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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4화 (4/203)

4화 기회는 오는 게 아니라 잡는 것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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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훈련장에 다시 돌아왔다.

“수호야. 포수에게 공격과 수비 중에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니.”

배터리 코치님와 수비 코치님은 훈련을 준비한다고 사라졌고, 어쩐지 한껏 유해진 감독님의 일대일 강의 시간이 시작됐다.

“당연히 수비입니다.”

포수에게 공격과 수비 중 더 중요한 게 뭐라 묻는다면 100명 중 100명은 수비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포수는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시되는 포지션이다.

“좋아. 그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니?”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비 포지션 중에 가장 맡는 역할이 다양하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맞아. 그중 하나가 포구지. 투수의 공을 받는 것이야말로 포수에게 있어 가장 기초고, 중요한 능력이다. 포구가 왜 중요한지 알고 있니?”

오전에 했던 포구 훈련은 가장 기초였다.

하지만 어제 이호민처럼 공은 항상 포수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오지 않는다.

또는 아예 땅으로 떨어질 정도의 변화구를 던지는 선수가 있을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허하준의 스플리터가 그렇다.

그걸 잡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만 투수가 포수를 믿고 공을 던질 수 있다.

이걸 잘 풀어서 대답하자 감독님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 잘 아네. 그래서 하는 것이 지금 이 블로킹 훈련이야.”

근데 감독님이 원래 이러셨나?

강의를 듣다 보니 느낀 거데 너무 기초부터 가르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야매로 알려주실 줄 알았다.

뭐 벼락치기 속성 과외 이런 느낌?

하지만 지금 ‘기초부터 차근차근 포수 강의!’ 같은 느낌으로 알려주시고 있다.

그래도 내 입장에선 이게 더 좋았다.

“블로킹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음···. 공을 빠트리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맞아. 볼을 글러브로 잡지 못해도 뒤로 빠트리지만 않으면 블로킹에 성공한 거야. 그리고 포수 본인에게도 중요해. 블로킹만큼 포수의 능력이 가장 돋보이는 순간이 없거든.”

“그런가요?”

그렇게 말하는 감독님의 얼굴에서 열기와 강한 빛이 느껴졌다.

아, 빛은 감독님 머리에 훈련장 전등이 반사돼서 느껴지는 거였다.

“나는 야구가 정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해. 하지만 정적인 순간에 군데군데 화려하고 절정에 오르는 순간이 있지. 타자가 홈런을 치고, 투수가 삼진을 잡고, 수비수가 호수비를 했을 때 사람들은 열광하지. 그러면 포수에 대해 열광하는 포인트가 어디일까?”

문맥 상 이미 나와버린 결론이었지만 모른 척 맞장구를 쳤다.

“블로킹이요?”

“그렇지! 아무리 포수에게 수비를 강조하고, 수치를 체계화 시켜도 대다수 팬은 동적인 것에 환호할 수밖에 없어. 수비형 포수? 그것보다 타석에서 홈런 한번 치는 걸 더 좋아하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프레이밍, 볼 배합보다 블로킹이나 도루저지를 더 좋아하는 게 현실이야. 도루저지는 투수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니까 조금 다르지만, 온전히 포수의 능력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블로킹뿐이라는 거지.”

근데 그게 지금 이 훈련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난 어차피 일주일 포순데.

내 표정을 읽은 걸까? 감독님이 멋쩍은 표정으로 헛기침했다.

“크흠. 아무튼 내 말은 블로킹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알겠지?”

“예.”

마침 배터리 코치님과 수비 코치님이 돌아왔다.

“포구는 그럭저럭 잘했지만, 블로킹은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배터리 코치가 먼저 시범을 보여줄 테니까 한번 보고 시작하자.”

블로킹 훈련은 간단했다.

포수가 앉은 상태에서 공이 날아오는 걸 기다린다.

그리고 바운드 되는 공을 블로킹하면 끝.

배터리 코치님의 시범을 몇 번 보고 내 차례가 됐다.

“명심해. 블로킹에서 가장 좋은 건 글러브로 공을 완벽하게 포구하는 거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건 공을 뒤로 빠트리지 않는 거야.”

“예.”

배터리 코치님이 공을 던질 때마다 계속해서 조언을 해줬다.

“지금은 훈련 중이라 알고 있지만, 실전에서 공이 박힐 것 같으면 먼저 무릎이 땅에 닿고 기다린다고 생각해.”

“바로 앉아! 지금 살짝 몸이 주춤거리다가 앉잖아!”

“몸 틀지 말고 바로 앉는 거야. 트는 순간 늦어!”

오전엔 듣지 않았던 지적을 받으면서 입에 단내가 날 때까지 하다 보니 슬슬 몸에 익기 시작했다.

“나이스! 방금처럼만 해!”

“좋아! 한 번 더!”

