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화 그럴 수만 있다면 (17)
“아니, 얘야. 괜찮은 게냐?”
“아…….”
어떡하지? 소년은 다가오는 사냥꾼을 보며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어떡하긴, 도망가야지. 달리 수가 없다는 걸 깨달은 머리가 현명하게도 이른 결론을 내렸다.
“꼭 산속을 오래 헤맨 것처럼 보이는데…….”
흔적을 갈무리하지 않았으니 추격대가 붙는다면 손쉽게 이곳까지 도달하겠지. 그리고 그들과 저 사냥꾼이 마주친다면 소년의 초상화나… 아무튼 외적 정보가 송두리째 넘어갈 거다.
소년이 앞으로 붙을 추적자들을 따돌린대도 외형이 적힌 수배령이 내려질 거란 이야기다. 소년의 앞일이 더욱 고되지도록, 운신이 더욱 힘들어지도록.
악마로 인해 죽게 될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도록.
그렇지만 그런 미래를 알면서도 소년은 도망칠 타이밍만 재었다.
늙은 사냥꾼을 죽여 정보가 퍼지는 걸 차단한다. 그따위 선택지는 결코 상정하지도 않았다. 『약자를 보호하고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기사다.』 어쩔 수 없이, 소년은 그런 존재를 꿈꾸던 사람이었다. 어떤 선택지가 보다 효율적인 걸 알면서도, 도무지 선택할 수 없을 만큼.
“얘야, 혹시 도움이 필요한 거라면─”
촤악!
소년은 울고 싶은 얼굴로 타이밍을 잡아 발돋움을 했다. 물보라가 일며 소년의 몸이 튕겨 나가듯 사냥꾼의 반대쪽으로 뛰었다.
“잠깐!”
최대한 멀리 가야 해. 소년은 아까도 내렸던 결론을 더욱 강하게 다짐했다. 목격 정보까지 생긴 이상 소년은 더더욱 멀리, 빨리 가야만 했다.
찔끔찔끔 솟던 설움이 소년의 발에 더한 힘을 부여했다.
“얘야, 잠깐만……!”
다만 늙은 사냥꾼도 녹록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소년보다는 좀 느리지만, 보통 저 나잇대의 일반인보다는 월등한 속도로 쫓아온 것이다.
‘마력을 다루는 건가……!’
악마의 영향으로 소년의 신체는 근육량에 비해 더 거대한 힘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소년 자체도 마력으로 신체 강화 하는 법을 체득하고 있으니.
그럼에도 그를 쫓아온다는 것은 저 사람 또한 마력을 다룬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소년은 그 사실에 경악하며 마력을 좀 더 끌어올렸다.
[그냥 죽이면 될 걸, 쓸데없는 위험을 감수하는구나.]
물론 그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상황이 소년 뜻대로 흘러가길 바라지 않는 악마가 어깃장을 놓은 탓이다.
놈이 멋대로 움직인 마기가 소년의 마력과 충돌하며 내부를 마구 흔들었다. 웩. 소년은 올라오는 핏물을 옆으로 뱉어 내며 억지로 다리를 움직였다.
거리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도와주마!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도와주마!”
그리고 그 거리가 ‘거하게 넘어지지만 않으면 못 따라잡는다’ 수준으로 벌어졌을 즈음, 늙은 사냥꾼이 최대한 크게 외쳤다. 도와주마. 소년의 발목이 무형의 올가미에 걸렸다.
“…지금은 다 늙어 빠진 할망구지만, 그래도 예전엔 쓸 만한 사냥꾼이었단다. 네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게야.”
도망쳐야 해. 소년은 벌벌 떨면서도 무심코 돌아가는 고개를 막지 못했다. 노인의 다정한 음색과 부드러운 제안이 너무 달콤해서 하릴없었다.
눈물을 방울방울 매단 소년의 고개가 슬 뒤편을 보았다.
“정 마음에 걸린다면 집에 잠깐만 들렀다가는 건 어떻겠니? 우리 집은 바로 이 옆에 있단다. 교류를 안 해서 존재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어.”
그래도 저것에 넘어가선 안 돼. 악마가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지금껏 내게 휘말려 죽은 사람이 몇인데 어떻게 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어?
“…쫓아오는 사람이 있어서 안 돼요.”
소년은 주먹을 죔죔 하며 흔들리는 각오를 다졌다. 그 사람들은 내가 죽인 거야. 상냥하고 친절하던 이단심문관을 떠올리자 그 각오는 더욱 짙어졌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게냐? 그렇다면 내가 손을 보태 주마. 이 할미가 다른 건 몰라도 흔적을 쫓는 일이랑 지우는 일만은 잘해요.”
