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결국 (5)
20만 갈이나 부른 이유가 있다는 듯, 마이스터가 배달할 것으로 지정한 물건은 제법 많았다. 사 올 재료도 마찬가지였다.
하나 내가 누군가. 인벤토리의 소유자가 아닌가.
도시락과 식수를 아직 구비하기 전이라 공간도 넉넉하겠다, 몇 가지 물건은 공방에 뒀다가 돌아와서 챙겨도 되겠다.
나는 인벤토리를 최대한 활용해 손이 빈 채로 공방을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마이스터가 굉장히 약 올라 한 건 여담이다. 뭐, 나중에 가선 물건 파손될 일은 없겠다며 좋아하는 쪽으로 변했지만.
“내 발명을 당신이 모욕할 이유는 없어─!”
한데 재료를 사던 와중 금액이 부족함─의뢰품을 전부 전달해 대금을 다 받았음에도─을 깨닫고 잠시 공방으로 돌아왔을까.
어째서인지 문이 열려 있는 공방 속에서 날 선 외침이 들려왔다. 마이스터의 외침이었다.
“하, 조언을 두고 모욕이라. 그러니까 네가 어리단 거다. 네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지 않느냐.”
이거 들어가도 되는 건가.
나는 건물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안쪽에선 대화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 내 연구를 낭비라고……!”
“그럼 이게 낭비가 아니면 뭐지? 구 년째 돈만 들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데?”
와… 발언 수위 봐라.
“네 연구 목적도 그렇다. 마력 없이 작동하는 마법 아이템이라고 해 봐야 물을 데우고, 약한 빛을 내고, 뭐 그런 자잘한 것이 다일 터. 그런 것에 무슨 가치가 있지? 일반인들이 그걸 가진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느냔 말이야!”
“적어도 당신 같은 마법사에게 손 벌릴 이유는 사라지겠지!”
“하, 마법사에게 손 벌릴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마땅한 재력이라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찾는 건 불을 켜 달라거나 물을 데워 달란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일을 위해서고.”
별개로 저 양반, 물을 데우거나 약한 빛이라도 내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그게 일반인들에게 주어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나 본데.
“너도 이제 현실을 봐라! 안 되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더 큰 일을 하란 거다! 네 재능을 왜 그런 데다 쓰는 거냐! 네가 해야 할 건 이따위 짓거리가 아니라 더 강한 마법과 더 좋은 마법 아이템을 개발하는 거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어이가 없어졌다.
본인 재능도 아니고 남의 재능 가지고 하고픈 일 대신 다른 걸 하라느니, 그건 네 할 일이 아니라느니 운운하는 게 어이가 없어서다.
“재능을 옳은 곳에 쓰란 말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그에 맞는 재능까지 타고난 게 어떤 천운이지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이 개X발 새끼가─”
“본인의 지능과 능력 문제를 남에게 떠미는 것도 우습군. 할 수 있는 게 혀를 움직이는 것뿐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고 싶었나?”
“……!”
“무슨…….”
나는 우리가 이럴 사이도 아니고, 이게 캐붕의 영역권임 또한 알면서도 기어이 나서길 택했다.
“바라지도 않았는데 남의 사정에 왈가불가할 시간이 있다면 네 무능이나 지워라, 쓰레기.”
아무렴, 입씨름 주제가 다른 것이라면 몰라, 이 화제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었다.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렇게 말하는 거냐! 난 무려 현자……!”
“마탑도 많이 썩었군. 현자라는 놈이 할 줄 아는 게 실력 대신 직위를 가지고 부심을 부리는 일뿐이라니.”
“이, 이 새끼가. 네가 뭘 안다고……!”
“적어도 네놈이 무능하고 무능력하단 건 안다. 네가 현자든 대현자든, 네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대명장에게 대리 개발이나 부탁하고 있을 린 없으니.”
그래. 설사 내 일이 아닐지라도 차마 물러날 수 없다.
“그리고 세간에선 그런 걸 보통 무능이라 말한다, 쓰레기.”
재능이 있음에도 꿈을 이룰 수 없게 된 순간,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풉. 푸하하하!”
빡침을 승화하고 또 승화시켜 열변을 토했을까. 그걸 듣고 있던 마이스터가 빵 터졌다. 마법사가 반박도 제대로 못 하고 당하기만 한 게 웃겼나 보다.
내가 보기엔 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같음에도.
