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화 그럴 수만 있다면 (12)
“결국 아무것도 못 하는 건가…….”
[못 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말란 거겠지.]
소성주가 떠난 후, 나는 언제나처럼 분노의 딴죽을 무시한 채 남겨진 제안에 대해 고민했다. 다시 되새김질해도 확실히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아니, 도리어 내게 있어선 최선의 선택지다. 계급사회인 이 세상에서, 소성주가 뒷배로 서 있는 일상이 불편하기란 아무래도 어려운 법이니까.
하다못해 소성주의 권위를 찍어 누를 수 있는 이, 그러니까 성주가 반발이라도 하면 문제가 될 텐데, 소성주가 대부분의 일을 담당하는 꼴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낮다.
아무렴, 소성주를 신임하거나 소성주에게 권력이 밀리는 게 아니고서야 설마 성주가 그에게 모든 일을 일임했겠는가?
그렇다고 성주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같지도 않다. 성주가 다치거나 죽었다면 조금이라도 의식하는 느낌이 났을 텐데, 소성주에게선 그런 낌새가 아예 없었으니까.
하니 이 경우는 성주도 내 존재를 암묵적으로 용인해 준 쪽일 거다. 그래서 소성주가 저리 자신하는 거고.
‘다만 문제는 여기에 남았을 때 뭘 하게 될지 모른다는 건데…….’
이것도 사실상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내가 파우스트의 몸을 쓰는 이상 소성주가 과하게 부려 먹을 것 같진 않은 까닭이다.
거기에 남들 눈치 보며 일을 맡긴다 해도 그게 설마 대악마 잡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겠는가? 기껏해야 마역 순찰이나 등장하는 악마 몇 마리 토벌해 달란 수준이겠지.
마치 기존의 기사들처럼.
‘그거면 꽤……?’
내가 남는 게 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마저도 본인 말로는 괜찮댔다.
하니 오롯이 내 형편만 생각하면 여기에 남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데 있어 사탄을 잡을 필요가 굳이 없음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이곳에 남으면 난 더 싸울 필요도, 노숙으로 인한 고행을 겪을 필요도, 온갖 것에 고통받을 이유도 없다.
내 마음이 홀린 듯 갈등하기 시작했다.
“으음.”
사실, 이후에 대삼림에 들러 볼까 고민도 했었는데 말이지. 대삼림도 내게 정말 잘 대해 줬으니까… 그렇지만 역시 편의성으로는 이곳 도시가… 아니, 근데 거기도 진 신세는 갚아야 하는데…….
거기에 용사 일행도 마음에 좀 걸린단 말이지. 물론 내가 여기에 남는 것이 그들을 배반하는 행위는 아니긴 한데… 내가 빠지면 인퀴지터의 고생이… 아크메이지님이…….
또 마이스터는 나한테 의뢰품 하나 전달하겠다고 여기까지 따라와 줬단 말이지? 그가 계속 용사 일행과 함께 다닐진 모르겠으나 다닌다면 도의적으로 문제가… 그리고 마이스터 외에 베르세르크도…….
“아. 베르세르크.”
그러고 보니 여기 와서 베르세르크를 한 번도 못 봤다. 나는 이제야 깨달은 빈자리에 조금 미안해졌다.
“도끼 부숴 먹은 거 사과해야 하는데…….”
나는 내가 박살 냈던 그녀의 무기를 떠올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나중에 소성주에게 괜찮은 할버드라도 있느냐 물어볼까. 아니면 대장장이라도 소개해 달라고 하든가.
대충 가지고 있는 돈 다 털면 어떻게 하나 정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겠다.”
나는 벌러덩, 하고 생각을 관두었다. 내 거취에 대한 결론도 베르세르크에 대한 사과도 당장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있던 탓이다.
물론, 베르세르크의 경우 수소문하면 금방 만날 수 있긴 하다. 잘못을 사과할 땐 시간 끌지 않는 게 제일 베스트기도 하고.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빈손으로 미안하다 말만 하고 싶진 않다. 자잘한 것도 아니고 무기를 박살 냈던 만큼 그 마음은 더 컸다.
역시 이건 뭐라도 들고 사과하는 게 맞다.
‘거기에 아크메이지나 소성주나 둘 다 여기 있으라고 했으니까…….’
하물며 오늘 그 두 사람은 ‘어디 갈 생각 말고 여기에 있으라’라는 뉘앙스의 말을 남기고 떠났다. 하나도 아니고 두 사람 모두가.
