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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컨셉충이면 곤란한가요-323화 (323/389)

323화 그럴 수만 있다면 (9)

“…나도 미안함세. 그, 그대의 처지를 알아주지 못했던 것이나, 앞장서서 변호하지 못한 점이나…….”

그사이, 냉정을 되찾은 아크메이지가 주섬주섬 사죄를 늘어놓았다. 어떤 것은 사과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것이었고 어떤 것은 명백히 그녀가 잘못한 것이었으며, 어떤 것은 당시 내가 서운함을 느꼈으나 표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신탁에 머뭇거리느라 강경히 그대의 수호를 표하지 못한 것도 정말 미안하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님은 알지만, 그래도…….”

그렇지만 마지막의 것은 다소 의아한 점이 있었다. 그녀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여기는 것보단, 그 가운데 끼어 있는 단어가 내 심기를 쿡쿡 눌렀다.

나는 참지 않고 질문했다.

“안 그래도 그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그 신탁이란 건 대체 무엇입니까?”

“…모르나?”

“인퀴지터가 저를 죽이려 할 당시, 신탁을 언급하긴 했습니다. 다만 따로 물어볼 경황이 아니었던지라…….”

그 뒤에도 상황이 상황이고, 인퀴지터가 물러난 지점에서 별 의미 없는 건가? 싶어서 일단 무의식 저편에 묻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메이지가 발언함으로써 완전히 기억난 지금, 나는 그것에 대해 듣고 싶다.

“그래서, 신은 정말로 저에 대한 신탁을 내렸습니까?”

지금까지 내가 뭔 개고생을 하든 관망만 하던 신이 이제 와서 죽이란 신탁을 내린 게 정녕 맞냐? 내 물음에 아크메이지가 잠깐 동공을 흔들었다.

“그게, 사실은 말일세…….”

아무리 태연함을 가장해도 목소리에서 은은히 묻어나는 뭔가가 있나 보다.

아크메이지가 내 눈치를 보며 살살 이야기를 풀었다. 긴 이야기는 아니었다. 고작해야 세 문장짜리 신탁이었고, 해석의 여지까지 포함해도 다섯 문장 정도로 늘 뿐이니까.

“…후.”

다만 그런 짧은 신탁 앞에서도 나는 깊은 고뇌에 잠겼다. 죽여라, 구하라, 돌려보내라. 그렇지만 아무리 사고해도 마지막으로 드는 결론은 하나였다.

“신은 대체 일을 어떻게 처하고 있는─”

아니 시발, 신탁 세 개로 나뉘는 거나 그 뜻이나, 이건 명백하게 나를 저격한 거잖아. 이쪽 상황을 몰랐던 게 아니라 분명하게, 전부 알고 있었단 거잖아!

그런 주제에 지금까진 방관만 해? 심지어 방관만 하다가 틈이 보이니까 강제로 매듭지을 수 있는 신탁을 내려? 이쪽 의사는 조금도 참고하지 않고?

“이 개…….”

사라진 어이에 척수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가 끊어졌다. ‘여긴 종교의 영향력이 큰 세계다.’라는 뇌의 필사적 어필 덕이었다.

“크흐흠.”

곤욕스러운듯 헛기침을 하는 아크메이지 역시 내 인내심에 한몫했다. 나는 그녀의 당혹감을 누름돌 삼아 어떻게든 불만을 억눌렀다.

“그, 심정은 이해하네만.”

그동안, 아크메이지는 내게 무어라 말을 전하고 싶은 건지 두어 번 침을 삼켰다. “그.” 하나 말은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내 처지가 처지다 보니 신을 향한 모욕을 두고 뭐라 하기 좀 어려운가 싶었다.

“…내 앞에서는 괜찮네만 신전 앞에서는 그러지 말아 주게. 그대한테 뭐라 하는 게 아니라, 그으… 알잖나? 거긴 좀…….”

“…걱정 마십시오. 그 정도 참을성은 있습니다.”

결국 그녀는 나를 타박하는 대신, 약간의 당부만을 내놓았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종교란 건 대개 극렬한 법이고, 이쪽 종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극성스러운 사제가 참 많은 편이었다.

거기에 내 처지까지 고려하면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하릴없다. 나는 반박하는 대신 순순히 수긍했다.

“…그, 음.”

다만 내가 너무 고분고분하게 뜻을 따라 줘서인지, 도리어 아크메이지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양심이 찔리는가 했다.

