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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컨셉충이면 곤란한가요-186화 (186/389)

186화 남아 있을 수 있다고 (2)

깡!

베르세르크는 마주치는 검 두 자루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오므렸다.

이길 수 있을까? 본능적으로 그런 의문이 든 까닭이다.

“신전 나으리가 저러시는 것엔 이유가 있을 텐데…….”

“음. 근데, 그. 맞는 거요? 내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봐주는 것 같습니까?”

“역시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구료.”

물론 이건 원래도 쉽사리 답할 수 없는 질문이긴 했다. 악마기사는 감히 견줄 수 없을 만큼 강한 사내였으니까.

“악마… 라고 한 거 아니었어요?”

“그랬어? 딱히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그냥 저쪽 모험가가 이단심문관한테 실례되는 발언 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 차이에 패배감을 느꼈던가? 그렇게 묻는다면 그것도 딱히 아니었다.

그녀가 보기에, 악마기사의 압도적인 강함은 싸울 때의 센스나 교육받은 무술의 격보다는 품고 있는 마력의 크기에서 나온 까닭이다.

“그럴 확률이 높지만… 별개로 일개 모험가라 보기도 어렵지 않아요? 옷도 귀족 나으리 같고, 싸우는 모습도…….”

“기사 같죠.”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아, 그렇다고 악마기사가 마력만 믿고 싸운다거나, 마력 빼면 별 볼 일 없단 소린 아니다.

그녀가 경험한바, 악마기사는 마력을 제해도 어지간한 강자들은 제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저게 기사가 아니면, 뭐가 기사겠어요. 저승사자라 불리는 이단심문관도 맥을 못 추는데. 그 지경이 돼서도 뮌문트가 버티고 서 있는 것엔 다 이유가 있다니까?”

단지 그녀가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악마기사를 규격 외로 만드는 건 마력이라는 특이점 때문이지, 마력을 뺀 본연의 실력만으로 붙는다면 그녀가 이길지도 모른다고.

아니, 그녀가 이길 거라고.

“무섭네요… 절대 가까이 가지 말아야지.”

“근데 기사님이랑 이단심문관님이랑 정말 왜 싸우시는 거야?”

“몰라. 설마 기사가 악마추종자거나… 하진 않겠지?”

“…설마.”

한데 지금은?

지금도 그녀가 이길 수 있을까?

천재는 천재야. 들숨 한 번에 자세가 변하고, 날숨 한 번에 검로가 교정되다니.

“…….”

지금까지 검술이 정체되어 있던 건, 역시 마력의 편의성 때문이었을까?

‘베르세르크’는 이길 수 있어?

“…비켜 봐라.”

“응……? 헉, 옙.”

“비켜, 비켜 봐.”

“아, 왜 미는… 잠시만 기다려 보쇼. 비킬 거니까.”

베르세르크는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시간이 갈수록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지는 검을 보며 숨을 삼켰다.

너는 더 이상 못 이기겠네.

“비켜!”

“흐어억!”

“슬랜드족 아니야?”

“거, 거인이다.”

그리고 그 검이 기어이 여유로움을 갖췄을 때, 더 이상 미련은 없다는 듯 상대의 검을 잘라 버렸을 때.

그녀는 사람들이 물러나 텅 비어 버린 공간을 밟았다.

“거기까지 해라. 네 패배다.”

패배였다.

그녀의.

‘베르세르크’의.

“젠장, 자매님! 왜 움직이시지 않는 겁니까!”

“전, 전 형제님께서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기 악마계약자가─!”

그녀가 끼어들고, 인퀴지터가 끼어들고.

그렇게 이단심문관이 제압되자, 악마기사는 미련 없이 뒤돌았다. 방금 있었던 일 따윈 그에게 일말의 영향도 미치지 않은 듯하다.

그럴 만하지. 그에겐 흔한 해프닝이고 상대할 가치 없는 소란에 불과할 테니.

“…….”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니, 틀리지 않다를 넘어 맞는 말이다.

