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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1화 (11/203)

11화 송곳은 튀어나올 수 밖에 없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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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7월은 뜨겁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이자 밤에 에어컨 없이 쉽게 잠들지 못하는 달.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로 스포츠인 야구의 순위 경쟁이 가장 활발해지는 시기기도 했다.

특히 이번 2031년 프로야구는 이변이 많았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항상 바닥을 책임져주던 마린스와 피닉스 중 한 팀이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로 올 시즌, 신인왕을 넘어 MVP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말이 나오는 황인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피닉스였다.

고졸 1년 루키라곤 믿기지 않는 침착함과 실력.

어느새 팀의 4번 타자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와 반대로 마린스는 초반 허하준의 부재가 큰 스노우볼이 됐다.

항상 1승과 긴 이닝을 책임지는 에이스.

에이스의 부재는 결국 패배와 함께 투수진 과부하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허하준이 없는 두 달의 공백과 더불어 포수진의 부침 또한 마린스 투수들의 부담을 가중 시켰다.

치고 올라가야 할 시기에 오히려 부진을 거듭한 결과 팀 성적은 꼴찌로 쳐졌고, 설상가상으로 팀의 중심인 강주호마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상 경도는 낮았다.

일주일.

강주호가 빠진 이번 일주일 결과에 따라 5위 권 팀을 따라갈 동력을 유지할 수 있냐가 판가름 난다.

그 운명의 일주일에 맞춰 마린스도 대비하기 시작됐다.

강주호를 2군에 내려보내는 대신 외야 백업 선수를 2군으로 보내고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1루수 김수호를 콜업했다.

대타로 한 타석 정도 설 수 있는 강주호의 몸 상태를 고려한 선택.

그 덕분에 김수호가 싼 짐은 2군 원정지가 아닌 부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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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냐?”

“포수 섰을 때보단 덜 떨립니다.”

“자식. 그럼 하나도 안 떨린단 소리네?”

부산으로 가는 차 안.

무려 감독님이 직접 운전해서 부산으로 데려다주는 중이다.

정말 괜찮다고 거절에 또 거절했는데 원정 경기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남는다고 하시면서 결국 억지로 차에 타게 됐다.

만약 한 달 전이었다면 이 자리가 꽤 불편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오민기의 방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전날 했던 말에 어느 정도 인과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자리에 같이 있었으니, 눈치가 보일 수밖에.

그래도 감독님은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그 일에 관한 얘기를 하신 적이 없었다.

“수호야. 갑자기 1군 가니까 얼떨떨하지?”

“그건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왜 1군으로 가는 겁니까?”

성적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성적으로 따지면 2군 타자 중 내가 1군에 가는 건 너무 당연한 얘기가 됐다.

지난 한 달.

나는 말 그대로 2군을 폭격했다.

6월 타율 4할, ops는 1.0을 넘겼다.

당장 콜업하라는 팬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1군에는 강주호가 있다.

물론 백업 1루수 자리도 있긴 했지만, 그 선수 역시 베테랑으로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고 들었다.

“내야 유틸리티로 가는 겁니까?”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다른 포지션인데, 난 1루수 말고 할 수 있는 건 포수밖에 없다.

설마 포수를 시키려고 1군으로 부르는 건 아닐 테고.

“주호가 훈련 중 부상 당했다고 하더라.”

“아....”

예민한 주제가 감독님의 입에서 나왔다.

마린스는 더 이상 뒤처지면 안 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강주호의 부상은 그나마 하나 남은 바퀴가 부서진 것과 같았다.

“그래도 일주일이면 괜찮아진다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뛰는 게 불편한 거라 대타도 가능하고. 네 역할은 주호가 대타로 나오면 백업 수비를 보는 거야.”

현재 백업인 1루수가 주전, 대타 강주호, 그리고 난 백업 수비.

아마 이런 그림을 원하고 날 콜업 했다는 소리 같다.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야. 결국 2군에서 아무리 잘 쳐도 1군 성적이 제일 중요하지. 이럴 때 널 테스트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한정된 기회 속에서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다행히도 나는 프로 입단하자마자 그런 상황 속에서 운동을 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창밖에 익숙한 부산 시내 모습이 보인다.

