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화 납득할 수 있는 (2)
[탐식이 움직였어. 갈까?]
[아니. 세 시간 뒤에 움직인다, 인간들이 좀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어련하시겠어.]
지금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끝까지 안전과 실효성을 고려한다. 그 사실을 두고 벨페고르는 혀를 내둘렀다.
영혼을 내건 만큼 이 계획에 차질이 없어야 함은 알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 투자했는데 설마 실패할까 싶었던 것이다.
[이런, 벨페고르… 오만의 이름은 내 것인데, 인간을 깎아내리는 것은 네가 더한 듯하구나.]
하나 서늘한 미소가 제게 닿는 순간, 벨페고르는 자신의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세상의 신과 이 땅이 내뿜는 신성에 대항하는 것도 짜증 나는 판에, 또 다른 신성을 감당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이름이 불린 손등이 뜨끈해졌다.
[…그런 적 없어. 널 믿은 거지.]
[믿음이라…….]
벨페고르가 수습하기 위해 서둘러 내뱉은 말을 두고 상대는 언제나처럼 은은히 미소했다.
왕관처럼 보이는 뿔에 걸쳐진 비단과 계명성의 보석들은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그래, 나만한 자야. 나도 너를 믿고 있단다. 네 게으름과 나타함이 때와 장소를 가릴 것임을 말이야.]
그 모습을 도저히 직시할 수 없다. 벨페고르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을 따라 고개를 수그렸다.
그러자 교만의 망토 자락 중 하나가 그의 턱 끝으로 다가왔다. 네 장의 흰 깃털 날개를 겹쳐 만든 듯한 망토는 그중 첫 번째 날개의 깃으로 그의 고개를 추켜올린다.
어둠과 샛별을 담은 눈이 그를 고스란히 비추었다.
[무엇이 두렵지? 내가 분명 고하지 않았나. 네 존재는 한낱 제물이 되는 것보다, 살아서 인간을 괴롭히는 데 쓰임이 더 적절함을.]
[그… 랬지…….]
그랬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머저리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인간을 괴롭히는 것보다 제물로 쓰이는 게 더 적절해지거든 언제든 살처분될 수 있다는 말을 어찌 못 알아듣겠어.
벨페고르는 교만의 검은 드레스를 반쯤 가린 흰 베일을 보며 손가락을 구부렸다.
타락했음을 숨기지 않으나 순결함 또한 고집하는 모순. 그리고 그 모순을 정당함으로 바꾸는 힘.
그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별것 없었다.
[그, 힘이 남을 것 같은데. 저쪽도 도울까?]
나태는 바짝 엎드렸다. 하기 싫다고 투덜대는 건 꿈도 꾸지 않았다. 나태의 본질은 일하지 않고 놀고 먹을 수 있음에 있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죽음만을 기다림에 있진 않았다.
[아니.]
[어… 정말? 그, 저기엔 네 피를 담은 인형도 있잖아.]
[그래서?]
[…그게 죽어도 상관없어?]
[그것이 죽는 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다만 자진해서 일을 떠맡는 것으로 항복 의사를 표하려 했던 것이 어째 실수가 된 것 같다. 가면처럼 웃는 자가 그를 가만 내려다보았다.
[그, 그러니까… 어찌 됐든 네 피가 들어간 거잖아? 그런 게 인간한테 당하면 기분 나쁠 것 같아서… 아니, 기분 나쁘지 않을까 싶어서.]
시발, 비위 맞추기 존나 힘든 새끼. 벨페고르는 자신의 입이 어떻게 나불대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상대의 표정과 일렁거리는 아우라를 관찰했다. 그다지 효과적인 일은 아니었다. 상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서 자신의 권위가 선다고 믿는 존재였다.
[…아니야?]
[오, 벨페고르. 네가 이렇게나 날 신경 써 주는 존재인 줄 미처 몰랐구나.]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시비야.
벨페고르는 내려가려는 고개를 가까스로 붙잡은 채 어색하게 웃었다.
[다만 기억해 두렴.]
상대 역시 눈매를 좀 더 기울였다. 새의 깃털처럼 풍성하고 공작의 꼬릿깃처럼 긴 속눈썹은 하늘을 가려 지상만을 내려다보도록 한다.
[세상 그 어떤 것도 나를 대변할 수 없고 표상할 수 없으니. 내 손길을 받았음에도 패배한다면, 그건 그것의 한계가 거기인 것뿐 아니겠니.]