“들었습니까, 무능한 쓰레기 현자님? 들었으면 이제 슬슬 꺼져 주셨으면 하는데.”
하기야 본인이 도마에 오르면 냉정하게 반응하기는 좀 어렵지. 따지고 보면 나도 남의 일이니까 쉽게 말할 수 있었던 거고.
“…그래도 네가 지금 하는 일이 무가치하다는 건 변하지 않아! 그딴 자잘한 것을 가능케 한다고 해서 세상이 크게 변할 줄 알아?!”
그보다 저 마법사 자식, 왜 이렇게 구질구질해? 혹시 구더기야?
“어리석음도 한계에 달하면 희극이 되는군. 꺼져라.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더 많이 변할 테니.”
“하, 마법사도 아닌 것이 뭘 안다고!”
나는 마법사의 말에 눈썹을 들어 올렸다.
지금, 전기가 개발된 후 사람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아는 현대인에게 저 배터리의 개발 가치를 물어본 건가? 내가 알기로 저 배터리, 거의 전기 개발급이던데?
“마법사가 아니어도 빛이 어둠을 밝힌다는 건 안다. 이것이 보급화되면 잠만 자며 보내야 했던 밤을 누구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는 것도. 그것에 어떻게 가치가 없을 수 있지?”
“그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해! 고작 그딴 걸로 뭐가……!”
“하. 네놈은 비싼 기름과 초를 소모하지 않고 마음껏 밤을 밝힐 수 있다는 게 진정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건가? 그딴 머리로 어떻게 현자가 됐지?”
나는 진심으로 경멸을 담아 마법사를 보았다. 그러자 마법사가 덜그럭거렸다. 뭔진 몰라도 내 경멸이 제대로 와닿긴 했나 보다.
“꺼져라. 금을 앞에 두고도 몰라보는 자에게 내 시간을 쓰진 않겠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낭비’일 테니.”
그러나 여기서 더 말하긴 싫다. 나는 안쪽으로 걸어가며 마법사를 지나쳤다. 덩치가 최대한 커 보이도록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몸에 힘을 빡 준 건 여담이다.
하여 무언가를 말하려던 마법사는 그대로 입을 다물고 내가 지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이 새끼 쫄았네. 확신에 가까운 직감이 들었다.
“…후, 후회하게 될 거다!”
저 봐라. 안 쫄았으면 저딴 진부한 말을 할 게 아니라 바락바락 반박이나 더 했겠지.
“날 이렇게 대한 것을 후회하게─!”
“난, 분명, 꺼지라고 말했을 터다.”
“히, 힉!”
별도로 꼰대는 어서 가세요. 나도 한 꼰대 소리 듣지만, 너는 진짜 쓸모도 없는 꼰대 오브 꼰대니까.
우당탕.
저 자식, 심지어 가까운 주먹에도 약하다. 나는 검 자루에 손을 얹고 한마디 하자마자 돌아가는 등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이렇게 내쫓을걸. 짤막한 후회가 들었다.
쾅!
어쨌거나 가 버렸으면 그걸로 됐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마이스터가 주문한 재료들을 꺼냈다. 더 사야 할 것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이것들은 두고 가기 위함이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그런 내게로 질문 하나가 훅 치고 들어왔다. 어딘가 아득한, 그러면서도 절박해 보이는 마이스터의 물음이었다.
“정말 이게 세상을, 사람들의 삶을 많이 바꿀까?”
자신이 걷는 길이 맞다는 걸 확신받고 싶은 사람의 물음이다.
“…그래.”
보통의 상황이라면 쉽게 대답해 주지 않을 거다. 남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나 이건 지구에서 입증되고 결론까지 났다. 대답해도 될 것이다.
“그래. 역시 내가 맞아.”
결정적으로 마이스터는 내가 부정해도 계속할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괜찮다.
무슨 말을 해도 나아갈 사람이라면 차라리 기분 좋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그리고 넌… 멍청한 놈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사고할 줄 아는 녀석이고.”
그렇지만 ‘고맙다’가 아니라 ‘인정해 줄게’라고 말하니까 조금 재수 없게 느껴지긴 한다. 친구 놈이랑 똑 닮아서 정겹긴 한데 그래도 열받네.
괜히 도와줬나.
“그보다 빨리 왔네?”
“구매할 돈이 부족하다.”
“뭐……?”
“내놔라.”
