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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9화 (19/203)

19화 리틀 강주호? 리틀 강기호?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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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선발투수의 팽팽한 퍼펙트 행진은 안 좋은 의미로 마린스에서 먼저 깼다.

5회 초 돌핀스 공격.

돌핀스의 4번 타자를 상대로 오늘 경기 첫 체인지업을 던져 땅볼을 유도해 냈다.

하지만 유격수 이오준이 더듬는 사이 1루에 살아 들어가면서 결국 허하준의 퍼펙트 행진은 끝이 났다.

기록은 유격수 실책.

“괜찮으세요?”

당연히 더그아웃에선 나보고 올라가라는 사인을 보냈고 하얗게 질린 이오준과 다르게 허하준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뭐가?”

역시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실책 때문에 주자가 나갔잖아요.”

“뭐 한두 번도 아니고 괜찮아.”

마린스의 에이스 자리가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 걸까, 아니면 이런 사람만 마린스의 에이스를 할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을 품은 사이 허하준이 먼저 볼 배합 얘기를 꺼냈다.

“다음 타자, 스플리터는 줄이고 슬라이더 위주로 가자.”

“예. 그렇게 할게요.”

그 이후에 시시덕거리면서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왔다.

돌핀스의 5번 타자는 외국인 용병으로 전형적인 공갈포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연속으로 슬라이더를 3번 던지자 허하준이 왜 슬라이더 위주로 가자 했는지 이해했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아웃!”

“FUXX”

뜨거운 햇볕 아래 앉아있는 내가 불쌍했는지 시원한 선풍기로 열을 식혀준 타자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아마 노림수가 포심 아니면 스플리터였겠지.

이런 스타일에겐 굳이 노리고 있는 공을 던질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웠다.

후속 타자에겐 스플리터 타이밍에 체인지업을 섞었다.

다시 한번 유격수 방면으로 가는 땅볼.

“아웃!”

“아웃!”

이번엔 무난하게 병살을 잡아낸 이오준이 허하준에게 다가가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결국 이번 이닝에 세 타자만 상대하긴 했지만, 허하준의 퍼펙트는 깨졌다.

음. 우리도 이제 존 그레이의 퍼펙트를 깨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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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하준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건 존 그레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5회까지 퍼펙트를 완성한 존 그레이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

“맘에 안 드네.”

“예?”

“점마 저거 언제까지 저렇게 둘 건데.”

클리닝 타임에 가볍게 몸을 풀고 돌아와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데 옆에서 강주호가 중얼거렸다.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네가 왜?”

“전 오늘 첫 선발 출전인 9번 타자인데요?”

“네 별명이 뭔데.”

“리틀 강주호요.”

“근데 가만히 냅둘라고?”

“그건 아니죠.”

“원래 저런 놈들이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다음 이닝에 한 번 보여줘.”

“예.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늘 존 그레이의 공은 정말 좋았다.

투심은 살아 움직이는 듯 끝까지 변화가 일어났고 체인지업은 던질 때부터 투심과 분간이 잘 안됐다.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다는 뜻인데, 이 수준의 투수는 처음이다.

간간이 다른 변화구를 섞긴 했지만 결국 공략하려면 저 두 공을 쳐야 한다.

차라리 상대 투수의 공이 좋다면 보고 치는 것보단 노림수를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스트라이크 아웃!”

물론 지금 돌핀스 타자들처럼 노림수를 가져도 허무하게 삼진을 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걸로 벌써 10K.

돌핀스의 7, 8번 타자가 순식간에 삼진과 뜬공으로 아웃을 당하고 9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볼!”

“스트라이크 아웃!”

3구 때 던진 스플리터를 참아냈지만, 연속으로 던지자 결국 참지 못하고 방망이를 냈다.

이걸로 11K째.

“하준아! 너밖에 없다!”

“허하준! 허하준! 허하준!”

"허하준! 사랑해!"

마린스 팬들의 환호와 함께 이제 경기는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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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말 마린스 공격은 7번 타자 이준부터 시작했다.

이준은 공을 최대한 지켜보는 스타일의 타자.

그 강점이 어제 경기 후반에 잘 드러났지만, 이번 경기에선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투수의 먹잇감에 불과했다.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공 4개 만에 삼진 아웃.

바로 직전에 실책을 했던 이오준이 비장한 표정으로 타석에 섰지만, 3루수 앞으로 가는 땅볼로 아웃 됐다.

내 차례가 되자 타석에 들어섰다.

노림수는 간단하다.

