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화 신께 고하리라 (5)
휴식 없이 북상을 지속했을까. 이변은 내가 불침번을 맡게 된 시각에 일어났다.
“일어나라.”
나는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을 두고 잠들어 있던 일행들을 깨웠다. 저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안 깨우고 방관할 만한 존재감은 아니었던 까닭이다.
거기에 주홍빛 광원은 하늘에 오로라 같은 궤적을 남기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우연인지, 혹은 노린 것인지 정확히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무슨 일…….”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생명체가 다가오고 있다. 만일을 대비해라.”
“예, 예! 아크메이지님, 일어나십시오!”
“너희도 일어나라.”
“예… 으에에.”
피로 때문인지 다들 몸을 못 가누네.
나는 그나마 빠르게 정신 차린 인퀴지터와 다니엘에게 나머지 인원의 기상을 일임했다. 저 불꽃의 접근 속도가 상상 이상이라, 누구 하나는 시간 끌 준비를 해야 할 성싶었다.
화르르륵!
[고의 생각보다 멀리 가지 못했구나.]
하나 그런 내 노력은 다른 의미로 쓸모없게 되었다.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거대한 불꽃은, 그리고 그 불꽃으로 이뤄진 새는 우리에게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보다… 그래. 그대가 악마를 품었다는 인간이구나. 이야기는 들었다.]
불사조야? 나는 깃털깃털마다 불이 붙어 있는 신비로운 생물을 보며 검을 고쳐 쥐었다. 당장 덤비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적대적 생물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또 몰랐다.
[삿된 것을 품은 자야, 검을 거두어라. 고는 그대에게, 그리고 그대 뒤에 있는 것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
아무리 그래도 지금 내 뒤에 있는 인간 중 절반 이상이 자기 구제가 안 되는 연약한 (상대적) 일반인이라서 말이지.
“악, 모험가님! 무슨 일이!”
내가 불새의 말을 씹은 채 계속 검을 잡고 있었을가. 여자 쪽 천막에서 인퀴지터가 데구르르르 튀어나왔다. 해룡 갑옷은커녕 가죽 갑옷도 제대로 못 껴입은 채 메이스만 들고 있는 차림이었다.
“태, 태곳적 짐승…….”
[그대가 신의 대행자인가.]
“아,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불새의 존재를 확인한 인퀴지터가 적의 없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퀴지터를 알아본 불새의 어조 또한 정중하긴 매한가지였다.
뒤구르기 하면서 봐도 당장 공격할 것 같지는 않다.
“흠.”
이러면 좀 안심해도 되겠지. 어차피 상황이 틀어져도 인퀴지터에겐 방어막을 펼칠 능력이 있으니까.
나는 그런 사고로 검을 집어넣었다. 화륵! 날개만을 펄럭이며 위치를 고수하던 불새가 불의 크기를 키운 건 바로 그때였다.
반사적으로 검 자루에 손이 닿았으나, 이후 풍경에 절로 손이 떼졌다. 부풀어 오른 불은 거대한 새를 삼킨 후 사그라들며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화르르륵!
눈을 녹이는 열기 사이로 오색 빛이 흩뿌려졌다. 또각. 불꽃에서 태어난 존재의 옷가지가 발하는 빛이고 구두 소리였다.
[그대들이 고를 이르되, 주작 혹은 봉황, 불사조, 피닉스 따위라 하니. 무엇을 택하든 편한 대로 부르라. 고는 신경 쓰지 않는다.]
와, 오브젝트 헤드.
나는 머리가 불꽃이되 옷을 갖춰 입음으로써 인간형처럼 보이는 존재를 가만 살폈다. 비류호가 인간으로 의태할 줄 아니 이쪽이라고 딱히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내 시선이 붉게 불든 사위로 돌아갔다. 간지 나는 생김새와 별개로 밤에 보니 그저 걸어다니는 광원이다. 나는 실례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주먹에 힘을 주었다.
“태초부터 존재해 온 오래된 존재를 뵙습니다.”
[신을 대리하여 의지를 펼치는 자여, 그대의 헌신에 무궁한 영광을.]
그사이 인퀴지터와 주작이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아는 사이 특유의 친밀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초면 특유의 어색함보다는 우호적임이 더 컸다. 나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뭐야?”
“주작이 찾아왔다.”
“…이 새벽에?”