내 생각이 착각은 아니었는지 배터리 코치님 입에서 긍정적인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이 가득 찼던 박스를 두 개를 비우고 나서야 훈련이 끝이 났다.

“고생했다. 체력 좋네.”

“코치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저 두 분이랑 다음 훈련 얘기 좀 하고 올 테니까 잠깐 쉬고 있어라.”

“예.”

조금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앉은 다음에 감독님과 수비 코치님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훈련 중에 나를 바라보면서 계속 말씀하던데, 무슨 말을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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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감독이 다가온 배터리 코치에게 묻자 코치가 감탄했다.

“장난 아닙니다. 아까 포구할 때도 느꼈지만, 반사신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거기다 조언할 때마다 그대로 하는데, 솔직히 왜 지금까지 포수를 한 번도 안 해봤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렇지?”

“예. 근데 그래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동작이나 쿠세 같은 것도 없어서 동작이 깔끔합니다.”

“그 정도면 됐어.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훈련하고 끝내자고. 이제 송구하는 것만 보면 되나?”

“예. 준비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자. 수호한텐 내가 말 할게.”

감독이 김수호에게 말을 하러 사라지자 배터리 코치가 수비 코치에게 물었다.

“선배님. 선배님은 수호 포수 전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 아직까진 반반이야. 자네는?”

"쩝···. 전 3대 7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 왜?”

“재능이 있는 건 확실합니다. 사인이나 구종도 한 번에 외울 만큼 머리도 좋고요. 근데 훈련만 잘하는 선수가 어디 한 둘 입니까? 심지어 내일 바로 실전을 치러야 하는 건 조금 아닌 거 같습니다. 차라리 다른 임시 포수를 구하고 수호는 본격적인 훈련을 더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 말을 들은 수비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도 맞아. 하지만 팀 사정이 이런 걸 어쩌겠나.”

“딱 이 년, 아니 일 년만 제대로 배우고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괜히 실전에서 실수하고 자신감만 잃을까 봐 걱정입니다.”

“글쎄. 그러진 않을 거 같은데?”

“예?”

그러면서 수호를 가리켰다.

“쟤 얼굴 좀 봐. 어딜 봐서 자신감을 잃을 것 같은 얼굴인가? 심지어 쟤는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몰라. 그냥 일주일 짜리 포수라고 생각하고 있지."

배터리 코치 눈에 김수호의 평온한 얼굴이 들어왔다.

"우리가 괜히 이렇게 몰래 소곤거리는 건 줄 아나? 우리 역할은 저 녀석의 부담은 덜어주고, 즐길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주는 거야. 전향에 대한 건 이번 주가 끝나고 말해도 안 늦어.”

“그러다가 이번 주에 망치고 완전히 흥미를 잃으면 어떡합니까?”

“그러면 뭐 어째? 원래대로 1루수로 키우면 되는 거지. 본인도 1루수에 대한 욕심도 있는 거 같고, 포수야 좋은 경험 했다 치고 넘기면 되는 거야. 우리 팀에서 급한 부분이 어디 포수 한 곳인가? 아무튼 마저 훈련 준비하러 가세.”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망칠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야. 얼른 가지.”

수비 코치의 혼잣말을 끝으로 둘은 훈련 준비를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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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감독님의 일대일 강의가 시작됐다.

강의의 결은 아까 블로킹과 비슷했다.

결국 도루저지는 포수보다 투수의 역할이 더 크지만, 포수의 잘못으로 보인다는 것과 관중들이 포수에게 환호하는 포인트라는 것 정도?

그렇게 강의가 끝나자 본격적인 송구 훈련이 시작됐다.

“다시!”

앉아있다가 공이 날아오면 잡고 던진다.

아주 간단한 훈련이지만 팝 타임 2초 이내로 던져야 한다는 것 때문에 정확히 던지기 어려웠다.

“왼쪽 발이랑 어깨선이랑 정확히 던질 곳에 맞춰야지!”

그래도 여러 조언을 들으면서 자세를 계속 고쳐갔고, 훈련의 마지막엔 2초 언저리에 던질 수 있게 됐다.

“이야. 수호야 너 어깨 좋은데?”

“감사합니다.”

“근데 왜 1루수 했냐? 이 정도 송구랑 정확성에 네 덩치면 3루수가 더 어울리는데?”

“아···. 제 팀 동기가 황인재였습니다.”

“아. 그렇구나.”

황인재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수긍을 하는 모습에 약간 씁쓸해졌다.

황인재.

야구는 재능이라는 말을 증명한, 그야말로 천재 타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놈이다.

나와 같은 학교 선수로 3년 연속 고교 선수 랭킹 1위이자 현재 1군에서 맹활약하는 압도적인 신인왕 후보다.

그리고 나한테 재능 없다고 말한 제 잘난 맛에 사는 재수 없는 놈이기도 했다.

작년 시즌 막바지에 마린스와 피닉스의 일명 황인재 시즌이 벌어졌을 만큼 황인재의 유명세는 엄청났다.

