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화 신께 고하리라 (7)
일행은 이번에도 일반 여관을 잡았다. 신성력 여과기가 있는 이상 신전에 가도 죽진 않을 텐데, 참 사소하고 감동적인 배려였다.
“저는 이단심문관님과 함께 신전에 들러 소식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경께서 찾는 분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대명장님께서 경고한 바가 있는 이상, 사람들 사이에서 수소문하는 건 어려울 듯하니까요.”
“고맙다.”
“별말씀을.”
그렇다고 나서서 신전에 가자고 하진 않았다. 신성력 여과기 덕에 HP는 안 까이지만, 사제들이 나를 볼 때의 정신적 피로감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나도 마탑에 잠깐 들렀다 오겠네. 그대들은 여기서 쉬고 있게나.”
“옙.”
마탑도 비슷한 맥락에서 동행하지 않았다.
혼자 왕복해야 할 아크메이지님이야 걱정되지만… 그렇다고 그 앞까지 가긴 좀 겁났다. 지금껏 경험해 본바, 다른 지방 마법사들도 나사가 하나씩 빠져 있었는데 그런 이들마저 경계하는 북부는 얼마나 심한가 싶어서.
“…북쪽의 야만인이 마탑을 부쉈다고요.”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여관에 남아 식사를 주문했다.
뜨거운 돌을 받쳐, 가능한 오래 온기를 간직하도록 한 수프가 가장 먼저 나왔다. 뼈를 고아 만든 육수에 라드Lard와 사탕무, 양배추, 감자를 넣고 끓인 수프였다.
“머저리가 납치할 사람을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고른 거지.”
“그, 북쪽의 야만인이라면 노르다 사람 맞죠?”
“그렇지.”
“그들이 마탑을 부술 정도로 강해요?”
“손님, 북부인이 아닌가 보네?”
와, 고기 잡내 레전드.
나는 말수가 적어진 마이스터를 챙기며, 수프를 조금씩 떠먹었다. 그동안 여관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건 당연히 데스브링거다.
“네에. 동부에서 막 올라왔어요.”
“그럴 줄 알았어. 야만인에 대해 되묻는 건 다른 지방 출신뿐이거든.”
정답을 맞힌 게 기분이 좋은지, 여관 주인이 희미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때마다 북부인 특유의 풍만한 풍채가 짐짓 흔들렸다. 비만체라기보다는 그저 골격 자체가 크고 근육이 곳곳에 숨어 있을 뿐인, 흔한 내배엽 체형이었다.
“댁처럼 재잘재잘 말 붙이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다만 여기서 문제는, 북부의 사회적 분위기가 다정함과 상냥함을, 그리고 웃음을 멀리한다는 점이다.
곰이 연상될 만치 기골이 장대한 인간이 표정 없이 그런 말을 하자 위압감이 형성됐다. 그쪽에서 협박하거나 압력을 줄 의도로 말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
데스브링거의 귀가 조금 빳빳해졌다.
“아… 그래요?”
“아, 뭐라 하는 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넵.”
“그래서… 뭘 말하려 했더라?”
“노르다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요.”
“아, 그랬지.”
그래도 조사에 엄청나게 애먹거나 하진 않았다. 암, 우리가 여태껏 겪어 온 사경이 몇 개고 지나온 사선이 몇 갠가.
체급 차 하나에 쫄기엔 이보다 무서운 게 너무 많다.
“노르다 출신이라고 다 강한 건 아니야. 그렇지만 전사라 불리는 놈들은 어지간한 모험가 뺨 때릴 수준이지. 대전사쯤 되면 기사랑 맞붙어도 승산이 있다 들었고.”
“기사랑요??”
“뭐, 정말 붙으면 기사가 대부분 이긴다곤 하는데… 자세한 건 나도 몰라. 그만큼 강하단 것만 이해하고 있을 뿐이지.”
됐고, 새로운 요리가 나왔다. 하나는 고기와 채소, 향신료로 볶은 밥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수였으며, 다른 하나는…….
“만두?”
만두랑 심히 닮은 요리였다.
“……?”
내 옆에서 수프를 욱여넣던 마이스터가 나 한 번, 만두요리 한 번, 데스브링거 한 번 순서로 시선을 주었다. 그 끝에 나온 표정은 차마 형용할 수 없는 형태의 것이다.
