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삶은 잔인하고 (9)
퍼엉!
쏘아진 탄환은 특별한 일을 벌이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장치가 폭발함과 거의 동시에, 그러니까 발포된 지 수유조차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표적에게 적중했을 뿐이지.
일부 병사들은 저 폭발 소리를 장치 터지는 소리로 오인한 듯 고개를 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쿠구구구궁.
뒤이어 무거운 것이 물에 빠지는 소리가 나기 전까진 그랬다.
“뭐 해. 머맨들 올라오잖아.”
하지만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자보다 더 빠르게 바다에 시선을 준 자가 있었으니.
처음부터 고개를 숙인 적도 없던─귀를 보호하고자 귀마개만 잠시 꼈을 뿐이지, 그는 인퀴지터의 보호막을 믿고 모든 걸 서서 지켜보았다─마이스터가 염기탄을 던지며 외쳤다.
“아, 알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인퀴지터였다.
생각보다 더 강력한 충격에 살짝 당혹스러워했던 그녀는 곧장 허둥지둥 일어섰다.
콰앙!
연이어 막 오려던 타이밍의 머맨이 갑자기 생겨난 막에 부딪혀 찌그러졌다. 인간이었다면 최소 뇌진탕이다.
퍼억!
거기에 막을 피해서 기어이 올라온 자에겐 정의의 철퇴가 내려졌으니. 그녀는 안정감을 되찾은 얼굴로 호흡했다.
뭐, 사실 완전한 안심도 아니었다. 도시 뒤쪽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마기와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는 천둥이 그녀를 끝없이 좌불안석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녀의 목구멍이 바짝바짝 타올랐다.
“…해치운 겁니까요?”
그사이 데스브링거도 어정쩡히 일어나 활을 들었다. “구멍 난다!”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던 병사들도 하나둘 다시 창을 들고 있다.
“아마, 아니.”
“…안타깝게도 그래 보이진 않습니다.”
그중 데스브링거의 질문에 답을 준 건 두 사람이었다. 마이스터와 성주가 얼굴을 한껏 구긴 채 밤바다를 노려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밤을 밝혀 주는 아이템이 있다. 마이스터는 성주의 것을, 성주는 다른 지휘자에게 강탈하듯 빌려 온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잘만 하면 죽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머리를 노리려고? 난 반대다, 마이스터. 빗나갈 확률이 너무 커.”
각설하고, 그렇게 거북을 관찰한 그들은 방금 일로 하여금 벌어진 여파를 찾아냈다.
방금 쏘아 낸 탄환은 거북의 등껍질을 꿰뚫었고 등껍질에 맺힌 암석 일부를 떼어 냈다. 그 과정에서 목도 맞혔는지, 목에서 피가 줄줄 새는 것도 좀 보였다.
즉, 껍질에는 큰 충격을 못 줘도 육질은 충분히 관통한단 이야기다.
“머리가 아니더라도 목 아래는 노릴 만하잖아요.”
“장치는 3개뿐이야. 그중 하나는 지금 썼고. 명중시킬 수나 있겠어?”
“못 맞히면 못 맞히는 거고.”
“…그래라.”
또한 목이 길어, 등껍질보다 높게 있는 머리 말고도 노릴 수 있는 부분은 많다. 예컨대, 등껍질 속 몸뚱이와 목을 잇는 부분 따위를.
구우우우우!
“……!”
“뭔가 온다!”
“방어하겠습니다!”
하나 그걸 적이 두고 봐 주기만 한다면 그것이 진정 세상이겠나?
거북의 우짖음을 두고, 인퀴지터는 만일을 대비하기로 했다. 성벽 전체에 강도를 올려 줄 가호를 건 것이다.
방금 일로 조금 무리하긴 했으나, 이 정도는 다행히 가능했다.
인퀴지터는 초반에 힘을 아끼길 잘했다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저 뒤의 것은 어떻게 처리하게? 그러자 마음속 한구석에 한 줄기 의심이 잠시 피어올랐다.
아무리 힘을 아꼈더라도, 지금 이렇게 쓰면 뒤에 있는 악마까지 상대하기 힘들 테니 당연한 의구심이었다.
“악마기사, 당신을 믿습니다.”
하나 이곳은 더 이상 발을 뺄 수도 없는 장소가 되었다. 앞으로는 아까 힘을 아끼던 순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므로 더욱 그랬다.
그러니 어쩔 도리가 있나? 그녀의 뺨에 땀방울이 하나 맺히고, 성벽 전체가 교교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파드드드득.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가호는 다소 무의미해졌다.
