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이 컨셉충이면 곤란한가요-236화 (236/389)

236화 괴로움으로 가득해 (9)

집에 갈 방도를 몰랐을 때야, 악마를 가두는 데 쓰이는 패 1로 쓰여도 별로 상관없었다. 처형당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답 없는 상황, 내 미래가 어떻게 되든 좋았다.

“자네의 육신에는 악마만 존재하는 게 아니야. 악마와 악마를 계약하여 악마를 억압하고 있는 영혼 그리고 자네까지 총…….”

그러나 저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리 여겼던 모든 것을 모조리 날려 보냈다.

“이곳에 있었구나.”

놀랍게도 날 이곳에 불러온 것들은 내 근처에 있었나 보다. 보다 정확히는 나와 함께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이곳에, 있었어. 이곳에… 있었는데도…….”

그런데 왜 지금까지 대답하지 않았지? 어째서? 내가 그렇게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다 봤을 텐데도, 왜.

“내가 말실수를 했어. 이건, 방금 그 말은…….”

나는 대현자의 말을 들으며 얕게 웃었다. 이제와서 말실수라니, 넘어갈 리가 없잖아.

“당신의 말을 따른다면.”

고개를 휙 든 채 입을 움직였다. 북받치는 감정이 머리에 열을 오르도록 만들었으나, 그건 어떻게든 억눌렀다. 흥분되는 순간일수록 차가운 사고가 필요하다.

“과연 집에 갈 수 있겠습니까?”

나는 뜨거운 눈가를 내리 눌렀다 뗀 후, 조용히 물었다.

그가 미리 말하지 않고 내 답을 기다려 온 건 결국 신전이 융통성 없게 나올 것을 걱정한 까닭인데, 과연 그런 이들이 나를 집에 보내 줄까 하는 물음이다.

“…저는 그러기 싫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이 나서 줄지도 모른다.

지금껏 함께해 온 일행들이 내 손을 들어 줄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저는 그러기 싫어요.”

그러나, 그러나…….

“남의 사정에 휘둘리는 일은 이제 지긋지긋해.”

일행에겐 사탄을 잡아야 한다는 우선순위가 있고, 그걸 내가 앞지를 수 있을 리가 있나.

도와준다곤 하겠으나 분명 그 과정에서 이리 튀고 저리 튀며 별걸 다 하겠지. 그들은 용사니까, 나뿐 아니라 이 세계 전체를 구해야 하는 용사니까!

교단이 성심성의를 다해 도와줄 거라는 믿음 또한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얄팍한 가능성에 기대서 내가 좋은 꼴을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솔직한 마음으론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처럼 사탄 잡는 데 협력하라고 하거나, 악마가 날뛰면 곤란하니 얌전히 갇혀 계세요 취급받을 것 같다고.

“전 할 만큼 했고, 이젠 가고 싶어요.”

그러므로 싫다. 나는 더는 참을 수 없다.

내가 억압될 수 있는 상황도, 나를 경계하는 사제들의 엿 같음도,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신성력의 불쾌함도, 나를 오해하는 시민들의 시선도, 내가 휘둘릴 온갖 역경과 시련도!

아니 이 세계에서 지내야 할 모든 하루하루가 다!

다 싫어! 더는 견뎌 내기 싫어!

외면할 수 없어 지탱해 왔을 뿐이지, 벗어날 길이 생긴 이 순간까지 인내하고 싶지는 않다고! 당신들을 배려하느라 손해 보는 것도 정도껏이지, 내 인생을 되찾을 기회까지 날려 버리긴 싫단 말이야!

“…그래. 그렇겠지.”

하므로 나는, 내 팔뚝을 쥐었던 대현자를 빤히 응시했다. 그 시선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대현자가 서서히 손을 거뒀다.

“그걸 내가 막아선 안 되겠지.”

그를 보며 나 또한 그의 등을 지지하고 있던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땅바닥에 가지런히 누운 사람이 손을 들었다. 마력이 모여들었다.

딱.

“크허헉.”

마력의 움직임에 내가 순간적으로 검자루에 손을 올렸을까. 모인 마력은 내가 아닌 주변 경비들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당혹스러웠다.

“수면, 마법을 쓴 반동이니까. 쿨럭. 걱정할 필요 없다……”

그 뒤로 이어지는 설명 또한 그랬다. 나는 나중에 곤란해질 수도 있으면서 구태여 나를 도운 대현자를 보며 순간적으로 숨을 삼켰다.