“취향 참…….”
얜 갑자기 왜 이래. 나는 마이스터가 갑자기 왜 고개를 젓는지도 모른 채 만두가 담긴 그릇을 가리켰다.
“별로인 음식인가?”
“아니… 음식은 멀쩡해.”
“그럼?”
“…됐다. 처먹기나 해.”
진짜 왜 저래. 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결국 만두나 입에 넣었다. 다진 야채와 고기가 씹혔다. 내 턱관절이 속도를 점진적으로 느리게 했다.
“참고로 북부에선 고기 안 들어간 음식을 찾는 게 더 힘들다. 생선 요리도 마찬가지고. 생선 안 좋아하거든.”
“…안다.”
그렇지만 입에 안 맞는 건 안 맞는 거야. 나는 입에 넣은 걸 억지로 삼킨 후 수프 속 야채만 깨작깨작 떠먹었다. 사탕무가 씹힐 때마다 입이 달아져서 그건 그것대로 괴로웠다.
“그 망할 놈들이 근래에 한 짓 중 유일하게 잘한 건, 저놈의 마탑을 박살 낸 것밖에 없어.”
“…쌓인 게 많으신가 보네요.”
“하, 쌓인 게 많냐고? 당연히 많지!”
그사이, 여관 주인은 테이블을 벅벅 닦다 말고 걸레를 휙 내팽겨쳤다. 철퍽. 젖은 걸레가 테이블 위에 찰진 소리를 내며 안착했다. 여관 주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소리였다.
“이 땅에서 빌어먹을 약탈자 놈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
“오…….”
“북부의 모든 인간이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같은 인간들을 공격하고 식량을 뺏어 가는 기생충 같은 것들…….”
노골적인 폭언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동부에서 온 인간이기에 감정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건지, 아니면 이 지방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감정이기에 걱정 없이 드러내는 건진 모르겠으나, 하여간 선명한 적의였다.
“…노르다 지방의 평판이 좋지 않군.”
“그쪽 출신 약탈자들이 워낙 많으니까.”
평상시 대비, 그릇을 절반도 비우지 못한 채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한 건 인지하고 있지만, 참고 먹기엔 입에 너무 안 맞았다.
‘미안… 네 몸인데.’
「괘, 괜찮아요. 억지로 드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안 먹어도 안 죽는 몸인걸요.」
열량을 충당하지 않아도 마력이 어떻게든 해 준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 안 먹으면 소화기관이 퇴화할 텐데…….
나는 북부에서 탈출하면 그때 많이 먹기로 다짐하며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내가 여기 살 때도 그쪽 지방 인식은 안 좋았어. 그 지방에서 실력자가 많이 배출되긴 하는데… 그 실력자가 악마 말고 사람을 잡고 있으니 좋아하기가 좀 그랬지.”
“…그런가.”
“그렇게 실력자가 많으면 북부 전선에 가담해 공을 세우고, 그 공적으로 물자를 받는 것도 가능할 텐데 쉬운 길만 선택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많았고.”
“모두가 합리적인 길만을 고를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렇다고 그들의 선택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별개로 꼭 공을 세우지 않더라도 터전을 옮기는 정도의 수는 고를 만한데, 그것마저 하지 않은 건 왜일까. 역시 애향심인가?
“사실 나도 좀 의문이긴 해. 수백 년 전에는 약탈자보단 야만전사, 설원의 병사들로 이름을 더 날렸댔는데…….”
“밥상머리에서 연구하는 거 아니다.”
“너도 꼴랑 그것만 먹은 주제에.”
“못 먹는 것과 안 먹는 것을 동일시하긴 어렵다 보는데.”
“편식이 뭐가 못 먹는 거냐? 그냥 안 먹는 거지.”
“단순히 먹기 싫어서 안 먹는 것과 도저히 못 먹겠어서 안 먹는 것의 간극을 모르겠다면,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
나는 생각의 꼬리를 물려는 마이스터를 붙든 후, 손을 들어 사람을 불렀다. 요리를 마치고 나와 있던 이가 멀뚱멀뚱 다가왔다.
“마실 것으론 뭐가 있지?”
“보드카, 맥주 중 뭐로 드릴까.”
“…술 말곤 없나?”
“술 말고? 음… 꿍쳐 둔 찻잎이 있긴 한데.”
“값은 치르지.”