하니 뭐, 어쩔 도리 있나? 나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방에 얌전히 있기로 했다. 나머진 미래의 내가 해 줄 거라 믿으며, 그렇게.
“…심심하다.”
[쉬겠다고 한 지 10분도 안 지났다만, 그대.]
그래도 심심한 건 심심한 거라고. 나는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 방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재미를 붙일 만한 흥밋거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더 읽을 책도 없는데…….”
지구였다면 ‘오, 참고 자료.’ 하면서 머릿속에 쟁여 두기라도 할 텐데 지금은 딱히 그래야 할 이유나 그러고 싶은 열정이 없다.
“음.”
그렇다고 그림을 다시 그린다?
아까 하다 말아서 그런가, 다시 펜을 잡기가 좀 애매했다. 그림 그리기가 싫은 건 아닌데, 또 작정하고 펜대 잡긴 기력이 없는… 비유하자면 마치 ‘그림 그리괴 싪다’ 상태랄까. 마감 없는 그림쟁이의 숙명이었다.
“으으음.”
감정을 기록하는 것도 아직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건 좀 더… 좀 더 여유가 생긴 뒤에 하고 싶다. 지금 하면 다시 감정적이게 될 것 같아서 싫다.
“아, 모르겠다, 진짜…….”
풀썩.
결국 이도 저도 택하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웠다. 온기가 가신 침대보의 감촉은 부드럽고 또 서늘했다.
[또 자게?]
딱히 자려는 건 아니다. 그냥 침대에 누워 있고 싶은 거지.
나는 침대에 대자로 엎어진 채 꾸물꾸물 고개만 돌렸다. 숨통이 트이고 목이 불편했다. 엎어진 자세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정말 이렇게 있어도 되나…….”
그리고 마음 한편이 다시 불안해졌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어떻게 보면 그건 무력감일지도 몰랐다.
[친애하는 그레트헨.]
아니, 좀 더 자세히 파 본다면 그건 사실 불안도 무력감도 아니라…….
[내 지금껏 그대를 이해할 수 있다 자신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지금은 더더욱 영문을 모르겠군. 다들 쉬라고 하는 상황에서 그대는 왜 강박을 느끼지?]
나는 고개를 이불보에 조금 파묻었다. 숨은 조금 쉬기 힘들지만 안온하다. 나는 그 답답한 평온에 몸을 눌렀다.
[그대가 아직 인간으로서 가치 있음을 증명하고 싶은가? 잃어버린 인간성의 일부가 무서워서 남은 한 줌에 집착하게 돼? 남에게 선의를 베풀면 그래도 아직은 인간인 것 같아서?]
아, 그렇지만 숨이 막히는 건 역시 괴로운 일 같아.
[어리석은 그레첸…….]
푹신한 안온과 원활한 숨 쉬기가 동반되는 침대는 없는 걸까. 세상에 드러내기엔 너무 부끄러운 낯이니 이불보에 숨기고 싶은데, 그러면 꼭 숨이 막힐 수밖에 없는 걸까.
나는 아무래도 숨이 죄이는 게 정말 싫은데.
[양심을 내려 두면 편해질 것을, 그대는 이다지도 쉬운 길을 두고 매번 돌아가려고만 하는구나.]
나는 양심도 염치도 인성도 없는 존재의 말을 들으며 몸을 웅크렸다. 그것의 말에 의미가 있진 않지만, 숨겨 온 진실을 들킨 것만은 사실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상처 입은 짐승이 그러하듯 몸을 최대한 구겼다. 응어리를 토해 낸 자리에 미처 풀어지지 않았던 설움들이 슬렁슬렁 대가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아, 담배 피우고 싶다.
* * *
통통통통.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거친 노크 소리에 비척비척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퉁퉁퉁퉁퉁퉁.
그 잠깐 사이에 노크 소리는 더 거칠어졌다. 나는 성질머리를 나타내듯 빠르고 일정한 박자 소리에 상체도 일으켰다. 손은 반사적으로 부스스해진 머리를 빗어 넘기는 중이다.
“…누구냐.”
아, 목소리 잠겼다. 나는 한없이 내리깔린 목소리를 인지하며 침대에서 탈출했다. “어, 나다.” 아는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마이스터?”
마이스터는 또 왜 찾아왔담. 나는 구깃구깃해진 옷자락을 대충 펴며 문을 살짝 열었다.
“그… 안녕하십니까.”
“…그대도 왔나.”
