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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24화 (24/203)

24화 첫인상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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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가 2볼에서 지켜본 건 아마 전략적인 선택이었을 거다.

주자가 1루에 있으면 흔들리고 도루를 잘 내주는 투수, 그리고 2볼이라는 유리한 볼카운트.

가만히 내버려 둬도 자멸할 투수를 위해 방망이를 휘둘러 줄 타자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2루에서 주자가 아웃 되는 순간, 방금 놓친 공이 아른거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김호기는 주자를 잡아낸 이후 내가 요구하는 공을 정확하게 던졌다.

“스트라이크!”

“볼!”

“스트라이크 아웃!”

그걸 이용해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연속 세 번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마저 무난하게 잡아내자 김호기가 제 동기처럼 싱글벙글하며 다가왔다.

“2루에 보내자며?”

“2루에 주자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제가 거슬리더라고요?”

“아오.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선배를 놀려먹냐? 이걸 한 대 칠 수도 없고.”

잇몸을 보이면서 저런 말을 해봤자 신용이 안 간다.

“수호야, 송구 기가 막히더라.”

그 사이 아까 2루에서 공을 받은 최치호가 어깨를 툭 치면서 더그아웃 들어갔다.

이제야 선배들과 좀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 왔을 땐 워낙 분위기가 안 좋아서 먼저 말을 걸기 힘들었으니.

역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에 승리만큼 좋은 게 없다.

내일 경기도 이런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선 점수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6회 초, 4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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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리그는 잘 모르겠지만 KBO 팀의 4선발이라는 건 분명한 공략 포인트가 있다.

김호기의 경우 주자를 이용한 흔들기가 공략 포인트였고, 챌린저스 타자들은 반쯤 성공시켰다.

오늘 경기 챌린저스의 선발, 박민국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따아악!

돔구장이라 울려서 그런 걸까? 잭 미켈의 방망이를 맞고 라인 밖으로 나간 타구 소리가 맹렬하게 울려 퍼졌다.

“캬. 힘 쥑이네.”

채지훈의 중얼거림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보다 큰 체격을 지닌 잭의 파워툴은 리그 최고라고 평가받는다.

그런 타자가 마음먹고 휘둘렀으니, 투수의 표정이 굳는 건 당연지사.

특히 이닝이 지날수록 공이 뜬다는 약점이 있는 박민국으로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따악!

아까보다 간결한 소리.

하지만 타구에 실린 힘은 변함이 없었다.

“아, 까비. 저게 걸리네.”

누구의 말인진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였다.

타구는 중앙 펜스 상단을 맞추고 튀어나왔다.

그래도 잭은 무난하게 2루에 들어왔다.

하지만 5번 타자 김민석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에게 잡히면서 주자는 2루에 묶였고, 김민석만 아웃됐다.

“공이 좀 뜨긴 하는데, 아직 힘이 있어요. 높은 공 기다려봤자 허탕 칠 거 같으니까 그냥 하던 대로 해요.”

“오케이, 접수, 마. 햄이 하는 거 잘 봐라.”

대기 타석에 있던 채지훈이 김민석의 조언을 듣자 뒤에 있던 나한테 한마디 한 뒤 자신만만하게 타석으로 들어갔다.

조언이 정말 유효했던 걸까?

극단적인 어퍼스윙을 하는 채지훈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좌측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힘이 부족했는지 타구는 뻗다가 결국 펜스 앞에서 잡혔다.

채지훈의 타구가 멀리 뻗긴 했지만, 잭의 다리로는 3루로 가는 건 무리였다.

“흐. 한 살만 젊었어도 넘기는 건데. 니는 젊으니까 넘길 수 있제? 함 치바라.”

무사 주자 2루에서 2사 주자 2루로 바뀐 상황.

투수의 구종을 생각하면서 타석에 들어섰다.

2아웃이지만 짧은 안타로는 걸음이 느린 잭이 홈으로 들어오기 힘들다.

그렇다면 최소 2루타는 쳐야 한다는 건데.

경기 전 읽었던 스카우팅 리포트를 떠올렸다.

주자가 2루에 있으면 보통 초구에 변화구를 던진다.

하지만 잭에게 2루타, 채지훈에게도 큰 타구를 허용했을 때 전부 변화구였다.

과연 변화구를 던질 수 있을까?

투수가 사인을 교환하고 공을 손에서 놓는 순간, 본능적으로 방망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따아아악!

배트에서 전해진 진동은 손을 타고 전신으로 전해졌고, 이내 진동이 지나는 곳마다 닭살이 돋았다.

타석에 서서 잠깐 타구를 바라보다가 1루를 향해 뛰었다.

처음엔 1루 코치, 그다음엔 3루 코치, 그리고 홈에서 잭과 이민상까지.

“미친놈 아니야 이거.”

“이걸로 갚았습니다.”

