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화 그럴 수만 있다면 (18)
‘꺼져. 네가 죄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소년은 들려온 목소리를 두고 순간 귀를 막으며 고개를 숙였다. “얘야?”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좀 두고 있던 두 사람이 의문을 표했으나 당장 신경 쓸 상황이 못 됐다. 소년은 이를 악문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네 말은 절대 믿지 않아.’
이단심문관의 일로 깨달았다. 악마가 어떤 달콤한 말을 하든, 얼마나 그럴싸한 말을 하든 간에 결코 따라선 안 된다는 것을. 그것의 모든 말은 믿어 보기 전에 한번 재고하고, 또 반대로 행해 봐야 한다는 것을.
꼬르륵.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앞에 둔 까닭일까. 고프지 않던 배가 굶주린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달그락.
그러나 소년은 제 안의 허기를 채워 주는 대신 음식을 내버린 채 몸을 일으켰다. “얘?” 갑작스러운 소년의 행위에 두 사람이 또다시 그를 불렀다. 소년은 답하지 않았다.
“잠깐, 어딜 가는─”
“…가야 해요. 당장.”
악마가 왜 떠나지 말라고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나 여기에 남아서 좋은 꼴을 볼 수 없으리란 건 소년의 얕은 사고로도 자명해 보였다.
사건이 벌어진 곳과 이 오두막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흔적을 발견하든 못 하든 거리상 수색 반경 안에 이곳이 들어갈 터. 즉, 이곳에 오래 남아 있으면 추격대에 반드시 걸린다. 수색대에 사제가 끼어 있다면 더 쉽게 발각될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죄송해요. 그렇지만 가야 해요.”
하나 흔적 지우기가 시간 벌이에 불과할 것을 앎에도 이곳에 잠깐 남을 걸 택한 구실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기술을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 두 번째는 추격대가 아무리 빨라도 하루 이틀 안에 오지는 않을 것이란 것. 바로 그것들이었다.
“…누가 저에 대해 묻는다면 숨기지 말고 말해 주세요. 그러면 당신들이 크게 해 입는 일은 없을 거예요.”
두 번째 사실에 대한 확신은 나름 합당한 근거가 있다.
무리의 모든 이가 죽은 이상 실종이 알려지기까지 최소 이틀은 걸릴 수밖에 없고, 수색대는 실종 사실을 알아차린 후에야 도시에서 출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범인을 찾기 위한 추격대는 수색대의 조사가 끝난 후, 그러니까 그들이 살해당했다는 확신이 선 후에야 구성될 것이다.
사냥꾼이 흔적을 지워, 약간의 혼선이 생길 걸 감안하면 시간은 조금 더 여유 있게 된다.
소년이 급한 와중에도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투자한 이유였다.
“아이야…….”
하지만 사흘은 아니다. 사흘까지는 정말 아니다.
소년은 악마가 버티라고 했기에 도리어 빨리 떠날 각오를 다졌다. 저들이 친절의 대가로 재해를 맞이하는 것만은 절대 안 돼. 강박에 가까운 각오였다.
[오, 아가. 지금 나가면 사제들에게 걸릴걸?]
‘…네 말은 믿지 않아!’
[맹세할 수도 있어. 네가 지금 도망가 봤자 도리어 사제들과 마주칠 거란 걸.]
‘말뿐인 맹세를 믿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리고 나가서 마주치나, 남아서 마주치나 어차피 사제들과 대면하게 된다면 난 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쪽을 택하겠어.’
소년은 이를 아득바득 갈았고, 그 생각을 읽은 악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맹세하지. 네가 나가면 사제들과 마주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또한 네가 이 오두막을 사흘간 떠나지 않겠다고 하면 마법으로 마기를 가려, 사제들이 너를 발견 못 하도록 해 주겠다는 것을.]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믿─’
[나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그래 봤자 안 믿어.’
[아.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설득하는 건 정말 귀찮네. 짜증나게…….]
악마가 한숨을 좀 더 짙게 내쉬더니 이번만 제발 믿어 보라고 간청했다. 소년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으나, 악마가 시끄러우리만치 거듭 요청했기에 한 마디 뱉고 말았다다.
‘쓰레기.’
