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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2화 (2/203)

2화 기회는 오는 게 아니라 잡는 것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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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포수가 음주운전을 해서 네가 땜빵을 하기로 했는데, 내일 허하준 선배 공을 받기 전에 한 번 내 공을 받아보고 싶다고?”

“정확해”

“공 몇 번 던져주는 건 별문제 없는데, 넌 왜 지원한 거야? 고등학교 때 포수 했었어?”

“아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그럼 뭔데? 감독님한테 눈도장 찍으려고?”

“비슷해. 우리 팀 1루수 경쟁 빡센거 알지? 나 다음 주에 선발이 한 경기밖에 없다. 그래서 타격 기회도 얻을 겸 감독님한테 잘 보일 겸 지원했지.”

그러자 이호민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데뷔한 지 2개월밖에 안 됐어. 어차피 강주호 선배 은퇴할 때까지 1군 주전은 고정인데 너무 급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오히려 포수 연습하다가 타격감 망치면 어쩌려고.”

“어차피 임시인데 뭐. 연습해 봤자 며칠 하는 거고, 그것보다 타격 기회 얻는 게 더 중요해. 아무튼, 그래서 도와줄 거야, 말 거야?”

“에휴. 포수 장비는 있냐?”

“아니, 훈련장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오늘 심하게 연습할 생각은 없어. 적당히 공 몇 개만 받아보려고.”

“그래. 내가 졌다. 가자.”

혹시 몰라 방에서 글러브를 챙기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호민아. 넌 어떤 포수가 편하냐?”

가는 길에 심심하기도 하고 포수에 대해 궁금했던 것도 있어서 물어봤다.

내 질문에 이호민이 주변을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흠. 너도 알다시피 우리 팀 포수가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내 공을 잘 받아주는 포수가 좋지.”

“그래? 그 정도로 심각해?”

확실히 내야수인 나와 투수인 이호민이 느끼는 체감 차이가 있나 보다.

“어. 고딩 때 포수가 더 잘 잡는 거 같아. 차라리 내가 못 던져서 안타 맞으면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포수가 못 해서 출루시키면 진짜 허탈하다. 그럼 다음부터 무슨 생각이 드는지 아냐?”

“뭔데?”

“내가 이 공을 던져도 포수가 잡을 수 있을까? 이 생각부터 든다니까? 그럼 그때부터 제구도 흔들리고, 그러다가 볼넷 내주고 그러는 거지.”

그 말에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이 됐다.

내야수들이 제일 많이 던지는 곳은 1루다.

1루수의 포구 실력이 좋다면 다른 내야수들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지만, 만약 포구 실력이 미흡하면 좀 더 정확하게 던지려고 하다 힘이 실리지 않아 실책을 범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러면 허하준 선배도 그럴까?”

“아니? 그 선배는 워낙 베테랑이잖아. 솔직히 우리 1군 포수나 2군 포수 다 거기서 거기야. 근데 허하준 선배 성적 봐라. 미쳤지 그냥.”

이호민과 대화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얘기였다.

그렇게 훈련장에 도착했는데 선객이 있었다.

“하나 더!”

우렁찬 수비 코치님의 목소리와 땀을 뻘뻘 흘리는 이주학의 모습이 보였다.

“어, 뭐야. 동기라고 챙겨주려고 왔냐? 주학아, 이게 마지막이다.”

수비 코치님이 우릴 발견하고 펑고를 마무리했다.

“코치님. 안녕하세요.”

“주학아 고생했다. 그래서 너넨 무슨 일이야? 휴식도 훈련의 일종이라는 말 몰라?”

그 말에 수비 코치님 뒤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주학을 쳐다봤다.

“얌마. 쟤는 내일 딴짓 못 하게 하려고 그런거고. 안 그래도 내일 음주운전 기사 뜰 텐데 서면에 있다가 팬들한테 걸리면 난리 난다.”

“코치님. 진짜 안 간다니까요.”

누워있던 이주학이 몸을 일으켰다.

“얼씨구. 그 말을 믿을 바에 차라리 이호민이 고기를 안 먹는다는 소리를 믿겠다. 그래서, 이 밤 중에 여긴 왜 온 거야?”

“제가 포수 돌아올 때까지 임시로 포수 맡기로 했습니다. 감독님이 내일 허하준 선배랑 호흡을 맞춰보라고 하셨는데, 허하준 선배 공이 워낙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호민이 공 몇 번 받아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왔습니다.”

말을 들은 수비 코치님이 내 몸을 훑어봤다.

“그래? 장비는? 초짜가 장비도 없이 하게?”

“오늘 그냥 가볍게 받아보려고 해서 몸만 왔습니다.”

“얌마. 아무리 네 동기가 제구가 좋아도 150 넘게 던지는 놈이야. 그러다 어디 하나 잘못 맞으면 바로 부상이야. 어휴. 내가 말 했지. 너넨 개인사업자야. 몸이 재산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가 만약에 다치면? 네 동기도 괜히 찝찝해지고 너만 손해야. 이번 기수들은 다 왜 그러냐.”

