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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컨셉충이면 곤란한가요-244화 (244/389)

244화 이런 생에도 (7)

데스브링거는 마이스터와 헤어진 후, 그가 남긴 말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내려지는 결론은 오직 하나였다.

혹시,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기억이… 없다……?”

악마기사는 설마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걸까? 완전히 없다 정도까진 아니어도 부분부분 기억을 못 하는 것들이 있는 걸까?

설마……?

“그럴 리가…….”

악마기사가 본인의 지적 능력을 드러내는 편은 굉장히 드문 일이기에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봐 온바, 그는 기억력이 나쁜 부류 같진 않았다. 본인이 내색 않았을 걸 고려해도 같은 판단이었다.

그에게선 건망증으로 인한 얼버무림도, 까먹음으로 인한 허둥거림도 목격된 적이 없다. 즉, 최소한 사소하고 자잘한 것들을 잊어 먹을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넘어가기엔 마이스터의 말이 너무 걸리는 것도 사실이라.

악마기사가 스스로의 정보를 샀다는, 이 모든 추측을 제공하는 최초의 증거도 그렇다. 구매라는 행위가 보통 필요에 의해 행해짐을 고려하면, 그가 본인의 정보를 샀다는 건 단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된다. 아무리 궁구해도 그랬다.

“아냐, 설마 그러겠어. 설마…….”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불완전한 기억 속에서 가족이 죽었다는 순간 하나만을 명확히 쥔 채, 오롯이 복수만을 위해 사는 것이 가능한가?

…그런 사람도 세상에 있을 수 있나?

“아닐 거야…….”

그냥,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퍼졌는지 궁금했던 걸지도 모른다. 때마침 그는 도주자 생활을 막 시작한 참이 아닌가.

신원을 감추고 살려면 기존에 퍼진 정보량을 확인하는 건 필수 작업이다. 그걸 알고 대비해야만 은폐가 쉬워지니까.

그러니 그가 자신의 정보를 사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는… 이상하지는… 이상…….

…길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래도, 이걸 전부 취합하려면 몇 달은 걸렸을 터. 그렇다는 건 악마기사가 몇 달 전부터 도주할 걸 염두에 뒀다는 소리가 되는데… 이게 더 이상하지 않나?

“아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정말로, 정말로 본인의 기억에 빈 공간이 있어서 그걸 알고자 길드에 의뢰했다고?

“아니어야… 했는데…….”

그나마 나은 가설을 내세우자니 앞뒤가 맞지 않고, 앞뒤가 맞는 가설을 내세우면 비참해진다.

그 간극 속에서 데스브링거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악마기사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여백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되, 그것이 최소한 작지는 않을 것임을 깨달았기에 그 설움은 더 커졌다.

“젠장…….”

그도 그럴 게, 이번에 전달된 악마기사의 과거가 그를 탈출시킨 원인이라면, 잃어버렸다 되찾은 기억이 그를 움직이도록 했다면.

그 여백이 과연 작겠는가……? 심지어는 기억을 상실했다는 것조차 최근까지 잊고 있었을 정도인데?

그가 기억의 상실을 인지하고 있었대도 참담한 건 마찬가지다. 망각을 자각했다면 보통은 진즉 기억을 되찾으려 했을 터. 그럼에도 그는 최근에서야 의뢰를 했고, 그건 그가 지금까지 자신의 상실에 가치를 두지 않았다는 게 되지 않나.

즉, 복수만 존숭할 수 있다면 기억 따위 잃어도 좋다는 태도로 살아왔단 소리다.

“시발, 인간이야? 인간이냐고…….”

그게 진정 사람인가? 차라리 금수라고 해야 하는 게 맞진 않나? 그런 게, 그런 것이, 그런 삶이.

…아.

당신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정말 죽음뿐인가?

* * *

취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니엘은 그자와 엮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그가 느끼는 배신감의 강도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고. 차오르는 울분이 그의 살갗을 박박 긁고 폐를 조였다. 내장을 손톱으로 할퀴는 듯한 통증은 진절머리 날 정도로 심했다. 머리가 다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렇지만 여기서 쓰러진다면? 그거야말로 그를 기만한 악마가 좋아라 할 일이겠지.