“…뭘 믿고.”
그렇지만 상대는 노련했다. 흔적을 지우는 것으로 추적의 여지 자체를 주지 않는 것. 지금 가장 바라는 기술 앞에서 소년의 마음이 또다시 요동쳤다.
“뭘 믿고 저를 돕는다고 하는 건데요. 제 상황을 알고 그렇게 말하는 건가요? 제가 무슨 짓을 저질러서 쫓기는 건지 알고 그렇게 말하는 거냐고요……!”
그래도 안 돼. 소년은 그저 도와주겠다는 제안 앞에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악마가 몸에 들어온 이래, 감지도 다듬지도 못한 머리가 숙인 고개를 따라 흘러내렸다.
“…절 놔주시는 게 가장 큰 도움이에요.”
급한 심정에 도와주려 한 사람에게 뾰족한 말을 해 버렸다. 소년은 그것을 자책하면서도 사과를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어차피 저 노인도 그의 정체를 알면 소년을 경멸하거나 두려워할 것이다. 혹은 저승에 가서야 소년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될지도 모르고.
“더는 관여하려 들지 마세요.”
소년은 음울한 목소리로 늙은 사냥꾼의 호의를 거절하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 이상 쫓아올 것 같지는 않으니 이제 마력을 쓸 필욘 없겠지. 소년의 다리가 힘없이 땅을 박차려 들었다.
“아가. 내 젊었을 때, 아주 많은 범죄자들을 사냥하고 다녔단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부분은 도망 중에 목격자가 생겼다 싶으면 전부 죽여 입막음을 하려 들었지.”
하나 노인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소년은 이럴 때가 아님을 알면서도 늙은 사냥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
“그렇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어. 내 존재를 확인한 순간 곤란해질 걸 직감했음에도 그냥 도망가는 걸 택했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저 그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
“이 할미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봐 왔다고 생각하는 게냐? 내 보기에 너는 범죄자가 아니야. 그저 사정이 있어 도망 다니는 아이일 뿐이지.”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하니 얘야, 그냥 도와 달라고만 하렴. 그리 말하면 나는 널 도와주마.”
그 노인의 믿음이, 그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거란 신뢰가 그저 허상임을 알기에 그 심정은 더욱 짙어졌다. 소년은 이를 악물었다.
“절 도우면 당신이 위험해질 수 있는데도?”
“하하, 이만큼 살면 목숨 같은 것엔 별 미련이 안 생기는 법이란다.”
가장 서러운 것은 그들의 믿음이 잘못된 것임을 알아도 고쳐 줄 수가 없는 그의 처지인지라.
소년은 자신의 선택이 저 노인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지 알면서도, 섣불리 거절의 말을 반복하지 못했다. 그만큼 저 노인이 제시한 ‘흔적 지우기’에는 큰 가치가 있었다.
곁눈질로나마 그 기술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을 걸 고려하면, 더 그렇다. 지금 얻는 약간의 힌트가 후일의 그와 추적자들을 살려 줄지도 몰랐다.
“아가.”
하지만, 하지만 저들이 소년의 사정을 알게 된다면 그땐? 그때 저들이 얻을 좌절감과 혐오감은 어떻게 책임지지? 그 이전에 소년을 도와줬단 이유로 다른 이들이 죄를 묻는다면? 저들은 그저 소년에게 연민을 베풀었을 뿐인데…….
“괜찮단다.”
지금 괜찮냐고 물어봐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소년은 눈이 질끈 감겼다.
“…흔적 지우는 것만 도와주세요. 그 외에는 관여하지 마시고요. 제게 10m 이상 다가오지도 마세요.”
“그래.”
이게 맞는 선택일까. 소년은 끝없이 고민하면서도 결국 뻗은 손을 붙잡았다.
흔적을 지우고, 그 기술을 배우면 앞으로 생길 피해자가 줄어들 거야. 소년을 합리화시켜 주는 유일한 정당성을 손아귀에 쥔 채로.
* * *
「장담한 대로, 그분은 탁월한 사냥꾼이셨어요. 범죄자를 추적하는 일을 했어서 그런가 사람의 흔적을 유독 잘 골라내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흔적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분께는 많은 걸 배웠어요. 흔적을 수습하진 못해도 최대한 적게 남기며 다니는 요령도 전수받았죠.」
“하지만, 근처에 있는 오두막 정도는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어째서……? 그때 그곳을 전부 수색했지만 오두막 같은 걸 발견했다는 소식은…….”