이번 경기에서 좋은 타구를 날렸던 건 나 하나 뿐.

하지만 퍼펙트가 진행 중이니 도망가는 피칭을 하진 않을 거다.

그러면 결국 투심 아니면 체인지업이라는 건데, 이전 타석에 정타를 허용했던 투심보다 체인지업을 좀 더 자신 있어 하지 않을까?

일단 초구부터 자신 있게 휘둘렀다.

“스트라이크!”

투심에 헛스윙이 되긴 했지만,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투심에 강하게 휘둘렀다.

“스트라이크!”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래로 꺾여 헛스윙이 됐다.

카운트가 몰렸지만 이 정도면 밑 작업은 충분하다.

강주호가 어제 내게 해줬던 조언이 바로 내가 찾아낸 공략 포인트였다.

초구부터 휘둘러라.

그리고 방심을 끌어내라.

어제 홈런을 친 내 스윙이 커졌고, 이전 타석에서 투심을 맞춰 장타성 타구를 날렸다는 걸 상대 배터리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이제 원하던 공이 오기를 기다릴 뿐.

“볼!”

완전히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보내고 4구.

-따악!

바깥쪽 낮게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그대로 툭 갖다 맞췄다.

힘이 실리지 않아 애매했지만, 결국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가 됐다.

“김수호! 김수호!”

1루 베이스를 밟자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고 있는 팬들의 행복해 하는 표정이 하나하나 보였다.

그들을 향해 손을 한 번 흔들었다.

1루수가 탐탁지 않게 보고 있었지만, 원래 세레모니란 그런 거다.

“잘했다.”

1루 코치가 칭찬하며 주루에 대해 말해줬다.

이걸로 기록은 깨졌고, 이제 경기는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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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타자 박은성이 볼넷을 얻어내며 존 그레이가 흔들렸지만, 최치호의 강한 타구를 이규영이 올해의 수비로 뽑힐만한 수비를 보여주며 아쉽게 이닝이 끝났다.

저 사람도 진짜 대단하다.

이게 센터 라인의 중요성인가?

“선배님이 말한 대로 보여줬습니다.”

“잘했다.”

더그아웃에 돌아와 강주호에게 자랑 한 번 하고 곧바로 장비를 착용했다.

이닝이 바뀌는 동안 조금의 쉴 시간도 없는 포수는 고달프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강기호가 와서 장비 착용하는 데 도움을 줬다.

“감사합니다.”

“잘하고 있으니까 이대로만 하자.”

강주호와 강기호의 배웅을 받고 나니 허하준이 기다린다.

이거, 생각해보면 엄청난 호사네.

심지어 허하준의 퍼펙트는 깨졌지만, 노히트노런은 진행 중이다.

그런 투수가 포수를 기다려주다니.

현실을 자각하자 심장이 빨리 뛴다.

첫 선발 출장에 노히트노런 포수?

멋진데?

“무슨 생각 해?”

“오늘 저녁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하준의 말에 차마 대놓고 노히트노런 생각 중이라는 말을 할 순 없었다.

“선배님은요?”

“나? 노히트도 롤렉스 사줘야 하나 고민 중인데? 알아?”

하지만 이 사람은 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결국 내가 졌다는 걸 시인하고 경기장으로 나갔다.

“롤렉스 말고 공에 사인이나 하나 해주세요. 부모님이 받아오라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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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하준의 롤렉스에 대한 고민은 허언이 아닌지 공이 더 날카로워졌다.

이규영부터 시작한 돌핀스의 상위 타선도 힘을 못 쓰고 물러났다.

그리고 이어진 7회 말.

존 그레이가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리자 결국 돌핀스는 필승조를 가동했다.

“내 말이 맞지? 원래 저런 타입은 기록이 깨지면 흔들리게 돼 있어.”

강주호의 해설을 들으면서 열심히 응원했다.

어제부터 강주호가 말하는 대로 되는 걸 보면 은퇴하고 해설위원이 아니라 점집을 차려야 할 것 같다.

어쨌든 강주호가 빠진 중심 타선엔 한방이 부족했다.

결국 무사 1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8회 초에 들어섰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상대는 돌핀스의 중심 타선.

하지만 정말 신 들린 허하준의 공은 나도 잡기 힘들 정도로 미친 듯이 떨어졌고, 중간에 낫아웃 하나가 있었지만 빠트리는 일 없이 전부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걸로 오늘 경기 15K.