“... 수호야.”

“예.”

“그... 오민기 일 말이다.”

슬슬 이 얘기가 나올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시간이 남아도 감독님이 직접 차를 태워다 주시는 건 힘든 일이니까.

“그 날 용기 내줘서 정말 고맙구나. 네 덕분에 포수들에게 더 죄를 질 뻔했는데 막을 수 있었어.”

감독님이 그날 결장을 한 건 전날 김성준을 만나 오민기에 관해 묻고 들은 걸 현재 부상 중인 포수들에게 확인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확인 결과 나한테 했던 폭언, 욕설보다 수위가 훨씬 높아 결국 방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놈이 했던 말은 담아 두지 마라. 네 재능은 내가 본 어떤 선수보다 빛나니까.”

그 외에도 나한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 감독님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이번 기회를 살려서 2군에서 얼굴 보는 일이 없는 게 가장 좋은 거 알지? 가서 잘하고, 가능하면 시즌이 끝나고 보자꾸나.”

“예.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 정말 고맙고 미안했다.”

무엇에 관한 말한 말은 없었지만, 이해가 됐다.

바쁘신 와중에 날 신경 써주신 감독님께 인사를 하고 사직 구장에 도착했다.

작년, 루키즈데이 이후 첫 방문.

떨리는 가슴을 안고 사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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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 프로 야구의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한다.

특히 10개 구단 중 가장 독이 짙고 강해서 99% 죽는다는 감독 자리가 있는데, 바로 마린스와 피닉스였다.

하지만 그 말은 1%로 살 수 있다는 뜻이고, 독이 강한 만큼 보상도 달콤했다.

1%는 생각보다 큰 확률이다.

로또도 일주일에 10명 가까이 당첨되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그 확률은 현 마린스 감독인 이정훈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물론 감독 탓이 아니다.

매년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이 감독 한 명 바뀌었다고 갑자기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

가뜩이나 무너진 불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 강주호의 부상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수호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온 선수 앞에서 티를 낼 순 없는 노릇.

이정훈 감독이 오늘 2군에서 올라온 뉴페이스, 김수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다. 네가 2군 강주호구나?”

“제겐 과분한 별명입니다.”

드래프트 인터뷰 때문에 장난삼아 지어진 별명이 최근 2군 성적이 심상찮아 보이자 팬들이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리틀 강주호, 2군 강주호 같은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2군에서 잘 치는 타자가 1군에서 부진한 경우가 어디 한 둘인가.

감독도 김수호에게 당장 큰 기대를 안 하고 있다.

김수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백업.

스무 살의 어린 선수가 그저 무사히 1군 데뷔를 치르고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물론 성장할 때까지 자신이 감독인지는 장담 못 하지만.

“흠. 근데 특이한 기록이 있네?”

김수호의 2군 기록을 천천히 살피던 감독의 눈에 이채로운 기록이 보였다.

“아, 제가 임시로 일주일 동안 포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 프로에 오기 전에 포수 경험이 있었니?”

최근 한 달 동안 타격이 4/5/5를 넘을 정도니, 타격에 재능이 있는 건 확실했다.

만약 포수 경험이 있다면 포수로 키워볼 생각까지 했던 감독이지만, 이내 김수호의 대답을 듣고 실망했다.

“아니요. 저번 일주일이 전부입니다.”

“아···. 그래? 경험도 없었는데 고생했네.”

프로에 와서 포수를 배우기엔 당장 마린스 1루 자리도 위태롭다.

미련이 남을 법도 했지만, 마린스에 와서 한 가지 늘어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미련을 손쉽게 버리는 법이다.

포수에 대한 정보는 깔끔하게 지운 감독이 다른 부분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면담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2군 코치진의 평가도 좋았고 실제로 대화를 나눠보니 모난 곳 없이 싹싹했다.

1군 적응은 다른 문제였지만, 적어도 다른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것 같아 안심이었다.

비록 무너진 하늘에 구멍의 크기가 고작 송곳 구멍 크기였지만, 그래도 구멍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면담을 마쳤다.