「…발견 못 하도록 숨겼으니까요.」
“……?”
“그게 되나? 아니, 그냥 계속 말하는 게 낫겠다. 끝나고 묻는 게 더 효율적일 테니까. 계속 해.”
「…네.」
* * *
“밥이라도 먹고 가지 그러니.”
“괜찮아요.”
“그러다 쓰러지면 이 짓도 무소용이 될 거야.”
“…전 안 쓰러져요.”
“그렇게 빼빼 마른 얼굴로 말해 봐야 조금도 신뢰가 가지 않는단다, 얘야. 자고 가라는 말까진 안 할 테니 밥만 좀 먹고 가렴. 식량이랑 식수도 좀 챙겨 줄 테니.”
본래는 흔적을 지우는 걸 확인한 후 바로 떠나려 했다. 그러나 사냥꾼은 말하는 솜씨마저 능란한 사람이었고, 소년은 어쩌다 보니 노인의 오두막까지 가게 됐다.
“영감, 나 왔어.”
“이제 왔어요? 오늘은 늦었네요.”
“……!”
목숨에 미련이 없다는 둥 도와줘도 문제 없을 거라는 둥 그리 말하기에 홀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휘말릴지도 모를 사람이 한 명 더 추가된 순간 소년의 몸이 바짝 굳었다.
“하, 한 명이 더…….”
안 돼. 한 사람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힘겨운데, 두 사람이 되면…….
소년의 몸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어딜 가니.” 그것을 눈치챈 늙은 사냥꾼이 소년의 어깨를 잽싸게 붙잡았다. 파드득. 악마가 언제 날뛸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소년의 몸이 반사적으로 그 손을 쳐 냈다.
언제 이렇게 거리를 허락했지? 소년의 마음은 더욱 서늘해진 채다.
“…아.”
“기습당할 일은 없어 보이는구나. 아주 좋아.”
별개로 노인은 쳐 낸 손을 두고 소년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손등이 붉게 붓기 시작했는데도 그러했다. 사냥꾼은 일말의 적의도 불만도 표하지 않은 채 짐만 내려두었다.
“아이고, 어린 손님이 오셨네.”
대신 조그만 삼각형 윗귀와 보드라운 연갈색 털을 가진 샤기족 남성이 소년을 발견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어서 들어와요.”
그는 소년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인 후 늙은 사냥꾼을 타박했다.
“손님을 데려오실 거면 미리 말해야죠.”
“갑자기 마주친 거라.”
친근한 장난에 가까웠기에 늙은 사냥꾼도 허허 웃으며 받아 주었다. 어찌나 사이가 좋아 보이는지, 소년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부모님을 떠올리고 말았다.
두 분도 금슬이 참 좋았는데. 소년은 갑자기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랬는데 지금 유독 불거졌는지도 모른다.
당신들이 보고 싶어. 소년은 유품하나 챙기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당신들이 정말로 보고 싶었다.
“두 사람분밖에 준비를 안 했는데… 좀만 더 기다려 줄래요?”
“나야 괜찮지.”
그사이, 사냥꾼은 소년에게 고갯짓을 했다.
“이왕 기다리는 거, 집 뒤쪽 샘에 가서 씻고 오는 게 어떻겠니. 도망자는 냄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단다.”
“…전 역시 가 보는 게.”
“여기까지 왔는데 대접도 못 하고 보내게 하면 화낼 거예요.”
“우리 영감이 저리 말하고 있어서 안 돼.”
하지만 당신들이 죽는 것보단 화가 잠깐 나는 게 나을 거잖아. 소년은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로 거절의 말을 찾았다.
“씻는 척하다가 도망가도 소용없어. 이 할미가 체력이 없지, 널 쫓을 기술이 없니.”
그렇지만 사냥꾼은 소년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그 말을 덧붙였다.
농담인 걸 알지만, 그럼에도 소년의 몸이 살짝 굳었다. 저 원숙한 추적자가 맘 먹고 소년을 쫓아온다면, 그 상태로 소년의 정신력이 다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훤했기 때문이다.
“씻고, 밥만 먹고 가렴. 그 이상은 절대 안 붙잡을게.”
“…약속이에요. 꼭 지켜요.”
그러므로 넘어가 줄 수밖에 없다. 소년은 그렇게 합리화하며 사냥꾼의 제안을 따랐다. 집 뒤쪽 샘에서 씻기로 한 것이다.
