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화 내 이 손으로 (1)
─서부는 끝난 건가?
전대미문의 사태를 두고 대회의가 열렸다. 동원 가능한 마법사들을 갈아 가며 긴급하게 만든 자리였다.
─세 개의 도시가 사라졌을 뿐인데, 끝은 무슨 끝.
─애시당초, 그 셋의 함락도 아직 확실한 사항이 아닙니다. 단순히 연락할 여력이 안 되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단언은 금하는 것이 좋겠군요.
─오… 글쎄요. 대신전마저 연락이 끊긴 지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는 건 너무 낙관적인 사고라 생각합니다만.
다급히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마법이 비추는 이의 수는 적은 편이었다. 모든 도시에 마탑이 있는 건 아니며, 있다 해도 실시간 환상 전송에 들어가는 자원을 단번에 마련할 수 있는 도시가 흔치는 않았던 까닭이다.
─시간도 없는데 쓸데없는 억측으로 시간 낭비 말지요. 지금까지 제쪽으로 들어온 정보는 대신전과 그 근방의 도시인 코르사타, 메르네스, 산테로의 연락 두절 및 엔쿠만과 마르델피아의 구조 신호입니다.
─세 개의 도시만 공격받은 게 아니었나…….
─또한… 아, 소식이 하나 더 들어왔군요.
─무엇입니까?
─…마르델피아가 함락당했다고 합니다.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입어 다른 도시로 생존자를 탈출시키는 중이며, 이 소식 또한 다른 도시에 도착한 생존자의 증언으로 전해진 것이라 하는군요.
─엔쿠만은?
─소식은 없으나, 마르델피아와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 대화를 모조리 들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겠지. 아니, 쓸데없는 부채감이 생긴다는 점에서 꼭 행운은 아닌가?
나는 소성주의 배려 뒤에서 팔짱을 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성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내 옆쪽에는 창백한 인상의 인퀴지터와 기타 인물들만이 있다. 자리를 마련하는 동안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이들이다.
─그럼 서부 전선은 완전히 붕괴한 건가. 전선은 어디까지 밀린 거지? 지오디바를 넘어 케냑과 포르젠 지방까지 휘말릴 수준인가?
─하필이면 동부에 모든 관심이 쏠렸을 때 일이 터지다니…….
─동부에 모든 주목이 쏠렸을 때 일이 터진 게 아니라, 일을 터트리기 위해 동부로 주목을 쏠리게 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대화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인퀴지터의 얼굴은 파리해진다. 안쓰럽기 짝이 없는 모양새에 괜히 시선이 갔다. 티 날 정도는 아니나 빈도는 잦은 힐끔거림이었다.
“…인퀴지터,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습니다.”
그러나 인퀴지터는 그마저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만큼 대신전의 몰락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단 의미다.
“전, 괜찮습니다…….”
비척비척 이 자리에 들어온 이래, 줄곧 내 존재조차 인지 못 할 정도로 커다란 영향을.
─뮌문트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용사와 영웅의 활약으로 위기는 벗어난 상태입니다.”
─지원군이 더 필요합니까?
그사이 대화의 주제가 잠시 뮌문트로 튀었다. 잠자코 있던 소성주의 눈은 티 나지 않게 탐탁잖음으로 물들고 있다. 대화의 흐름상 이 도시로 와야 할 지원 물자가 서부로 빠져나가게 생겼으니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한 지방이 몰락할 위기 앞에서 이 땅의 안위만을 챙겨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이 상태에서 끝까지 지원을 고집했다간 인류의 역적 취급 받기 딱 좋다. 소성주는 암묵적인 압박 속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 서부에만 집중하다 동부 전선이 뚫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서도 안 될 것입니다. 교활한 악마들이 성동격서만을 노렸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너무 물러서지도 않았다. 적당한 명분과 먼저 양보함으로써 얻어 낸 상대의 양보를 통해 그는 가장 필요한 자원들을 확보했다. 식량과 약 따위였다.
“어차피 식량은 서부까지 보내기도 힘들지 않습니까? 갑옷이나 무기처럼 썩지 않는다면 모를까.”
─북쪽이 식량을 서쪽에 원조하고 우리가 북쪽에 원조하는 식이면 식량도 전달이 될 테니…….
“하면 식량은 포기하겠습니다. 대신 사람을 보내 주시죠. 도시당 이십 명만 보내도 충분할 것입니다.”
