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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컨셉충이면 곤란한가요-355화 (355/389)

355화 왼눈이 뜨이지 않고 (3)

“베르세르크가…….”

어쩐지 웨폰마스터가 너무 안 보이더라니 그런 사정이었나.

아니… 물론 나도 좀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워낙 접점이 없고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헤어지는 바람에 눈치챌 겨를이 없었다. 이건 좀 충격이다.

“그럼 그녀가 사는 곳도 아나?”

“알다마다요.”

“흠. 혹시 출신이 같나?”

“그건 아니고… 빙하의 시련을 스무 번이나 이겨 낸 전사라곤 그녀가 유일하니 알고 있을 뿐입니다.”

“…빙하의 시련?”

별개로, 이 녀석들… 존재를 깨달았을 땐 퍽 귀찮아졌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 현지 정보 조달자로 아주 완벽하다. 우리는 듣다가 모르는 게 나온다 싶으면 바로 질문을 던졌다.

“음… 이건 노르다 출신 아닌 사람에겐 말하면 안 되는 건데…….”

“그렇지, 그간 고생했으니 목이 좀 마르겠어. 이거라도 들면서 말하는 건 어떤가.”

“……!”

정봇값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챙겨 온 간식거리를 몇 개 보이자마자 그들은 영혼을 팔려 들었다.

“형…….”

“자, 잠깐.”

정확히는 말이 거의 없던 두 놈이 눈을 빛내고, 대표로 대화하던 놈이 치열한 고뇌를 보였다. 마치 덜떨어진 동생들을 챙기는 맏이의 모습이었다.

“마,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리, 은근 설득을 잘하네요…….”

그래도 상호 이익이 된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나는 아주 평화롭게 거래를 마쳤다.

“아, 안 됩니다. 굶은 지 좀 된 것 같은데, 그 상태에서 영양분이 농축된 음식을 먹으면 탈 납니다.”

“에?”

“…내 생각이 짧았군.”

“일단 죽 정도만 만들어 먹이죠. 어차피 저희도 식사를 해야 할 타이밍이니까요.”

“그, 그러면 이건…….”

“뺏지 않을 테니 걱정 마라. 다만 바로 먹기보다 나중에 먹는 게 좋을 거다. 너희도 곧 떠날 상황에서 배앓이를 하고 싶진 않을 테지?”

물론 중간에 다니엘이 끼어드는 일이 있긴 했으나, 그 또한 끝은 화기애애했다. 그들 손에서 먹거리를 뺏어 들지 않았고 도리어 죽까지 추가로 내준다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방치된 화덕을 적당히 쓸고 닦은 후 불을 올렸다.

“그보다 신기하네요… 화덕이 이렇게 크고. 이건 뭐 하는 공간이지? 사람 하나가 누워도 넉넉할 것 같은데.”

“아, 그거… 부뜰입니다.”

“부뜰?”

“어, 그러니까… 부뜰은 부뜰인데… 아, 아마 불이 똬리를 튼 곳이라서 부뜰이라 부르는 걸 겁니다. 예. 아마도…….”

“아아.”

어원이야 어찌 됐든, 음식할 때 쓰는 화로보다는 난방용 난로인데 조리도 할 수 있는 곳에 가깝다며 현지인들은 대충 설명해 주었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다른 집 가구를 쪼개 만든 장작이 들려 있다. 가만히 있지만 말고 불쏘시개라도 주워 오라 시킨 여파였다.

“저기 넙데데한 부분은 사람 누우라고 만든 곳입니다. 보통은 집안 어르신이나 아이들, 환자가 눕는데…….”

다만 그들 설명에 우리들의 시선은 한데로 향했다. “뭘 봐.” 아궁이 안에 불씨가 머무는 동안 저기 누울 사람이 정해졌다.

“그래서, 빙하의 시련이 뭐라고?”

툴툴거리는 마이스터를 뜨끈한 돌 위에 올리고, 데스브링거를 주축으로 식사거리가 뚝딱 완성되었을까.

에루탤크는 언제나처럼 본인이 챙겨 온 것─실험 여파로 정해진 것만 먹어야 한다나─을 나가서 먹고 왔고, 나머지는 순서대로 자기 몫을 덜었다.

참여한 것이라곤 장작 나르기와 식탁 세팅뿐인 나는 그동안 물을 조로록 따랐다. 겸사겸사 질문도 던졌고.