“아, 씻을 땐 이걸 쓰렴. 냄새가 지워지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단다.”
“…네.”
몇 달을 씻지 않은 몸이었지만, 떼를 벗기는 게 그렇게까지 힘겹지는 않았다. 사냥꾼의 집이라 그런지 짐승의 지방과 재로 만든 비누가 있던 덕이다.
소년은 풀 냄새가 나는 비누로 몸을 벅벅 닦고, 머리카락을 마구 감았다. 두피까지 긁어야 한다며 핀잔을 주던 형들이 더는 곁에 없어서 냄새를 온전히 빼진 못했으나, 그래도 상태는 한결 나아졌다.
소년은 날개뼈까지 내려온 머리를 마른 천으로 털털 털었다.
“검은 머리인 줄 알았는데, 회색 머리카락이었구나.”
“…….”
“빛깔이 참 고와.”
어느새 소년을 지켜보던 사냥꾼이 껄껄 웃으며 마른 옷을 던져 주었다. 품이 조금 남을지언정 흘러내리는 일은 없을 것 같은 사이즈의 옷이었다.
“이건…….”
“어서 입어 보렴. 맞을 것 같은데.”
사냥꾼도, 사냥꾼의 남편도 키가 컸는데 어디서 이렇게 작은 옷이 났는지 모르겠다. 그 이전에 옷까지 얻어 입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소년이 망설이자 사냥꾼이 재차 권했다.
“괜찮아. 어차피 주인 없는 옷이란다.”
“…주인 없는?”
“입어야 할 아이가 마기침식으로 죽었거든.”
“……!”
벌써 십이 년이나 된 일이라며 사냥꾼이 흐리게 웃었다.
“죄, 죄송…….”
“응? 아니야, 괜찮아. 네가 사과할 일이 무어 있다고.”
“그렇지만…….”
“괜찮대도.”
소년은 마음이 굉장히 쓰였으나 결과적으론 그 옷을 받아 입었다. 전의 옷이 너무 더럽기도 했거니와 사냥꾼이 그것을 먼저 치워 버린 탓이다.
하니 그것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활동성이 좋은 셔츠와 바지, 청소년용 부츠와 보호구 따위를 착용했다. 전부 사냥꾼이 내준 것이었다.
“식사 준비가 끝나려면 좀 남은 듯하니 그동안 사용법을 알려 주마. 가방에 든 것도 얘기해 주고.”
사용감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건 사냥꾼의 자식이 쓰던 것이겠지. 소년은 황송해하면서도 노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자, 왼쪽 세 번째 주머니는… 그거 말고 그 옆에. 그래, 그거. 그건 자주 쓰되 작은 물건들을 넣는 공간이다. 그 오른쪽은 수통 보관함인데, 수통에 물이 안 들어 있을 거다. 갈 때 샘에서 물 좀 채워 가렴. 그리고 그 반대쪽… 그래 거기. 거긴 줄과 고리를 걸어 두는 곳이야. 그 아래쪽은 단검을 꽂아 두는 곳이고. 아, 단검을 쥐는 법은 아니?”
“…그건 알아요.”
“그렇구나. 그럼 쓸 줄도 알고?”
“…몸을 방어하거나 급할 때 공격하는 방법 정도는.”
“오… 그럼 싸우지 않는 상황에서 단검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그건 몰라요.”
“그렇구나.”
천금 같은 시간이었으나 투자한 가치는 충분했다. 소년은 급할 때 단검으로 불을 피우는 법과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고 무엇을 꼭 넣고 다녀야 하는지를 배웠다. 소년에게 가장 절실했던 지식이었다.
“밥 다 됐어요!”
“이런… 가르쳐 주고 싶은 게 많지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흔적을 최대한 덜 남긴 채 은신처를 만드는 방법까지 전수받자, 식사가 완성됐다. 소년은 그것에 안도하면서도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벽과 벽난로가 있는 곳으로부터 떠날 때가 됐다는 아쉬움이었다.
“자, 어서 먹으렴.”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하나 언제 악마가 날뛸지 모른다는 걸 고려하면 차라리 잘된 일이기도 했다. 어인 일로 악마가 지금껏 조용히 있어 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행운이 오래가지 않으리란 건 분명했으므로.
[삼 일간 이곳을 떠나지 마.]
그래. 소년의 얄팍한 행복조차 두고 보려 하지 않을 존재가 바로 이것이었으므로.
[떠나려 한다면 마기를 터트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