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3화 (3/203)

3화 기회는 오는 게 아니라 잡는 것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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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 이호민, 이주학 세 명이 떠나고 난 후 수비 코치는 방금 김수호가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재능이 있어.’

수비 코치가 테스트하려고 했던 건 실전과 유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였다.

하지만 김수호는 자신의 기대를 넘어 진짜 실전처럼 행동했다.

상대 타자의 정보를 기반으로 볼 배합을 가져간다.

어떻게 보면 초등학생도 아는 기초 중의 기초다.

하지만 고작 일주일 동안의 임시 포수인 주제, 스스로 연습도 하고 생각하는데 코치로서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포수야.’

포수란 하루 이틀 만에 키워지는 포지션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교육을 받고 훈련을 한 포수들도 프로에 오면 허덕이는 선수가 태반이다.

당장 마린스만 해도 1군이든 2군이든 포수의 기량 미달로 고생하고 있지 않나.

“그래도 그 포구 실력은 아까운데.”

소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분명 그의 귀에 들린 소리는 청량했고, 또 일정했다.

딱 보기에도 150km 가까이 되는 패스트볼도, 마지막 체인지업도 안정적으로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수호의 1루수 수비 평가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을 포수에서 보여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한 수비 코치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포수는 공을 받는 것만 하는 게 아니지.’

볼 배합은 더그아웃에서 사인을 낼 수 있다 쳐도 프레이밍, 블로킹, 그리고 도루 저지 등 생각해야 할 것 투성이다.

고작 이 정도로 전향을 권유할 만큼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다.

거기에 감독이 허락할 리도 없다.

하지만 만약, 내일 훈련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수호 타격 성적이 어떻게 되더라.’

1루수로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성적.

하지만 포수로서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성적.

‘...일단 내일 훈련을 지켜보자.’

만약 훈련 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자신이 설득해야 할 사람 중 한 명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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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마지막에 진짜 쫄려서 죽는 줄 알았네. 코치님 저렇게 화내신 거 처음 아니냐?”

“미안하다. 내가 괜히 변화구 사인 보내서.”

“아냐. 그래도 잘 잡던데? 솔직히 우리 포수들보다 훨씬 잘 잡았어. 주학아, 그치 않냐?”

“어. 그냥 네가 주전 포수 해라.”

“포수가 쉽냐. 지금부터 죽어라 해도 안 될걸?”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공을 손에 착 감기게 잡을 때 느껴진 감각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그 감각을 떠올리니 내일 있을 훈련이 기대됐다.

“그래서 정말 주학이 삼진 잡으려고 변화구 사인 낸 거야?”

“어. 하이패스트볼 던지니까 움찔거리는 게 보이더라고.”

“넌 친구가 힘들어하는 걸 굳이 거기서 던져야 했냐?”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좀 고쳐. 맨날 방에서 하이패스트볼 다음에 떨어지는 변화구 삼진당한다고 울지 말고. 포수 처음 하는 나도 아는 걸 다른 팀이 모르겠냐.”

“너무 그러지 마. 그게 맘처럼 쉽냐?”

“와. 이호민 변화구 사인 주니까 냅다 던진 놈이 뭐? 인제 와서 위하는 척 역겹네.”

다행히 화살은 나에서 이호민에게 넘어갔다.

“아니, 그건 미안해. 수호가 찰지게 잡으니까 나도 모르게 신나서 그랬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게 얼마나 차이 난다고.”

“내가 말 했지. 우리 포수들은 진짜 공도 제대로 못 잡는다니까. 그런 포수들한테 던지다가 수호한테 던지니까 느낌이 다르더라. 수호야 넌 어땠어?”

“나? 나도 나쁘지 않았어.”

조금 전에 있던 일에 대해 얘기하면서 숙소로 가자 금방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자 이주학이 먼저 씻는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수호야.”

씻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호민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왜?”

“너 임시 포수 끝나고도 내 공 좀 받아줄 수 있냐?”

“어? 왜?”

“뭔가 네가 잡을 때 소리가 좋으니까 내 공도 좋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막 자존감이 올라가는 느낌이야.”

“괜히 오버 하지마.”

“아니, 진짜로. 내가 봤을 때 너 재능있어. 그 찰진 느낌을 네가 몰라서 그래.”

그 말에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래. 네가 내 부탁 들어주기도 했으니까 몇 번 정도는 해줄게.”

“진짜지? 오케이.”

사실 그 이유 말고도 나도 공을 받는 게 재밌었다.

컨디션에 지장이 안 갈 정도라면 기분 전환 겸 몇 번 정도는 괜찮기도 했고.