마치 세상을 굽어보는 신이 그러하듯.
[하므로 다음부터는 그런 말 말렴.]
그렇지만 그것은 신이 아니다.
[나를 능멸하는 걸로 착각하게 되잖니.]
신이 아니므로, 결국 오만일 수밖에 없다.
[혀가 뽑히기 싫다면… 알지?]
벨페고르는 은근히 주어지는 협박에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권위 앞에서도 싸가지 없게 굴 수 있던 분노가 처음으로 그리워지는 하루였다.
뭐, 이렇게 말해도 정작 눈앞에 나타나면 바로 비명 지르며 도망치겠지만.
* * *
땡땡땡땡땡!
종을 울리는 병사가 본인의 목구멍을 대신하여 종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나 그것으로도 지금 다가오는 위협을 전부 표현할 수는 없었다.
성벽보다 거대한 괴수는 거대한 엄니와 뿔을 늘어트린 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강을 삼켜도 태연할 입과 강물이 덮쳐도 무너지지 않을 거대한 다리, 송백처럼 뻗은 꼬리를 휘두르며.
진흙 구덩이에서 솟아오르는 악마들을 이끌며.
“악마들이……!”
“오, 온다.”
“자리를 지켜! 지키지 않는 자는 처형한다!”
파멸의 전초처럼 보이는 그 광경에, 가장 먼저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강을 잘 다지고 오랜 훈련을 통해 도망치지 않는 걸 체득시키지 않았다면, 진즉 이탈하는 자가 나왔을 것이다.
“언제나와 같은 싸움이다! 새삼스럽게 겁먹지 마라! 몇백 년 동안 이겨 내 온 싸움에 또 한 번 패배할 이유 없다!”
“너희의 가족, 친구, 연인을 지키기 위해 창을 들어라! 물러날 곳은 없다!”
그러나 기강과 훈련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관록 있는 중간 계급의 병사들이 병졸들을 서둘러 독려했다.
도망치는 사람이 하나 나오는 순간, 둑이 터지는 것처럼 탈주병이 와르르 나올 걸 알아서였다.
“하, 하지만 십인장님… 기사님이…….”
“성주님이 돌아가셨어… 우린 죽을 거야…….”
하나 이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선동과 연설에도 병정들의 사기는 끝없이 하락하기만 했다.
갈증과 굶주림이 지속된다거나, 지휘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급사한다거나, 수석기사가 배신한다거나, 성주가 갑작스레 사망한다거나. 하나만 터져도 군기 유지가 어려울 만한 사건이 연달아 몰아쳤으니 어쩔 수 없었다.
지독한 훈련과 규율, 군법이 아니었다면 이 살얼음판조차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살아남은 지휘 계급과 기사들이 이를 악물었다.
“청옥 경은 소성주님께 가세요!”
“경……!”
“저 미친 새끼는 제가 감당합니다! 저 새끼한테 둘 다 잡혀 있을 순 없어요!”
그중 클라우스는 토파즈의 외침에 주춤주춤 물러났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아군도 생기긴 했으니까 걱정 말고 가요!” 그의 발목을 완전히 풀어 준 건 그 뒷말이었다.
그리운 얼굴을 닮은 청년이 황옥의 말을 두고 그를 일별했다. 그 찰나간 휘어지는 눈매는 결코 적의 것이 아니다.
“…부탁합니다!”
그는 결국 자리를 떴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압박하는지 숨이 살짝 가빠 왔다.
“소성주님, 명령을!”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배신자를 견제할 패가 생긴 지금, 그는 그 배신자 뒤에서 다가오는 멸망에 대적해야만 했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의 외침에 다소 멍하던 소성주의 눈동자가 평상시의 빛을 되찾았다. 괴로움으로 얼룩진 눈이 무언의 비명을 질렀다.
“사, 파이어 경.”
“소성주님!”
정신이 완전히 나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상태의 소성주가 지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클라우스는 그 의문을 떠올리는 즉시 잊었다.
지금은 할 수 있다 없다를 떠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소성주는 할 수 없어도 할 수 있는 척해야만 한다.
“나, 는.”
“지금 지휘할 수 있는 분은 당신뿐입니다!”
