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2화 (12/203)

12화 송곳은 튀어나올 수 밖에 없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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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야구팬 여러분. 오늘 부산 마린스와 창원 돌핀스의 시즌 7차전 경기 여러분과 함께하게 합니다. 저는 캐스터 이명준입니다.]

[반갑습니다. 해설위원 오연석입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1위 돌핀스와 10위 마린스의 경기. 거기에 마린스의 중심인 강주호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돌핀스의 승리에 무게감이 실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강주호 선수가 대타로는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예. 그걸 위해서 오늘 리틀 강주호라 불리는 김수호 선수를 1군으로 불러들였거든요? 오늘 출전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기대가 되는 선수입니다.]

[리틀 강주호라, 듣기만 했는데 벌써 기대가 되는데요?]

[2군 성적이지만 최근 한 달간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신인입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엔 그 황인재 선수와 4, 5번을 나란히 섰던 선수기도 하고요.]

[아, 그렇군요. 김수호 선수에 대한 마린스 팬들이 기대가 상당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도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자, 오늘 경기 라인업입니다. 홈 팀 마린스의 선발 투수 박지호 선수와 이재익 선수 배터리입니다. 1루 채지훈, 2루 최치호, 3루 오준혁, 그리고 유격수 이오준 선수가 내야를 구성합니다. 우익수 잭 미켈, 중견수 박은성, 마지막으로 좌익수 이준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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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두 선배는 별로 긴장되지 않은 것 같다.

“선배님, 얘가 제가 말한 걥니다.”

“아~ 얘가 걔야? 이야, 반갑다.”

좌 하준 우 주호.

훈련장에서 보지 못했던 마린스 투타 기둥이 왜 내 양옆에 있는 거지?

감독님의 연설이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가려는 데 허하준이 다가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더그아웃 구석으로 데려가더니, 강주호 옆에 나를 앉히곤 갑자기 말을 꺼냈다.

내 이름이 얘랑 걔로 강제 개명됐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허하준이야 친분이 있다면 있지만 강주호를 본 건 오늘이 처음, 심지어 바로 옆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얘랑 걔로 불릴 순 없어서 용기 내서 말했다.

“선배님, 제 이름은 얘나 걔가 아니라 김수호입니다.”

“아, 그래? 미안하다. 당연히 알고 있지. 김수호.”

이 말을 내뱉자 몰래 우리를 훔쳐보고 있던 모든 선수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첫날부터 팀의 레전드에게 말대답이라니 같은 표정이다.

하지만 이건 무조건 해야 하는 아주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러니까···.”

선수들의 시선이 모두 나한테 집중된 게 느껴진다.

“사인 한 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꺼낸 건 강주호의 친필 사인과 실착 유니폼 조각이 들어있는 야구 카드였다.

“어, 어?”

“제가 이거 뽑으려고 계약금 1/10을 썼습니다. 언젠가 1군에 와서 선배님께 사인 요청하려고 지금까지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 제발 제 이름 적어서 사인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내 귀에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친 새끼가 하나 들어왔네.”

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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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그 사건 이후 별일은 없었다.

경기는 무사히 시작됐고, 2회가 지나는 시점에 스코어는 0 대 0.

내가 카드에 사인 하나 받으려고 그런 짓을 한 건 아니다.

물론 사심이 없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노력한 거였다.

그 결과 팀 분위기는 아까보다 좀 풀어진 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한 사람한텐 너무 좋게(?) 작용했다.

“수호야!”

“예 선배님!”

“김수호!”

“예! 갑니다!”

“마!”

“넵!”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강주호는 내가 잠시 자리를 뜰 때마다 나를 찾았고, 어느새 강주호 옆자리가 내 자리가 돼버렸다.

“아, 행님. 걔 별명이 리틀 강주호라고 해서 더 챙기는 겁니까?”

“그래? 네 별명이 리틀 강주호야?”

강주호의 백업 1루수이자 베테랑인 채지훈의 말을 듣고 더 심해진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평생 팬이던 강주호의 조언을 들을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싶어 강주호가 하는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귀담아들었다.

“이야, 언제 그런 걸 준비했대? 내 사인 카드는 없냐?”

강주호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허하준이 웃으면서 나한테 왔다.

“하하. 계약금 중에 거의 전부를 부모님께 드려서요.”

“그래도 주호 선배 거 뽑으려면 꽤 썼을 거 아니야. 내건 안 나왔어?”

허하준의 말에 화장실과 연결된 통로를 슬쩍 보고 조용히 말했다.

“사실 오만 원 치 샀는데 운 좋게 나온 겁니다.”

“뭐?”

말 그대로 운이 좋았다.

계약금은 비상금 50만 원을 제외하고 전부 부모님께 드렸다.

그러니까 내 수중으로 들어온 계약금은 50만 원 밖에 없고 그 중 1/10인 5만 원을 썼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아마도.

“선배님한테만 말씀드린 겁니다. 꼭 비밀 지켜주세요.”