다가온 공격은 거북이 직접 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엄마, 엄마! 어디 있어요?]
[디히, 내 사랑. 나를 두고 어딜 갔나요? 나 무서워요.]
[얘야, 아직 괜찮은 거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거지?]
[도와줘. 도와줘… 아르…….]
“세이렌이다!!”
거북의 등껍질에 형성된 자연 암벽으로부터 하반신은 새, 상반신은 인간인 악마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 해 인간을 꾀는 악마, 세이렌이었다.
[아빠, 나 길을 모르겠어요. 우리는 어딜 가야 해요?]
[불, 불이야! 루카스, 나 좀 구해 줘!!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
[함께 갈 생각 있더냐. 난 널 보호해 줄 수 있다만.]
[돌아오면 이번엔 정말 고백 받아 줄 거니까!]
그것들은 사람 팔과 연결된 쥐색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왔다. 스카이그레이색 머리카락 아래에는 눈과 코가 없어 입만 있는 얼굴이 있다.
“다들 정신 차려! 현혹에 빠져선 안 된다!!”
“어우, 미친 악마들. 세상엔 이딴 것도 있었습니까요?”
워낙 드물게 찾아오는 녀석들이라 이번엔 안 오나 싶었더니, 역시나 오는가……!
성주의 눈이 커지며 다급히 주변에 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세이렌들의 목소리는 너무도 선명했고 또 또렷했다.
일부 병사가 무기 든 손을 멈춰 세웠다.
그들의 말로는 아마도 곧 올라올 머맨들의 발톱에 찢기거나 날아온 세이렌의 입 맞춤을 받는 것이 될 테다.
“정신 차려!! 저건 가짜다! 저건 가짜란 말이다!!”
성주가 다급히 종을 치기 위해 몸을 틀었을까. [빌헬름.]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사다리에 발을 올렸다.
“모두─! 정신 차리십시오─!!”
콰아앙!
갑자기, 성벽 위로 어마어마한 금빛이 폭발하듯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머맨에 대항하는 것이 늦어지는 걸 고려해 성벽의 가호조차 풀지 않은 상태로 새롭게 터트린 신성력이었다.
인퀴지터의 뺨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꺄아아악!]
[끼아아아아아!]
그래도 그녀의 노력이 가져온 대가는 그만한 값어치를 했다.
현혹에 걸린 자들이 이성을 되찾고, 극독이나 다름없는 신성력에 덮쳐진 세이렌과 머맨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그들의 피부나 깃털은 살짝씩 그을려 있다.
[엄마, 엄마! 아파요!]
[루카스, 루카스 제발! 나 좀……!]
[아아아악!]
와중에 악마는 악마라는 걸까. 그것들은 신성력에 당해 물러나면서도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저주를 걸겠다는 집념이었다.
퍼억!
[컥!]
“감히.”
하나 그 목적은 성가퀴를 밟고 뛴 누군가에 의해 무산되었다.
“감히……!”
2m에 달하는 거구가 창을 휘두르자, 창대에 얻어맞은 세이렌의 목이 그대로 부러졌다. 추락하는 모양새가 아무리 봐도 즉사다.
“악마 따위가 내 언니를 모욕해!”
서걱!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다른 세이렌을 발판 삼아 또다시 뛰어오르더니 새로운 세이렌의 명치를 창으로 꿴 후, 다른 세이렌에게 날려 버렸다.
퍽. 서로 부딪친 세이렌이 속절없이 바다로 떨어졌다.
“전부 찢어 죽여 주마─!”
포효에 가깝도록 옹근 목소리는 악에 받쳐 있다. 창날에 시리도록 푸른 빙원의 색이 살풋 어렸다.
“왜 안 내려오나 했네.”
모두가 그 기백에 당황한 채로 눈치 보며 본인 몫의 일을 진행했을까. 언제 사라졌는지 모를 마이스터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새로운 수레와 새로운 장치가 들려 있다. 뒤에 다닥다닥 붙은 병사들의 얼굴이 붉다. 젖 먹던 힘까지 쓴 사람들의 표정이다.
“비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장치가 설치되고, 아까와 같은 과정을 통해 포격이 시도되었다.
콰앙! 아까와 다른 곳에서 사격을 했던 만큼─잔해를 정리할 시간이 안 나왔다─각도 조절이 어려웠을 텐데도, 마이스터는 결국은 목 근처를 적중시켰다.
풍덩!
구멍 근처의 암벽이 무너지고, 점점 가까워지는 거북이 길게 울었다.