평생을 열등감에 눌려 산 청년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다들 들어라! 저 괴수는 절대 성벽에 다가오지 않는다! 저 괴수를 매번 상대한 북쪽의 병사들이 직접 알려 준 사항이다! 우리는 저 거대한 괴물을 직접 상대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곧, 메마른 목이 쉰 소리를 토해 냈다. 공기가 다소 섞인 목소리는 성량이 작았으나 병사들이 입을 꾹 다문 덕에 널리 퍼졌다.
“그러니 괴수에 시선을 빼앗기지 마라! 너희가 상대해야 할 건 그것이 끌고 온 악마들이다! 언제나처럼, 저 작고 악취 나는 쓰레기들만을 죽이면 된다!”
소성주가 순간 그의 아버지와 똑 닮은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 나를 믿고 따라 주면, 우리는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
검이 햇빛을 받아 횃불처럼 쨍한 빛을 발했다.
“병사들이여, 승리를 거머쥘 준비를 해라!!”
침몰하던 공기가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
.
.
“저것을 살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나는 소성주를 노리던 채찍을 쳐 내며 검을 다잡았다. 쳐 내는 과정에서 얻어맞은 부위는 옷이 찢어지고 살갗이 터진 상태다.
“그대도 알 텐데? 아무리 뛰어난 지휘관도 모든 곳을 둘러보며 명령할 수 없음을.”
당연하지만 채찍은 베지도 못했다. 뻣뻣한 검과 다른 방식으로 적을 공격하는 채찍은, 내 검을 유들유들하게 피해 내 팔뚝만을 강타하고 물러났다.
채찍은 실전에 들어가면 정말 쓸모없는 무기라고 한 사람을 데려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무용이다. 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분노하지 않는 자여.”
그치만 그건 불가능하니까.
힘들어도 이겨 내야만 하는 게 지금이니까.
나는 얼얼한 팔을 쥐락 펴락 하며 흘러내린 안경을 추켜올렸다. “약한 자일수록 혀가 길어지는 법이지.” 악마기사 연기를 너무 오래 해서 그런가, 반사적으로 튀어 나간 답변은 그런 것이다.
“그렇지 않나요?”
나는 다급히 존대를 붙여 준 후 빙긋 웃었다. 상대의 눈매가 조금 커졌다. 내가 한 도발에 발끈한 눈치는 아니고,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재롱에 놀란 부모쯤 될 표정이었다.
“그 말이 맞다.”
그러곤 그녀가 긍정했다.
“내 혀가 너무 길었구나. 너희에겐 긴 말을 할 가치조차 없었는데.”
내 옆에 있던 금발의 기사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어째 도발당하라고 한 사람은 안 당하고, 외딴 사람이 당해 버린 기분이었다.
“너……!”
“흥분하지 마세요. 흥분하는 쪽이 지는 겁니다.”
아무리 봐도 순수 실력만 따졌을 때 저쪽이 압도적 우위다. 그런 마당에 욱하기까지 해? 그러면 그냥 죽여 줍쇼 하는 거지.
나는 그런 마음으로 금발의 기사에게 조언했고, 기사가 몸을 또 한 번 떨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순간 심호흡이 이어지는 걸 보면 허투루 듣지는 않은 듯했다.
“…아탸 아니지?”
“…여기 와서 그 소리만 열 번은 들은 것 같은데, 아닙니다.”
“그래.”
그보다 이 사람도 아탸를 아네. 뭐, 아탸가 실종되기 전에도 기사였거나 아탸의 동기쯤 된다면 알 법도 하지만.
“저 배신자의 주특기는 넘치는 마력을 통한 신체 강화와 검기다. 팔다리가 가늘다고 해서 힘 싸움으로 들어가면 필패할 테니 주의해라.”
“그렇군요.”
“채찍과 레이피어는 나도 처음 보는 것이라 전투 방식은 말해 줄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저 녀석은 기사전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어. 참고하도록.”
“괜찮습니다.”
별개로 마력을 통한 신체 강화라. 보기에 비해 힘이 정말 세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마력으로 강화한 것인 줄은 몰랐다.
나는 그 점을 머릿속에 넣어 두며 발끝에 힘을 주었다.
“싸우다 보면 알겠죠.”
콰직. 발밑의 돌이 살짝 깨지는 게 느껴졌다. 이미 튀어 나간 몸이라 어떻게 해 줄 수는 없겠지만서도.
촤악!
나는 쇄도하는 채찍을 두고 대각선으로 도약했다.