마침 피로에 전 마이스터가 천막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안경이 삐뚤어진 게 정말 허겁지겁 일어난 모양이었다.
“이 미친 인간아! 사람 밟지 말라고요!”
“명, 명치가…….”
…정말 허겁지겁 튀어나온 모양이다. 나는 열린 틈새로 보이는, 마이스터에게 짓밟힌 희생자들을 보며 측은한 심정이 되었다. 친구네 집에서 자다가 강아지에게 몸통 박치기를 당한 적 있기에 그 측은함은 더했다.
“…괜찮나?”
“아뇨…….”
꼬리와 명치를 희생당한 이들이 각자 부위를 짚은 채 파들파들 몸을 떨었다. 공감 가는 고통이었다. 그거 참 아프지…….
“사내 놈들이 왜 약한 척이야?”
“차별 발언인 건 둘째 치고, 명치가 밟혔는데 멀쩡하면 그건 인간이 아닐 텐데.”
“기합으로 이겨 내라고 해.”
본인도 기합으로 못 이겨 낼 거면서… 나는 인성 터진 발언에 마이스터를 잠시 응시했다가, 곧장 고개를 저었다. 저건 고쳐질 수 있는 재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가 필요한 거군요…….”
[그렇다.]
“하면 오래된 존재시여, 심장 조각은 이것이 다입니까?”
다만 우리가 그렇게 개그 콘서트를 여는 동안, 인퀴지터는 주작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언제 나왔는지 모를 아크메이지가 더해진 후에는 질도 올라갔다.
반환해야 할 건 숭고한 용의 심장이었고, 반환해야 하는 이유는 숭고한 용의 사명이 인류의 안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정확히 인퀴지터가 필요했던 이유는 찢어진 심장을 이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 그녀뿐이어서였다.
[그렇지 않다.]
“하면 그것들은 어떻게……?”
[고민 중이다. 고가 회수한 조각들의 주인은 이미 명이 다한 것들이나, 남은 조각들의 주인은 아직 천수를 누리고 있으니. 고는 그것들의 생사를 함부로 결정 내릴 수 없다.]
다만 회수해야 할 조각이 남아 있되 그 조각들이 산 사람에게 깃든 상태여서야.
나는 주작이 망설인 이유를 이해했다. 선조가 죄를 저질렀기에 네가 당장 죽어야 한다 말하는 것은 그만큼 부당했다.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그런 거지, 태곳적 짐승의 입장에선 또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말이다.
[그보다, 준비하라. 고에겐 시간이 없다.]
“예?”
[북쪽까지 태워 주겠다.]
“아, 예!”
각설하고, 우리는 그 조각들에 대한 처우를 정하기도 전에 짐을 꾸려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탈것이 우리를 태워 준다고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말들이 거부할 줄 알았는데.”
[고가 허락했으니 괜찮노라.]
“아…….”
우리는 어떻게든 가방에 짐을 구겨 넣고 주작의 등에 탔다. 말조차 오를 수 있을 만큼 널직한 등이어서 너비 쪽으로는 별문제가 없었다.
치이익!
“윽!”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체질적으로 주작과 닿을 수 없는 나만 뺀다면, 아마 아예 없었을 것이다.
[…이런. 고는 정화의 힘을 제한하는 능력이 없다. 아무래도 그대는 특별한 수가 필요할 것 같구나.]
“헉, 그럼 어떻게 해야…….”
[커다란 천이 있는가? 그 안에 타면 고가 그것을 쥐고 가겠노라.]
아기 물어다 주는 황새야? 인간 들어가 있는 보따리를 쥐고 날게?
“천막용 천을 두 개 쓰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 보십쇼.”
“음. 혹시 모르니까 바닥 부분에 하나 더 깔자. 상공에서 찢어지면 답도 없어.”
“옙.”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호빵 만두처럼 생긴 보따리가 데스브링거와 마이스터의 손길 아래 탄생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글쎄.”
신성력 여과기는 정말 신성력만 여과하는구나. 나는 서글픔을 삼키며 보따리 안에 주섬주섬 발을 집어넣었다. 고정은 꼼꼼하게 된 것 같은데 과연 천이 버텨 줄까.
“찢어진다면, 그건 저들의 실수가 아니라 재질의 문제가 될 테니 괜찮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다니엘에게 얼른 올라가라 손짓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다니엘이 그런 표정을 지었으나 이 이상의 확언은 나도 줄 수 없었다. 나는 재차 손짓만 했다.