[꼬마야.]
‘버러지.’
[야.]
‘머저리.’
[…아, 진짜. 이건 쓰기 싫었는데.]
소년의 반항에 결국 악마가 숨겨 온 수를 썼다. 불타는 듯한 격통이 소년의 온몸을 휩쓸었다. 풀썩. 오두막을 서둘러 나서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얘야!”
뒤에서 소년을 걱정스럽게 보던 이들이 다급하게 달려 나왔다. 그들이 부축을 위하여 손을 뻗어 왔지만 엄청난 고통에 소년은 거부도 할 수 없었다. 식은땀이 비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골라 봐. 삼 일 내내 이럴래, 너한테도 손해 없는 제안을 받아들일래?]
‘…토끼보다도 못한 새끼.’
소년은 술집에서 흔히 나오던 욕을 입에 담았으나 악마는 별 타격이 없는 듯했다. [뭔 뜻인진 알고 쓰니?] 소년은 긍정하고 싶지 않아, 입을 앙다물기만 했다.
“일단 안쪽으로…….”
그동안 노부부는 그를 안으로 이끌었다. 먼지는 쌓이지 않았지만 미묘하게 싸늘함이 감도는 방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쓰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해열제로 쓸 만한 약초가 있어요. 가져올게요.”
“부탁해.”
그들은 삐걱거리는 침대에 그를 눕히고, 가져온 요를 꼼꼼히 덮었다. 그것으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창도 단단히 닫았다. 바람이 새지 않도록 천을 끼워 넣는 것이 한두 번 해 본 게 아닌 것 같다.
“가, 가야…….”
[지금은 안 돼.]
하지만 이들의 간호를 받으며 그저 누워 있을 수만은 없다. 이 격통에 정신을 잃는 순간, 사제들이고 뭐고 이들의 안위가 정말 위험해졌다.
“안 돼. 이 상태로 나갔다간 죽을 수도 있어!”
“상, 상관없어요. 어차피 전 죽지도 못하니까… 그러니까 당장 나가야만…….”
[이럴 줄 알았어. 벌써 몸을 가누는군. 이래서 아끼고 싶었던 건데…….]
소년은 어찌어찌 격통에 적응하여 몸을 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냥꾼이 그의 가슴팍을 누르는 것으로 동작을 제한했으나 사냥꾼은 슬랜드족이고 또 노인이었다. 열 때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으로도 저항이 아주 불가능하진 않았다.
소년은 거대한 고통으로부터 눈물을 흘리면서도 어떻게든 버둥거렸다.
“약을 가져왔어요!”
“잘됐다. 영감, 얘 좀 붙잡아 봐.”
“네? 네.”
그러나 사냥꾼이 물러서고, 힘이 상대적으로 강한 축의 샤기족이 나섰을 땐 좀 어려워졌다. 보다 정확히는 작정하고 밀쳤다간 그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어졌다.
소년은 결국 몸에서 힘을 풀었다.
“자, 약.”
와중에도 약은 주어졌다.
“이건 또 잘 받아먹는구나. 좋아, 착하다.”
소년은 얌전히 입을 벌려 뭉친 약초 쪼가리를 받아먹었다. 보내 주지 않는 건 괴로우나, 열이 떨어지도록 하는 조치는 소년에게도 좋은 일이었으므로 당연했다.
“이제 억지로 움직이는 것만 안 해 주면 좋겠는데.”
“전, 전 가야 해요. 가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해진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최소한 열이 좀 떨어진 후에 가자. 어차피 이 몸으론 멀리 가지도 못 해!”
늙은 사냥꾼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곤 말을 덧붙였다.
“정 추격자가 걸리면 지하실에 숨겨 주마. 전직 인간 사냥꾼이 만든 지하실이야. 절대 걸리지 않을 거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추격자가 아니야. 소년은 아파서 우는 것인지 슬퍼서 우는 것인지 모를 낙루를 떨구며 눈꺼풀을 감았다.
[그냥 제안을 받아들여. 이건 정말 네게도 손해가 아니라고.]
그사이 악마는 계속해서 속살거렸다.
[사흘 뒤에 마법이 풀리면 걸릴 것 같아서 그래? 그럼 닷새… 아니, 열흘로 해 줄게.]
