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남아 있을 수 있다고 (4)
데스브링거는 신전 지붕 위에서 짜증을 삼켰다.
인퀴지터와 베르세르크가 악마기사를 돕는 동안, 그는 신전에서 뒹굴거렸단 사실이 다소 불편했던 탓이다.
그런 일이 있었을 줄 알았다면 그도 따라 나갔을 텐데.
데스브링거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두고 또 한 번 불쾌함을 삼켰다.
역시 짜증났다.
“다니엘 심문관님, 집으로 가십니까?”
“아… 예.”
그렇지만 가장 짜증나는 건 역시 자기 자신보단 원인 제공자다.
데스브링거는 기억해 둔 이름이 들려옴에, 슬그머니 몸을 세웠다. 얼굴 반절을 뒤덮은 화상과 쥐색 머리카락.
아까 그놈이 맞았다.
“가족분들이 좋아하시겠네요. 오랜만에 돌아가시는 거잖아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예?”
“아닙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당연하지만 해코지할 마음은 아니다. 이미 끝난 일이고, 충분히 벌어질 만한─악마기사에겐 미안한 말이나─사건이 아닌가.
그렇다고 악마기사가 다쳤나? 아니면 무고한 일반인 피해자가 나왔나?
그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데스브링거는 저 이단심문관을 차마 해할 수 없었다.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감히 그래선 안 됐다.
그건 그의 신념에도 어긋나거니와, 에밋의 묘에서 맹세한 것도 어기게 되니까.
“…움직여 주길 바란 건 또 오랜만이네.”
하지만 역시, 그냥 모른 체하고 넘기기도 싫다. 일종의 심통이었다.
악마기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길길이 날뛰는 사람은 예전에도 여럿 있었지만, 그걸 기어이 해낸 인간은 저 인간이 처음이었으니까.
“콱 뒤통수 후려쳐 버리게.”
그뿐인가? 샌님과 다짐한 것이 있는 만큼 물러나진 않겠으나, 돌아오지 않는 답을 듣고자 노력하는 것이 제법 힘겨운 차였다.
포기할 생각까진 아니어도, 스트레스는 좀 받고 있단 소리다. 화풀잇감이 생기면 괜히 놓치기 싫어질 정도로.
하므로 그는 빌었다.
저 망할 꼴통이 제발 꼬투리 잡을 여지를 줬으면 좋겠다고. 상해까진 저도 바라지 않으니, 최소한 발 걸어 넘어트릴 구실 정도는 만들어 달라고.
“대니, 왔니?”
“다니엘! 얼마 만이냐!”
“하하… 오랜만에 뵙─.”
“형! 양손검이야! 양손검이 더 좋은 거래!”
“아, 슈츠도 오랜, 응? 웬 양손검……?”
“아, 오늘 어느 모험가분이 슈츠에게 검을 구경시켜 주셨거든. 그런데 그 모험가분 검이 네가 쓰는 것보다 더 길어서…….”
“…모험가가 긴 검을 썼다고요?”
“형! 양손검이라니까!”
다소 불합리한 소원이었다.
악마나 그 추종자에게만 엄할 뿐, 가족에겐 다정한 사람에게 쏟아 낼 만한 원망도 아니었고.
“으응. 네 것보다 훨씬 길었는데… 한 이 정도?”
“그거… 신기하네요. 그런 검은 쓰기 힘들어서 모험가는 잘 안 쓸 텐데.”
“그러니?”
“형, 양손검이라고!”
“실력이 좋은 모험가인가 봐요.”
“하긴, 범상치 않아 보이긴 했어. 머리색도 두 개고 입은 옷도…….”
“맞아 맞아. 잠깐 봤지만… 엄청 신기…….”
“이모, 이모부, 잠깐만요. 머리색이… 뭐라고요?”
“응? 머리색이 두 개라고 했는데?”
“…색은?”
“음. 한쪽은 까맣고 한쪽은 회색이었어.”
“…이 망할 악마가!”
그러나 결과적으로 헛짓거리는 아니었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데스브링거 본인조차도 몰랐지만.
“감히, 감히!”
“…대니?”
“감히 내 가족을!”
다니엘은 차오르는 분노에 눈앞이 붉어졌다. 뒤통수는 얼얼하기 짝이 없었다.
“잠깐, 대니. 왜 그러는……!”
“다니엘?”
“이모랑 이모부는 슈츠 데리고 여기 계세요! 그리고 제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절대로 남한테 문 열어 주지 마세요! 그 반반 머리 모험가에겐 특히 더!”
암, 믿기 힘들었지만, 믿기로 한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악마가 아니라고, 대리자께서 정말 악마를 동료로 두셨겠냐고, 편견과 편협함을 내던지라고 했기에 겨우 억누른 분노와 경멸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쳐? 그것도 그의 가족들을 건드리는 형태로?