나도 찻잎은 있지만, 그건 아껴 먹을 거다. 나는 팁까지 포함한 금액의 돈을 값으로 치렀다. 요리사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인 후 주방으로 돌아갔다.
“너무 많이 준 거 아니야?”
“그랬나?”
뭐, 제값도 시세를 알아야 치를 수 있는 거니까. 난 여기 처음이고. 어쩔 수 없지.
“아주 태연하네. 돈 많나 보다?”
“없진 않다.”
본래도 지갑이 비어 있던 편은 아니거니와, 얼마 전 데스브링거에게서 비류호의 손톱까지 돌려받았다. 비밀 엄수 조항을 실패한 대가로 받아 왔다는 말에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아무튼 그 덕에 곤궁해질 일은 거의 없어졌다. 최악의 순간에도 모험가로서 의뢰 몇 개만 뛰면 그만이고.
“그러냐.”
“그렇지.”
즉, 새삼스럽게 자잘한 금액을 두고 꽁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나는 손해에 연연하는 대신 느긋하게 차를 기다렸다.
“그럼 나중에 돈 좀 빌려줘.”
“투자의 형식이라면.”
“투자……?”
“자본금 마련해 주는 대가로, 나중에 네가 벌 돈의 일정 비율을 내게 지급하는 걸 말하는 거다. 내가 돌아간 후에는 파우스트에게 지불하고.”
“…그래. 그거 괜찮네.”
이야, 잘만 하면 몇 년 정도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겠는데. 지구에서도 못 해 본 억만장자, 이 세계에서 되어 보는 건가.
“일평생 돈 걱정 없이 살겠군.”
뭐, 돌아간 후에는 의미 없어지겠지만… 그땐 대신 파우스트가 받을 테니까. 걔가 싫다고 하면 학교나 병원이나 뭐 그런 거 세우는 데 써 달라고 하면 될 테고.
나는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막 주방에서 나오는 요리사를 보았다. 북부의 차는 어떤 맛이려나. 약한 기대가 가슴을 통통 두드렸다.
“…잼?”
“차에 잼을 타먹으면 맛있다고.”
“…….”
…지구에서도 차랑 잼이랑 같이 먹는 나라가 있던데. 거기도 북쪽이었지? 젠장.
* * *
베르세르크는 손가락에 피가 맺히도록 눈을 파고 또 파헤쳤다.
하나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기가 어렵듯, 수십 년 전에 죽은 이를 설산 속에서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녀는 자신의 뺨을 연거푸 쓸었다.
“빌어먹을.”
수색이 힘겨우리란 건 각오한 바다. 수십 년을 헤매도 못 찾을 수 있고, 어쩌면 그녀가 먼저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 역시 받아들였다.
“언니…….”
그렇지만 수색에 있어 그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그런 막막함이 아니었다.
“제발…….”
이렇게 찾아 헤매는 이의 시신이 이미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야말로 베르세르크의 유일한 시련이었다.
“…….”
찾는 데 오래 걸리는 건 괜찮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이지, 발견하는 것 자체는 가능한 셈이니까.
찾다가 죽는 것도 괜찮다. 어차피 미련 없는 삶이었다. 언니가 누운 땅에서 죽는 건 그녀에게 있어 호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찾아야 할 대상이 없었다는 것만은 참을 수 없다. 짐승들이 언니의 시신을 뜯어먹고 세월이 그것을 소화시켰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베르세르크는 거처로 삼은 동굴에 돌아와 몸을 웅크렸다.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대전사.”
전사들이 떠나가고 사냥꾼이 포기를 외친 현재. 유일하게 그녀 곁에 남은 소녀가 발간 뺨을 오물거렸다.
“이미 죽은 사람이잖아요. 왜 그렇게 간절히 찾아요?”
뿔피리를 부는 소녀는 한때 재능을 증명하지 못하여 부족 밖으로 내쫓길 뻔한 적이 있었다. 당시 부족의 사냥꾼이 발을 접질리며 시종이 필요해지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저 설원 어딘가에 파묻혔을 터였다.
“가족이라고 해 봤자 결국 남인데.”
다만 이 이야기에서 제법 비극적인 점은, 그녀의 처우를 두고 그녀의 부모는 단 한 번의 저항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
그렇기에 소녀는 가족이란 단어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소녀에게 있어 가족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존재였다.