거북의 등에 사는 세이렌이 더 많이 날아와 전장에 합류했다. 희귀한 악마에 속하는 세이렌이 어떻게 이렇게나 번식했나 싶을 정도였다.
“로라…….”
[루카스! 드디어 와 줬구나!]
다만 가장 큰 문제는 병사들의 단속이었다.
세이렌이 너무 많아서 홀리는 병사들을 원상태로 되돌리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인퀴지터가 신성력을 계속해서 터트리고 웨폰마스터… 베르세르크… 아무튼 그녀가 세이렌을 학살하고 다녀도 그랬다. 누군가는 결국 세이렌의 현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풍덩! 세이렌의 손짓에 병사 두엇이 바다에 빠졌다.
입 맞춤을 통해 혀부터 얼굴 전반이 씹어 먹힌 이도 많았다. 머리가 사라진 인간의 몸통이 허공에서 추락했다. 그게 이 근방만 서넛이었다.
인퀴지터와 이중인격 투사의 영향력이 적은 구역에는 더 많은 피해가 났을 것이다.
“빌어먹을, 성주님! 병력이……!”
“조금만 더, 더 버텨!”
가장 힘겨운 건, 세이렌으로 인해 병력의 구멍이 생기자 머맨들이 벽을 뚫고 들어오는 일도 빈번해졌다는 것이라.
얼마 남지 않은 머맨들은 이것이 자신들의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아는지 더욱 격렬하게 날뛰었다.
평소보다 치열한 싸움에 더 빨리 지치고 온갖 변수로 인해 사기도 낮아진 병사들에겐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었다.
쿵!
“너무, 너무 가까워졌어…….”
심지어 그쯤 되니 거북의 몸뚱이가 둑의 절반을 넘어왔다. 그건 성주가 속으로 재고 있던 최후의 보루기도 했다.
저 거대 거북이 성벽에 닿기 전에 병사들을 대피시켜야 하는 만큼, 그 시간을 고려해 정한 최후의 보루.
쾅!
“마지막이다! 이 정도 거리면 맞겠지!”
그렇지만 사람들을 물리기엔 마지막 포격 장치가 막 설치되고 말았다.
그게 그를 살짝 망설이게 했다. 사람들을 대피시켰다가 저것으로 거북이 다운되면 대피시킨 보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손해기도 하다. 병사들이 떠나간 성벽을 머맨이 가만히 둘 리 없으므로.
병사들의 목숨이냐, 후일 보수에 들 돈이냐.
세이렌의 날개를 벤 성주가 마지막까지 남겨 두었던 신호탄을 쏴 올렸다.
“후퇴한다!”
답은 말할 것도 없다. 도시는 언제든 재건할 수 있지만 사람의 목숨은 되살릴 수 없었다.
“가운데 있던 이들부터 양쪽으로 빠진다!”
거기에 포격 장치를 발동하는 데는 병사들이 필요 없었다. 기껏해야 마이스터와 마력을 넣어 줄 사람, 그걸 지킬 실력자 몇 명만 요구될 뿐이지.
그리고 그 정도 인원이면 거북이 가까워졌을 때 대피하기도 쉬워진다. 수가 적기도 하고 정예들뿐이니까.
그는 그런 효율적인 판단 끝에 병사들을 먼저 보냈다. 아무도 그의 결론을 약거나 냉정하다고 나무라지 않았다.
“성주님, 더 빨리 후퇴시키셔도 됩니다.”
오히려 대부분 아무 생각이 없었고 인퀴지터는 성주의 선택을 응원하기까지 했다.
땀에 머리카락이 절여진 이가 성역선포를 위해 메이스를 바닥에 찍었다. 지금껏 뿜어져 나왔던 광휘보다 더욱 짙은 빛이 파도처럼 성벽 위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또한, 절대로… 절대로 북쪽 문에 사람을 보내지 마십시오. 구조 요청 신호가 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일대를 경계하는 건 몰라도 직접적으로 다가가진 마십시오.”
“……?!”
“…이봐요, 샌님. 그게 무슨 소리─”
“가 봤자 죽을 겁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더 이상 저 싸움을 도울 수 없습니다.”
직후 용사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성역을 선포했다. 그러자 무언가를 더 물어보고 싶어 하던 데스브링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성벽에 성역이 자리 잡으며 병사들이 보다 편히 후퇴할 상황이 마련되었다.
“먼저 가세요, 성주님. 총사령관이 여기 남아서 뭐 해.”
“…디트리히, 프란츠. 남아서 그들을 도와주게. 자네들도 무운을 빌겠네.”