전달될 힘이 없는 언어는 무의미한 메아리에 불과하니까.

“악마계약자? 설마 악마기사를 말하는 겁니까?”

“그럼 뭘 말하는 거겠습니까! 설마 자매님은 저 마기가─!”

그런 이유에서, 베르세르크는 여전히 난리 치는 이를 그대로 패대기쳤다. “크헉!” 풀 플레이트가 아니라 상체에만 갑옷을 두르고 있어, 일어날 때 제법 고역일 터였다.

그렇다고 그녀가 봐줄 이유는 없었지만.

“베르세르크?”

“난 간다, 사제야.”

그도 그럴 게, 용기와 만용은 한 끝 차이다. 끝까지 싸우고자 하는 결의와 인정하고 싶지 않아 발악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미세하게 다르고, 결정적으로 차이 났다.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었다.

또한 그렇기에… 그녀는 후자의 것들이 죽도록 싫었다. 그것들은 너무 어리석었다.

“예, 예.”

“잠깐 당신도 공범처럼 보이는데, 어딜 가는…….”

“음, 형제님. 일단 저랑 대화를…….”

“대화할 필요가 뭐 있단 말입니까! 버젓히 걸어가는 악이 있는데!”

꼭 과거의 그녀처럼.

『너는 네가 지금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겠지. 아마 이것이 최선일 거라 생각하고 있을 거야.』

베르세르크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춰 세웠다.

『틀렸다. 네가 지금 하는 짓은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짓 중 하나에 불과해.』

그러자 가장 증오하고, 가장 고마운 이의 가르침이 머릿속 한구석에서 울려 퍼졌다. 혹은 그때의 가르침이 들려서 그녀의 걸음이 멎었다.

『명심해라. 네가 지키지 못한 이유는 너의 약함 때문이고, 그럼에도 네가 살아 있는 이유는 강자인 내가 자비를 베풀었기 때문이라는걸.』

그녀의 원수이자.

『왜 자비를 베풀었냐고? 그거야 당연히 내가 착해서가 첫 번째고, 네가 이용 가치 있는 게 두 번째지.』

스승이자.

『뭐? 믿을 수 없다고? 그러면 네가 뭐 어쩔 건데? 네가 믿지 않는다고 현실이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 거야? 멍청한 소리는 집어치워. 나의 자비로움은 내가 널 인내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증명이 되니까.』

지금은 죽고 없는.

『알았냐? 강자의 인내는 그 자체만으로 무언가의 증거가 된다! 그것이 천성의 선함이든, 어떤 꿍꿍이속이든, 뭐든 간에!』

그녀가 죽여 버린 사람의 가르침이었다.

『그러니 그 웃기지도 않은 꼴은 어서 집어치우고, 강해지기 위한 노력이나 해. 내 인내심이 다해 널 죽이기 전에, 날 죽일 정도로 강해지란 말이야.』

그런데 그 가르침을 떠올리고 있자니 의문이 하나 든다.

그녀는 여즉 그 사람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는데 왜, 도대체 왜 베르세르크는 여전히 약하기만 할까?

원수이자 스승이었던 이를 죽이고, 베르세르크란 명예까지 짊어졌는데도, 어째서 그녀는 그 시절처럼 한없이 약자로만 존재하고 있어?

네가 모순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지.

“…난.”

분노는 잊지 않았지만 분노의 근원은 잊어버려서, 그래서 네가 약한 거야.

“베르세르크는 약하지 않다.”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진실은 언제나 아프다. 칼날로 창자를 끊는 것보다도, 뼈를 잘라 갉아 내는 것보다도 더.

“베르세르크는… 약하지 않아.”

…넌 대체 언제까지.

“그러니 불만이 있으면 언니가 직접 나서라. 베르세르크는 안 움직일 거다.”

하므로 베르세르크는 눈가를 짚었다.

“절대로 안 움직일 거니까.”

다시, 눈을 감아 버렸다.

익숙한 외면이었다.