현지인들 입에는 거래를 무를 수 없도록 하는 뇌물이 벌써부터 한가득이다.

“대충… 허공에 크레바스 같은 게 생기고 그 사이로 괴물들이 뛰쳐나오는… 그런 겁니다.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일이 거의 없고, 안에 들어가서 뭘 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결국 식탐을 이기지 못한 이들이 죽 그릇을 쥔 채 토설했다. 처음이 어렵다고,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자주 생기는 일은 아니지만, 한번 터질 때마다 전사 여럿이 죽어 나가기 때문에 노르다에 거주하는 모든 부족은 빙하의 시련을 경계합니다.”

“빙하의 시련은 대전사의 자격을 증명하는 시험이다!”

“가이니르, 가만히 있으라니까……!”

중간에 왜 한 사람이서 모든 대화를 도맡는지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긴 했다마는.

“크흠. 빙하의 시련을 통과한 이를 대전사라 부르는데, 대전사가 많을수록 부족의 권세가 더 커졌기에 예전엔 일부로 노리는 곳도 있었습니다. 전사 자체를 키워 낼 여력이 없어진 지금은 무리지만요.”

“그렇단 말입죠. 나, 참. 세상에 뭐 그런 흉흉한 현상이 다 있답니까…….”

“그, 괴물이란 건 무엇입니까? 악마랑 다른 존재입니까?”

“예에, 뭐… 전사들 말로는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저희야 악마든 시련의 괴물이든 직접 볼 일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요.”

“그렇군요.”

그것들도 뭐, 태곳적 짐승인가 하는 부류려나? 아니, 그것보단 게이트물 판소에 나오는 게이트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나는 그따위 잡생각을 품은 채, 건빵과 말린 채소로 끓인 수프를 꾸역꾸역 먹었다. 후추가 필요해. 100g에 5천 원 하던 오X기 순후추가 너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근데 그게 왜 노르다 출신 외 사람에겐 비밀이지?”

각설하고 화덕 위에서 등을 지지고 있던 마이스터가 물었다. 모두가 의아해하던 부분이었다.

“악마든 뭐든 그것이 인류에 위협이 된다면 얼마든지 지원이 올 거야. 노르다 지방이 무너지면 북부 전선까지 위험해질 테니 더더욱.”

“어…….”

그 부분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건지, 현지인 세 사람이 말을 흐렸다. 북부 특유의 무표정 뒤에는 약간의 난처함이 숨어 있다.

“저희가 약탈을 자주 벌였으니까……?”

“범죄자가 염치 챙기는 소리 하네.”

빙하의 시련이 그만큼 위협적인 문제면, 아니꼬운 약탈자고 뭐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고 할 인간이 많다. 식량을 베푸는 대신 여태껏 한 것처럼 쟤네끼리 알아서 문제 해결하라고 하자. 뭐, 그런 마인드로 나올 인간들도 분명 있을 테고.

“노르다 놈들은 바보야? 전사들 까먹으면서까지 기껏 처리한 괴물들인데, 그 공을 죄다 감춰 두게?”

제일 중요한 건 그거다.

이 건을 밝히는 순간, ‘저 새끼들은 왜 똥 땅에 자리 잡아서 기생충처럼 약탈이나 하고 다니느냐’라고 말할 사람들이 줄어든다. 똥 땅을 떠나지 않는 행동에 빙하의 시련이라는 명분이 생겨 버리니까.

“너희가 아무리 고생해도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선 너흰 그냥 약탈자야. 봐줄 이유 없는 범죄자라고. 그런데 이 상황에서 너희에게 변명거리가 되어 줄 일은 왜 숨겨? 머저리 아냐?”

약탈도 뭐, 저거 처리하느라 자급자족할 시간이 없었어. 미안. 대충 그렇게 억지 부리면 넘어가지 못할 것도 없다. 그걸 저들끼리만 알고 입 다문 게 문제지.

“무어. 저희야 그런 걸 잘 모르니까요. 선조님 때부터 내려져 온 관습이다 보니 의문 자체를 떠올려 본 적이 없습니다.”

“…염병할, 어딜 가든 호구 새끼만 득실거리는 게 맞냐? 답답해 뒈지겠네.”

마이스터가 진짜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팡팡 쳤다.

“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지 누가 압니까.”

“뭐래. 동족이라고 변호하냐?”

“…….”

말에게 줄 물을 끓이고자, 눈을 퍼 왔던 다니엘이 말없이 일부를 뭉쳤다.