“…언니는 나를 위해 죽었다.”
“…정말요?”
하나 베르세르크는 소녀와 달랐다. 그녀의 생은 오롯이 언니의 희생으로 이뤄져 있었다.
“…우리 자매는 고아였다.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고아.”
해가 지날수록 식량도, 약도 부족해지던 상황이었다. 부족에선 먹는 입을 줄이고자 쓸모없는 인력부터 내버리기 시작했고… 지켜 줄 이 없던 그들은 설원으로 내버려졌다. 그녀 나이 7살, 언니 나이 12살의 일이었다.
“언니는 그나마 상황이 괜찮았다. 부모가 살아 있을 적 짧게나마 칼 쓰는 법과 사냥하는 법을 배웠고, 배움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가능하던 나이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그녀는 자생은커녕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나이였다…….
“사냥할 수 없던 나이의 나를 먹여 키우고, 자란 나에게 사냥을 알려 주고, 온갖 위협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 건 전부 언니였다. 나를 버렸다면 보다 여유롭게 살 수 있었는데도… 그녀는 구태여 나를 돌봐 준 거다.”
언니의 선택이 없었다면 그녀는 진즉 명이 다했겠지. 베르세르크는 더듬을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 앞에서 눈을 내리깔았다.
“다만 내가 열세 살이 되었던 해, 유난히 혹독한 추위가 찾아왔다. 먹을 것들이라곤 보이지 않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도 불가능한… 그런 추위였지.”
그 해 네 개의 부족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런 해였다.
“어떻게든 먹을 걸 구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건 짐승들도 마찬가지였지. 우린 굶주린 곰과 맞딱뜨렸다.”
“……!”
지금이라면 곰 따위, 맨손으로도 찢어 버릴 수 있다. 하나 그때의 그녀는 그렇지 못했다. 그녀의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약했고, 그래서 다쳤다.
“우리는 어떻게 도망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내 보호를 우선시한 바람에 언니가 커다란 부상을 입었다. 부족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치료할 수 있었을, 그러나 내쫓긴 입장에선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부상이었지.”
“그, 러면…….”
“그래서 언니는 대전사에게 도전했다.”
“…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동생이라도 살려 보겠단 일념이었겠지, 아마.”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내면, 당신은 내 동생을 거둬 줘야 합니다.』
『나한텐 손해밖에 없는 조건이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거야, 내 동생은 나보다 더한 천재니까.』
“…그래서 성공했어요?”
“내가 살아 있는 것이 답이 될 거다.”
만약… 언니가 그녀를 버렸다면, 언니는 좀 더 풍족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를 챙긴다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언니는 굶주린 곰으로부터 다치지 않고 도망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그래, 그랬다면 언니는 살았을 것이다. 그녀를 살리지 않았다면, 언니가 살았을 것이다.
『상, 처. 냈습니다. 그러니까 약속을…….』
『…널 좀 더 일찍 발견했다면, 널 제자로 들였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언니는 죽게 되었다.
『반드시, 동생을…….』
『그래. 너의 기개를 봐서라도 네 동생을 거둬들이겠다. 대전사의 명예를 걸고 맹세한다.』
『아… 다행이다…….』
그런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남은 만큼 더더욱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대전사를 살린 언니는 대전사가 이렇게 사는 걸 바라지 않을 텐데─”
“어린 피리꾼아, 내가 그걸 몰라서 이러는 것 같으냐?”
그리고 그런 이야기였기에, 베르세르크는 언니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언니 없이 그녀는 존재할 수 없다.
“…모든 대전사들은 자신만의 광기를 가지고 있다. 전대 부족장이 그러했고, 내 스승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건…….”
“나 또한 그런 광기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대전사가 그랬듯이… 이 광기로 인해 죽겠지.”
“대전사.”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제 쉴 만큼 쉬었다. 베르세르크는 자신 몫의 식량을 소녀에게 떠넘긴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미쳤으니까.”
* * *
아크메이지는 박살 난 벽을 창밖으로 살피며 사람을 기다렸다.
“미안합니다, 오래 기다렸습니까?”
인내는 길지 않았다. 그녀가 기다린 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 그 사건 이후로 처음 보네요. 그렇죠? 지혜로운 금풍.”
길과 불길을 전부 품고 있다는 수다쟁이 새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