“…위험할 것 같으면 언제든 줄을 당겨 주십쇼.”
“그래.”
나는 답답하지 말라고 마이스터가 내 준 구멍에 얼굴을 대고는 조금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이 붕 뜨는 느낌이 났다. 주작이 나를 쥐고 날아오른 것이다.
“…음.”
이거 꼭 해먹에 누운 느낌인데. 단지 지지대가 위에 있고 상공 수백 미터 위에 설치됐을 뿐인 해먹에.
말하고 나니까 이거 진짜 위험한 짓이잖아. 나는 새삼 깨달은 사실에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말조차 주작 등에 타는데 왜 나만…….
‘망할 악마 새끼…….’
[가만히 있는 나는 왜?]
‘존재 자체가 해악인 새끼…….’
가만히 있으면 뭐 하냐, 가만히 있는 자리가 남의 몸인데. 하여간 들숨 날숨 모든 것이 민폐인 놈답다. 나는 숨 쉬듯 자연스레 분노를 까며 눈을 감았다.
주작이 아무리 빨라도 몇 시간은 날아야 할 테니, 그간 잠이라도 자자는 판단이었다.
[그대.]
“……?”
[괜찮다면 고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그러나 머릿속에 새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짐으로써 내 계산은 전부 무위가 되었다.
“…주작인가?”
[불편하다면 거절해도 되느니라.]
“아니, 나는 상관없다. 다만… 내 목소리가 들리나?”
[걱정 말라. 고의 귀는 보기보다 성능이 좋은 편이다.]
확실히 새가 의외로 청력이 뛰어난 편이긴 한데…….
나는 일반 짐승에 주작을 비추어 보는 걸 그만두고, 주작이 말을 걸어 온 이유에 집중했다. 솔직히 가늠되는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거지.”
아니면 역시 그건가? 내 안에 들어 있는 악마를 두고 시비를 걸려는 건가?
[그대, 해룡과 육귀, 비류호에게 무언갈 받은 적이 있나?]
아. 그냥 구슬 때문이구나.
나는 의식 저편에 놓아 뒀던 물건을 그제야 떠올렸다. 효과가 패시브고, 이 존재를 알아보는 이도 극소수다 보니 직접적으로 언급할 일이 없으면 영 떠오르지 않는다. 내 패착이었다.
“그래.”
[…그렇군. 하면 그것은 그들의 끝을 지켜볼 때 받은 것인가?]
“…그건 어떻게 알지?”
[고는 동지들의 소식을 두고 항시 귀를 열어 두고 있느니라.]
“의외로군.”
다른 태곳적 짐승들은 죄다 개인주의 성향이던데. 인간 사이에 섞여 산다는 주작은 다른가 보다.
[무엇이 의외인가?]
“내가 마주한 모두가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 보였기에, 그대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가.]
“그래서, 그게 궁금했던 건가?”
[그래. 타락했다 해도 한때의 동지였으니.]
근데, 음. 아까도 든 생각이지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주작의 말을 두고 잠깐 고민했다. 이걸 말할까 말까. 그리 오랜 고뇌는 되지 않았다.
“참고로,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하는 말인데 비류호는 확실하게 죽었지만 해룡과 육귀는 살아 있다.”
[……?!]
“아, 어쩌면 해룡은 명이 다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나와 헤어질 때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육귀도 마찬가지고.”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안 될 거 없지. 나는 해룡과 산군, 육귀, 마지막으로 비류호에 대한 이야기를 살살 풀어 주었다. 전체적으로 타락과 연관이 되어 있었기에 주작은 듣는 내내 약간의 언짢은 기색을 풍겼다.
나를 싫어한다기보다는 타락한 동지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타락 자체를 향한 불쾌감의 언짢음이었다.
[…그렇게 된 것이었나.]
그리고 이야기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주작의 목소리는 시작할 때보다 한결 경쾌해졌다. 겹겹히 쌓이는 불행 속에서 처음으로 반가운 소식을 들은 사람 같았다.
[고맙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고는 진정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리라.]
자연히 나를 대하는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가 나를 좋게 봐 준다면, 북부에서 나를 조지려 드는 일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래, 이참에 고도 그 구슬에 가호를 더해 주겠노라.]
그렇지만 이런 것까지 바라진 않았는데?
