고, 미트의 움직임으로 존에 넣으라는 말이다.

-퍽!

“그렇게 해봤자 심판들이 다 알아!”

-퍽!

“다시!”

-퍽!

“프레이밍만 신경 쓰니까 공을 잡을 때 팔꿈치가 이상해진다.”

강기호의 조언을 계속 들으면서 공을 잡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팔꿈치는 굽히고 미트를 낮게, 편하게 들어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존에 가까이 위치하도록.

-퍽!

“좋아! 한 번 더!”

-퍽!

“... 다음!”

-퍽!

“그만!”

“후우.”

너무 집중했더니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고생했다.”

“벌써 끝인가요?”

“벌써? 임마, 지금 몇 신데.”

시간을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해질 시간이 됐다.

“오늘은 이쯤하고 가자.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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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야구장이 휴식기에도 땀으로 뒤덮을 무렵, 마린스 이정훈 감독이 선수단을 소집했다.

“우리는 이틀 뒤, 고척으로 간다.”

“뭐야? 서울을 왜가?”

“조용히 해라.”

감독의 말에 어수선해진 분위기가 최치호의 말에 단번에 정리됐다.

‘서울 챌린저스와 연습경기라도 잡힌 걸까?’

대다수 선수가 이렇게 생각했는데, 휴식기가 긴 경우엔 팀끼리 연습 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가까운 구단, 마린스의 경우 창원 돌핀스나 대구 에이스와 연습 경기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연습 경기는 보통 휴식기의 마지막 주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고작 며칠이 지났을 뿐이다.

굳이 서울까지 갈 이유를 찾자면 고척이 돔구장이라는 것 정도였다.

이렇게 생각을 한 선수가 많았는지, 최치호가 대표로 물었다.

“대구 에이스나 창원 돌핀스가 아니라 서울 챌린저스와 평가전을 합니까?”

“아니. 다른 팀과 한다.”

그 말을 듣고 몇몇 선수들은 눈치챘다.

현재 고척에서 훈련 중인 팀은 두 팀.

하나는 고척돔을 홈으로 쓰고 있는 서울 챌린저스.

나머지 하나는.

“올림픽 국가대표와 평가전을 진행한다. 김목근 감독님의 요청이 있었고, 단장님과 얘기를 통해 오늘 결정이 났다. 상대 선발은 허하준.”

선발 투수의 이름을 듣자 선수단이 모두 얼어붙었다.

언제나 승리를 보장해주던 투수가 태산이 돼서 등장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도 이정훈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이번 평가전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표팀의 상대로 선발된 건 우리가 보여준 과정과 결과에 대한 보상이다. 만약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으면 절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평가전 상대로 마린스를 반대했던 사람들은 그 이유로 저조한 성적을 꼽았다.

“선발 라인업은 주호 자리에 지훈이가 들어가고 7번, 수호가 6번이다.”

“예!”

“선발 투수는 브릭 웰릭스지만 모든 투수가 등판할 수 있으니 충분히 준비하도록.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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