그리고 수비 코치님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수비 코치와 이호민의 칭찬,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느끼지 못한, 야구를 처음 했었을 때 느꼈던 재미.

나, 정말 포수에 재능 있는 걸까.

“으. 진짜 펑고 귀신한테 한 번 걸리면 온몸이 피곤하네. 나 다 씻었다. 다음 들어가.”

화장실에서 나온 이주학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잡생각이 사라졌다.

이후 차례로 들어가서 씻고 사인을 마저 외우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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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오는 훈련장이지만, 오늘따라 느낌이 달랐다.

데뷔하고 처음으로 훈련장에 갔었던 느낌이랄까.

그래봤자 고작 몇 개월 전이지만.

훈련장엔 나와 어제 수비 코치님에게 걸려서 잡힌 이주학 둘이 있었다.

“어제의 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지껄인 걸까? 어? 이 황금 같은 휴일에 내가 왜 여기 와있지?”

“그러게.”

이주학의 투덜에 대충 대답해주고 감독, 코치님을 기다렸다.

“수호야. 지금 몇 시냐?”

“열 시 십분.”

“분명 어제 열 시까지 오라고 하시지 않았냐? 사실 오후 열 시였던 거 아닐까?”

“모레 경기가 있는데 그럴 리가 있냐.”

“그러면 왜 늦으시냐고!”

이주학의 반응이 이해됐다.

황금 같은 휴일에 얼른 훈련을 끝내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우리보다 늦게 온 적 없는 감독님이 늦는 건 의외였다.

그래도 조금 더 기다리자 훈련장 문이 열리고 감독님과 배터리 코치님, 그리고 수비 코치님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어, 그래. 좀 늦었지? 미안하다. 갑자기 회의할 게 좀 생겨서.”

“괜찮습니다.”

“근데 주학이는 왜 왔니?”

“수비 코치님이 펑고 해주신다고 하셔서 왔습니다!”

이주학의 말을 들은 수비 코치님은 아차 싶은 표정이었다.

저 표정은 백 퍼센트 까먹은 건데?

“크흠. 주학아. 휴일에 펑고하기 힘들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니야. 코치는 주학이 마음 다 알아. 오늘은 그냥 가서 쉬고, 다음에 하자. 괜찮지?”

“정말이십니까?”

“그래. 오늘 음주 기사 봤지? 술만 먹지 말고 푹 쉬어.”

“예!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주학은 그냥 예정된 펑고가 없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그대로 사라졌다.

이기적인 놈.

그렇게 선수는 나 혼자만 남게 됐다.

“슬슬 시작하자. 장비부터 차 볼래?”

어제 엄한 모습과 완벽하게 대조되는 유한 감독님의 모습이 살짝 어색했지만, 미리 와서 준비해놨던 장비를 어려움 없이 착용했다.

“장비 잘 차네?”

“예. 어제 수비 코치님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래? 오케이. 그럼 그건 됐고.”

감독님이 살짝 수비 코치님을 노려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수호야. 임시긴 하지만 일주일 동안은 네가 우리 팀 주전 포수다. 어떤 생각으로 포수에 지원했는지 몰라. 하지만 우린 일주일 동안 널 주전 포수로 대할 거고, 그만큼 훈련도 똑같이 할 거야. 만약 나중에 후회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괜찮습니다.”

“괜히 팀 때문에 네가 손해 볼 필요 없어. 지금까지 네가 하던 훈련과 완전히 다른 훈련이 될 거야. 이후에 네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그래도 정말 괜찮겠어?”

어제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이렇게 까지 말리는 걸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발을 빼는 건 지원 안 하느니만 못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전 정말 괜찮습니다. 일주일 동안 마음대로 굴리셔도 좋습니다.”

그러자 감독님과 수비 코치님이 속닥이더니 이내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맘은 잘 알겠다. 그럼 바로 시작하자.”

어?

감독님이 내 대답을 듣더니 방금까지 말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평소 훈련 때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 실수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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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의 2군 감독은 느닷없이 아침부터 찾아온 수비 코치를 보고 놀랐다.

“선배님. 선배님 말이 정말 사실이라 해도 결정은 선수 본인 몫입니다. 심지어 고작 2개월인 애가 포수로 포지션 변경한다고 하면 앞길 막는다고 난리 납니다. 차라리 타자에서 투수 전향이 낫지, 이건 더 큰 문제에요.”

“그래. 그건 나도 잘 알지. 그래서 훈련만 제대로 해보자니까?”

벌써 같은 말만 5번이 넘게 했다.