다니엘은 이 악물고 흐려지는 시야를 다잡았다. 정말로 다잡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몇 번 가빠졌다.

죽고 싶었다. 아니, 죽이고 싶었다. 그의 원수를, 또다시 기만한 그 삿된 것을 찢어발기고 싶었다.

그의 부모를 죽여 놓고 그의 앞에선 모르쇠로 굴던 그 빌어 처먹을 악마를, 그는 정말로.

『무슨 오해를 했는진 모르겠지만, 그만 풀렴. 내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위험해 보이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었어.』

『그래. 나야 가게를 보느라 오래 접하진 못했지만… 나도 비슷한 인상이었어. 변을 당하면 당했지, 했을 사람 같진 않더라.』

『으응, 그 아저씨? 짱 좋았어! 나한테 칼도 보여 주고, 또 만지게도 해 주고, 음, 뱅쇼도 나눠 줬어! 착한 아저씨야. 또 보고 싶어. 다음에 또 올까?』

…그렇지만 한편으로 묻고 싶다. 대체 왜 그랬냐고. 악마는 악의에서 태어난 것이며 악의로만 움직인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 부모님을 죽인 손으로 내 남은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그들의 환심을 사는 것이 그렇게나 즐거웠냐고.

슈츠는 아직도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데.

“…대장에게 허락받았다. 일찍 쉬어.”

“아뇨. 차라리 일을, 일을…….”

다니엘은 선배의 배려에 입술을 잘근 씹었다. 표출할 길 없는 분노를 애먼 데 터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었으나, 객관적으로 그게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았던 까닭이다.

당장 선배의 배려를 두고 화가 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의 그는 무엇을 시도하든 끝내 화를 주체하지 못할 것이다. 설사 그게 화를 삭이고자 하는 행위일지라도.

“…죄송합니다.”

결국 그는 이를 악문 채 사과했다. 어쩔 수 없었다. 모두의 상황이 영 좋지 못한데 개인감정 하나 주체 못 하여 빠지는 자신은 혐오스러우나… 그걸 인정하지 않고 고집부리다가 민폐의 범위를 더 넓히는 건 증오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은 그가 빠지는 게 더 이롭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다음에 일 더 하면 되지.”

선배의 배려에 다니엘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몸이 아까 마련한 숙소 쪽으로 빠졌다.

“정녕 호위가 없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없어도 잘만 다녔네. 안 그래도 할 일 많은 이들, 쉬게 하시게.”

한데 그런 그의 시야에 무시할 수 없는 이가 걸려들었다.

겨우 억누르고 있던 울화가 화악 번지며 그의 뇌리를 점령했다. 이단심문관으로서 길러 온 인내심과 신앙이 아니었다면 다짜고짜 뛰어나갔을 것이다.

마지막의 마지막 참을성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간 이가 이를 악문 채 손을 뻗었다.

“아크메이지님.”

조금은 우악스럽게, 그래도 적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준은 아니게 그의 손이 아크메이지의 손목을 잡았다.

“자네는…….”

“기억,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손이 잡혔다는 불쾌감보다 상대의 얼굴을 떠올림으로써 얻은 당황이 더 컸는지, 아크메이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을 빼낼 생각도 못 하는 눈치였다.

“기억하고말고. 내 어찌 자네를 잊겠나.”

덕분에 다니엘은 화를 조금 누그러트렸다. 상대가, 그것도 나이가 꽤 있는 상대가 부정적 감정 하나 없이 올곧게 의아한 눈치기만 하니, 아주 조금은 화가 삭여진 것이다.

상대 자체가 제 원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또한 한몫했다. 그는 손을 겨우 놓았다.

“하면 부디, 대화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화가 좀 덜어졌다는 게 그의 분노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니.

다니엘은 여전히 어금니에 힘을 준 채로 말했다. 핏대가 선 목에서 나오는 울림은 사람의 것보단 무정물의 것에 더 가깝다. 그 정도로 딱딱했다.

영문 모르던 이가 덩달아 표정을 굳혔다.

“…그러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가 대현자란 이름에 걸맞도록 눈치가 빨랐단 점이라.

“하나 대화할 거라면 자리를 옮기는 게 자네에게도 내게도 나을 테지.”

