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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컨셉충이면 곤란한가요-241화 (241/389)

241화 이런 생에도 (4)

악마기사가 이유 없이 도주했을 리 없다. 악마기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전부 공감할 문장을 두고, 데스브링거는 고민에 빠졌다.

이유 없이 도망칠 사람이 아니란 말은 반대로 그만한 이유를 쥐여 주거든 도망칠 수 있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악마기사다. 그런 그를 도망치게 하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명분을 쥐여 줘야 하는 걸까.

대체 어떤 명분을 들려 줘야 그가 몸을 감춘다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거지?

“당신이죠?”

최소한 가만히 갇혀 있다 떠올린 건 아닐 테다. 그 사람은 생존을 위해 사고하려 들 사람이 아니고, 강경했던 노선을 꺾을 정도의 사유를 이제 와서 떠올리는 것도 좀 이상─그런 게 있었다면 진즉 해결할 인간이 악마기사였다─하니까.

“예?”

“나리께 손을 쓴 사람.”

그러니 아마 외부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다. 악마기사가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한 제3자가 있었을 거란 말이다.

“구태여 말 돌리며 시간 끌진 맙시다. 당신도 나도 같은 바닥 사람인 건 알잖아.”

그런 의문을 갖고 탐문하니 결과는 아주 손쉽게 나왔다.

악마기사가 탈출하기 전 그가 갇힌 감옥 앞에서 소란을 피운 모험가. 마침 악마기사와 대화 나누던, 자신이 주문한 것이라며 굳이 그 순간에 물건을 전달받은 마이스터.

오랫동안 정보를 다뤄 온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그건 충분히 의심할 만한 일이었다.

“허 참. 갑자기 나타나서 하는 소리가…….”

그렇지만 거기까지 알아냈다고 해서 일이 술술 풀리는 건 아니었다.

“이봐, 애송이. 이럴 땐 서로를 존중하며 모른 척해 주는 게 같은 바닥 사람으로서 할 일이다.”

하필이면 같은 정보길드 소속의 모험가가 그의 멱살을 쥐고 얼굴과 얼굴을 바투 붙였다. 남이 보면 싸우는 것처럼 보일 터이나 실상은 목소리를 최대한 죽여 전달하기 위한 술수였다.

상대가 한 음절 한 음절 뱉을 때마다 뺨에 바람이 닿아 왔다.

“난 네놈과 할 말 없으니 이만 꺼져.”

정보를 얻어야 할 상대가 정보길드 소속이란 건 양날의 검이다. 협상에 성공할 경우 일반인에게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겠지만, 실패할 경우 단서 하나 가질 수 없도록 깔끔하게 지워진 마당을 볼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나마 이 사람은 정리할 시간도 없어 제게 꼬리를 내주었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소란을 일으켰던 만큼 신전도 의문을 품고 조사했을 게 분명한데, 지금 멀쩡히 돌아다니는 모습만 봐도 명백했다.

그는 마이스터와 빈틈없이 입을 맞춰 뒀을 것이다. 신전이 탐탁잖아도 보내 줄 수밖에 없도록, 더없이 완벽하게.

“댁은 그럴지 몰라도, 저는 있습니다만?”

해서 데스브링거는 동업자의 멱살을 잡았다. 자리를 뜨기 위해 그의 옷깃을 놔 줬던 상대만 우스운 꼴이 됐다.

수수한 얼굴이 미간을 와르르 찌그러트린 채 그를 노려보았다.

“거기, 녹색귀. 뭐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내가 그쪽 모험가에 볼일이 있거든? 그 손 놓지?”

그런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이가 끼어들었다. 마이스터였다.

“댁은……?”

“어라, 의뢰ㅈ─?”

데스브링거는 그가 왜 여기 있는지 따져 보다가, 일단 기뻐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이 모험가랑 말 맞춘 부분을 위해 찾아갈 요량이었던 탓이다.

저쪽에서 먼저 와 준 덕에 시간을 아꼈다.

“여기 있었군요.”

하나 섣부른 환희는 금물이란 것일까.

예상치 못한 변수는 또다시 나타났다. 바란 적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으며, 좋아하는 마음도 없는 변수였다. 아마 상대도 그를 그리 생각하겠지만.

“…뭐야, 신전? 또 왜?”

별개로 마이스터도 같은 마음인가 보다. 그는 질색인 얼굴로 새로이 나타난 이, 다니엘 이단심문관을 노려보았다.

설마 저치와 마이스터가 아는 사이일 리는 없으니, 일방적으로 신전 소속이란 것만 보고 저러는 것일 테다. 저 망할 싸가지가 처음으로 좋아졌다.