가뜩이나 초, 중, 고등학교에 팀 직속 선배라 어려운 상대인데 이렇게 사정하니 계속 거절하기 어려웠다.

객관적으로 수비 코치의 능력이 뛰어난 건 워낙 유명하니 잘 알고 있다.

감독도 그건 인정하고 또 인정한다.

하지만 이건 그것과 다른 문제였다.

“그것도 어려운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솔직히 팀 사정이 개판만 아니었어도 수호한테 이런 일을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이제 막 프로에 와서 배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선배님도 잘 아시잖아요.”

“박감독, 나도 당연히 알지. 근데 자네도 그 애가 하는 거 보면 마음이 바뀔 거야. 만약 자네랑 배터리 코치가 그걸 보고도 마음이 안 바뀐다면 나도 포기하겠네.”

“하아. 일단 알겠습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의견이 제일 중요합니다. 만약 수호가 거절하면 선배님도 군말없이 끝내시는 겁니다.”

“그래. 약속하지.”

“후. 일단 출발하시죠. 지금 출발해도 늦었습니다.”

어찌어찌 훈련장에 도착한 감독이 김수호에게 겁까지 주면서 물었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도통 고집을 꺾지 않았다.

“선배님이 어제 이상한 바람 넣으신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야. 나는 어제 혼자 훈련하려는 거 조금 도와준 것밖에 없어.”

“정말이십니까?”

“어허.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나? 아무튼 수호 마음도 알았으니 자네도 진지하게 하게.”

“후. 약속은 약속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훈련만 하는 겁니다. 결정은 나중에 실전을 치르고 나서입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수호의 결정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렇게 훈련은 시작됐다.

첫 번째 훈련은 김수호가 벽을 마주 본 상태에서 시작됐다.

“자세 잡고, 공 튀어나오는 거 다 잡아!”

배터리 코치가 김수호 뒤에 앉아서 벽을 향해 공을 던져댔다.

처음이라 10개 한 세트로 시작했지만, 숫자를 늘리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확실히 하체가 좋긴 하네.”

웬만한 포수도 한 코스가 끝나면 인상이 찌푸려지는데 김수호는 묵묵하게 공을 잡아냈다.

“캐치도 좋고.”

1루수 출신이라 그런지 포구 실력도 훌륭했다.

오늘 첫 훈련인데 20개를 던지면 18개 정도는 제대로 포구에 성공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자리에 없는 포수들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고작 이걸로 결정하긴 일렀다.

“다음!”

두 번째 훈련은 피칭 머신에서 나오는 타구를 포구하기.

하지만 어제 이호민의 150km를 손쉽게 잡아낸 김수호에겐 쉬운 일이었다.

“다음!”

이번엔 피칭 머신에서 연속으로 나오는 공을 받아내는 훈련이었다.

-퍼억

-퍼억

-퍼억

순발력과 동체시력, 그리고 연달아 날아오는 타구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훈련이다.

처음엔 두 번으로 시작했지만, 쉽게 성공해내자 곧바로 세 번으로 늘렸다.

하지만 일정하게 들리는 미트 소리에 감독은 옆에 있는 수비 코치에게 말했다.

“포구는 인정하겠습니다. 솔직히 우리 선수가 아니었으면 처음 하는 거라고 못 믿었을 겁니다.”

“그렇지? 내 생각도 똑같아.”

수비 코치 역시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 못했는지 놀란 눈초리였다.

“포구는 합격.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공을 잡기만 하는 포수는 마린스에도 있다.

고작 그런 포수를 얻기 위해 유망주를 포지션 전향시키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훈련 이전에 할 게 있었다.

“밥 먹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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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엔 수비 코치님, 정면엔 감독님, 그리고 그 옆엔 배터리 코치님.

밥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최악의 포지션이었지만, 훈련이 고됐는지 손은 아까 포구할 때처럼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감독님이 했던 말처럼 훈련은 정말 힘들었다.

포수가 왜 힘들고 기피하는 포지션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훈련할 때조차 서 있는 시간보다 쪼그려 앉아있는 시간이 더 길었고 계속된 포구에 손가락이 저려 왔다.

하지만 그 힘듦을 이겨내는 것이 있었으니, 그 무엇보다 재밌었다.

숨 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 꾸역꾸역 밥을 먹었고, 식판이 다 비워질 즈음 감독님이 말을 걸었다.

“훈련은 할 만해?”

“예. 재밌습니다.”

“재미? 음···. 그래.”

그러더니 혼자 무언갈 생각하곤 다시 입을 열었다.

“밥 든든하게 먹고, 다음 훈련은 블로킹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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