마이스터랑 다니엘이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게 보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들 뒤편엔 무언가를 담고 있는 트롤리가 있다.
“뭐냐, 지금까지 잤냐?”
“…문제 있나?”
“있겠냐? 그냥 물어본 건데.”
“그… 피곤하신 거라면 다음에 찾아오겠습니다.”
대충 보니까 음식이랑 음료 같은데… 나는 조금 멍한 머리로 문을 더 열어젖혔다.
“들어와라.”
무슨 일로 찾아왔는진 모르겠지만, 해가 진 후에 뭔가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 나는 익숙해진 방 안으로 휘적휘적 그들을 이끌었다.
“방 좋네.”
“불을 좀 켜겠습니다.”
불? 나는 다니엘의 말에 눈을 느릿하게 껌뻑이다가, 손가락으로 주변 양초들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까닥이자마자 양초의 심지 위로 마기가 모여들고 그대로 불꽃을 일으켰다.
사사사삭. 들불이 번지듯 우수수 켜진 양초가 방 안을 밝혔다.
“개오지네.”
“…굉장하군요.”
…이거 어떻게 한 거지. 나는 내가 한 일을 두고 반사적으로 내 손가락을 응시했다. 진짜 어떻게 한 거지?
[…어제 낑낑대는 게 불편해 보여서 내가 알려 줬잖아, 그대. 기억 안 나나?]
안쪽에서 한심스럽다는 양 분노가 한마디 했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어젯밤, 잠이 안 와서 새벽 내내 깨어 있었지. 거기에 양초에 일일이 불 붙이는 걸 두고 분노는 궁상맞게 굴지 좀 말라며, 마기는 뒀다 국 끓여 먹을 거냐고 화냈었다. 덕분에 이런 요령도 배웠고.
“나흘간 코빼기도 안 보인다 싶더라니, 방에서 이런 걸 연구하고 있었냐?”
그쯤 되니 자각하지 못했던 다른 것도 떠올랐다. 보다 정확히는, 마이스터의 한마디에 확실하게 인지되었다.
“…벌써 나흘이나 지났나.”
“그래.”
시간이 흐른다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딱히 할 것도 없고, 계속 이상한 생각만 들어서 냅다 자고 먹고 멍 때리고, 자고 먹고 멍 때리고만 반복했더니 정확히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를 몰랐는데…….
나는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서늘한 밤공기가 텁텁했던 방 안을 한번 둘러보고 떠났다.
“환기를 얼마나 안 한 거냐? 왜 시체 탄내 섞인 바깥 공기가 방 안보다 좋아?”
“마이스터님, 발언의 수위가…….”
“야, 나도 환기는 하고 산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가, 구석에 박혀 있던 의자 하나를 벽난로 쪽으로 하나 더 끌고 왔다.
“글쎄. 환기하며 사는 것치곤 기름 쩐 내와 쇳내가 심하던데.”
“크흡.”
기존에 있던 1인용 소파 두 개에 방금 집어 온 스툴Stool 하나. 소파와 스툴의 간극이 너무 크지만 이 외의 의자가 없다.
나는 우리 셋 중 누가 불편한 자리에 앉게 될지 생각하며, 웃음을 참는 다니엘과 나를 흘기는 마이스터를 응시했다.
“애초에 네 공방, 창문도 없지 않나.”
“환기구는 있어. 그러니까 항상 환기하고 있는 거지.”
“억지 논리다.”
“이게 왜 억지 논리인지 모르겠는데.”
“모른다면 됐다. 그보다 한 사람은 불편하게 앉아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소파.”
“양심 죽었군.”
환기구의 존재를 가지고 퉁명스럽게 불만을 표하던 마이스터가 냉큼 소파를 잡았다. 나는 편한 자리에 앉을 테니 너희 두 놈 중 하나가 죽어라. 그의 자색 눈동자는 뻔뻔하게도 그리 외치는 중이다.
“…제가 거기에 앉겠습니다.”
“됐다. 그대가 소파에 앉아라.”
결국 내가 앉게 되겠군. 나는 자신이 스툴에 앉겠다는 다니엘을 소파로 내쫓은 후, 슬슬 용건을 캐물었다.
“그래서, 왜 온 거냐.”
드르륵. 마이스터는 자신들이 끌고 온 트롤리를 소파 근처로 옮기는 중이다.
“아, 별건 아니고 술 좀 까자고.”
소파 옆에 멈춰 선 트롤리에서 커다란 항아리가 튀어나왔다.