“또 뭐죠, 이단심문관님? 이단이라고 결정이라도 났나요?”

“…예? 아뇨, 저는 이분께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만.”

좋아, 더 해. 더 성질 부려!

데스브링거는 상대의 멱을 놓지 않은 채로 삐뚜름하게 그들 하는 꼴을 보았다. 아쉽게도 그들 간의 오해는 그리 오래가지 않더랬다.

이왕이면 이쪽엔 신경도 못 쓸 만큼 오해가 커졌으면 했는데.

“뭐야, 댁은 또 왜 온 겁니까.”

그렇지만 이미 자신에게 주목이 넘어왔다.

데스브링거는 모험가로 위장한 동업자가 도망치지 않도록 멱을 단단히 잡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다니엘의 미간이 자연스레 좁아졌다.

“당신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찾아온 겁니다만… 그보다 남의 멱살은 왜 잡고 있는 겁니까? 상황을 모르니 함부로 말 얹진 않겠으나, 그래도 손 놓고 대화로 푸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말 안 얹는다며, 이미 말 얹었는데?

데스브링거는 속으로 다니엘을 비꼬며 입술을 비죽였다. 다니엘이 말한 ‘안 얹는다’가 ‘함부로 질타하지 않겠다’란 뜻임을 앎에도 그랬다.

“그건 당신 보기에 그런 거고. 개인사에 끼어들지 말고 꺼져요.”

하나 어쩔 수 없다. 그는 그만큼 저치가 싫었다. 악마기사가 도망쳤음을 알게 되면 또다시 그를 모욕할 사람이라서, 그리고 그 모욕을 더는 반박할 수 없으리란 걸 알아서 정말 싫었다.

가히 최악이다.

“방금 말했지만, 전 당신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온 겁니다. 그리고 개인사에 끼어들지 말란 말에 납득하기엔 상황이…….”

“이봐, 둘이 대화하는 건 좋은데 모험가는 놓고 말하죠? 당신들이 서로에게 볼일이 있는 것처럼 나도 저 사람한테 볼일 있거든?”

“그래요, 그래요. 제발 저는 두고 말해 주세요. 제가 잘못한 것도 딱히 없는데 이렇게 붙잡혀 있을 이유는 없잖습니까. 네? 사제님.”

그나마 다니엘은 아직 악마기사에 대한 소식을 못 들은 것 같지만… 와중에 마이스터는 모험가를 데려가려고 안달이다.

또 한 번 말을 맞추려는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작정하고 함구한다면 데스브링거 자신도 골치 아팠다.

“잘못한 게 없으시다니……?”

“저는 그냥 가만히 길 가고 있었는데 이 사람이 먼저 시비 걸었다니까요.”

“저게 정말입니까?”

“아니, 하. 이거엔 사정이…….”

저쪽이 먼저 잘못했다고 날조할 수도 있겠으나, 그랬다간 이 벽창호 같은 인간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며 사제들 가득한 곳에 끌고 갈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

데스브링거는 양쪽에서 압박해 오는 망할 상황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확실히 해 주십시오. 당신의 지위를 막론하고 죄 없는 자를 겁박하는 건…….”

“빌어먹을! 사정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럼 말을 해 주시면…….”

“아, 좋게좋게 가려니까 사람 시간만 더럽게 낭비시키네. 사람들을 위한다는 신관이 이래도 되나요? 사람 붙잡고 시간 끌며 피해 주는 거 해도 돼?”

그런 그를 구해 준 건 의외로 마이스터였다.

“아, 죄송합…….”

“말로만? 행동으로 보여야 사과의 진실됨이 전달되지 않을까요?”

“…그, 어떻게 하면 되는지.”

“기존에 약속 잡고 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좀 꺼져, 가 주세요. 모험가씨랑 저 멍청이 사이의 일은 우리끼리 해결 볼 테니까. 그 후에 따로 만나서 볼일 보든 하라고요.”

“제 볼일이야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시비가 걸린 건…….”

“그건 당사자끼리 알아서 합의 보겠다고요. 그러니까 좀 가세요. 당신 때문에 볼 수 있는 타협도 지금 질질 끌리고 있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그를 구해 주려고 했다기보단 제 시간이 아까워 나선 것 같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말 하나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진 다니엘이 멋쩍게 뒤통수를 긁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숙소로 찾아가겠습니다.”

오늘은 숙소에 가지 말아야지. 데스브링거는 차후 할 일을 다짐했다. 그사이 다니엘이 떠나갔다.