용납할 수 없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역시 악마들은 믿을 게 못 된다.
다니엘은 차오르는 분노에 몸을 맡기며, 몸을 도로 돌렸다. 철컥. 미처 벗지 않은 낡은 갑옷이 덜그럭거렸다.
“형, 어디 가?”
“다니엘!”
“형??”
물론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가족들은 당황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의 그는 저들에게 상황을 설명해 줄 시간조차도 아까웠다.
가족들에게 시간을 소비하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그 망할 악마를 처단하고 싶었단 말이다.
철컥철컥.
하나 통탄스럽게도, 그의 걸음은 얼마 안 가 막혀 버렸다.
“어딜 가려고요?”
“……?”
누군가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은 탓이다.
“비켜 주십시오.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상대에게선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에 다니엘은 반사적으로 뇌까렸다.
상대가 저녁놀을 등진 나머지, 옷차림이 음영에 가려져 일반인으로 착각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그러니까요. 어딜 가는데요?”
그렇지만 곧 깨닫게 된다. “어딜 가려고요?” 그 문장에는 호기심만 담겨 있지 않았다.
음영 속에 숨어 있던 옷차림도 마찬가지다. 쐐기풀로 엮은 것처럼 짙은 녹색인 케이프는 무언가를 숨기기에 최적화된 형태다.
아닌 척 무언갈 많이 매달고 있는 장화도, 깃을 세우기 위해 들어 올린 팔뚝의 무기들도 그렇다.
“…당신.”
민간인이 아니다.
어쩌면 단순한 모험가조차 아닐 것이다.
다니엘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다리의 간격을 벌리고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드물지언정 이런 식의 습격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기에 판단에는 망설임이 없다.
“정체를 밝히십시오. 누군데 제게 그런 걸 물으십니까?”
제게 원한이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신전을 극도록 싫어하는 뒷골목 출신? 잡아 죽인 흉악범의 친지가 사주한 암살자? 혹은… 가장 뻔하고 흔하게 악마추종자?
“아까 봤는데, 기억도 못 하는 겁니까요?”
깊어지던 생각이 잘려 나갔다.
아까 보았다. 언제? 오후의 대부분은 참회실에서 보냈으니 가능성은 오전뿐인데.
“신전에서 말입니다요.”
신전. 그 단어가 주어지는 순간 다니엘의 뇌가 으쌰으쌰 일했다. 그렇지만 저런 어두컴컴한 차림의 사람을 당최 신전 어디서 보았다고… 아.
“…대리자님의 동료.”
“그것 참 형편없는 기억력이네요. 추적 일은 할 수 있을까 몰라.”
“빠르게 알아보지 못한 건 제 잘못입니다. 그러나 대리자님의 동료분께서 왜 이곳에 계시는지, 왜 제 앞길을 막으신 건지 정돈 제가 물어볼 권리가 있는 것 같군요.”
비아냥거리는 형태가 퍽 짜증났지만, 다니엘은 참고 예를 갖췄다.
아무렴, 대리자께서 곁에 두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수상해 보여도, 그에게 묘한 적의를 표출하는 것 같아도.
대리자의 동료라면.
대리자께서 고른 사람이라면…….
정말 다 옳을까?
“혹 답할 수 없다면,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비켜 주십시오. 저는 당장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대리자께서 악마가 아니라 말씀하시고 주교님께서도 비호하신 그 존재는, 그가 참회실에 있는 동안 그의 가족들을 찾아왔다.
마치 조롱하는 것처럼. 혹은 협박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들의 믿음과 신뢰의 결과가 결국 이 따위였단 말이다.
한데 저자라고 다를까? 딱 봐도 음지에 속해 있고, 대리자의 동료이면서 그 악마와도 함께했을 존재인데.
“그러니까 어딜 가냐고요.”
“비키시라 했습니다.”
“이단심문관들은 다 이런가? 말이 안 통하네.”
“비키시지도 않고, 이유도 답하지 않겠다면.”
“샌님은 적어도 모르는 걸 알려 하는 태도는 있었는데.”
“억지로라도 지나가겠습니다.”
불경한 상상일 수도 있다. 상대에 대한 건 오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니엘은 그 모든 가능성을 외면하기로 했다. 또다시 가족들을 잃을 순 없었다.
마기를 품은 모든 것들은. 그리고 그것들을 옹호하는 자들은 전부 죽어야 마땅하다.
“지금 민간인을 핍박하는 겁니까요?”
“저는 분명 경고드렸습니다.”
그는 강경한 태도로 앞을 향해 걸었다. 물론 만에 하나를 위해 긴장만 할 뿐, 무기를 미리 뽑지는 않았다.