“…나도 신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네. 그것이 진정 옳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한참 뒤, 아크메이지가 속삭이듯 내게 말했다.

“그러니 나는 자네를 응원할 걸세. 자네가 무슨 선택을 하건, 어떻게 행동하건 말일세.”

그건 어찌 보면 별것 아닌 말이었다.

하나 이 세계에서 종교가 가지는 위력을 생각하거든 그 말의 무게는 많이 달라진다. 그녀는 지금 한평생 영향 받아 온 종교를 버리고 내 편이 되기를 택했다.

“…감사합니다.”

“지금껏 그러지 못한 게 미안할 따름이네.”

돌아보면, 나를 살리기로 한 인퀴지터의 선택도 같은 무게를 지니겠지. 아니, 어쩌면 그쪽은 더 거대할지도 모르겠다. 아크메이지는 신전 소속이 아니지만 인퀴지터는 신의 선택을 받은, 일종의 직속 수하였으니까.

…뭐, 결과적으로 포기했다곤 하나 그 전까지 보였던 모습은 도무지 좋게 볼 수 없긴 하지만.

나는 그 점에 얄팍한 기쁨과 많은 서운함을 느끼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저벅저벅. 잠시 닫고 있던 감각에 발소리가 잡혔다.

스윽. 내 손이 후드 자락을 들어 올렸다.

“……? 왜 그러나?”

내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아크메이지가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머리 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꼼꼼히 후드를 눌러쓴 후, 그녀에게 답을 주었다.

“식사가 오는 것 같아서요.”

“아.”

내 감각은 과연 틀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실례하겠습니다.”

기름칠이 잘된 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곧 하인 몇 명이 들어왔다. 음식을 얼마나 가져온 건지, 트롤리가 무려 세 개였다.

“오…….”

그 호사스러운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 착, 착, 착. 트롤리에서 음식이 하나하나 나올 때면 그 경향은 더 커졌다.

훈제 생선 스테이크, 탕수생선, 생선찜, 생선 스튜… 도시에 육고기가 전멸하기라도 한 것 같은 리스트였다.

“…뮌문트는 손님 접대를 호화롭게 하는군요.”

“그, 그러게 말일세.”

“호화롭게 느껴지셨다니, 영광입니다.”

보통 이런 곳에서 대접한다 하면 채소 요리가 적거나 없던데, 여긴 심지어 채소 요리도 많다. 뭔가 좋긴 한데 너무 내 취향이라서 도리어 떨떠름하다. 혹시 뭘 알고 한 건가?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종을 울려 주시지요.”

내가 심란해하는 사이, 집사가 말을 이었다. 어떤 종을 울려야 하는지는 들을 필요도 없었다. 달칵. 테이블 위에 손바닥만 한 종이 올라왔다. 손잡이가 있어서 언제든 들고 흔들 수 있는 종이었다.

“…피습으로 고통받는 주민이 많을 텐데, 제가 이런 사치를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종을 멍하니 보다가 번득 깨달았다. 상황도 좋지 않을 텐데 이렇게까지 해 주다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다들 고생할 텐데 나만 이렇게 만끽하고 있어도 되나?

“도시를 구한 영웅께 마땅히 보은하는 것뿐입니다. 사양치 말고 드시지요.”

그래도… 도시를 구하는 데 나만 활약한 건 아니잖아. 내 비중이 크다는 것 자체는 부정 안 하겠지만, 인퀴지터나 다른 병사들이 아니었으면 도시가 진즉 멸망했을 텐데.

“제가 모든 걸 해낸 건 아닙니다.”

나는 내가 우두머리를 치는 동안 악착같이 버텨 낸 병사들과, 베헤모스의 돌진을 막아 낸 인퀴지터를 떠올렸다. 만일 그들이 없었다면 내가 대악마를 죽였어도 도시는 멸망하고 말았겠지.

즉, 사감을 제하고 봐도 그들 역시 하나의 주역인 건 분명했다. 도시를 구한 것이 대우받아야 할 명목이라면, 나만 이렇게 받는 건 옳지 않다.

“걱정 말게. 수습할 거리가 많아 휴식을 보장해 주지 못할 뿐, 먹거리만큼은 소성주께서 넉넉히 챙겨 주고 계시네. 활약한 모든 병사들에게 말일세.”