혹시 아나, 그 구멍이 사실 고래의 숨구멍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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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과 면담이 끝나고 함께 선수들이 있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그곳엔 내가 아는 얼굴이 있었다.

“자, 오늘부터 주호 빈자리를 대신해서 1루수로 뛸 김수호다. 2년 뒤엔 아마 주전으로 뛰고 있을 테니까 지금부터 잘 보여라.”

감독님의 부담스러운 소개였지만 그만큼 날 좋게 봐준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허리를 구십 도로 접었다.

“김수호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가장 만나고 싶어 했던 강주호는 이곳에 없었다.

아쉽긴 했지만 아마 경기가 시작되면 만날 수 있을 거다.

허하준도 마찬가지고.

그나저나 다들 나를 반겨주긴 했지만, 팀 분위기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원래 분위기 이러냐?”

“피닉스는 올라가지, 우리는 꼴찌지. 거기에 강주호 선배까지 부상. 솔직히 좋을 수가 없지.”

나는 오늘 훈련에서 제외됐다.

경기 명단에서 빠진 건 아니었고, 오늘 하루는 구장을 둘러 보면서 적응하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훈련 대신 나보다 이주 먼저 1군에 데뷔한 이호민이 내게 구장 시설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네 덕분에 오늘 훈련 빼서 다행이다. 와, 진짜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어.”

“시합 중에도 그래?”

“이기고 있으면 그나마 낫긴 한데, 이기는 날이 지는 날보다 적으니까···. 비슷해.”

이게 꼴찌 팀의 현실일까.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달라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호민이 있어서 적응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야, 여기서도 그거 해줄 거냐?”

“할만한 곳 있어?”

“어. 밤에 불펜 가면 아무도 없어. 거기서 하면 돼.”

“뭐, 조금 정도는 가능하지.”

“오키, 오랜만에 호흡 좀 맞춰보자. 솔직히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포수 미트를 벗고 나서 종종 이호민의 부탁으로 공을 받아 준 적이 있었다.

물론 이호민이 먼저 1군에 가면서 흐지부지됐지만, 1군에서 못 해줄 건 없었다.

나도 공을 받으면서 리프레쉬 됐고.

“그래도 1군 포순데 마음에 안 들어?”

“어. 내가 말했잖아. 1군이나 2군이나 포수 다 별로야. 아무튼 이 정도면 대강 설명해준 거 같은데? 뭐 더 궁금한 거 없냐?”

“음. 됐어. 고맙다.”

식당을 마지막으로 이호민의 구장 투어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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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관중석을 쳐다봐라. 저길 보면 어떤 기분이지?”

경기 시작 전, 감독이 선수단을 모아놓고 물었다.

감독의 말에 선수단이 관중석을 쳐다봤다.

올 시즌 초반, 첫 경기 패배 후 4연승으로 분위기를 탄 마린스가 홈으로 돌아왔을 때 빼곡한 팬들이 그들을 반겼다.

“불과 3개월 전, 사직 구장엔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매일 만 명이 넘는 팬들이 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하지만 현재 꼴찌로 쳐진 데다 강주호까지 부상이니 응원석만 가득 차 있을 뿐, 다른 곳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저 팬들이 너희들에게 바라는 게 어떤 것인 것 같나.”

감독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저 팬들이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것 같나!”

팀의 에이스인 허하준이 나오는 경기도 아니고, 강주호라는 최고의 타자가 부상으로 빠진 첫 경기였다.

심지어 상대는 1위를 달리고 있는 돌핀스.

그에 반해 마린스의 성적은 꼴찌.

프로 선수로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마린스와 최악의 상황에도 찾아와서 응원하는 팬들.

그들이 바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거 하나 보기 위해 온 팬들이다. 만약 오늘 단 한 명의 팬이라도 남아 있는데 먼저 포기하는 놈이 있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알겠나!”

““예!””

5강으로 가는 분수령.

그리고 최악의 위기를 맞은 마린스.

이번 시즌 마린스의 운명을 결정할 시리즈 첫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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