‘꺼… 져.’
[열흘도 싫어? 그럼 연 단위는 어떨까. 그래, 1년. 1년은 어때? 1년 정도면 이들도 너도 더는 그 일에 연루되는 일 없을걸. 그 전에 떠나든 말든 하는 건 네 재량이고.]
악마가 이렇게 좋은 조건만을 그저 내줄 리 없다. 소년은 분명 숨겨진 것이 있을 거란 생각에 계속 고집을 부렸다.
딸랑.
집 안에 종소리가 울렸다.
“…숲 변두리에 사람이 들어왔어.”
“네?”
“아이의 흔적을 지울 때 당신이 만든 경보용 덫을 몇 개 설치해 놨거든. 그게 지금 울렸어.”
벌써, 벌써 누군가가 그를 쫓아왔다고? 소년은 지금 다가오는 것이 추격대일 것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하지만 어떻게? 소년은 당황했다. 추격대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이를 지하실로 옮길까요?”
“그러는 게 좋겠어.”
그러나 소년이 모르던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소년이, 소년이 품고 있던 악마가 살해한 이단심문관 무리에는 기실 생존자가 한 명 있었으며, 그 청년은 쉬지 않고 달려 도시에 상황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생존자의 증언으로 인해 수색대를 건너뛰고 바로 추격대가 구성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아, 안 돼요.”
추격대가 왔다면, 그리고 그 안에 사제가 있다면 지하실에 숨겨도 의미 없다. 떠나야 한다. 소년은 당장 몸을 일으키려 했다.
“괜찮아. 우리 지하실은 절대 안 걸릴 거야.”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나에게는 절대 숨길 수 없는 흔적이 있단 말이에요. 소년은 그 진실을 전하고자 입술을 달싹이려 했다. “괜찮아.” 그러나 선연히 느껴지는 다정함 앞에서 도무지 말을 완성할 수가 없었다. “괜찮단다, 아가.” 이 친절이 사라지고, 경멸과 적개심만이 생길 걸 상상하니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필레몬.”
“네, 바우키스. 준비할게요.”
당신들에게만큼은 악마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 소년은 눈물을 가리기 위해 팔뚝을 눈가에 얹었다.
‘지금, 지금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어?’
[물론이지. 이 집을 중점으로 결계를 펼 거니까 나가지만 않으면 돼.]
‘…이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안 가는 거 맞아?’
[그럼.]
소년은 한번 입술을 깨물었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 줘.’ 악마가 대답했다. [그래.] 기이하게도, 웃음기는 별달리 느껴지지 않았다.
“자, 지금 들어서 옮길 거니까…….”
“…나가면, 나가면 안 돼요.”
소년은 자신을 들어 옮기려는 사냥꾼의 소매를 잡았다.
“절대로 집 밖에 나가면 안 돼요…….”
“무슨…….”
대뜸 건네진 말에 그들은 당연히 영문 몰라 했다. 그러나 소년은 그들을 납득시켜 주는 대신, 악마가 속삭인 단어를 뱉었다.
“라텔.”
소년의 손바닥 중심으로부터 진득한 흰 액체가 떨어져 내렸다. 마치 고통이 물질이 되어 몸에서 뽑혀 나오는 것만 같았다. 온몸을 짓누르던 격통이 사라지고, 사람 한 명분의 점액질이 생겨났다.
“너…….”
다만 그 과정에서 느껴진 짙은 마기에 사냥꾼이 눈을 부릅떴다. 마기가 이렇게까지 선명하게 나올 거란 얘긴 없었기에 소년도 당황했다.
[매번 생각하는 바지만 라텔을 조작하는 건 참 귀찮은 일이란 말이지.]
하나 이미 엎은 그릇이고 엎질러진 물이었다. 하얀 점액질은 곧 오소리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로 변했다.
“이건, 이건…….”
“무슨 일이에요!”
오소리는 순식간에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하실을 정리하고 있던 이는 후다닥 올라와 상황을 마구 살피는 중이다. 그마저도 사냥꾼이 소년의 부축을 포기하고 몇 걸음 떨어지는 장면 앞에서 침묵해 버렸지만.