그러면서 이주학을 힐끗 보더니 중얼거렸다.

“그래도 저 뺀질이보단 네가 제일 낫다. 잠깐 기다려.”

수비 코치님은 투덜거렸지만, 어디론가 가더니 포수 장비를 챙겨 돌아왔다.

“자. 도와줄 테니까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장비부터 차보자.”

수비 코치님의 도움을 받아 찬 포수 장비는 생각보다 무겁고, 불편했다.

“한 번 움직여봐. 어때, 불편해?”

“허벅지가 좀 끼긴 하는데 괜찮습니다.”

“그래? 내일도 그거 쓰면 되겠다. 자, 이제 자세 한 번 잡아보자. 너도 포수 많이 봤지? 네 생각대로 한번 앉아봐.”

막상 포수 자세를 자세히 본 적은 없어서 대충 쪼그려 앉았다.

“거봐. 내 이럴 줄 알았어. 그렇게 발뒤꿈치를 떼고 앉으면 내가 이렇게만 해도 밀···. 어, 왜 안 밀려.”

혀를 찬 수비 코치님이 내 몸을 건드렸다.

처음엔 힘이 그다지 실리지 않았지만, 내 몸이 밀리지 않자 점점 강한 힘을 싣기 시작했다.

슬슬 가해지는 힘이 강해지자 코치님을 불렀다.

“코치님?”

“크흠. 미안하다. 수호 너 하체 운동 좀 했구나?”

“예. 고등학교 감독님도 그렇고 유소년 때부터 감독님들이 워낙 하체에 집착하셔서요.”

덕분에 바지를 살 때 항상 수선은 필수였다.

“그래? 아무튼, 발뒤꿈치는 붙여 앉는 거야. 살짝만 때고. 공 한 개에서 반 개 정도. 그렇지. 왼쪽 다리는 살짝 앞으로 빼. 어때, 아까보다 훨씬 편하지?”

수비 코치님의 말 대로 편하기도 편하고 훨씬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예. 그렇습니다.”

“좋아. 디테일한 건 내일 훈련 때 배우고. 이호민! 준비됐어?”

“예!”

“처음이니까 사인 없이 가운데로 포심 가볍게 던져봐.”

코치님의 말에 이주학과 캐치볼을 하면서 몸을 풀던 이호민이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지금은 같은 팀이지만 고등학생 때와 청백전에서 상대했던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맨날 서서 투수를 바라보다가 앉아서 공을 기다리니 사뭇 느낌이 달랐다.

“던지겠습니다!”

이호민이 셋 포지션으로 가볍게 던졌다.

-퍽

“나이스 캐치!”

대략 구속이 120km 정도 되는 것 같다.

확실히 서서 공을 볼 때와 앉아서 받을 때의 느낌은 달랐다.

공이 훨씬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좀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이야. 재능 있는데? 호민아 조금씩 속도 늘려라.”

“예!”

코치님의 말 대로 내게 날아오는 공은 조금씩 빨라졌다.

하지만 전부 가운데로 와서 잡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올 때마다 찰진 소리가 점점 커지니 흥이 났다.

그때 이호민이 실투였는지 완전히 우측으로 빠지는 공을 던졌다.

순간적으로 미트를 낀 손을 뻗어 겨우 미트 끝으로 겨우 잡아냈다.

공을 잡고 이호민을 보자 살짝 커진 눈을 한 얼굴이 보였다.

이때 포수들이 어떻게 하더라.

“나이스 볼!”

언젠가 경기에서 봤던 것처럼 글러브를 주먹으로 치면서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이게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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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재능이 있어.’

수비 코치는 조금 전에 있던 일을 회상했다.

‘완전히 빠지는 공이야. 웬만한 포수라면 잡기도 힘들었겠지.’

이건 노력이 아니라 재능의 영역이다.

그것도 스포츠 선수라면 가장 중요한 피지컬의 재능.

어지간한 복싱선수보다 긴 리치와 순간적인 반응속도로 그 공을 잡아낸 것이다.

‘하체도 튼실하고.’

아까 자세를 무너트리려고 할 때 느꼈지만, 신체 밸런스도 잘 잡혀있는 게 분명했다.

거기다 이호민의 구속은 점점 빨라지는데, 포구할 때마다 일정한 소리가 들린다.

이건 무리 없이 제대로 포구하고 있다는 뜻.

거기에 이호민이 실투 때문에 당황해하자 곧바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센스까지.

공의 구속은 140은 넘은 지 오래였고, 슬슬 150을 향해가고 있었다.

김수호도 이호민도 신이 나는지 점점 구속이 올라갔다.

이걸 끊어주는 게 자신의 몫.

하지만 수비 코치는 욕심이 생겼다.

“호민아. 열 개만 더 던지고 끝내자.”

“예!”

“그전에 이주학! 방망이 챙겨서 여기로 와.”

“예?”

“못 들었어? 타석에 서라고. 와서 서 있기만 해.”

그러면서 수비 코치는 자연스럽게 김수호 뒤에 섰다.

‘자. 이런데도 똑같이 받을 수 있나 보자.’