“자, 그럼 대화 좀 해 볼까?”

이제 남은 건 각자 정보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시간 낭비는 충분히 했으니, 허심탄회하게 가자고. 먼저 너, 왜 찾아온 거야?”

그들은 말이 샐 확률을 줄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마이스터가 소음을 먹는 도구라며 듣는 귀 걱정을 덜어 줬다고 해도, 세 사람이 멀뚱히 거리에 서 있는 건 눈에 띄는 까닭이다.

하여 그들은 남들의 시선을 덜기 위해 일부러 일거리를 찾았다. 여럿이서 함께 집을 보수하는 일이 마침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이스터가 끼어 있는 덕에 셋이서 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댁들, 악마기사의 탈출에 관여했죠?”

“왜, 너도 이단 운운하고 싶어졌어?”

“아뇨. 기사 나리가 떠난 이유를 알고 싶어서 그럽니다.”

그렇지만 시작부터 대뜸 이런 큰 건이라.

마이스터는 데스브링거의 말에 잠시 함묵했다. 그의 머릿속엔 악마기사가 깨어나기 전까지 그 앞을 지키던 이의 잔상이 스쳐 지나간다.

설마 그게 거짓이진 않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돕진 않았어.”

“그럼, 계기는?”

그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악마기사와 오래 지냈을 녹색귀니 또 다른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약은 생각도 함께였다.

“이제 알아봐야지.”

“……?”

“거기, 모험가. 그때 전달한 물건이 뭔지 알아요?”

“저야 모릅죠. 의뢰 내용엔 봐도 된다는 조항이 없었다고요.”

그렇지만 역시,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이지 않았다. 상대가 단순한 전달자였던 것이다.

하면 이제 무엇을 토대로 추측해야 하나. 마이스터는 고민에 빠졌다.

“…잠깐, 댁도 내용물을 모릅니까? 댁이 저 사람에게 받아 기사 나리께 준 거 아니었어요?”

빠지려 했다.

“내가 대신 준 건 맞아. 하지만 그게 종이 뭉치라는 것만 알지, 내용을 보진 못했어. 그땐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애시당초 중요한 거냐 물었을 때, 악마기사는 제대로 긍정하지도 않았다. 의문스럽게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떨떠름함으로.

그런 마당이니 그가 그것의 가치를 어찌 짐작했겠는가? 그 기사가 그걸 받고 탈출할 줄 알았다면 그게 뭔지 물어봤을 것이다.

“종이 뭉치?”

“그래. 제법 두껍던데.”

하지만 그때의 그는 그걸 몰랐고, 덕분에 그는 어디서 논문이라도 사 읽나 했다. 책으로 묶지 않은 걸 보면 정식 논문은 아마 아닐 테지만.

“무슨 정보를 판 겁니까?”

그때 녹색귀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모험가를 직시했다. 상대가 모험가임을 믿어 의심치 않던 마이스터에겐 다소 뜬금없게 들릴 물음도 함께였다.

“방금 말했지만, 의뢰 내용에 그런 조항이 없어서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게 씨알도 먹히지 않으리란 건 나도 알고 댁도 알 텐데요.”

“…잠깐만. 너는 어떻게 확신해?”

“뭘요.”

“저 모험가가 내용물을 알 거란 것, 전달품이 정보란 것.”

“…그거야 저놈은 모험가가 아니라 정보 상인이니까요?”

“뭐?”

마이스터는 막대 고정을 위해 밧줄을 죄던 손을 멈추고 모험가를 보았다. 그는 상대가 정말 모험가인 줄만 알았다.

“저 인간이 두껍다고 말할 정도면 정말 제대로 팔아넘긴 모양인데, 대체 뭘 판 거냐고요.”

그가 당황을 정리하는 사이 데스브링거는 모험가를, 정보상을 닦달했다. 정보상이 또다시 얼굴을 찌그러트렸다.

“저기 말이야… 다 알게 된 판에 내가 정보상이란 건 굳이 부정하지 않겠지만, 비밀 엄수 조항은 모험가에게만 있는 게 아니거든……?”

“제 권한으로도 못 들을 정도의 비밀이란 겁니까?”

“네 권한이… 시발, 데스브링거였어?”

“알았으면 말해요.”

“…그래도 안 돼. 안 된다고.”

정보길드에서 자신이 위치한 급을 고려하면 어지간한 정보는 얻어 낼 권리가 있다. 용사와 함께한다는 특수성까지 고려하면 더 그렇다.

한데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대의 행동에 데스브링거는 손가락을 까닥였다.