─…소속이 다른 병사를 한데 모아 봐야 별 의미 없다는 건 그대가 제일 잘 알지 않습니까.
“그런 문제야 사령관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요. 더불어 제가 언제 병력을 보내 달라 했습니까? 사람을 보내 달라 했지.”
그 과정에서 그는 인적 자원도 일부 삥을 뜯었다. 처음부터 노린 것인지, 아니면 틈을 봐서 얻어 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말을 잘못하는 바람에 사람을 뜯기게 생긴 동부의 성주 몇 명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사람이 꼭 필요한 것입니까……?
“전투로 인한 사망자도 사망자지만, 식탐이 퍼트린 역병으로 인한 비전투 인원 손실이 큽니다. 부서진 성벽을 정비하고 망가진 물자들을 수리할 인력이, 특히 말입니다.”
심지어 지금 소성주가 요구하는 인력은 널리고 널린, 흔한 기술자 수준이 아니다. 거리가 가까워 반드시 뜯기게 될 도시의 주인들이 안색을 창백하게 바꾸었다.
─식탐이 퍼트린 역병… 이라.
다만 그들이 압력에 못 이겨 긍정하기 전,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마법사들이 으레 입고 다니는 로브를 흘러내리도록 걸친 바람에 그의 인종적 특성은 참으로 잘 보였다.
깃털. 그리고 매끄러운 살. 명백한 큐어티족이었다. 지금까지 그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게 이상할 만큼 눈에 띄는 큐어티족.
─안 그래도 묻고 싶던 이야기인데, 잘됐군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지?
─클레베흐의 마탑주인 것 같군.
─클레베흐라면 북쪽에 있는 도시가 아니던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동안, 인퀴지터의 위광에 힘입어 이 자리에 서 있던 마이스터가 자그만 욕설을 뱉었다. “시발.” 다행스럽게도 나 같은 사람이나 겨우 들을 만큼 작은 소리였다. 그 어떤 위정자들도 마이스터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북쪽의 토론에 참여할 줄 알았는데, 의외구려.
─부탑주를 통해 그쪽 역시 참관 중입니다. 단지 듣고 싶은 것이 있어 이곳에 직접 왔을 뿐.
하나 마이스터가 뜬금없이 욕을 뱉은 시점에서 내 신경은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마이스터가 욕쟁이인 건 맞으나 공적인 자리에서 욕을 뱉을 만큼 멍청이는 아닌 까닭이다.
─서부에서 일어난 소요 역시 중하지만, 북부인 입장에선 아무래도 이쪽이 더 신경 쓰여서 말이지요.
─이쪽이라 함은……?
─식탐, 그 대악마가 정말로 죽었습니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중요합니다. 그 대악마의 존재가 북부 전선에 끼치던 영향을 생각하면 말이죠.
즉, 마이스터가 이런 자리에서 욕을 뱉는다는 건, 그만한 사유가 있기 때문일 수밖에 없다.
“무슨 문제 있나?”
“…아니요.”
아크메이지도 그걸 아는지, 모기만 한 음성으로 마이스터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습니다.” 결과적으론 구겨진 얼굴밖에 못 얻었지만.
─탐식이 죽었다면 우리 북쪽에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은 단위가 달라집니다. 하니 확실하게 대답해 주시길. 그것은 정말 죽었습니까?
아무튼 우리가 마이스터를 신경 쓰는 사이, 클레베흐의 마탑주가 답을 재촉했다. 독촉받은 소성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확실하게 죽었습니다. 성벽에 있던 모두가 그것을 보았지요. 용사님과 주교님을 비롯한 모든 신전의 사람도 그것의 종명을 확신했고요. 아니면, 보다 확실한 공증이 필요하십니까?”
─아니, 괜찮습니다. 성주께서 공인한 사실을 두고 귀한 시간을 날릴 필욘 없겠지요.
그래도 마탑주는 금방 수긍했다. 혹시라도 사체를 꺼내 줘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했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니, 운이 좋았다.
─끔찍한 악의 사멸에 찬사와 축배를.
“…도시 스스로 견뎌 낸 역경이 아니며, 마땅히 받아야 할 주역은 따로 존재하니 찬사만큼은 거절토록 하지요. 서부의 상황을 모르는 이상 축배 역시 섣불리 들지는 않겠습니다.”