상대가 공격하지 않으면 그가 공격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기사 나리는 악마가 아닙니다요.”
그러나 그가 상대를 지나치려는 순간, 상대가 그딴 말을 지껄였다. 다니엘의 눈에 불이 튀었다.
“당신이 뭘 안다고!”
“글쎄요. 댁은 모르지만 나리는 알죠.”
촥!
그사이, 상대가 민첩한 몸놀림으로 그의 앞길을 막았다.
공격하면 대응하겠다는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가. 접촉은 없었다.
“비켜. 난 악마를 죽이러 가야 한다!”
“싫은뎁쇼. 댁이 기사 나리에게 가려는 마음을 꺾지 않는 이상, 저는 절대 안 비킬 건뎁쇼.”
“비키라고 했다!”
“에베베베베.”
이 쓰레기가……!
다니엘은 억지로라도 돌파하기 위해 몸을 틀었다. 무기는 여전히 들지 않았다. 그가 먼저 공격 의사를 표하는 게 상대가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못 보내 줍니다요.”
그러나 그가 움직일 때마다 상대도 맞춰 움직였다. 반응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속도로는 따돌리기 힘들 것 같았다.
“비켜라!”
“싫다니까요?”
“비켜!”
“아, 쳐 보시든가.”
“쳐 죽일 망종이……!”
힘으로 길을 열자니 상대에게 명분을 주는 꼴이고, 속도로는 상대가 안 된다.
다니엘은 더욱 열이 올랐다.
“하. 신전에선 욕도 통일합니까? 샌님이랑 똑같이 부르네.”
“마지막 기회다, 비켜라! 비키지 않겠다면 네놈도 이단으로 분류하겠다!”
결국 그는 마지막 카드를 들었다. 상대의 표정이 차갑게 굳은 것도 동시였다.
“내가 이단?”
“악마를 감싸는 자가 이단이 아니라면, 무엇이 이단이겠는가!”
“이야. 맞는 말을 틀리게 말하는 것도 재주네요.”
“마지막 기회다. 악마를 비호하는 행위를 그만두고 물러나라.”
“멀쩡한 귓구멍에 벽을 세우는 것도 그렇고?”
상대의 손 하나가 케이프 사이로 사라졌다.
“별개로 나리를 악마라 부르는 건 관두시죠?”
“기어이 벌주를 택하는…….”
“나리를 악마 취급 하는 건 나리 본인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리고 케이프가 살짝 흔들렸다.
온다. 다니엘은 본능적으로 혹은 학습된 행동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 저러면 보통 돌멩이나 단검 같은 게 날아오는 까닭이다.
촤악!
그러나 날아온 건 단검이 아니었다.
『가끔이지만 다른 게 날아올 때도 있어. 모래나… 재 가루, 심하면 독가루 같은 거. 그러니까 얼굴을 막기보다는 구르는 게 더 나을 거다.』
선배의 조언이 머릿속을 스침과 동시에 허연 분말이 그의 눈과 코를 덮쳤다.
“콜록, 콜록!”
팔뚝으로 얼굴을 가렸음에도 이렇게나 기침이 나온다. 그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옆으로 구르며 눈꺼풀을 빠르게 껌뻑였다.
생리적으로 나온 눈물이 안구를 습하게 만들며 시야가 다시 돌아왔다. 다행히 독은 아니었다.
“X이나 드세요.”
별개로 맑아진 시야에 중지를 치켜올린 상대가 들어왔다. 자신이 얻어맞을 걸 아는지 슬슬 뒷걸음질 치는 건 덤이다.
다니엘의 목에 핏대가 섰다.
“신의 이름으로 집행을 시작하겠다!”
이단심판을 시작할 때 외치는 구호가 간략하게 진행되었다. 상대가 그제야 도주를 시작했다.
가루의 여파에서 벗어난 다니엘 역시 그를 쫓았다.
“거기 서라, 쓰레기!”
“댁 같으면 서겠습니까요?”
물에 빠트리면 입과 혀만 동동 뜰 사람이 딱 저것이겠지.
다니엘은 살살 긁는 말에 어떻게든 이성을 챙기고자 노력하며 발에 힘을 주었다. 신성력으로 몸을 강화하자 속도가 대충 맞았다.
탁탁탁탁.
철컥철컥철컥.
밤이 내리는 거리 위로 두 개의 발소리가 나란히 울려 퍼졌다.
“멈춰!”
“싫다니까요?”
“망할 악마추종자가……!”
“시발. 악마추종자는 아니거든요? 사람 빡치게 하네.”
“아니라면, 지금 하는 행위는 뭐란 말이냐!”
다니엘은 골목으로 쓱 빠지는 이를 보며 마찬가지로 몸을 틀었다. 검을 빼 들고 몸을 가리듯 든 건 덤이다.