내 말에 허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분위기가 좋아졌으면 된 거 아닐까?

옆에 앉은 허하준이 경기를 보면서 물었다.

“그래서 대답할 준비는 됐어?”

“음···. 그게 좀···.”

허하준이 물은 건 내가 어떤 타자인지에 대해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

그거에 대한 답을 물어보는 것이다.

“왜? 아직이야?”

“아뇨. 어느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근데···.”

“근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제가 지금 말했다가 나중에 다른 팀에서 만나면 어떡합니까. 제 약점을 알려주는 건데.”

“뭐?”

내 말에 허하준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재밌다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는 마린스 떠날 생각이 없는데 넌 1군 올라왔다고 벌써 마린스 떠날 생각 하는 거야?”

“저도 딱히 그럴 마음은 없습니다. 저 모태 마린스 팬입니다. 근데 선배님, 그래도 대한민국 에이스면 미국 한 번 가보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국 가면 다른 팀으로 만날 수도 있으니까 못 말하겠다? 안 본 사이에 어깨가 어디까지 올라간 거야?”

“다 선배님 덕분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투수한테 천재 소리 들으니까 자신감이 막 올라가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장난삼아 말하긴 했지만 반쯤 진심이었다.

물론 질문에 대해 답을 하지 못한 건 그런 이유가 아니다.

그냥···. 아직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준비가 안 됐다.

내가 내린 결론은 따지자면 치부 같은 거니까.

"그럼 포수는?"

"아, 일단 이번 시즌은 1루에 집중하려고요."

"음... 그래. 너도 다 생각이 있겠지."

다행히 이 부분에 대해선 더 묻지 않았다.

아무튼 대화는 강주호가 오면서 끝이 났다.

“뭐야? 둘이 무슨 얘기 해?”

“선배님, 얘가 FA되면 다른 팀 갈 거랍니다”

“뭐?”

물론 대답을 안 한 대가를 철저하게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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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오해라고 설득한 후, 잠시 강주호에게서 풀려났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너무 본인이랑만 있었다고 다른 선수들도 만나라는 게 그 이유였다.

어제 인사하긴 했지만, 더그아웃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따로 인사를 했다.

“그래, 리틀 강주호라고? 반갑다.”

이렇게 살갑게 받아준 최치호 같은 선배도 있었고,

“어. 그래.”

경기 중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지 무뚝뚝하게 받는 이준 같은 선배도 있다.

그러는 와중 경기는 치열하게 흘러갔다.

0 대 0으로 소강상태가 이어지던 4회 초, 마린스의 선발 투수인 박지호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박지호는 첫 타자를 잘 잡아내는가 싶더니 후속 타자에게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고, 한 번의 폭투 이후 한 가운데 실투를 던지며 곧바로 홈런을 맞았다.

순식간에 3점을 내주고 다시 안타를 맞으며 위기가 찾아왔지만, 벤치에선 빠른 투수 교체를 단행, 다행히 구원 투수가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돌핀스에 넘어갔던 기세는 곧바로 마린스에게 돌아왔다.

지난 3이닝, 마린스 타자는 단 한 명도 1루를 밟아보지 못했지만 4회 말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1번 타자 박은성과 2번 타자 최치호의 연속 안타, 그리고 3번 타자 오준혁의 완벽하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

연속 세 타자 안타로 1득점과 무사 주자 2, 3루를 만들고 4번 타자 잭 미켈의 희생 플라이.

한 점 더 따라간 1사 2루 상황에서 5번 타자 김민석의 적시타로 동점, 6번 타자 채지훈의 역전 투런 홈런으로 절정을 찍었다.

그 홈런으로 상대 투수는 강판됐고, 본격적인 불펜 싸움이 펼쳐졌다.

박지호의 강판 이후 올라오는 불펜 투수들마다 안타를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6회, 돌핀스가 대거 5득점을 하면서 5 대 8 역전을 했다.

하지만 마린스 타선 역시 다시 불을 뿜었다.

6회 한 점, 7회 한 점을 추가하더니, 8회 잭 미켈 – 김민석의 연속 홈런으로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이로써 스코어는 9 대 8.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에 팬들은 열기는 점점 달아올랐고, 마지막에 결국 역전에 성공하자 결국 막혔던 댐이 뚫린 듯 미칠듯이 응원하기 시작했다.

“우리 팬들 대단하지?”

“예. 더그아웃에서 보니까 느낌이 다르네요.”

나도 마린스 팬이고, 사직에 자주 왔었다.

지금 응원하는 팬들처럼 나도 저곳에서 목이 쉬도록 응원가를 열창했던 추억도 많았다.

하지만 더그아웃에서 보니 어쩐지 가슴이 울렁이는 느낌이 든다.

경기 시작 전에 봤던 것보단 많이 오긴 했지만, 결국 응원석 주변만 겨우 채울 정도였다.

근데 저 정도 수로 이런 응원을 해주다니.

“이런 날 꼭 이겨야 할 텐데.”