[사양 말라. 고의 친우들을 도운 그대에겐 고의 가호를 받을 마땅한 자격이 있다.]
이거, 비류호의 힘까지 받았다면 아주 사신수 모두가 축복한 구슬이 됐겠어?
나는 세트를 모으지 못한 게이머적 아쉬움과 뜻밖의 행운에 감사하는 일반인의 심정을 양껏 느꼈다. 주작의 가호가 뭔진 몰라도 최소한 나쁘진 않을 것이기에 느낄 수 있는 기쁨이었다.
“…감사를 전하지.”
[고가 그대에게 할 말이로다.]
아무튼, 껄껄 웃은 주작이 구슬을 꺼내 달라 요청했다. 이 자세에선 안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주작의 능력이 좋았다.
그는 비행 중에도 내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힘을 응집해 구슬에 녹여 냈다. 푸른 구슬에 주홍 빛깔이 추가되었다. 기분 탓인지 사위가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다 되었다. 회수해도 좋다.]
“…무슨 가호를 내렸지?”
[어떠한 추위도 그대를 해칠 수 없을 것이며, 평범한 불꽃과 열기는 결코 그대의 살갗을 녹이지 못하리라.]
“…오.”
해룡이 더위 저항을 주었으니 주작은 완전한 추위 내성을 주지 않을까, 무심코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불 자체를 무효하는 가호까지 내려 줄 줄이야.
[노파심에 말하지만, 보호는 평범한 불꽃에 한해서다. 악마의 불꽃이나 신성이 섞인 불꽃, 마력이 담겨 있는 불꽃은 고의 가호로써도 어찌할 수 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신성이나 악마의 힘에 저항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평범한 불을 무효화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니까.
나는 그 점을 들어 한 번 더 감사를 표했다.
[마음에 들었다면 되었다. 그대의 체질로 인해 내릴 수 있는 가호가 몇 없어 걱정하던 상태였으니.]
“체질……? 아, 악마 말하는 건가.”
[그대의 본의가 아님은 안다. 하나 마기를 다룰 그대에게 정화의 힘이 의미 없는 것도 사실이지.]
“…배려에 감사하지.”
어휴, 마기에 정화 능력이 달린다? 그래 봤자 마기가 마력이 되는 꼴밖에 안 됐을 텐데, 그건 있나 없나 똑같다. 나는 주작의 현명함에 고개를 주억였다. 주작은 아주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
[음, 이런.]
“…왜 그러지?”
[아무래도 전선에 일이 생긴 모양이다. 최대한 비밀리에 나오려 노력했는데… 역시 걸렸나 보군.]
“…그대의 빛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을 만큼 찬란하니, 어쩔 수 없지.”
[그리 말해 주다니 기쁘도다.]
칭찬의 의미는 아니었지만, 최대한 좋게 돌려 표현한 것도 사실이기에 나는 무어라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일단 고는 그대들을 내려 주고 전선으로 돌아가겠다. 또한 이번처럼 최대한 몸을 빼 보려 노력할 것이니. 그대들은 전처럼 세상의 끝을 향해 계속 올라가 다오.]
“그래.”
[다른 이들에게 고의 말을 전할 필요는 없다. 이미 고가 전했으니.]
“…언제?”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살다 보면, 여럿과 동시에 대화하는 기술쯤은 금방 느는 법이니라.]
…뭐야, 쩔어.
나는 지금까지 등장한 태곳적 짐승 중 가장 유능한 존재를 보며 감탄했다. 주작도 타락 예정인 존재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그게 다 무색할 지경이었다.
“…다시 볼 때까지, 부디 건강하길 바라지.”
[…고를 걱정해 준 것인가?]
“태곳적 짐승이라고 해서 다치지 않는 건 아니지 않나.”
[…그렇지. 하하. 많은 존재가 간과하지만, 실로 그러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주작은 영원히 타락 없이 동료로 남아 줬으면 좋겠다. 이 든든한 존재까지 무너진다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니까.
[삿된 것을 품고도 찬란히 빛나는 그대여, 부디 내 친우의 심장을 안전히 지켜 다오.]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걱정 마라.”
[그래. 하면 고는 그대들을 믿고 다녀오겠노라.]
순식간에 지상으로 내려온 주작은 사뿐히 우리를 내려 두고 다시 남하했다.
그동안 우리가 지나친 도시는 두 개. 한 달하고도 보름가량의 여정을 스킵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