성주이자 총사령관으로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먼저 비우게 된 성주가 면목 없다는 얼굴로 병사들을 따라 걸음을 돌렸다.
그는 이제 병사들의 후퇴로를 결정하고 사람들의 대피 현황을 보고받으며 그들의 피난을 더욱 재촉할 것이다.
남겨진 이들이 장치의 마력이 가득 차기를 기다렸다.
꽈르르르르릉!
도시 저편, 불타기까지 시작한 북쪽 성문 일대는 여전히 뇌성으로 가득하다.
쿠웅! 쿵!
거북은 이제 몇십 미터 안까지 다가온 상태다. 아래에 깔려 있는 가시 무더기들이 아프지도 않은지 푹푹 걸어오며 모든 걸 분쇄하고 있는 모양새가 참으로 저돌적이다.
서걱!
“저게 이 새 새끼들의 둥지냐?”
“아마도 그렇겠지.”
그때 성역이 선포되고도 남아 있던 몇 세이렌의 대부분을 찢어 죽인 이가 드디어 성벽으로 돌아왔다.
바다에 몇 번 빠질 뻔했다는 사실은 별 공포가 되지 않는지, 피에 젖은 이의 얼굴은 여즉 살벌하기만 하다.
“이걸로 죽이나?”
“죽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글쎄. 못 죽이면 도망가야지.”
웨폰마스터… 아니, 지금은 베르세르크 쪽인가? 그녀의 이중인격을 아는 데스브링거가 섬뜩한 금안을 보며 조금 의아해졌다.
“그걸로 못 죽이면, 베르세르크가 죽인다. 반드시.”
…베르세르크의 언니, 그러니까 웨폰마스터는 그녀의 인격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었나?
“뭐, 그래 주면 우리 쪽이야 고맙겠지만.”
“잠깐, 당신이 강한 건 알지만 저 거대한 걸 무슨 수로…….”
“내버려 둬라, 프란츠. 가능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일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이렌이 따라 한 대상을 두고 ‘언니를 모욕하지 말라’라고 할 리 없는데.
그는 저도 모르게 베르세르크의 사정을 분석하며 코앞까지 다다른 괴수를 보았다. 그것은 기실 적보다는 그냥 하나의 재해처럼 보였다.
그저 그들 도시가 있는 자리를 지나갈 경로로 택했을 뿐인… 그런 자연재해.
“용사, 저놈이 먼저 닿겠어! 어떻게 좀 해 봐!”
그러나 어쩔 땐 자연재해조차 상대해야 하는 것이 인간인지라.
마이스터의 외침에 따라 성역을 선포한 채 머맨과 세이렌을 막아서던 인퀴지터가 또 한 번 힘을 쥐어짜 냈다.
“신이시여, 부디 제게 모두를 지켜 낼 힘을.”
찬란한 휘광이 하나의 보호막이 되어 거북의 전진을 막았다. 그것은 악마가 아니었기에 타격을 받지는 않았으나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벽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거대한 괴수와 인퀴지터의 의지가 충돌하며 서로의 힘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깨작깨작 소리가 나며 보호막이 깨졌다가 다시 수복되며 거북을 밀어냈다.
주르륵.
인퀴지터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가 그대로 불살라 사라졌다.
“됐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기어이 한 번 흔들렸을 때, 장치가 완충되었다. 마이스터가 외쳤다.
“신호 주면 해제해! 더 빨라도 상관없어!”
“…두 분은 마법사분들을 데리고 미리 피하십시오. 뺀질이 너도 마찬가지다!”
“…바로 따라오십쇼!”
“4, 3─”
“어린 사냥꾼아, 악마기사의 말도 데려가라. 근처에 있을 거다.”
“예?!”
“꺼!”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천지를 울리며 다가온 괴수의 목을 관통하고, 구멍을 타고 목과 연결된 부위를 파고들었다.
구오오오오오!
괴수가 목을 마구 흔들며 뒷걸음질 쳤다.
“아.”
그와 동시에 인퀴지터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날뛰는 거대 괴수는 이 순간 그녀의 관심사에 들지도 못했다.
녹색 눈동자에 화마로 휩싸인 땅이 가득 들어찼다.
피유우우웅, 퍼버버버벙.
더불어… 그 불꽃 한가운데서 신호탄이 올라왔다.
그것은 도움을 바라는 요청이고, 구원이 필요하다는 외침이며, 그 혼자로선 벅차다는 증명이었다.
악마기사가 악마 제거에 실패했다.
악의 종주가 강림한 것처럼 압도적인 마기가 넘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