그러니 네가 자초한 업보를 돌려받아라.
돈 내놔.
* * *
“자, 대금.”
물건 전달 의뢰를 받은 후로부터 엿새. 나는 드디어 의뢰금을 지급받았다. 참 오래도 걸린 계산이었다.
“이자는 모험가길드에서 쓰는 표준 계산법을 따라 계산했으니까 확인해.”
정말이지, 재료비조차 없어서 부들거리던 마이스터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언제 이렇게까지 성장을.
나는 마음에도 없는 드립을 치며 돈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지난 엿새간 몇 개의 의뢰를 처리하며─마이스터가 다른 일로 바빠서 공방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내 지갑은 제법 두툼하게 부푼 상태다.
비록 나랑 똑같이 의뢰를 해치운 마이스터는 여전히 빈털터리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성에서까지 의뢰가 왔는데도 돈이 없으려면 재료비로 얼마나 써야 하는 거람.
“확인했다.”
뭐, 돈을 받았으니 그걸로 됐다. 나는 몸을 돌려 공방을 나가고자 했다.
“뭐야, 어디 가?”
그걸 붙잡은 건 마이스터였다. “이제야 네 장비를 연구할 시간이 났는데.” 당연하지만 붙잡은 사유는 연구 관련이다.
“미뤄라.”
“내 시간이 그렇게 싼 줄 알아?”
“그럼 내 시간은 싼 것 같나?”
하나 안타깝게도 내겐 선약이 있다. 그것도 돈이 걸려 있는 약속이.
“쯧.”
그걸 눈치챈 마이스터가 나를 보내 주었다. 연구를 미룬 건 본인이 먼저였기에 군말조차 없다.
“뭐야, 왜 이렇게 싸?”
“소식 못 들었습니까? 비류호가 죽으면서 마지막 생을 불살라 이 땅에 풍요를 가져왔다는데.”
“뭐? 비류호 님께서 왜?”
“몰라요. 신전에서 사냥했다는데…….”
“미친 거 아니야?”
나는 공방 거리를 나와, 일반 상점들이 가득한 쪽으로 빠졌다. 목적지를 가려면 이쪽 길이 제일 빨랐다.
“머맨들도 잠잠한 게, 꼭 폭풍 오기 전 같아서 불안한데…….”
“그렇게 걱정한다고 특별한 수가 생기나. 살 거면 사고 안 살 거면 어서 가쇼. 하루 먹고 하루 사는 입장에선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에잉… 그럼 그 포도나 좀 보여 주쇼.”
그보다 채소랑 과일이 진짜 싱싱하네. 산군 녀석, 정말 제대로 일하고 있나?
“어서 옵… 오십쇼!”
“얼마지.”
나는 청과상이 매대에 올린 채소를 보며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블루베리 비슷한 과일이 너무 실해서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한 줌에 1,500갈… 입니다.”
“단가?”
“달지 그… 럼요. 정 의심 가면 하나 드셔 보세요.”
그런 호의, 거절하지 않겠다. 나는 베리 하나를 입에 넣어 보았다. 달고 새콤했다.
짤랑.
“어이쿠, 감사합니다!”
나는 15,000갈을 지불했다. 이 정도면 프레드릭도 기분 좀 풀어지겠지. 머릿속에는 마구간에만 있느라 심기 불편해하는 어느 말이 떠오르고 있다.
“다른 건 관심 없으십니까요?”
“체리.”
“아이고, 보는 눈이 좀 있으십니다. 오늘 아침에 막 수확한 놈들인데.”
나는 천에 블루베리를 담은 후, 체리와 살구도 몇 개 집었다. 이건 내가 먹을 거다.
아삭.
이야, 과즙 봐라. 나는 농익은 단맛에 기분이 살짝 좋아지는 걸 느끼며 두 번째 살구를 물었다.
얼마 안 가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턴 민간인 접근 금지입니다. 신원을 밝히십시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 앞을 지키던 병사들이 창을 움직였다. X 자로 교차하며 문을 가린 두 개의 창은 꼭 그림과 같다. 기강이 제대로 잡혀 있다.
“의뢰를 받고 왔다.”
“의뢰… 모험가십니까? 그렇다면 패를 보여 주십시오.”
하긴, 수시로 전투가 벌어지는 도시의 군기가 빡세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겠지.