‘이건, 이런 말은 없었잖아. 저들에게 내 정체가 드러날 거라곤……!’
[저들에게 피해는 안 갔잖아.]
‘…이 사기꾼!’
소년은 당혹감과 치미는 분노에 차마 해명의 말도 뱉지 못했다. 아니, 그의 경우는 염치도 없고 할 말을 찾을 수도 없어서 열지 못한 쪽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찰나 만에 달라진 시선을 두고 소년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 ■■■■… 됐다. 이 정도면 놈도 못 보겠지.]
이 순간에도 악마는 마구 주문을 내뱉으며 마법을 걸었으니. 몇 겹의 마기와 마력이 오두막 전체를 덮는 게 느껴졌다. 사냥꾼과 그의 남편의 표정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엿같은 박쥐 새끼… 눈치 하난 더럽게 빠르지.]
그리고 그 모든 마법이 끝났을 때, 악마는 슬라임처럼 방벽의 조그만 틈새 따위를 통과하고, 소년의 육신으로 복귀했다. 소년은 그것이 더욱 치욕스럽고 절망적이었다.
“…네가 쫓기는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바우키스.”
“네가 쫓기는 게… 이것 때문이었어.”
“…진정해요.”
“네가……!”
사냥꾼의 눈에 여러 가지의 감정이 스쳐 지나가고, 소년은 그 모든 것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역시 도망갔어야 했는데.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뚝뚝 떨어졌다.
“…아무것도 안 할게요. 당신들에게 어떤 폐도 끼치지 않을게요. 사흘만… 아니, 저들이 갈 때까지만 기다리게 해 주세요.”
아. 차라리 저들이 붙잡을 때가 좋았다. 소년은 역전된 입장을 두고 웃듯 울었다. 도와준다면서, 무슨 사정이든 도와준다고 했으면서. 차마 토로할 수 없는 설움이 언어가 되지 못한 채로 새어 나왔다.
“당신들에게 절대로 피해 안 가게 할게요. 제발, 제발…….”
소년은 간절히 애원하고 간청했다. 그 과정에서 마음 어드메에는 상처가 한 줄 한 줄 새겨졌다. 무엇에게 받은 상처인지는 몰랐다. 그저 아프고, 또 아팠다.
“…하루 안에 나가라.”
그렇지만 그건 마땅히 감내해야 할 일이니까.
소년은 반전된 태도에 서운해하는 대신 그저 감사만을 표했다. 더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사냥꾼이 방의 문을 닫고 나갔다. 그의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그 방관이야말로 동의의 표현이었다.
소년은 서늘해진 방 속에 남겨졌다. 격통은 가셨는데 이상하게 이 순간이 더욱 괴로웠다.
* * *
「그래도 당장 내쫓기진 않았으니까. 그걸로 족하려 했어요. 하루면 그 오두막 근처의 수색도 끝날 테니까, 그 정도면 정말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차라리 전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어야 했어요.
* * *
고픈 배를 움켜쥔 채 방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한 시간, 혹은 두 시간, 어쩌면 네 시간.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닫힌 창문은 달빛조차 들여보내지 않았다.
끼익.
다만 늦은 시간임은 분명했을 그 시각에 방문이 열렸다. 최대한 조심히 열은 듯한데도 오래된 문이라서 어쩔 수 없이 삐걱거림이 느껴졌다. 소년의 몸이 움찔거렸다.
“…….”
하나 이어 들려야 할 소리가 딱히 없다. 뭐지? 소년은 고개를 들었다. 광원이 하나도 없어서 보이는 건 달리 없었다. 느껴지는 기척도 마찬가지였다.
“……?”
문 열리는 소리는 그냥 기분 탓이었나?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소년은 처음의 소음 외엔 조용한 방 안을 두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타박. 소년의 발이 문가로 향하고자 한 걸음을 내디뎠다.
푸욱!
“……!”
간발의 차이로, 소년의 어깨에 칼날이 박혔다. 그래, 칼날이었다. 소년은 자신을 공격한 사람이 누군지 깨달았다.
“도와준다고 했으면서.”
그 순간 사무치는 감정 하나가 삐죽 고개를 들었다.
“도와준댔으면서…….”
심장 어딘가가 깨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