결국 피닉스가 0.5경기 차로 꼴지가 되면서 환호했다나 뭐라나.

그래도 마린스는 이호민을 데려왔으니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들리는 얘기론 피닉스에서 메이저에 진출하려는 황인재를 붙잡기 위해 매년 최고 년차 최고 연봉 보장에 포스팅 역시 바로 승인하겠다는 보장을 하고 나서야 계약에 성공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 놈이 3루수에 있는데 내가 3루로 갈 이유가 없었다.

정확히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은 팀 전체가 그놈 하나를 위해 만들어졌으니까.

팝 타임 훈련이 끝나고 감독님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다. 오늘은 이쯤하고, 한 시간 정도 후에 하준이가 온다고 하니까 둘이 얘기 한 번 해봐.”

“예. 감사합니다.”

“그래. 하준이랑 대화 끝나면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푹 쉬어.”

“예. 고생하셨습니다.”

세 분이 돌아가고 빈 시간을 허비하기 아까워 훈련 중 들었던 지적을 떠올리면서 시뮬레이션을 하던 중이었다.

“자세 좋은데?”

“아, 안녕하십니까. 임시 포수를 맡은 김수호라고 합니다.”

“반갑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편한 옷을 입은 허하준이 와있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아닙니다. 다 했습니다.”

“그래? 뭐, 일단 앉자.”

허하준이 대충 바닥을 훑어보더니 그나마 깨끗한 곳에 가서 앉았다.

나도 그 옆에 가서 따라 앉았다.

“고생이 많다. 갑자기 포수 훈련하려니까 힘들지?”

“괜찮습니다.”

“꽉 막혔네, 꽉 막혔어. 편하게 말해도 돼.”

편하게 하랬지만 그게 어디 쉽나.

허하준이 누군가, 지난 5년 동안 무너진 마린스의 마운드를 홀로 지탱한 에이스 아닌가.

부산 태생의 마린스 팬인 나로서는 당연히 허하준 선배의 팬이었다.

심지어 초면에 둘만 있을 줄이야.

“그래서 연습 좀 했니?”

“예! 자신 있습니다!”

하지만 허하준의 얼굴은 시큰둥했다.

하긴, 이제 고작 하루 배운 포수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그래? 그럼 한 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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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하준은 자세를 잡기 전 김수호를 유심히 쳐다봤다.

‘정말 하루 연습한 거 맞아?’

김수호의 안정적인 자세를 보자 이곳에 오기 전 만났던 감독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 마음에 들진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놀라긴 할 거다.’

그런 감독의 말이 있었지만 기대는 안 했다.

고작 하루다.

하루 만에 발전 해봤자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자세만으로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늘은 포심만 던질 거야!”

“예! 알겠습니다!”

먼저 몸을 풀기 위해 가볍게 몇 구를 던졌다.

던질 때마다 미트에 착착 감기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듣기 좋았다.

‘기본은 있다는 거네?’

몸이 다 풀리자 김수호에게 본격적으로 던지겠다는 사인을 줬다.

감독이 김수호에게 맞춰주라는 요구가 있긴 했지만, 내일은 자신에게도 중요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실전 투구.

팀 사정 상 곧바로 1군에 복귀해야 하는 허하준 입장에선 최대한 자신의 공을 던지면서 컨디션을 점검해야 했다.

하지만 2군 포수들이 전부 아웃이 됐고, 자신의 파트너라고 들은 건 이제 하루 배운 임시 포수.

감독의 말이 있긴 했지만, 자신의 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할 포수라면 차라리 내일 안 던지고 일군에 복귀하는 게 나았다.

-퍼억!

그렇게 생각한 허하준이 첫 번째 공을 던졌을 때, 들리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좀 잡는데?’

그걸 시작으로 진지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어쭈?’

하지만 김수호가 150km가 넘는 포심을 가볍게 잡아내고,

‘이것도 잡아?’

요구했던 사인과 정반대로 날아간 공을 완벽하게 반응해 포구하고,

‘이건?’

심지어 빠지는 공을 던져도 무리 없이 잡아내는 걸 보자 점점 공에 힘이 들어갔다.

이번엔 어떤 공을 던질까 고민하면서 다시 공을 던지려는 찰나, 힘들어하는 김수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하. 미친놈.’

이제 고작 공 잡은 지 하루 되는 애를 상대로, 그것도 종일 훈련을 한 애한테 그런 공을 던져댔으니 힘들어하는 게 당연했다.

허하준이 급하게 김수호에게 향했다.

“수호야. 미안하다. 오랜만에 실전처럼 공을 던지니까 신나서 던졌네. 다친 곳은 없지?”

“예. 더 던지셔도 괜찮습니다.”

“아냐. 이 정도면 충분하지.”

괜찮다는 대답과 다르게 허하준에겐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그 말을 꺼냈다.

“너 변화구도 잡을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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