그리고 빛나는 잇몸을 가진 김호기의 축하를 받으며 나를 때리기 위해 기다리는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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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 역전 투런 ㅅㅅㅅㅅㅅㅅㅅㅅ]

ㄴ 와 시발 힘 봐라. 미쳤네.

ㄴ 힘도 힘인데 타이밍이 걍 개쩔었다 ㄷㄷ.

ㄴ 걍 우리 타자들 이름에 싹다 호 붙이자.

ㄴ 최치호....?

ㄴ 사실 이름에 호 들어가는 선수는 많다. 김호기, 박지호.... 그만 알아보자.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우리도···. 이제 홈런치고 도루 잡는 포수 생긴 거야···? 그런 거야···?

ㄴ 컨셉 역겹네 ㅡㅡ

ㄴ 담주에 강주호 돌아오면 타선 지리겠다. 강 – 잭 – 김 – 김 ㄷㄷ 상상만으로 싼 듯.

ㄴ 존나 똥찬데?

ㄴ ㅋㅋㅋㅋ 유격수는 어쩔 건데? 이오준 2군가면 맨날 밉상 봐야 함.

ㄴ 2군에 김수호 같은 유격수 누구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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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의 호투와 김수호의 결승 홈런! 마린스, 챌린저스 상대로 위닝 시리즈 확보!]

[김호기 시즌 첫 QS +. 7이닝 2실점 호투!]

[5년 만에 느끼는 안정감. 김수호 활약 모음!]

[점점 좁혀지는 격차, 마린스 9등 호프스 2경기 차 추격.]

[아, 야속한 아웃카운트 하나. 챌린저스 박민국, 결국 5 2/3이닝 2실점 강판.]

[마린스 감독, ‘김수호 합류 이후 투수들이 안정을 되찾았다. 아직 가을 야구 포기하기엔 일러.’]

[마린스 강기호 코치, ‘내가 알려준 건 몇 개 없어. 나를 뛰어넘는 엄청난 선수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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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한 주가 끝났다.

성적은 승승패 승승패.

챌린저스와 3차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선발로 이번 주 첫 경기에 등판했던 박지호가 등판했다.

허하준이 등판할 수도 있었지만, 체력 안배를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최악이었다.

우리도 상대의 선발을 두드리고 불펜, 대타 등 할 수 있는 걸 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내 성적도 그리 좋지 못했다.

4타석 3타수 무안타 볼넷 하나.

그래도 2차전에 친 홈런과 타점을 생각하면 이번 시리즈는 나쁘지 않았다.

위닝도 땄고.

이제 하루 쉬고 수원으로 향한다.

이번 룸메이트는 강주호.

1인 1실을 쓸 수 있었지만, 직접 강주호에게 부탁했다.

홈런 이후 스윙이 커진 것 같다.

그래서 수정을 도와달라고 같은 방을 쓰자 한 건데.

“... 너 뭐냐?”

“... 왔냐?”

잠깐 나갔다 온 사이 침대에 강주호가 앉아있고 땅바닥에 이주학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일단 강주호가 부탁한 걸 건네줬다.

“선배님. 파스 여기 있습니다.”

“어. 고맙다. 미안한데 좀 붙여줄래?”

강주호가 웃옷을 벗자 선명하고 빨간 손바닥 자국이 보였다.

그러자 이주학이 움찔하더니 고개를 푸욱 박았다.

“네 동기 손맛이 죽이더라. 아주 홈런을 100개씩 치겠어? 어?”

“... 정말 죄송합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이오준이 일요일 경기에도 실책을 범하자 결국 2군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민상 한 명으로 경기를 치르기엔 공, 수 양면에서 부족했다.

그 공백을 이주학이 채우게 된 것이다.

실제로 2군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시즌 초, 이오준 만큼이나 실책이 잦던 모습은 점점 사라졌고,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타격은 여전히 애매했지만.

그래도 안정된 수비 때문에 나보다 얘가 먼저 콜업 될 거라고 예상했을 정도였다.

아무튼 뒤늦게 합류한 이주학이 짐을 풀고 나를 찾아왔는데,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강주호를 보자 나인줄 알고 냅다 등에 손바닥을 후려갈긴 거다.

그 결과가 이거고.

오자마자 사고라니, 오히려 이주학다웠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아냐. 네가 왜 죄송해. 잘못 저지른 건 저놈인데.”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얼굴에 핏기 하나 없지 않을까?

“고개 들어봐.”

이주학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후. 사내새끼가.”

“죄송합니다.”

“임마. 내가 화난 게 나한테 이런 짓을 해서 그런 거 같아?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선은 지켜야 하는 거야. 나 말고 네 동기한테는 이래도 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반가운 건 알겠는데, 다른 식으로 하란 말이야. 후. 수호야, 타격 폼 보는 건 다음에 하자. 쟤 좀 달래줘라.”