“그대의 헌신에, 감사를.”

…그래도 이곳엔 안 남을 거야.

“꼭 가라.”

“…네.”

나는 대현자를 가지런히 눕힌 후 인벤토리에서 담요를 찾았다. 나이 든 분을 땅바닥에 눕히는 것이 죄송스러웠거니와, 그가 해 준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 주고 싶었다.

내가 이곳에서 베풀 마지막 배려였다.

“혹시 내가 그대를 변호해도 되겠나?”

…가능한 마지막이기를 바라는 내 흔적이다.

“아뇨… 그러지 마세요.”

나는 마지막까지 나를 위해주는 이를 보며 섧게 웃었다.

도망친 나를 변호한다는 건 어쩌면 당신도 오해받을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은 나를 위해 물어봐 주는가.

“어째서?”

“…글쎄요.”

그렇지만 내가 다른 세계에서 온 영혼임이 알려진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그게 밝혀진다고 해도 돌아간다는 명목하에 이 세상의 안위를 뒷전으로 두고 도망친 내 행적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그런 내 심정을 공감하며 죄를 참작해 줄 사람 또한 적을 것이므로.

“그보다 진짜 가겠습니다.”

더불어 내가 돌아가는 길을 찾는 데 실패하면, 결국 나는 악마와 함께 죽어야 할 처지가 될 것이다. 거기서 가엾은 외부자니 뭐니 하며 동정을 사고 싶진 않다.

…분명 내 무고함을 알고 눈물 흘려 줄 어느 어린 것들을 보고 싶지 않다.

나는 흐린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이제 더는 이들과 볼 일이 없겠지. 아니, 어쩌면 재회할 수도 있으려나? 실패한다면 결국 다시 찾아오게 될 테니까.

그렇지만 가능하면 그런 미래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빛이 사라진 대지를 걸었다.

참고로 프레드릭은 포기했다. 위험성 때문인지 내 감옥은 변경에 위치해 있었지만, 말들은 아닌 탓이다.

그렇다고 들킬 위험성을 감수해 가며 프레드릭을 데려올 필요가 있느냐면 그건 또 아닌지라. 마력으로 몸을 강화하면 말만큼 오래, 빨리 달리진 못해도 엇비슷한 흉내는 낼 수 있다.

즉, 리스크 대비 얻을 이점이 적다. 나는 홀로 평원에 걸음을 내디뎠다.

“…아직도 대답해 줄 생각은 없겠지?”

별도로 이것만은 놓칠 수는 없다. 나는 나와 함께함이 확정된,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온 두 존재에게 말을 걸었다. 당연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내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그래, 이제 와서 대답해 줄 리 없지. 대답해 줄 거였다면 진즉 해 주었을 테니까…….”

하지만 과연 끝까지 숨길 수 있을까.

나는 인벤토리에 넣어 둔 종이 뭉치를 힐끗 응시했다.

“좋아. 가 보자고. 과거를 모조리 뒤지다 보면 너희에 대한 단서도 나오겠지.”

모든 걸 뒤로하고 평원으로 들어선 내 다리가, 대지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누가 이기는지 보자.”

목적지는 단 하나.

집이다.

* * *

…861년 5월 5일 저녁. 슈부르켄 모험가지부에서 최초 목격됨. 모험가 자격을 따냄.

접수원을 비롯해 당시 주목한 자가 없어 모습 확인이 불가. 모험가지부 방문 외 도시에서의 행적은 불명.(862. 9. 12. 기술)

-861년 5월 9일 밤. 슈부르켄 모험가지부에서 현상 수배 하던 수배범: 마가리타, 슈바이거의 머리를 제출하는 것이 목격됨.

추레한 가죽 갑옷과 망토를 두른, 평범한 모험가의 외형이노라 하는 접수원의 증언. 종족은 샤기족 외의 인종으로, 성별은 남성으로 추정됨. 머리색과 눈 색을 기억하는 자는 없음. 사용 무기는 롱소드.

모험가지부 방문 외 마을에서의 행적은 불명.(862. 9. 12. 기술)

-861년 5월 20일 밤. 브리스덴 모험가지부에서 현상 수배 하던 수배범: 틸, 브륄, 플로리안의 머리를 제출하는 것이 목격됨.

접수원의 증언에 따르면, 제출한 후 범죄자나 악마에 대해 물었다 함.