다니엘 역시 그녀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무렴 사람들 다 보는 곳에서 대현자와 언쟁을 벌이는 건 그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옳고 그름을 떠나 사제로서 보일 만한 행동이 아니다.

“숙소로 가게나.”

“예.”

해서 그는 아크메이지를 따라 숙소까지 몸을 움직였다. 활화산처럼 끓은 분노는 10분 가까운 이동에도 쉬이 식지 않았으나, 안 한 것보단 나았다. 아까보다 생각할 여지가 약간은 더 생겼다. 정말 약간만 더.

“잠만 자는 곳이라 별건 없네. 양해해 주게.”

“괜찮습니다.”

이런 상황에 그런 걸 기대할 리가. 어차피 접대를 받아 줄 정신머리도 아니다. 다니엘은 상대의 양해를 받아들였다. 촤악. 타이밍에 맞춰 천막이 걷혔다.

“빌어먹을…….”

웅크린 채, 숨까지 죽여 가며 울고 있던 이가 살포시 그들 시야에 공개되었다.

“자네?”

“……?!”

당연하지만 그걸 보게 된 아크메이지도, 울던 모습을 들킨 당사자도 놀라서 펄떡 뛰었다. 하다못해 다니엘도 그랬다.

“…조금 이따가 들어오는 게 낫겠습니까?”

남에게 봉사하는 걸 미덕으로 삼는 직업상, 타인의 눈물 앞에서 씩씩거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는 상대가 영 껄끄러운 사이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라도 마찬가지다.

울분의 크기가 크기인지라 도리어 속만 더 부글부글 끓었지만… 그래도 인내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다니엘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부탁함세.”

아크메이지가 긍정했다.

“왜요.”

누군가는 아니었다.

“어차피 나한테도 볼일 있는 거 아니었나? 할 말 있으면 지금 해요. 당신 면상 두 번 보게 만들지 말고.”

드센 손짓으로 뺨을 문지른 이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피로에 짓눌려 퀭해진 눈가는 음영까지 더해지며 흡사 동굴처럼 깊어진 상태다.

“어차피 당신이 물어볼 말은 하나뿐이잖아?”

그리고 그런 눈가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가진 것이 반짝였다.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임에도 번영 대신 영락을, 생명보다는 죽음을 먼저 연상시키는 눈동자다.

“그러니 지금 말해.”

그건 그의 눈이 오롯한 푸름만 가진 게 아니라, 묘한 탁기를 머금어서인가? 그 탁기가 독극물을 삼킬 때의 진득함과 불쾌함을 닮아서?

아니다. 어쩌면 이 문제는 그의 눈동자 색 자체의 문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말하라고!”

절망, 좌절, 체념, 허무… 그딴 부류의 감정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독일 테니까.

“내 앞에서 나리 욕 해 보라고!”

하지만 지금의 다니엘은 그것을 알아보고 배려해 줄 처지가 못 되었다. 그게 문제였다.

나리. 모두를 기만한 삿된 것을 칭하는 단어가 겨우 버티고 있던 댐을 무너트렸다. 혹은 그것을 발음할 때 미약하게나마 느껴진 믿음이 방아쇠를 당겼다.

“내가 못 할 것 같나?! 내가 못 할 것 같냐고!!”

억눌렀던 울분이 성대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놈을 믿는 게 아니었어, 아니었다고! 악마가 얼마나 간악하고 가증스러운 존재인지 알면서도 또, 또다시!!”

“나리는 가증스럽지 않아!”

“어리석은! 그의 기만에 이다지도 당해 놓고 너는 여즉 그를 믿고 싶어 하는 건가!? 그는 당신들의 변호와 내 소중한 이들의 증언마저 배반했는데!!”

“나리는 배신한 게 아니야!”

“이게 배신이 아니면 무엇이 배신이란 말인가! 나는 그를 믿었어! 당신들이 믿듯, 그를 믿기로 했어! 그런데 지금 상황이 어떻지?! 그는, 그는 결국 악마가 맞았지 않나!!”

“닥쳐! 그 사람을 악마라고 하지 마!! 무엇도 보지 못한 네놈이 함부로 칭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논할 수 없다면 누가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나.”