이닝당 삼진을 2개 꼴로 잡아내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투구수는 이제 막 100개가 넘은 상황.

하지만 불펜 중 누구도 준비하는 선수가 없었다.

“수호야. 잠깐 와봐.”

“예!”

적막이 휩싸인 더그아웃에서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허하준의 목소리에 즉각 달려갔다.

더그아웃은 흔한 파이팅 없이 조용했다.

에이스인 허하준의 기록이다.

만약 자신 때문에 깨진다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다.

특히 아까 실책을 해서 퍼펙트를 깨트린 이오준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있었다.

그 사람들을 뒤로 하고 허하준에게 갔다.

“9회, 맞춰가는 투구로 가자.”

“예? 그래도 될까요?”

마린스의 수비를 생각하면 그냥 맞춰 잡는 게 낫지 않을까?

볼넷은 내줘도 되지만 안타의 위험도 있고.

“어. 슬슬 힘들어. 아까도 제구가 안 됐어.”

스트라이크 낫아웃을 잡았던 공을 말하는 거였다.

“예. 그럼 차라리 다른 변화구를 섞을까요?”

잠시 고민하던 허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스플리터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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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말 공격은 7번 타자 이준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오늘 무안타인 이준 대신 거대한 덩치가 들어섰다.

“강~ 주호! 강~ 주호!”

강주호가 등장했을 때 하는 특유의 응원법과 함께 마린스 응원석이 들썩인다.

그리고 결국 강주호가 볼넷을 얻어내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따악.

강주호는 곧바로 대주자로 교체됐고, 8번 타자 이오준은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수평으로 눕혀진 방망이에 닿아 완전히 힘이 죽은 공이 3루로 굴러갔다.

1루에선 아웃이 됐지만 주자는 안전하게 2루에 들어갔고, 내 시야에 경기를 앞서갈 주자가 보였다.

감독님은 교체 사인을 내지 않았고, 그대로 타석에 섰다.

‘우완 사이드암에 140km 후반 포심과 슬라이더.’

경기 전에 죽어라 머릿속에 넣었던 정보.

드디어 그 정보가 도움이 될 차례가 됐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포심이 바깥쪽으로 들어왔다.

글자로 보는 것과 실제로 투구하는 건 달랐다.

내 등 뒤에서 나오는 것 같은 공을 쉽게 건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못 칠 정도라고 하면 글쎄?

다시 한번 공은 바깥쪽을 향했고 그대로 흘려보냈다.

“볼!”

다행히 볼이 됐고, 이걸로 볼카운트 1-1.

내 다음 타석은 1번 타자.

아마 피하지 않고 승부를 이어갈 거다.

-따악!

공이 제대로 걸렸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 주저하지 않고 1루로 뛰었다.

이번엔 확신에 차서 손을 흔드는 1루 코치를 지나치고, 공을 확인하며 2루에 서서 들어갔다.

전광판에 들어온 1이라는 숫자.

허하준의 등번호처럼 경기를 끝내기에 완벽한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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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거 3득점.

8회 집중력을 보여준 마린스 타선은 나를 포함해 3득점을 냈고, 이제 마지막 이닝이 시작됐다.

“갈까?”

“예.”

본인의 커리어에 없는 기록.

허하준이 그 기록을 만들기 위해 마운드로 향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여전히 날카로운 각으로 대타로 나온 타자를 삼진 처리.

삼진을 잡아도 팬들은 조용하기 그지 없다.

-따악!

다음 타자가 다소 밋밋하게 들어간 포심을 쳤지만 유격수에게 들어가면서 부드러운 아웃.

허하준이 이오준에게 엄지를 세우자 굳은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

팬들도, 선수들도 숨죽인 순간.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를 몰아넣고 결정구로 던진 스플리터.

다소 일찍 떨어졌지만 타자의 방망이는 맥 없이 휘날렸고 가슴팍으로 막아낸 공을 잡고 그대로 타자에게 댄 순간,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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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3 : 0 창원 돌핀스]

[드디어 찾은 파트너! 허하준, 프로 첫 노히트노런! 역대 16번째!]

[마린스 포수 잔혹사 드디어 끊나? 김수호 선발 출전해 맹활약 펼쳐.]

[허하준, 인터뷰에서 노히트도 포수에게 롤렉스 사주냐 물어.]

[마린스 이정훈 감독, '허하준 정도 되는 투수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기록', '김수호의 포지션은 아직 1루수, 하지만 허하준이 원한다면 전담 가능']

[리틀 강주호? 강기호? 김수호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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