모험가지부 방문 외 마을에서의 행적은 불명. 다음 날 아침, 성문이 개문되자마자 빠져나간 게 확인됨.(862. 9. 12. 기술)

-각 수배범들이 데리고 다니던 수하들은 전원 실종됨. 살해된 것으로 추정.(862. 9. 12. 기술)

(중략)

-861년 7월 13일 밤. 히르센치히 모험가지부에서 현상 수배 하던 수배범: 칼라단의 수급을 제출하는 것이 목격됨.

접수원의 증언에 따르면, 제출한 후 범죄자나 악마에 대해 물었다 함.

모험가지부 방문 외 마을에서의 행적은 불명. 다음 날 아침, 성문이 개문되자마자 빠져나간 게 확인됨.(862. 9. 12. 기술)

-칼라단이 이끌던 수하는 전원 실종됨. 살해된 것으로 추정.(862. 9. 12. 기술)

(중략)

-862년 4월 13일 낮. 만하펠트에서 벌어진 브뤼사다 붕괴 참사에서 목격됨. 아래는 당시 지부장의 기술.

⌈브뤼사다 언덕의 붕괴가 시작된 직후, 수십 마리의 악마가 등장함. 사람들의 대피가 늦어 성문 근처에 도륙이 벌어지던 무렵, 정체 모를 실력자가 나타남.

그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오거, 미노타우르스, 삼목구 등의 악마들이 죽어 나감. 수십 마리의 악마가 전부 살해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5분에 불과함.(단, 그가 사냥한 모든 악마는 사체가 증발하듯 사라져 정확한 개체와 마릿수는 알 수 없음. 당시 증언으로 오거, 미노타우르스, 삼목구의 존재는 확실시됨.)

그는 모든 악마를 주살한 후 붕괴한 브뤼사다 언덕으로 향함. 기사나 병사들이 불러 세웠으나 말을 듣지 않고 언덕을 넘어갔다 함.

이후 기록을 남기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음. 해당 인물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 생각함.

아래는 해당 인물의 외형과 특징임.

*가죽 갑옷. 후드가 달린 망토. 롱소드.

*검을 휘두를 때마가 불처럼 넘실거리는 검은 기운이 날아감. 마법사일 가능성도 재고해 봐야 함.

*손과 얼굴 하관에 털이 없고, 후드로 튀어나온 귀가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미들족일 확률이 농후. 확신은 불가.

*머리색, 눈 색, 성별, 목소리 등은 불명. 후드를 눌러쓰고 있었고, 상황이 워낙 혼잡하여 확인한 자가 없음. 대화 나눈 자 또한 존재하지 않음.

*사냥한 악마의 몸뚱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증언으로 보아 보관용 마법 아이템을 소지한 것으로 추정됨.

*만하펠트에 들어온 것이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았음. 아마 도시 안에 몰래 들어왔거나, 도시 밖에서 전투가 일어졌을 때 끼어든 것으로…….(후략)⌋

만하펠트 지부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인물로 추정되는 정보들을 모아 정리하기로 결정함.(862. 4. 30. 기술)

(중략)

-모은 자료를 전부 정리함. 단, 아무리 조사해도 861년 5월 5일 이전의 목격담을 찾을 수 없음. 더는 조사가 의미 없을 듯함.

또한 이후 정보는 모든 지부에 전달되어 꾸준히 갱신될 것임.(862. 9. 12. 기술)

-이름이 없어 문서 기술에 어려움이 있음.

하여 임시로나마 호칭을 정하는 것을 제의함.(862. 9. 13. 기술)

-승인함. 그간의 행적을 고려하여 해당 인물을 ‘폐허를 걷는 자, 루인Ruin’으로 칭하고자 함. 차후 모든 문서에선 루인으로 서술할 것을 요구함.(862. 9. 15. 기술)

(중략)

-862년 10월 15일 밤. 클레베흐 모험가지부에서 루인이 목격됨. 접수원의 증언에 따르면, 제출한 후 범죄자나 악마에 대해 물었다 함. 이외 도시에서의 행적은 불명. 다음 날 아침, 성문이 개문되자마자 빠져나간 게 확인됨.(862. 10. 23. 기술)

-862년 10월 17일 낮. 클레베흐 모험가지부에서 루인이 목격됨. 모험가지부에 무언갈 제출함. 무엇을 제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음.