주변에 있는 병사들 덕에 상대가 수평으로 채찍을 휘두를 수 없다는─휘둘러도 병사에게 막힐 것이다─맹점과 한번 휘두른 채찍은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는 걸 노린 점프였다.
물론 상대는 나보다 채찍을 더 잘 알고 잘 다루는 존재였으므로, 채찍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교묘히 내 경로를 가로막았다. 파공성이 내 옆을 지나쳐 갔다.
“흡.”
그렇지만 채찍이 무서워 멈칫하는 게 더 악수다.
나는 채찍의 끄트머리가 할퀴고 간 뺨을 외면한 채 롱소드를 휘둘렀다. 다른 쪽에서 진입해 온 금발 기사 역시 들고 있던 검을 날카롭게 세운 채다.
성가퀴를 밟고 선 자가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보통 인간의 동공보다 배는 작은 동공이 더욱 조여들며 하나의 점처럼 변했다.
촤아악!
“커억!”
어떻게 채찍이 움직였는지 모르겠다. 다만 마력이 진동하는 것은 분명히 느껴졌고, 그것을 알아챘을 땐 채찍이 주위에 있던 병사의 목을 정확히 휘감은 상태였다.
“이런 씹─”
낚싯바늘에 낚인 고기처럼 허공에 붕 떠오른 병사가 금발 기사와 충돌했다.
채앵!
동시에 내 롱소드와 적의 레이피어가 맞닿았다.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했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닌지, 한 손으로 잡은 레이피어와 양손으로 붙든 내 롱소드가 비등한 싸움을 이뤄 냈다.
이어지는 1분간의 합에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이 성가퀴에 섰음에도, 상대는 심지어 채찍으로 금발의 기사를 계속 견제하고 있음에도, 싸움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치열하게 흘러갔다.
“가볍고 얕은 검이로구나.”
힘은, 당연하지만 내가 좀 더 우위였다. 바탕이 되는 신체도, 마력량도 내가 더 높았으므로 당연했다.
“배우지 못한 자의 천박함이 참으로 우습다.”
그렇지만 기술과 기교 싸움에서는 내가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만하펠트에서 배운 지식이 없었다면 얼핏 대등해 보이는 싸움조차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미친 반사 신경과 근력이 아니었다면 자네는 후베한테도 밀렸을 게야.』
나는 발터 기사님이 말했던 그 사항을 절절히 체감하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기량 싸움으로는 절대 안 돼, 합공으로도 비벼 볼 수 없어. 현실적인 문제가 내 앞에 드리워졌다.
“자, 이제 어쩔 것이지?”
그렇지만 꼭 기량만으로 싸워야 할까? 내 장점은 다른 곳에도 있는데?
“나조차 이기지 못하는 그대일진대, 이곳에 남아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청록의 눈동자가 나를 비웃는 걸 보았다. 나를 죽이지 않아도, 악마들이 진군하여 이곳을 점령하면 승리를 점할 수 있는 자의 여유가 그 눈에서 엿보였다.
“글쎄요.”
하지만 그건 어찌 보면 이쪽도 비슷했다.
“일단 당신에게 엿은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당장 저이를 죽이지 않아도, 악마들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승리만 거머쥐면 저치는 언제든 죽일 수 있다.
“사실 제 전문은 다른 쪽이거든요.”
그렇다면, 그렇게 가면 되지 않을까?
나는 되지도 않는 검술 싸움을 바로 포기했다. 짭기사가 정식기사와 검술로 붙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기에, 포기에 부끄러움은 들지 않았다.
“마법으로 붙읍시다.”
대신 나는 차라리 내 다른 장점을 살리기로 했다.
일반인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과 압도적인 마력량. 그래, 마력. 엄청난 마력.
내 몸에서 빠져나온 다량의 마기가 수십 개의 창이 되어 단 하나의 표적만을 노렸다.
“이게 통할 것 같다면─”
“안 통하겠죠.”
내 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피해를 감수하고 상대를 찔러 들어갔다.
교교하게 빛나는 레이피어가 모든 마력창을 깨부수고 내 공격을 파훼하여 되레 내 어깨를 찔러 버렸다. 제법 큰 피해였다.
“그치만 싸움터는 바꿀 수 있어.”
그렇지만 그걸 감수한 끝에, 나는 내가 원하는 일도 이뤄 냈다. 나와 상대가 동시에 성벽 아래로 추락했다.
“병사들이 당신한테만 방해인 줄 알아?”
“……!”
아, 마력창이랑 검기 난사 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