* * *

나는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마구간을 보유하고 있는 여관을 찾았다. 상인들이 많이 쓰는 여관이었다.

“말 좀 봐…….”

“커어… 보통 혈통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가진 암말이랑 교배해 달라고 하면, 역시 안 되겠지?”

“되겠냐. 번식하는 시기도 아닌데.”

다만 오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 프레드릭이 워낙 눈에 띄는 말이다 보니 걱정은 좀 됐다. 누가 훔쳐 가진 않을까 싶어서였다.

푸르르륵.

“…쓸데없는 걱정이었군.”

아니다. 본인을 납치하려는 녀석이 있다면 걷어찰 녀석이었다. 걱정은 좀 내려놔도 될 것 같다.

“나나 마구간지기 이외의 인간이 다가오면 들이받아 버려라. 뒷발로 걷어차도 된다.”

푸히힝.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사과와 당근, 블루베리를 바치며 신신당부했다.

말한테 걷어차일 경우 갈비뼈 골절은 기본에 심하면 사망이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 보안은 너무 불안하고, 말을 도둑맞았을 때 되찾을 방법은 너무 부실했다.

“그래.”

나는 어린 마구간지기에게도 후하게 팁을 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떠나기 전, 프레드릭이 만족스러워하면 지금 준 금액만큼 더 주겠다고 하니, 마구간지기가 눈을 빛내며 맡겨 달라 외쳤다.

왜인지 어른보다 더 믿음직스러웠다.

“그렇지. 싸지만 꽤 먹을 만한 식당도 아나.”

“…저희 여관이라 말하긴 좀 그렇죠?”

아무래도 그렇지… 방값부터가 비쌌으니까…….

“음, 이건 저만 아는 곳인데…….”

다행이랄지, 어린 마구간지기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들린 돈의 무게를 알았다. 더불어 어디가 맛있고 어디가 싼지에 대한 정보도.

“고맙다.”

나는 그 정보에 흔쾌히 팁을 더 얹어 주었다. 아까 준 게 말 잘 봐 달란 아부라면, 이건 정보값이었다.

“헉, 또……! 도, 도시에 대해 궁금하신 게 생기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제가 다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마구간지기가 좋아 죽으려 그랬다. 역시 돈은 최고였다.

“다녀오세요!!”

하면 좋아.

가장 급했던 일도 해치웠겠다, 씻고 밥 먹으러 가 보실까. 도시락 주문도 가능하면 빨리 하는 게 나으니까.

“며칠 전부터 과일이랑 채소가 유난히 싱싱해진 것 같아. 메마름 기간은 아직 안 끝났는데.”

“그래? 내가 보기엔 똑같은데.”

“넌 그런 안목으로 어떻게 살려 그러니?”

“모를 수도 있지, 왜 타박이야…….”

“네가 네 입으로 청과상집 딸내미랑 결혼할 거랬다며, 이 등신아!!”

그러다 잠깐. 나는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날아차기를 적중시키는 여성과 그것에 정확히 얻어맞는 남성을 발견했다.

남매인지 친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참 친해 보였다.

“어휴, 사샤 그 계집애가 불쌍해지긴 처음이다.”

“아니… 여기서 사샤 얘기가 왜 나와…….”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채소가게 중에서 우리 나이대 여자애가 있는 곳은 우리 집이랑 사샤 그 계집애 가게가 다인데.”

“…아니, 그, 하.”

“헉, 아니면 마를레네 언니야? 그런 거라면 생각 좀 돌려 봐. 그 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 성격이 좀…….”

“돌겠다, 진짜…….”

아, 친구 사이로 정정해야겠다. 비록 한쪽은 친구 말고 다른 관계가 되길 바라는 것 같지만.

“됐고, 따라와. 내가 채소랑 과일 고르는 법 알려 줄 테니까. 사샤든 마를레네 언니든, 청과상집 인간들이 이런 것도 모르는 애랑 결혼하고 싶어 하겠어?”