촤악!
“─! ─!!”
시야 위로 검은 것이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가루가 또 한 번 퍼졌다. “콜록, 콜록.” 재 특유의 냄새가 나는 걸 보면 이것도 재 가루 같은데. 독이 아닌 게 다행이다가도 뭔가 짜증이 났다.
휘익, 탁.
“악마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는 주제에!”
“하, 내가 본 악마 숫자가 댁이 본 악마보단 많을 듯.”
다니엘은 공기를 휘저으며 몸을 틀었다. 벽을 박차고 뜀으로써 그를 뛰어넘은 그리고 다시 거리에 안착한 작자가 그따위 말을 하는 중이다.
“안다면, 안다면 왜 이따위 짓을 한단 말이냐!”
“아니까요. 너무 잘 아니까 그러는 거라곤 생각 안 합니까, 등신아?”
“……!”
“악마기사는 악마가 아닙니다요, 절대로.”
“악마에게 홀려도 단단히 홀렸군!”
“하, 내가 악마에게 홀렸으면 댁은 댁 신념에 단단히 눈이 먼 거겠네요.”
한데 그 말을 하는 눈은 참으로 단단해서 다니엘은 더욱 화가 났다.
저자가 진정 악마추종자가 아니라면, 저것은 그저 동료를 향한 유대와 신임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롯이 악마의 진면목을 몰라서, 악마의 위선에 넘어가서, 자신이 배신당할 것조차 모르고 뻗는 신뢰란 말이다!
“넌 모른다. 악마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역시 악마는 전부 죽어야 한다. 저 올곧은 믿음마저 배반할 악마들은, 전부. 전부!
“내가 보기엔 댁이야말로 뭘 모르는 것 같은뎁쇼? 악마에게 잠식된 상태에서조차 인간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 말입니다.”
“그건 다 거짓이야! 그 빛은 전부 가짜란 말이다!”
“하. 그게 다 거짓이라면, 내가 모를 리 없어요.”
“너는 악마를 몰라!”
“그리고 댁은 인간을 모르지!”
전부 죽어야 해.
“나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어떤 심정으로 이 땅에 서 있는지도!”
그의 부모님을 죽이고, 그를 인도하던 선배님들을 모조리 죽인 악마야말로.
“악마를 경멸하는 나머지 자기 자신마저 악으로 취급한 채 칼을 내지르려 하고, 제 삶조차 돌보지 않은 채 악마를 처단하려 드는 그 사람을 댁은 모른다고!”
죽어야 한다.
“정말 모르는 건 당신이라─!”
“내 부모님은, 도와 달란 어린 목소리에 죽었다.”
감정이 한계에 치달으면 오히려 평온이 찾아오게 되는 것일까.
다니엘은 명징해진 이성으로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그렇게 말하는 어린 목소리를 따라갔다가 죽었단 말이다.”
정식 이단심문관이 되고자 첫 실습을 나갔던 날, 동시에 부모님을 잃게 된 날의 일이 선연히 그려졌다.
“너는 상상이나 해 봤나? 최전선도 아닌 곳에서, 악마가 나타나는 일보다 도적 떼가 나타나는 일이 더 많은 곳에 그런 고위급 악마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아이? 어디서 애 목소리가 들리는데?』
『여긴 숲 한가운데인데……?』
『잘 들어 봐. 저쪽에서…….』
『진짜네……?』
『혹시 모르니까… 대니, 너는 여기 있어. 칼, 너도 대니랑 같이 있어 주고.』
『넵.』
“넌… 악마를 모른다. 고블린이나 놀, 좀비 같은 하급 악마가 아니라, 제대로 된 악마들이 어디까지 하는지 몰라.”
『…같이 가면 안 돼요?』
『안 돼. 대신 금방 올 테니까…….』
『어이, 대니. 벌써부터 명령 불복이냐? 가족이라고 막 그러면 안 돼요.』
『그럼그럼. 이런 건 다 이유 있는 판단이니까. 얌전히 기다립시다?』
『…네.』
“악마는 잔인하고, 간악하며, 가증스럽다.”
『…포, 폭발?』
『…저긴, 엄마랑 아빠가 간 방향인데.』
『안 되겠다. 대니, 넌 근처에 숨어 있어! 난 상황만 잠깐 보고 올게!』
『아뇨! 저도 갈래요! 저도 가게 해 주세요!』
『안 돼! 숨어 있어!』
『…하지만!』
『이건 정식 심문관으로서 견습에게 내리는 명령이야! 하지만 따윈 없어!』
“네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어떤 악마든 예외는 없어!”
『아아악!』
『흐아아아악!』
『도, 망… 도망쳐, 대……!』
“악마는, 오직 죽이는 것만이 답이다.”
『도망쳐, 라……. 하나, 더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