하지만 강주호의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다.

9회 초, 한 점을 막기 위해 올라온 마무리 투수 이용기.

하지만 장타 두 번에 동점, 추가 안타로 역전, 폭투로 2루까지 진출한 주자가 다시 안타로 들어오면서 추가점.

여기서 막았으면 좋았겠지만 대신 나온 투수가 마지막으로 투런 홈런을 맞으며 점수 차는 무려 4점으로 벌어졌다.

길었던 9회 초가 끝났지만 사실 따라가기엔 너무 벅찬 점수였다.

팬들도 패배를 직감했는지 그나마 꽉 찼던 응원석에 군데군데 빈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쉬는 시간이 지나고 마린스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

선두 타자는 오늘 타격감이 좋은 3번 타자 오준혁.

바뀐 투수를 상대로 툭 갖다 맞춘 깔끔한 안타를 뽑아내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듯했다.

하지만 찬물을 끼얹듯 4번 잭 미켈의 병살이 나오고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하나.

하지만 5번 김민석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희망을 살렸고, 6번 타자 채지훈의 안타로 2사 주자 1, 3루.

“강주호! 강주호!”

이준의 타석이었지만 팬들이 강주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독은 그대로 이준을 내보냈다.

팬들의 바람과 다르게 이준이 타석에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구장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다.

“악!”

주자가 쌓인다는 부담감 때문일까.

투수의 손에서 공이 빠지면서 이준의 몸에 맞았고, 이로써 9회 말 2사 만루.

하지만 마린스의 타자는 포수 주동훈이었다.

선발 출전했던 이재익은 이미 이전 타석에서 대타로 빠진 상황.

더 이상 마린스에게 남은 포수는 없었다.

여기서 마린스 코치진은 선택해야 했다.

1할이 간신히 넘는 포수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뒤가 없다는 생각으로 포수 타석에 대타를 내야 하는가.

그 선택을 쉽게 만들어주는 결정이 돌핀스에서 나왔다.

“피쳐 교체!”

현재 세이브 공동 2위의 마무리 투수가 이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로 올라왔다.

그러자 강주호 역시 자신의 차례를 직감하고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주호야. 괜찮냐?”

“홈런 치고 천천히 걸어오겠습니다.”

타격 코치의 우려 섞인 말에 강주호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말에 감독이 결정했는지 전광판에서 포수의 이름이 지워지고, 강주호의 이름이 들어왔다.

이로써 마린스는 이 경기에서 전문 포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어차피 아웃 카운트 하나면 경기가 끝나는 건 매한가지.

마린스와 돌핀스는 마지막 승부처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를 냈고 이제 그 결과를 기다릴 차례였다.

강주호가 천천히 타석에 들어섰다.

“강주호! 강주호!”

가장 극적인 순간에 등장한 슈퍼스타.

남아 있던 팬들은 목 놓아 강주호의 이름을 불렀다.

더그아웃에 모든 선수가 전부 강주호의 등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바뀐 투수의 초구.

-따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

강주호의 방망이가 호쾌하게 돌아갔고,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의 목이 너나 할 것 없이 하늘을 향했다.

“강주호! 강주호! 강주호!”

9회 말.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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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빠중 강주호 동점 만루 홈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주장님 ㅠㅠㅠㅠㅠㅠㅠ 제발 은퇴 좀 미뤄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ㄴ 이 홈런 보고 위 아래 전부 흘렸다. 시발. 주장님 사랑해요.

ㄴ 으 개더러워.

ㄴ 진짜 주장님 은퇴식 생각하니까 벌써 눈물 난다. ㅠㅠㅠㅠ

ㄴ 돌) 얘네 왜 강주호를 주장이라 부름? 올 시즌 주장 최치호 아님?

ㄴ 강주호가 주장을 워낙 오래 하기도 했고 가운데 글자 따서 주장임 ㅋㅋㅋㅋ

ㄴ 시바! 이게 x스지!

ㄴ 강주호 홈런치고 천천히 걷는 거 ㅈㄴ 열 받네. 존중이 없냐 얘넨?

ㄴ 니 눈에는 저게 천천히 걷는 걸로 보이냐? 절뚝이는 거지 ㅡㅡ

ㄴ 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봤자 너네 포수 없잖앜ㅋㅋㅋㅋㅋㅋ 이제 누가 포수 봄?

ㄴ 응~ 민상이가 백투백 쳐서 끝낼 거야~ 연장 안가~

ㄴ 현장 빠중) 투수 정면 아웃.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밬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밉상ㅋㅋㅋㅋㅋㅋ

ㄴ 우리···. 비긴 거로 하지 않을래?

ㄴ 마린스 시즌 시팔번째 졋잘싸 도르 수상. 시팔

ㄴ 그래서 포수 누가 보냐 이제 ㅋㅋㅋㅋ...

ㄴ 현장 빠중) 김수호? 얘가 포수 마스크 꼈는데?

ㄴ ?

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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