불펜에서 공을 잘 던지는 투수는 많다.

하지만 막상 타석에 타자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투수 역시 많다.

그건 포수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포수는 기본적으로 생각할 게 많은 역할이다.

옆에서 알짱거리는 타자와 보이진 않지만 뒤에서 압박감을 주는 심판이 서 있을 때 제 실력을 못 보이는 포수 역시 많았다.

‘어디 한번 보자.’

수비 코치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김수호의 뒤통수를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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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수비 코치님이 왜 이러는 걸까.

가볍게 공만 한 번 받아보려는 내 계획에 포수 장비를 비롯해 타자와 심판까지 추가됐다.

타석에 들어선 이주학이 실제로 스윙하는 건 아니었지만, 투수만 보이던 시야에 옆에서 건들거리는 것이 추가되자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만약 주자까지 나가 있으면 신경 쓸 게 더 늘어나겠지.

‘확실히 포수가 쉬운 건 아니구나.’

여기에 볼 배합, 수비 시프트, 그리고 투수 케어까지 다 해야 하니 막막했다.

하지만 당장은 그것까지 필요 없었고, 이호민의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이호민이 자세를 취하고 다시 공을 뿌렸다.

아까까지 나름 정확하게 들어오던 공은 미트가 있는 위치보다 살짝 빠졌다.

공에서 이호민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게 느껴졌다.

“스트라이크!”

“예?”

“심심해서 그래. 그리고 이래야 더 실전 같잖아.”

거기다 뒤로 온 수비 코치님이 스트라이크 콜까지 시작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덕분에 가벼웠던 마음에 좀 더 진지한 생각이 들긴 했다.

생각해보자.

만약 지금 볼 카운트가 0-1이고 직구만 던져야 한다면 다음 공은 어디로 던져야 할까.

다행히 이호민과 이주학은 2개월간 같이 살면서 서로의 고민과 문제점 등에 대해 같이 토론한 사이였다.

이호민의 강점은 빠른 공, 그리고 이주학의 약점은 하이패스트볼.

글러브를 두 번 팡팡 치고 미트를 높게 올렸다.

-퍼억

아까보다 좀 더 빠르게 들어온 포심.

그리고 이주학의 몸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볼.”

볼 판정을 받긴 했지만, 만약 이주학이 스윙을 할 수 있는 상황이면 백 퍼센트 휘둘렀다.

그렇다면 볼 카운트는 0-2.

보통 여기선 변화구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수비 코치님이 직구만 던지라고 했는데···.

약간 고민하다 이호민에게 사인을 보냈다.

‘당황했네.’

갑작스러운 사인에 당황해하는 게 눈에 보인다.

하긴, 설마 내가 사인을 알고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겠지.

하지만 기본적인 사인은 아까 다 외웠고, 이호민의 구종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이호민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투구를 준비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오늘 난생처음 포수로서 공을 받았는데, 변화구라니.

하지만 어쩐지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내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직구처럼 오다가 중간에 떨어지는 공.

체인지업은 내 글러브가 위치한 곳 보다 약간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퍼억

그리고 성공적으로 포구를 해냈다.

0-2라는 카운트에 몰린 타자라면 맞든 안 맞든 반드시 휘둘렀을 공이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잠시 생각을 멈췄다.

“야! 이호민! 미쳤어? 갑자기 변화구를 던져?”

수비 코치님이 단단히 화가 났는지, 이호민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코치님. 제가 사인을 줬습니다.”

괜한 불똥이 이호민에게 튀기 전에 먼저 고백했다.

“네가? 사인은 어떻게 알고?”

“아까 감독님이 주신 자료 보고 외웠습니다.”

“뭐? 후. 그래, 그래서 갑자기 체인지업 사인을 왜 낸 건데.”

“그게···. 사실 코치님이 콜 하신 순간부터 마음속으로 카운트를 체크 했습니다. 그리고 이 구가 볼이 되긴 했지만, 주학이 성향상 무조건 휘둘렀을 거였고, 그래서 2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급한 주학이를 직구로 상대하는 것보단 떨어지는 공을 던지면 쉽게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인을 보냈습니다.”

“... 이주학, 너 실전이었으면 이 구째에 휘둘렀을 거 같아?”

“...예. 솔직히 못 참았습니다.”

“후. 좋아. 그건 알겠는데, 넌 방금 공을 처음 받아본 초보야. 알아? 오늘 포심만 받으라고 한 이유가 뭐겠어.”

“부상 때문입니다.”

“잘 알고 있네.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넌 아직 기는 법도 모르는 놈이야. 그런 놈이 뛰려고 하면 부상 당하는 거고. 다시 말하지만, 너넨 몸이 재산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

“예! 죄송합니다.”

“후. 그래 일단 해산하고, 내일 보자. 고생했다.”

“감사합니다.”

다 같이 어질러진 걸 치우고 다시 돌아가려고 할 때 수비 코치님이 날 불렀다.

“김수호.”

“예. 코치님.”

“...잘했다.”

“예?”

“오늘 잘했다고. 너 포수에 재능 있어. 고생했고,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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