별개로 찬사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나? 악마사냥에 기여한 건 없을지언정 그때까지 버텨 낸 건 이 도시만의 능력인데.
“다만 마탑주께서 제게 답을 요청하셨던 만큼, 저도 마탑주께 하나의 청을 전하고자 합니다.”
─무엇인지요?
“북부에서 독점하고 있던 두 대악마의 정보 및 약점. 공유해 주시죠.”
─저희가 해당 정보를 독점하는 이유를 모르진 않으실 텐데.
“유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인 것,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쪽만을 영역으로 삼는 듯하던 식탐이 이곳에 내려옴으로써 이 도시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아십니까? 만일 도시가 타격을 입은 틈을 노려 나머지 대악마까지 내려온다면 그땐 더 거대한 일이 벌어지겠죠.”
─그에 대해선 유감을 표합니다. 하지만 무지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식탐을 죽이는 대업을 달성하지 않으셨습니까.
“영웅들이 이 도시에 와 있지 않았다면, 결코 달성 못 할 대업이었지요. 도시가 망하지 않은 건 순전히 그들 덕분임을 제 입으로 다시 말해야겠습니까?”
문득, 대화가 그쯤에 도달하니, 나는 집중력이 살살 풀리는 걸 느꼈다. 마치 내가 들렀던 서부 도시들에 대한 걱정과 이미 망한 도시를 향한 여감 따위가 한계에 달한 느낌이었다.
내가 관여할 일도 아니고, 관여할 방법도 없어서 더욱 망연하게 느껴지는 감각.
─크흠… 두 분의 심정은 잘 알겠지만, 이곳은 모두가 모인 자리입니다. 두 도시에 한한 이야기는 좀 미루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아직 추가로 들어온 소식은 없습니까?
나는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과 원주제로 돌아가 주장하는 이들을 외면한 채 잠깐 멍을 때렸다.
서부 도시 몇 개가 날아갔다면 이제 인퀴지터는 거길 지원하러 가려나. 그런데 말을 타고 달려도 반년은 넘게 걸릴 텐데, 의미가 있을까. 물론 의미가 아예 없지는 않을 텐데 그때쯤 되면…….
─그렇지, 그… 용사님께서는 어찌 하실 거라 말이 없으시덥니까?
─그래요. 악마를 잡는 데 큰 공을 세웠다던 이의 거취도 어떻게…….
─대신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서부의 방위가 무너집니다. 하니 용사께서 재건에 도움을…….
나도 가야 하나?
혀로 소성주가 내뱉은 말들을 고스란히 읊어 보았다. ‘도시가 망하지 않은 건 순전히 그들 덕분’. 공을 빼돌리지 않기 위한 말이었으나 그것은 도리어 내게 부담이 되었다. 그 말을 뒤집거든 결국 ‘내가 없으면 도시는 망했다’가 되므로 당연했다.
난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가는 세상 따윈 필요 없는데도.
“제가 분명 이야기 첫 부분에 용사께서 참관하실 것이며 그에 대한 양해를 구하겠노라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발언에 신경을 기울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
“더불어, 활약한 영웅도 마찬가지입니다. 악마를 잡는 데 공을 세웠다 하여 그가 전선에 나서야 할 의무는 없다고 봅니다만.”
─그건 이상한 이야기군요. 강한 힘을 가진 자가 인류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그 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한단 말입니까?
“하면 되묻지요. 마땅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그 거대한 힘을 이용만 하려 든다면, 그 존재가 과연 기껍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저희 같은 성주조차 지배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대가로 많은 권리를 누리고 있을진대 말입니다.”
내가 중압감과 쓸데없는 책임감에 주먹을 죔죔하는 동안, 이야기는 또 한 번 주제의 격변을 맞이했다. 이번 화제는 대가 없는 헌신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강요할 생각은 마십시오. 그에게 은혜를 입은 이상, 이 도시는 그가 원하는 바에 따라 전적으로 협조할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마음 한쪽이 더 묵직해졌다. 방금 전까지 나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하던 참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소성주가 그리 말해 줌으로써 숨통은 좀 트였지만.
“…….”
그래 봤자 트인 숨통도 잠깐이다.
나는 내가 멈추는 순간, 하나의 세상을 등에 지게 될 청년을 보았다. 그녀는 끝까지 내 존재를 보지 못했고, 그것이 내 혀를 더 쓰게 만들었다.