“……? 술?”
장 담글 때 쓰는 뚱뚱한 항아리는 물론 아니었다. 굳이 묘사하자면 그건 길쭉한 호리병 모양에 손잡이가 달린 형태였다. 단지 그 길이가 성인 상반신만 한 게 독특할 따름이었다.
“…너무 황당무계하여 말도 나오지 않는군.”
음식이랑 음료를 들고 왔길래, 뭐 먹으면서 얘기하자 정돈 나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지금 뭐라고? 술 좀 까자고? 정말 마이스터는 상상 이상의 인간이다.
“뭐, 인마.”
“그, 음. 죄송합니다.”
제일 놀라운 것은 마이스터의 미친 짓에 다니엘이 껴 있단 것이다. 나는 브루투스에게 배신당한 카이사르처럼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회색 머리칼의 이단심문관도 이 상황의 터무니없음을 아는지, 멋쩍은 표정으로 본인의 머리카락을 연신 쓸고 있다.
“…묻고 싶은 게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걸 먼저 묻지. 이건 문책당할 여지가 없는 행위인가?”
됐다. 쟤네들도 뭔가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나오는 거겠지.
나는 그런 연유에서 행동의 이유를 찾는 대신, 혹시 모를 가능성을 먼저 물었다. 나야 야밤에 술을 까든 담배를 피우든 아무도 뭐라 안 하겠지만, 저들은 또 입장이 다른 걸 알아서다.
“없어.”
“오늘 아침 지원군이 추가로 도착하며 여유가 생겼습니다. 소성주께도 미리 허락을 구했으니, 나중에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성주가 파우스트의 몸에 술 먹이는 걸 허락했다고? 뭔가 이상하다 싶다가도 금방 납득이 됐다. 이곳의 성인의 기준선은 지구보다 낮고, 술 허용 나이도 훨씬 어렸다.
“그런가.”
별개로 소성주가 허락했다 해도 아직 문제는 남아 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난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술자리를 갖는 건 상관없으나, 내게 술을 권하는 건 참아 줬으면 하는군.”
내가 술을 안 먹는다.
“그래? 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원래도 술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거니와, 대학교 선배가 술을 토할 때까지 먹인 전적이 있어서 술은 아무래도 좀.
“…그러셨군요.”
“그러냐. 젠장, 글렀네.”
“…애초에 술은 갑자기 왜 들고 온 거냐.”
이유 없이 대뜸 찾아온 건 아니겠지만, 정말 뜬금없이 이래 나오는 연유를 모르겠다. 황당함을 담은 내 질문에 마이스터가 심드렁히 귀를 후볐다.
“진솔한 마음의 얘기 좀 하려고.”
“……??”
“…그, 술이란 것이 본디 적절히만 사용한다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적당한 술은 경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니엘은 사실 마이스터의 통역가로 끌려온 거였냐?
나는 내가 머리 굴려 해석하기도 전에 풀어 설명해 주는 이를 보며 물통을 집었다. 저들이 가져온 것은 아니고, 여기 하인들이 언제든 편히 마시라고 가져다 둔 물통이다.
“나름 괜찮은 묘안이군. 내가 술을 먹지 않아 아쉽게 됐다만.”
“안 먹는 건 어쩔 수 없지. 안주라도 주워 먹어라.”
꼴꼴꼴. 내가 술을 먹든 말든 항아리를 든 마이스터는 잔에 술을 채웠다. 금속으로 만든 술잔은 정교한 세공이 돼 있어, 소성주의 허락이 그저 말뿐이 아님을 증명한다.
“아, 아니면 이거 끓여 주랴?”
“…멀쩡한 술을?”
“동료 마법사들이랑 연구실 같이 쓰다 안 사실인데, 밀폐된 공간에서 술을 끓이면 술을 안 마셔도 취하더라고.”
…그거야 기화된 알코올이 호흡기를 통해 흡수될 테니 당연히 취하겠지.
원리를 아는 나와 원리는 모르지만 이 연구가 얼마나 이상한 건지는 아는 다니엘의 표정이 차례로 썩어 들어갔다.
“…대체 밀폐된 공간에서 술 끓일 생각은 왜 하신 겁니까.”
“내가 알겠냐? 그놈이 알지.”
미친 마법사들. 나는 물통의 물을 꼴깍꼴깍 마시며 마법사들의 광기를 또 한 번 절감했다. 절대 엮이지 말아야지. 다짐도 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