“넵. 쉬고 계세요. 야, 따라와.”

이주학이 강주호한테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왔다.

“... 하. 나 그냥 죽을까?”

“헛소리 그만하고 이거나 마셔.”

호텔 앞 자판기에서 산 음료수를 건네줬다.

“아니, 거기서 왜 강주호 선배가 나오냐고···.”

“그러니까 누가 그런 장난 치래?”

“나만 했냐? 나만 했냐고!”

2군에서 이호민까지 셋이 살 때 종종 했던 거라 맞는 말이긴 하다.

“그냥 운 없다 하고 넘겨. 강주호 선배님 이런 거 신경 쓰는 사람 아니다.”

“흐아. 엄마한테 1군 올라갔다고 자랑 엄청 했는데···.”

아예 들을 생각을 안 하네.

뭐, 다른 건 몰라도 멘탈 하난 기가 막히니까 알아서 괜찮아지겠지.

사소한(?) 헤프닝이 있긴 했지만, 세 명의 룸메이트가 1군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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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동기, 오자마자 거하게 사고 쳤다며?”

“들으셨어요?”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고 있는데 오늘 선발 등판인 허하준이 실실 웃으면서 다가왔다.

“좀 달래줬어?”

“예. 멘탈 하나는 튼튼한 놈이라 괜찮아요.”

튼튼한 멘탈이 아니었다면 2군 수비 코치님의 지옥 펑고를 버티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오늘 계획은?”

“오늘 뭐, 적당히 던지고 적당히 치면 되지 않을까요?”

“쉽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수원 나이트는 만만한 구단이 아니다.

치열한 1위 경쟁을 하는 창원 돌핀스와 서울 프렌즈.

그 바로 아래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는 팀이 바로 수원 나이트였다.

직전에 만난 서울 챌린저스는 4위였고, 5등 인천 스타즈, 그리고 이번 주말 원정 경기에서 만날 광주 울프즈는 6위다.

그 아래로 대구 에이스, 대전 피닉스, 서울 호프즈, 그리고 우리.

꼴등인 마린스 입장에서 어디 하나 만만한 팀이 없지만, 이번 원정에 만나는 팀들이 전부 상위권이다 보니 지옥의 원정 9연전이라고 부른다.

물론 모두의 예상을 깨고 위닝시리즈로 원정을 시작하면서 상당히 좋은 출발을 했지만.

어쨌든 우리로선 챌린저스와의 마지막 패배를 빨리 털어내야 했고, 그 소임을 수행하기 아주 적합한 선발투수가 대기 중이다.

허하준과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자 어느새 경기 시간이 다가왔다.

“슬슬 갈까?”

허하준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뜨거운 햇볕 아래, 다시 고난의 한 주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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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입니다. 감독님.”

선글라스를 낀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 야구 대표팀의 김목근 감독이 수원 나이트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고맙네.”

“아닙니다. 필요한 게 더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김목근 감독이 끄덕이자 직원이 물러났다.

보통 경기를 볼 때 코칭 스테프와 함께 봤지만, 어차피 엔트리는 확정된 상태.

딱히 부담을 줄 목적은 아니었기에 혼자 방문했다.

오늘 경기의 목적은 국가대표에서 1선발로 활약할 허하준의 컨디션 체크였다.

“허허. 저 친구, 허하준 때문에 마린스로 간다더니 인상이 좋아졌군.”

2028년 올림픽.

지금도 회자 되는 일본과 준결승전.

그 경기에서 허하준에게 반해 고민 끝에 마린스로 간 이정훈 감독을 생각하던 김목근 감독이 경기가 시작되자 느긋하게 관람했다.

1회 초 마린스의 공격은 삼자 범퇴로 끝났다.

나이트 역시 1선발이 출전하는 만큼, 투수전이 예상된다.

그리고 오늘 경기의 주인공, 허하준이 마운드에 올랐다.

“오호. 한 달 전보다 각이 더 살아났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부터 포심으로 기선 제압하더니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으면서 타자를 농락했다.

대미는 역시 스플리터.

쭉 날아오는 듯하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는 언제 봐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눈에 띄는 건 허하준뿐이 아니었다.

“흐음.”

허하준이 잘던지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강기호와 함께한 첫 1년을 제외하면 리그 최고의 투수라는 명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 이유는 단연 한 가지.

포수.

물론 김목근 감독은 단 한 번도 허하준의 실력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의 지휘 아래 국가대표 포수라 불리는 양준과 보여준 퍼포먼스가 그 증거였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모습과 큰 차이 없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나아진 부분이 있었다.

“김수호라.”

머릿속엔 없는 이름이다.

아마 예비 리스트에도 없을 거고.

하지만 고작 1이닝 동안 김수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김목근 감독의 리스트에 오르기 충분했다.

"타격도 잘 하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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