나는 패를 제출한 후, 확인이 끝나는 동안 문 앞에서 대기했다. 문지기 본인이 확인하는 건 아닌지, 패를 받아 든 병사는 동료를 두고 혼자만 다른 데로 쇽 가 버린 상태다.
“…….”
“…….”
그보다 이 병사, 입술이 살짝 꿈틀거리고 시선은 계속해서 나를 힐끔거린다. 내게 뭐라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저.”
‘뭘 봐’라고 할까 말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니 곁눈질하던 병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남에게 걸리기라도 할까, 몸은 뻣뻣하게 굳힌 채 입만 움직이는 꼴이었다.
“저번엔 감사했습니다.”
그렇지만 시선만큼은 굉장히 부드럽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그랬다. 이유를 모르겠다.
“모험가님은 기억 못 하시겠지만… 그때 모험가님이 나서 주시지 않았다면 전 아마 죽거나 다리를 잃었을 겁니다. 모험가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어, 그렇군요. 그런데 내가 언제 당신을 도와줬지? 내가 이 도시에서 한 일이라곤 딱히…….
“아, 그… 악마숭배자 토벌 때 말하는 겁니다.”
…있었지. 그래.
근데 내가 병사를 구한 적이 있었나? 그냥 병사들을 도와 제압한 기억밖에 없는데. 어둡거니와 졸리기도 졸려서 협조할 때 주위 파악 제대로 안 하긴 했지만, 어쨌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래도 상대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내 참견으로 몸 성하게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이 나쁜 소식도 아니고.
해서 나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상대의 눈이 미묘하게 휘었다.
“들은 거랑 똑같으시네요.”
그 물음이야말로 사정이 제일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뭔데. 어디서 들은 건데. 누구한테 들었는데.
“확인 마쳤습니다!”
그사이 패를 들고 갔던 병사가 도로 돌아왔다.
“이거 받으시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게서 멀어지지 마십시오.”
본인들이 의뢰한 것으로 인해 방문한 사람이라도 함부로 돌아다니게 하진 않는지, 병사가 따라붙은 건 덤이다.
와중에 내게 말을 걸었던 이는 언제 대화를 시도했냐는 양 다시 석상이 되어 있다. 좀 웃기다.
“엇, 저 사람은…….”
“아는 사람?”
“저번에 말했잖아. 검문소에서…….”
“아아.”
여튼간에 나는 삼엄한 통제 아래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휴식 때까지 규율을 지키도록 강제하진 않는지, 한쪽에서 쉬고 있는 병사들이 수군거렸다.
어째서인가. 다들 나를 알아보는 눈치였다.
“시간에 맞춰서 왔군.”
목적지로 보이는 연병장에 도착했을 때도 그랬다.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나를 상대하는 동안, 도열해 있던 병사 중 일부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옆사람에게 속닥거렸다.
“누가 입을 열었지?”
바로 걸려서 눈총을 받긴 했지만.
“의뢰 내용은 이미 들었겠지?”
그래도 외부인 앞에서까지 타박을 줄 의향은 없나 보다. 대장이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려 대화를 지속했다.
“정찰에 외부 인력까지 쓸 필요는 없으나… 시기가 시기이고 추천까지 들어왔기에 이번만 특별히 요청했다.”
다만 말투가 고압적인 것이, 내게 썩 호의적이진 않다. ‘정찰에 외부 인력을 쓸 필요 없다’, ‘추천’ 이 부분에 강조가 들어간 것도 그렇다.
아무래도 이분은 나를 고용할 생각이 없었는데, 위쪽에서 눈치를 준 모양이다. 대체 누가 나를 꽂아 넣었는지는 감도 안 잡히지만.
“단, 모험가라고 해서 명령에 불복하거나, 규칙을 어기거나,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확실히 하도록.”
아니, 근데 진짜 누구지. 대장의 태도야 일 끝나면 헤어질 사람인 만큼 내 알 바 아닌데─일하다 보면 저것보다 더한 사람도 만나는 편이고─누가 고용을 강제했는지는 좀 알고 싶다.
아무렴, 나는 뒷배도 없고 이 도시도 처음인걸……?
“30분 뒤에 출발한다. 그동안 부대장에게 부대 규칙을 듣고 작살을 지급받도록.”
용사 파티가 나를 찔러 넣었다기엔… 그쪽은 그럴 이유가 없는데……. 진짜 뭐지.
나는 해결할 수 없는 의문에 빠졌다. 실로 영문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