그러나 내 말뜻을 이해한 아크메이지가 서둘러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도시의 그 어떤 이도 자네의 공만큼은 부정 못 할 것이니, 자네가 가장 융숭한 대우를 받는다고 해서 설마 누가 뭐라 하겠는가? 이건 차별이 아니라 마땅한 일일세.”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알겠습니다.”

사실, 모든 요리가 완성된 채로 존재하는 시점에서 받아들이는 건 정해진 수순이긴 했다. 아무렴, 납득할 수 없다고 해서 이 모든 걸 버릴 순 없지 않은가.

거기에 현재의 나는 아침을 건너뛴 상태다. 허기가 졌단 소리다.

한데 그 상황에서 이만한 요리들이 시각적·후각적으로 폭력을 가해서야 어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나는 결국 자잘한 문제들로부터 눈을 돌렸다.

“부족하시면 언제든 불러 주시기를.”

“예.”

음식을 내려 둔 하인들이 우르르 나가고, 본격적으로 음식에 손을 뻗었다. 요리사가 가시를 미리 다 발라 놔서 먹을 때 번거로울 일도 없었다.

포크가 닿을 땐 부서지지 않는, 그러나 입에 넣으면 살살 녹아내리는 생선 살이 혀를 즐겁게 했다.

“…맛있네요.”

“그런가?”

평생 만날 생선 요리, 오늘 다 만나는 기분인데.

나는 대충 예법에 맞춰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다. 이쪽 예절을 통달한 것은 아니나 그건 지금껏 겪어 온 짬밥으로 어떻게든 때웠다. 크게 틀리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 그래. 이것도 들게.”

무엇보다, 그게 틀렸더래도 크게 상관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틀리면 뭐 어쩔 거야. 무식하다고 면전에서 말할 거야? 싸움 걸 거야?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신선하겠다며 아크메이지가 날라 주는 생선을 꼭꼭 씹어 삼켰다. 방치하면 앞접시 위에 수북히 쌓일 꼴이라 어쩔 수 없었다.

“메이지님도 드시죠.”

그래도 그녀가 주는 속도보다 내가 해치우는 속도가 좀 더 빨랐기에, 나는 기회가 나자마자 그녀에게 생선 살을 발라 건넸다. 잔가시는 요리사가 다 발랐으므로 기껏해야 뼈대만 떼 낸 수준의 발골이었다.

“오…….”

하나 아크메이지는 그것만으로 감격했다. 고작해야 생선뼈 발골인, 작고 사소한 호의에 뭐 이렇게 기뻐하나 싶었다.

“고맙네.”

한데 다시 따져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사정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호의를 베푼 수준이 아니라 인성 파탄자가 기억 되찾고 사람 돼서 돌아온 것 아닌가.

나는 그 점이 괜히 무안해서 아크메이지에게 물도 따라 주고 고기도 좀 더 얹어 주었다. 아크메이지가 나를 더욱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 * *

“정화 구역 현황은?”

“현재 10%의 주민들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귄터는 쪽잠밖에 자지 못한 눈으로 보고를 받았다. 좋진 않으나 급격하게 나빠질 일도 없는 소식이 연이어 줄을 섰다.

“병사들의 사기는 어떤가.”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좋은 편입니다.”

“…그래? 다행이군.”

한차례 멸망의 위기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동료 살해, 식인 등 사기가 하락할 만한 사건이 빈번했으며, 역병이 남아 있는 점, 가족들이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외의 소식이었다.

귄터는 뜻밖의 행운을 두고 잠시 펜대를 돌렸다.

“사기 증가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식량을 넉넉하게 배급한 것? 사제들이 우선하여 치료해 준 것?”

“그것도 분명 영향을 미쳤겠습니다만, 시야에서 대악마의 거체가 사라짐으로써 승리가 명백한 형태로 다가왔다는 점, 그 악마를 처치한 기사가 도시에 있다는 점, 더불어 그 악마 처치에 일조했던 사제가 몸소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는 점… 등이 가장 강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기사와 용사인가.”

귄터는 지휘관의 분석에 금방 납득했다.

도시를 지키기 위해 홀로 악마와 맞서 싸우던 기사의 용맹함도, 짓쳐드는 대악마를 막아서던 거대한 금빛의 경이로움도. 하나같이 병사들이 감명받기에 이상할 것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잘됐군. 여기서 사기가 더 하락하지 않도록 주의하게. 고기와 술도 아낌없이 베풀어. 병사들이 취해서 사고 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내줄 테니.”