퍼억!

“악!”

화덕 위로 날아간 눈덩이가 마이스터의 안면을 제대로 강타했다.

“완벽한 포물선이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이 새끼들이?”

빡친 마이스터가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다니엘이든 나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기습이라면 다니엘이 조금 위험할 수 있겠으나, 대비한 상태라면 이기는 건 우리였다.

“아오, 내가 조금만 더 힘이 셌어도.”

“글쎄, 근력만 문제겠나?”

“…….”

아, 근력 하니까 생각난 건데. 이장화 그 자식도 아가리 터는 거에 비해 주먹질 더럽게 못했지. 펀치 기계 내기 했다가 박선림한테도 졌을 정도로…….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회상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어서 그런가, 그들을 떠올리는 순간순간이 그렇게 괴롭진 않았다. 그냥, 그냥 좀 많이 그리울 뿐이지.

“그래서, 그녀는 그런 빙하의 시련을 스무 번이나 통과했단 거고.”

“예에.”

아무튼 이제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다.

나는 샛길로 새었던 정신을 되돌린 후, 베르세르크에 대한 탐문을 다시 진행했다. 별건 없었다. 빙하의 시련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에게, 스무 번이나 통과했다는 말은 크게 와닿지 못했다.

즉, 경악하지도, 그래서 중요하게 다룰 수도 없다.

“그럼 그녀가 속한 부족은 어디지?”

우리에게, 정확힌 내게 중요한 건 도리어 이런 부분이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현지인이 별 고민 없이 대답해 주었다.

“현명한 비르기르가 이끄는 달그림자 부족일 겁니다.”

“위치는?”

“음, 이곳을 기점으로 북서쪽에 있을 겁니다, 아마. 영관의 다섯 번째 봉우리, 정복과 가깝지요.”

“영관?”

“이 땅에 가장 높이 솟은 산봉우리와 그 일대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날이 정말 좋을 때, 적당히 높은 곳에 올라가 북쪽을 바라보면 보일 때가 있다며 그가 말을 덧붙였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소리였다.

“…영관이 이곳과 가까운가?”

“그럴 리가요.”

마을에 들르는 일 없이, 작정하고 걸어도 스무 날은 걸릴 거라며 현지인이 부정했다.

즉, 이곳과 그 산과의 거리는 하루에 20km씩 행군한다는 조건으로 계산하면 무려 400km. 변수를 배제한 단순 계산이라곤 하나 부산에서, 혹은 제주도에서 서울에 있는 산을 관측하는 꼴이었다.

산이 얼마나 높으면 그게 되는 거야? 등골이 절로 오싹해졌다.

“…저기 혹시, 세계의 끝을 가려면 그 영관이란 걸 넘어야 합니까요?”

나와 비슷한 불안을 감지한 건지 데스브링거가 다급한 태도로 되물었다.

“지금, 세계의 끝… 이라 하셨습니까?”

“거긴 왜 가는 거냐? 죽으려는 거냐?”

기대한 답이 바로 나오진 않았다. 그들은 우리가 가려는 곳에 더 질겁했다. 지금까지 보인 반응 중 가장 격정적인─목숨이 걸렸을 때는 당연히 빼고─반응이었다.

“영관 너머에 존재한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거긴 대체 왜 가십니까? 죽을 자리를 찾으시는 거면 이곳에도 많습니다.”

“…그 정도입니까?”

“당연하지요.”

인퀴지터가 떨떠름하게 되묻자, 현지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압도적인 긍정이었다.

“세계의 끝이 실존하는지도 불명확하거니와, 영관 너머는 죽음의 땅입니다. 대전사들도 그곳만큼은 가려 들지 않을 만큼요. 어째서 세계의 끝을 노리시는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심은 어떠실지.”

“으음… 하지만 저흰 가 봐야 합니다.”

“그렇습니까. 하면 딱 한마디만 드리지요. 영관 너머의 동토를 밟고도 살아 돌아온 인간은 여태껏 딱 다섯뿐이 없습니다.”

“그건 다섯이나 성공했단 소리로군요.”

“그걸 그렇게 이해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한데 그의 만류는 긍정킹 인퀴지터에게 있어 도리어 확신만을 주게 되었다. 졸지에 희망을 선물한 사람들이 된 이가 눈썹을 모았다.

이걸 어떻게 말리지. 자살 희망자를 보는 듯한 눈길에는 숫제 안쓰러움마저 솟아오르고 있다.