이후 루인은 도시를 바로 떠남.(862. 10. 23. 기술)

-클레베흐와 페레야추크, 무카스크 등 도시 몇 개를 괴롭히던 도적 떼, 청건적이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이 모조리 죽었다는 게 밝혀짐.

단, 루인이 만하펠트 모험가지부를 방문한 이후에 소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과 소식이 퍼지는 시점에서 성주가 그를 수소문하는 것으로 보아, 청건적을 토벌한 건 루인으로 추정됨.(862. 10. 27. 클레베흐 지부장 첨언)

-알려지기로 이백 명의 규모였던 청건적이나, 남겨진 시체는 수십에 불과함이 밝혀짐. 이백 명의 규모가 과장이었는지, 남겨진 시체가 조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음. 조사가 필요하다 생각함.(862. 11. 7. 페레야추크 지부장 첨언)

-페레야추크 지부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합동 조사를 하기로 결정함.(862. 11. 15. 클레베흐 지부장 첨언)

-합동 조사 결과, 청건적의 규모는 이백 명에 가까웠던 것이 맞았으며, 남은 수십 구의 시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증발한 것이 맞음이 밝혀짐.

루인의 소지품 중 물건 보관 아이템이 있는 걸 고려하면 루인이 가져간 것으로 추정. 단, 왜 가져갔는지는 불명. 조사가 필요함.(862. 12. 5. 페레야추크 지부장 첨언)

-앞서 루인이 토벌한 많은 범죄 집단은 우두머리의 수급을 제외한 수하들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경우가 많음. 연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 생각함.(862. 12. 17. 만하펠트 지부장 첨언)

-해당 조사를 승인함.(862. 12. 30. 첨언)

-862년 11월 9일 밤. 보고티아 모험가지부에서 루인이 목격됨. 접수원의 증언에 따르면, 제출한 후 범죄자나 악마에 대해 물었다 함.

이외 행적은 불명. 다음 날 아침, 성문이 개문되자마자 빠져나간 게 확인됨.(862. 11. 14. 기술)

-862년 11월 14일 밤. 보고티아 모험가지부에서 현상 수배 하던 수배범 여럿의 머리를 제출하는 것이 목격됨.

이외 행적은 불명. 다음 날 아침, 성문이 개문되자마자 빠져나간 게 확인됨.(862. 11. 15. 기술)

-수배범들의 수하들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음.(862. 12. 2. 첨언)

(중략)

-863년 12월 9일. 리네이루의 혈사에 루인이 관여한 것을 확인. 루인은 약탈을 위해 내려온 노르다 전사들 40명을 전부 죽이고 그 시체를 전부 거둬 감.

시체를 무슨 용도로 가져간 것인지는 알 수 없음.(863. 12. 10. 기술)

-863년 12월 14일. 리네이루와 니카두말라 사이에 키클롭스가 출현. 당시 근처를 지나던 상단이 해를 입을 뻔했으나 루인으로 추정되는 자가 개입, 단칼에 키클롭스를 참살하고 그 시체를 거두어 떠나갔다 함.

아래는 그들의 증언으로 밝혀진 해당 인물의 외형임.

*정돈되지 않은 장발. 밤에 벌어진 일이라 색은 확인이 불가능.(863. 12. 23. 기술)

-이를 증거로 악마가 출현했으나 토벌령을 내리기도 전에 갑자기 사라진 사건들 몇 건을 심도 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생각함. 루인의 이동 경로와 흡사한 것으로 보아 루인이 제거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듦.(864. 1. 12. 무카스크 지부장 첨언)

-니카두말라 지부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안건을 조사하기로 결정함.(864. 1. 29. 첨언)

-864년 1월 4일 밤. 니카두말라 모험가지부에서 루인이 목격됨. 접수원의 증언에 따르면, 제출한 후 범죄자나 악마에 대해 물었다 함.

이외 행적은 불명. 다음 날 아침, 성문이 개문되자마자 빠져나간 게 확인됨.(864. 1. 10. 기술)

(중략)

-864년 5월 5일. 기사 학교, 오슬라가 루인에게 ‘기사’의 명예를 하사할 것을 선포함.(864. 5. 5. 기술)

(중략)

-864년 6월 10일 낮. 마르니스 모험가지부에서 루인이 등록된 자신의 명칭을 악마기사로 갱신할 것을 요구함.

이후 마르니스의 한 여관에 머무름. 아래는 그 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진 해당 인물의 외형과 특징임.