정말 이 직급으로 얻을 수 없는 등급의 정보인가? 정말로?

“그걸 악마기사는 어떻게 산 건데요?”

그조차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악마기사는 어떻게 샀는가. 길드에 아무리 기여했대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길드에 보고하겠습니다.”

“뭐?”

“내가 얻을 수 없는 정보를 기사 나리가 사려면 분명 그만한 일이 얽혀 있어서일 텐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 일은 비리 쪽에 가까울 것 같거든요.”

데스브링거의 직위로도 얻지 못할 정도면 아마 길드 최고위 간부들만이 은밀히 나누는 정보일 터. 그걸 자격도 없는 외부인─악마기사가 어떤 사람인지와는 별개로, 그는 길드 사람이 아니잖나─에게 넘기는 경우는 두 가지다.

그 외부인이 그만한 끈─인맥이든 은혜든─을 댔거나, 돈에 눈이 먼 길드원이 팔아넘겼거나.

그리고 후자는 길드 차원에서 결코 용납치 않을 거다. 자잘한 정보면 몰라 최고위 간부들만이 나눌 정보라면 특히 더.

“이쪽 지부가 죄 죽어 버려서 보고까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끝에 웃을 건 나일 것 같네요.”

이 경우 정보를 사 간 악마기사에게도 길드가 불쾌함을 내비치겠지만, 그건 그가 어떻게든 무마하면 된다. 데스브링거는 그런 마인드로 정보상과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오래 걸려? 그럼 신전으로 넘기자.”

모든 상념을 갈무리한 마이스터가 한마디 얹은 건 바로 그때였다.

“예?”

“저 녀석이 단순한 전달자라면 고문을 해도 들을 말이 없겠지만… 정보상이라면 말이 달라지지. 탐문을 하면 일단 토해 낼 게 있단 거잖아.”

“그건…….”

“그러니까 신전으로 보내자. 제까짓 게 심판 앞에서 안 토해 내고 배기겠어?”

아무리 그래도 정보길드의 일원을 종교쟁이들한테 팔아먹긴 좀. 데스브링거가 그리 말하려던 찰나, 마이스터가 그를 똑바로 보았다.

자색 눈동자는 참 유색 투명 하게 빛났다.

“…댁이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까짓것 자수 좀 하지, 뭐. 내가 가진 기술을 생각하면 신전도 크게 벌 못 할걸? 기껏해야 십여 년 정도 신전을 위해 봉사하는 정도겠지. 뭣보다 길드에 보고하면 오래 걸린다며? 난 그런 거 못 참아.”

그것참, 마이스터가 평생 받기 싫어할 만한 형벌이네. 데스브링거는 그걸 알면서도 수긍하는 척 굴었다. 하면 이제 뒤가 없게 된 것은 오직 정보상뿐이다.

“그럼 마침 잘됐네요. 아까 그 이단심문관이 실력 좀 좋기로 유명하거든요. 기사 나리한테… 악마기사한테 사감도 있으니까 확실히 조져 줄 겁니다.”

“…잠깐, 잠깐. 아니지? 정말 넘기려는 거 아니지?”

“댁이 말한다면, 넘기진 않겠죠.”

“미쳤어? 이건 길드에 대한 배신……!”

“아무도 모르면 없던 일이 된다. 이건 당신도 잘 알 텐데?”

데스브링거는 목소리를 죽였다.

“베뮈르헨의 정보길드는 전멸이나 다름없는 상태야. 다른 말로는 내가 당신을 넘겨도 그걸 알아차릴 사람이 없다 이거지.”

일반인들의 인식을 흐려 두는 건 일도 아니다. 신전 역시 용사란 끈이 있는 이상 단속하는 건 어렵지 않고.

그는 그것을 조목조목 따져 가며 정보상을 윽박질렀다. 도시가 이 꼬라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당신이 신전에 잡혀가 나도 접할 수 없는 등급의 정보들을 발설하면… 심지어 그 전에 남에게 팔아먹은 전적까지 있다면. 길드는 과연 어떻게 할까?”

어느 지부 출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다.

“빌어먹을!”

사면초가의 처지임을 완벽히 읽어 낸 이가 결국 욕설을 내질렀다. 항복하겠단 의사표시기도 했다.

“좋아. 말해 주지. 대신 그쪽도 약속해야만 해.”

“어떤?”

“내가 말했단 사실을 정보길드에 보고하지 않을 것. 그리고 당신 두 사람만 알고 있을 것!”

정보상의 말에 데스브링거와 마이스터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좋아, 타협하지.”

“바로 말해 주십쇼.”

진실을 들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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