“그 다섯이 당대 최고의 대전사들이었으며, 현시대에 다섯이 나온 게 아니라 여러 시대에 걸쳐 고작 다섯이 배출된 것도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군요.”

“아… 여러 시대?”

“예.”

“…그, 샌님. 이건 좀 검토해 봐야 하는 문제 아닙니까요?”

그래도 이번 충고는 제법 경각심을 심어 주었다. 약체인 데스브링거가 가장 먼저 털을 쭈뼛 세웠다.

“그럼 현시대에는 그 너머를 갔다온 사람이 없는 겁니까?”

하나 인퀴지터는 곰곰이 생각해 볼지언정 뜻을 굽힐 표정은 아니었다. 그녀는 데스브링거를 외면한 채 좀 더 캐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제가 들은 소문이 맞다면, 현세대 베르세르크도 영관 너머에 다녀왔을 겁니다. 세계의 끝까지 갔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요.”

“베르세르크가 거길 갔다 왔다라.”

뭐야, 그럼 우리도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베르세르크가 일반인과는 억 광년 떨어져 있긴 하지만… 그건 우리도 비슷하잖아. 그러니까, 나랑 인퀴지터에 한해서.

“그럼 괜찮습니다. 다른 정보를 주십시오.”

“으음…….”

별개로 이렇게 되면 인퀴지터가 베르세르크에게 임시 동행을 청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정식 길잡이건 아니건, 경험자가 파티에 있는 것과 아닌 건 천지 차이니까.

베르세르크 성격을 감안하거든 그녀가 거절할 일도 없을 거다. 하다못해 그녀가 안 좋은 일로 파티 탈퇴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쩔 건가.”

“예?”

“그녀가 정말 다녀왔다면 임시로라도 그녀에게 합류를 부탁하는 게 편할 텐데.”

“아, 그렇긴 합니다. 다만…….”

나는 현지인이 갈등하는 사이, 인퀴지터에게 슬쩍 물었다. 그러자 그녀 또한 은근히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신경 쓰지 마라.”

베르세르크에게 어떤 무기가 필요한지 묻고, 그에 맞는 무기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또한 그사이에 베르세르크가 저이에게 합류하고자 한다면…….

“이왕 이곳까지 온 것, 세상의 끝을 보고 가는 것도 좋겠지.”

“모험가님……!”

쌓인 정이 몇이고, 상황도 개선된 상태인데 이 정도 연장이야 얼마든지 가능이지.

거기에 지구를 보면 돈과 목숨을 갈아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려는 인간들이 있다. 그런 마당인데 내가 그냥 가는 것도 좀 아쉽지 않을까? 이왕 오게 된 이세계라면 여한 남지 않도록 마구마구 구경하고 다니는 게 맞지 않을까?

애초에, 세계의 끝이란 곳은 딱히 일행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가 보고 싶을 장소였다. 아무렴, 명칭이 너무 간지 나지 않는가. 무려 세상의 끝이라니.

올라갈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폴짝거리며 맵 정상을 찍어 보는 게이머 특성상, 이런 간지 나는 장소는 놓칠 수 없다. 환경과 상황이 받쳐 준다면 꼭 들러 보고 싶다.

“정말, 정말 가실 생각이시군요.”

“예. 그것이 저희의 사명이니까요.”

“분명 위험할 텐데…….”

“걱정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결정이 취소될 일은 없습니다. 저희를 돕고 싶다면, 세계의 끝에 대한 다른 정보를 부탁드립니다.”

각설하고, 인퀴지터의 정중한 설명에 현지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어조가 결코 뜻을 꺾을 사람의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알겠습니다. 제가 아는 건 죄다 말씀드리죠.”

하나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생존 확률를 높일 수 있게 정보라도 제공하는 것이 낫다.

현지인도 그런 판단을 내린 듯, 본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내놓았다. 그들을 살려서 붙잡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정보였다.

“……?”

“모험가 경? 안 주무십니까?”

그리고 이 모든 대화가 끝나고, 불침번을 제외한 모두가 잠자리에 들려던 무렵.

나는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존재감에 몸을 일으켰다. 끼익. 열린 문 사이로 흘러드는 찬 공기는 한여름 밤에 연 냉장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시원함을 느끼며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주작?”

저 먼 남쪽 하늘로부터 주작의 불꽃이 보였다. 우리를 저 멀리까지 태워 줄 불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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