*정수리를 기준으로 좌우 머리색이 다름. 한쪽은 잿빛, 한쪽은 새까만 색임.

*오른쪽 눈을 가리는 안대.(864. 6. 10. 기술)

-864년 6월 17일 밤. 루인이 마르니스 모험가지부에서 현상 수배 하던 수배범 여럿의 머리를 제출하는 것이 목격됨.(864. 6. 17. 기술)

-864년 6월 24일 밤. 루인이 마르니스 모험가지부에서 현상 수배 하던 수배범 여럿의 머리를 제출하는 것이 목격됨.(864. 6. 25. 기술)

-864년 6월 27일. 모험가길드가 긴 검토 끝에 승인함.

차후 모든 문서에선 루인 대신 악마기사로 서술할 것을 요구함.(864. 6. 27. 기술)

(중략)

-865년 2월 1일. 파사르엘 모험가지부에서 악마기사가 목격됨. 접수원 증언에 따르면, 제출한 후 범죄자나 악마에 대해 물었다 함.

아래는 그 과정에서 밝혀진, 변경된 해당 인물의 외형과 특징임.

*가죽 갑옷을 벗고 가벼운 셔츠 차림이 됨. 망토는 계속 두르고 있음.

*롱소드에 투헨더가 추가됨.(865. 2. 2. 기술)

(중략)

-865년 4월 8일. 레낭트 모험가지부에서 악마기사가 목격됨. 접수원의 증언에 따르면, 제출한 후 범죄자나 악마에 대해 물었다 함.

아래는 그 과정에서 밝혀진, 변경된 해당 인물의 외형과 특징임.

*망토를 벗고 셔츠와 코트 차림이 됨.(865. 4. 10. 기술)

(중략)

-866년 5월 5일. 타타라 모험가지부에서 악마기사가 목격됨…….

(중략)

…이상 악마기사의 행적 기록을 끝마침.

아래는 악마기사에 대한 의문과 추측임.

1. 악마기사는 기사 교육을 받은 것으로 추정됨.

단, 근 20년간 기사 학교를 졸업한 자들 사이에 악마기사와 비슷한 외형이 없는 것으로 보아 졸업자는 아닐 확률이 농후.

사용 검술로 보아 체체바토르, 뮌문트에 다녔을 가능성이 높음. 하나 변형점이 많아 아닐 가능성도 농후.

2. 머리카락 일부가 잿빛인 점을 보아 동부 출신일 가능성이 높음.

3. 악마기사가 잡은 것으로 추정되는 악마의 명단은…….

(중략)

…마지막으로 66년 5월 5일 기점으로 사람이 미묘하게 달라짐. 원인을 알 수 없음… 이라고 하지만 이건 댁의 기억과 관련 있겠지?

뭐, 그걸 모르는 이들은 당신의 괴랄한 무력을 두고 혹시 악마와 계약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말이야. 아, 참고로 그 의견은 당신이 용사와 함께 다니게 되며 싹 사그라들었으니 걱정 마.

아, 더불어 별도로 동봉한 문서는 정보길드 내에선 당신의 것으로 분류하지 않은, 그러나 내가 자의로 덧붙인 자료들이야.

되르푸마인 근처에서 이단심문관들이 몰살된 사건처럼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몇 건의 미제 사건과, 베뮈르헨의 유명한 한량이 검은 불꽃을 두른 소년을 봤다고 주장하는 소문 등으로 이뤄져 있어.

참고로 그것들을 동봉한 이유는, 거기에 당신이 쓰는 힘과 흡사한 그림이 나와서인데… 부디 오해는 말아 줘. 난 당신이 저 사건이나 소문의 주인공이라고 믿진 않으니까.

단지 받은 돈이 돈이라서 덧붙인 거야. 정말이야.

그러니 부디 다음에 마주쳤을 때 내게 모욕죄를 묻거나 하진 말아 달라고. 다시 이용해 주면 더 좋고.

그럼 이만. :)

* * *

“다니엘.”

“…….”

“다니엘!”

“…아, 선배님.”

“검은 불꽃의 악마가 목격됐다는 것에 마음이 복잡할 거라는 건 알지만, 집중해. 우린 악마를 잡으러 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도우러 가는 길이야.”

“…네. 알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계속 가자. 지원을 요청받은 도시 중 우리가 가장 멀리 위치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가장 늦게 도착할 필욘 없잖아?”

“네……!”

“다른 녀석들도 힘내자!”

“예!”

“넵!”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