그렇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행운이 작용한 예외의 경우일 뿐이다.

귄터는 그걸 고려하여 식량 사정을 내밀히 살폈다. 형편이 허락하는 내에 최대한 먹고 마시게 해야 병사들의 불만이 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휴식도 최대한 보장해 주게. 오래 쉬지 못할지언정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쉴 수 있게 하란 말이네.”

“네.”

어차피 전시 기간 내내 식량을 통제하면서 징발한 것이 많다. 상황이 이 모양이니 돌려 달라 징징대지도 못할 테고.

하니 좀 더 마음껏 써도 되리라. 귄터는 주인을 찾지 못한 집을 뜯어서라도 병사들에게 편히 쉴 곳을 마련해 주라 말을 마무리했다. 집주인이야 나중에 보상해 주면 그만이었기에 양심의 가책 따윈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나머지 안건들도 하나하나 처리했다. 하나같이 골치는 아프지만, 해결할 여지는 있는 것들이었다.

“…어떻게든 됐나.”

그래,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을 뿐 결국 이겨 낼 수는 있는 문제들뿐이다. 귄터는 그제야 그들이, 이 도시가 이 고난한 역경을 극복했음을 이해했다.

“어떻게든 되긴 했나…….”

이상하게 별로 기쁘지 않았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신지요.”

“…손님의 상황이 어떤지 물으려 불렀네.”

그는 병사를 시켜 두 명의 기사를 호출하는 한편, 종을 울려 집사를 불렀다. 그가 가장 신임하여 손님 접대를 일임하기까지 한 집사였다.

“식사는 하던가?”

“예. 처음엔 자신만 대우받는 것에 조금 불편해하셨으나, 아크메이지님의 설득 덕에 제대로 된 식사를 드셨습니다.”

“음식은 입에 맞아 했고?”

“중요한 대화를 하시는 듯하여 드시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진 못했으나, 일단 그릇들은 대부분 비우셨습니다. 입맛에 어긋나진 않은 듯합니다.”

“…다행이군.”

귄터는 파우스트가… 파우스트의 몸을 쓰고 있는 이가 잘 먹었다는 소식에 복잡미묘한 심정이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식사를 올려 주게. 같은 것만 주면 질릴 테니 변주도 좀 넣고.”

“걱정 마시지요.”

“그래. 자네를 믿어.”

그래도 안 먹은 것보단 낫다. 귄터는 손님이 푹 쉴 수 있도록 이것저것 신경 써 달라 또 한 번 당부하며 집사를 보냈다.

“부르셨나이까.”

그리고 배턴 터치를 하듯, 집사가 간 지 1분도 되지 않아 기사 둘이 방에 들어왔다.

“황옥 경, 청옥 경.”

“예.”

“하명하십시오.”

하필 생존한 기사들 중 딱 이 둘을 부른 건 이유가 있으니.

“두 사람 모두 그 기사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을 테지.”

이들은 파우스트… 그러니까 그 기사와 그나마 가깝게, 직접적으로 대면했던 전적이 있다.

“덮게. 앞으로 누가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거나 제대로 못 봤다고 하고, 스스로 조사하려 들지도 마.”

아, 그러고 보니 감시를 맡겼던 병사나 파우스트를 도시로 직접 데리고 온 병사도 있군.

귄터는 그들도 입막음해야 할 것을 기억해 두며, 두 기사에게 시선을 하나하나 주었다. 처음에 의아해하던 이들이 그의 표정을 보고 몸을 뻣뻣이 굳혔다.

“혹, 이유가…….”

“그 질문까지 포함해서 하는 말일세.”

“…명입니까.”

“그래. 명령일세. 그대들이 그 존재에 대해 기억하는 건 앞으로 딱 하나, 그가 우릴 도왔다. 오직 그것뿐이어야만 한다는 명령. 그 외의 모든 것을 잊어. 그가 무엇을 말했던, 어떤 모습이었건 전부.”

이 명령이 그들에겐 어떤 의미로 들릴까. 악마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일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형밖에 없어요.』

하지만 거부하는 그를 이 자리에 올린 건 그들이다.

“알아들었나?”

귄터는 그 책임을 물고자, 그의 유일한 가족을 위해 움직였다. 그가 이 자리에서 저지를 가장 큰 월권이자 마지막 남용이 될 일이었다.

“명 받잡겠습니다.”

아, 파우스트. 이거면 되니?

그의 두 눈이 서글픔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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