그러던 순간, 오가는 고성 사이로 유난히 차분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퍼억! 강렬한 타격음이 이어지고, 누군가가 쓰러진 건 바로 다음의 일이었다.

“……?!”

“무, 슨.”

“…자네.”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맞고 나동그라진 다니엘이 눈을 껌뻑였다. 그의 바로 앞에는 갈색과 분홍색이 뒤섞인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이게 무슨 짓─!”

퍼억!

당연하지만 다니엘은 상황에 대한 의문보다 자신이 얻어맞았다는 사실에 좀 더 감정을 두려 했다. 그걸 막은 건 연이어진 발차기였다. 정확히 턱주가리를 걷어찬 발길질에─한 번으로 기절하지 않자 마이스터는 몇 번 더 쳤다─이단심문관의 정신 줄이 뚝 끊겼다.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상황을 두고 이도 저도 못 하던 아크메이지와 화를 내던 데스브링거가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 굳었다.

“죽었어?!”

“죽였나?!”

“안 죽었다.”

“안 죽었거든.”

마이스터의 뒤편에 베르세르크가 있고, 그녀가 발언했다는 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 * *

아크메이지는 어질어질한 상황을 두고 눈을 잠시 감았다. 암흑 속에서 그녀가 지난 몇 분간 겪은 사건이 차곡차곡 다시 나열되었다.

처음은 다니엘 이단심문관과의 만남이었고, 그가 대화 요청을 해서 자리를 옮겼으며, 옮긴 자리에 데스브링거란 선객이 있는 것도 모자라 그가 울고 있었다.

그래, 발단은 이것이었다.

그럼 사건의 심화는 어디서부터였나. 그건 데스브링거가 다니엘 이단심문관에게 먼저 시비를 건 것일 테다. 그걸 이단심문관이 피하지 않고 맞받아친 것도 적잖이 한몫할 것이지만, 어쨌든.

자, 마지막으로 상황이 어떻게 종결되었나. 그녀는 말다툼하는 둘을 차마 말리지도 방관하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던 중이었고, 그 와중에 마이스터가, 다가온 마이스터가…….

…마이스터가 알아보고 인사할 시간을 주기도 전에 다니엘 이단심문관을 후려 패서 기절시켰다! 그래, 주먹을 갈기고 발길질을 해서 기절시켰다고!

상황 파악을 위해 기억을 정리한 아크메이지는 다시 충격에 빠졌다. 냉정을 되찾기 위한 행동이었으나, 전개가 워낙 이상하다 보니 도리어 현기증만 또 난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누군들 아니 그러겠는가? 누군들 갑자기 끼어든 이가 주먹으로 모든 논쟁을 종결하리라고 생각하겠어. 하물며 주먹을 쓴 자의 본직은 지식의 탐구하는 부류인데.

“그, 자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건…….”

“부르셨다면서요?”

와중에 상대는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아무런 유감이 없는 모양이다. 기절시킨 상대를 깔끔히 무시한 채 이곳에 온 용건을 찾았다. 아크메이지의 말문이 또 한 번 막혔다.

부, 부르려고 시도했지만. 그가 마이스터에게 대화를 청하려고 한 건 맞지만.

이, 이 상황에서 대화는 좀 아니지 않나……?

“저 찾으신 거 아니에요?”

“맞긴 하네만…….”

“그럼 이야기하시죠.”

“아니, 그.”

자네 발밑에 이단심문관이 기절해 있는 게 문제란 걸세. 아크메이지는 차마 말로는 못 묻고 시선만 내렸다. 그에 맞춰 마이스터의 시선도 내려갔다.

“아, 괜찮아요.”

“뭐가 괜찮겠냐고!!”

기어이 데스브링거가 폭발했다. 아까까진 슬픔과 분노에 의한 폭발이었다면 지금은 당혹과 당황으로만 구성된 빡침이었다.

“그렇지만 곱씹다 보니 저 새끼가 빡쳐서 쳤다고 하면 다들 믿어 줄 텐데.”

“그게 되겠냐고요!?”

“된다니까?”

“믿음도 안 갈뿐더러, 그게 정말 변명이 되면 당신 인생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상대는 쉽지 않았다.

“난 항상 이렇게 살아왔는데.”

청산호, 손자를 어떻게 키운 건가.

아크메이지는 당장 친구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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