─협박을 하는 거요?
“협박처럼 들리셨다면 유감입니다.”
─그대가 뮌문트의 주인이라는 건 알지만, 이건 폭거……!
─자, 자. 이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지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냐 마냐에 대한 건 지금 당장 나눌 필요가 없는 듯하니.
─샤르코 성주!
─서부의 동향에 대한 소식이 하나 더 들어왔는데, 안 들으실 겁니까?
차라리 도와 달라고 대놓고 요구하면 지레 찔리는 감정만큼은 못 느꼈을 텐데.
─이번 참사의 진범이 대악마 중 하나이며, 분노 다음으로 알려진 것이 없는 오만일 확률이 농후하다는 게 밝혀졌는데도?
나는 분노가 제일 심각하게 경고했던 존재가 언급됨에 따라 또다시 눈을 감았다. 따라오지 말걸. 짙은 후회가 들었다.
* * *
─하얀 까마귀, 그대는 이번 참사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클레베흐의 마탑주, 그는 언급된 자신의 이명에 고개를 힐끗 들었다. 그가 있는 넓은 홀 한쪽에는 북쪽의 회의가, 인형을 세워 둔 구석에는 동쪽의 회의가 마법으로 투사되는 중이다.
“위기 속 기회죠.”
─위기 속 기회?
“악마들이 아무리 날카롭게 이빨을 벼려 두었단들, 무언가를 씹고 뜯으면 예기가 상하지 않겠습니까.”
스스로의 육신과 마법적으로 연결된 인형을 동시에 조종하고 사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함에도 하얀 까마귀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것을 해냈다.
“심지어 날을 한 번 갈 때마다 엄청난 자원이 드는 소모성이어서야.”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싶소만…….
“놈들의 이번 출격은 그들 입장에서도 출혈이 큰 공격이었을 거란 이야깁니다.”
아무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황을 두고 떠드는 정도의 사고는 그에게 너무 쉬운 일이었다. 두 가지가 겹친다 해도 어렵지 않게 해낼 정도로.
“그렇지 않고서야 이제 와서 이 시도를 감행했을 리가 없잖아요. 언제든 쓸 수 있었다면 진즉 인류가 패배했을 것을.”
─심증인가… 하지만 이번 일로 전선은 크게 밀렸습니다. 우리에게도 크나큰 손실이에요.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
“전선을 유지할 병력이 없는 전선도 전선이라 부를 수 있을지, 저는 궁금하네요.”
─…유지할 병력이 없다?
“후후… 이건 아직 심증에 불과하니 확신하진 않겠습니다. 좀 더 증언과 증거가 나온 후… 그때 말해도 늦지 않을 듯하니까요.”
다만 이런 머리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있다.
“다만 여전히 위기 속 기회란 말은 철회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대신전은 실질적 신전의 중추로서 기능하기보다는 신앙의 성지로서 역할을 수행하던 곳이잖습니까? 적어도 북부에 한해서는요.”
─…부정은 않겠습니다. 북부의 신전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으니.
“그런 점에서 대신전의 멸망은 사제들의 신앙심을 건드려 복수심을 고취시킬 테고… 그것은 그대로 전투력의 증가로 이어지겠죠. 더불어 서쪽의 도시들은 대신전의 보호에 익숙하여 전투에 능한 도시가 별로 없어요. 몇 개의 도시가 날아갔든, 인류의 실질적 무력이 하락하진 않았단 거죠.”
─반면, 그대의 추측대로라면 악마쪽은 소모성 이빨을 서부에 날린 셈이 되니…….
“식탐이 죽은 이상, 색욕마저 죽이면 북부 전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게 됩니다. 남부의 나태를 배제하거든, 이제 마왕성에 남은 건 오만과 사탄뿐이란 거죠. 이게 기회가 아니면 뭐겠습니까?”
이걸 모를 리 없음에도, 오만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움직인 걸까? 그의 교활함은 대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악마의 간교한 수에 당하지만 않는다면, 누천년간 이어 온 전쟁은 우리 대에서 끝을 맺을 겁니다.”
하얀 까마귀는 자신에게 할당된 수수께끼를 보며 진하게 웃었다.
서로의 목숨을 건 지혜 겨루기라니. 오만이 선물해 준 몇 개의 오락거리 중에서도 최고의 놀잇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