“…너도 포함이야?”

“당연하지! 난 절대 용납 안 해!”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별도로 저 두 사람을 따라가면 좋은 과일과 채소를 얻을 수 있겠단 판단이 들었다. 아무렴 과일 고르는 법을 연습하다 보면 분명 좋은 과일과 안 좋은 과일을 나눠 둘 것 아닌가. 나는 그중 좋은 과일을 눈여겨봐 뒀다가 그대로 구매하면 되는 거고.

나는 찝찝함을 뒤로 미뤄 두며─사실 나 정도면 더러운 것도 아니었다. 여기 사람들은 진짜…─두 남녀의 뒤를 밟았다.

목표는 프레드릭을 위한 간식이다.

“어휴, 넌 나 없이 어떻게 살려 그러냐.”

“몰라. 그냥 죽지, 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장난해? 자립할 생각을 해야지, 냅다 죽음을 택하면 어떡해!”

“왜 또 타박이야…….”

한데 저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고 있자니, 누군가가 불쑥 떠올랐다. 부모님이었다.

“어휴. 어휴우. 이걸 언제 독립시킨담.”

“그냥 독립 안 시키면 안 돼?”

“평생 네 뒤치다꺼리만 하고 살라고? 싫거든? 나도 슬슬 연애하고 싶다고.”

“…연애?”

“그래, 연애! 잘생기고! 몸 튼튼하고! 야채도 좀 볼 줄 아는 사람이랑 연애!”

하필 그들이 떠오른 이유는 별것 없다. 그냥, 남자 쪽이 칭얼거리고 여자 쪽이 본의 아니게 철벽을 치는 게 우리 부모님이랑 똑같아서 그랬다.

내겐 엄한 듯 조금 무뚝뚝한 아버지지만… 어머니 앞에선 그 누구보다 서툰 사랑꾼이 되는 게 당신이시니까.

“…나도 몸 좋은데.”

“네가? 퍽이나 좋겠다. 난… 최소한 우리 오빠보다 큰 남자랑 만나고 싶다고. 덩치는 쟝 아저씨만 하면 좋겠고.”

“쟝 아저씨는 샤기족이잖아……!”

“왜. 그 정도 덩치는 돼야 짐을 잘 나르지.”

어머니는 또 어떤가. 아버지가 스카프 하나만 빼먹어도 바로 알아채시는 분이, 돌려서 하는 말만 못 알아들으셔서 항상 철벽 아닌 철벽이 되시는 분이다.

해서 아버지가 서운해할라치면 깜짝 이벤트를 준비, 삐지기도 전에 달래 주시고 말이다.

그게 다 노리고 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맞아떨어진다는 게 제일 신기한 일이지만, 여튼.

“…난 가망이 없나.”

“뭐야, 내가 한 말 때문에 기 죽었어? 걱정하지 마! 덩치야 내 기준에선 많이 비실비실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에선 네가 제일 잘생겼어. 자신감을 가져!”

“…진짜?”

“진짜진짜! 참고로 내 눈 높은 거 알지?”

“알지. 그럼…….”

나는 지나가는 어린 청년들에게서 짙은 향수를 느끼며, 결국 걸음을 멈췄다. 더는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확 고백해 버릴까 보다.”

“응? 고백하게?”

“이렇게 돌려 말했는데도 못 알아채면, 그냥 귀에다 대고 말해 주는 수밖에 없잖아…….”

“언제? 언제 말했어???”

“…돌겠네, 진짜.”

“아, 뭐야! 말해 줘!!”

더는… 따라갈 자신이 없다.

지금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그분들이 보고 싶어졌으니까.

“슈츠! 아빠 가게 앞에서만 놀아야 해! 절대 멀리 가면 안 돼!”

“네에!!”

“루이제! 어디 가지 말고 가게 일이나 도와! 네 나이가 몇인데 백수로 지낼 거야!!”

“아, 엄마아아. 제에에발. 레니랑 만나기로 했단 말이에요.”

아니, 사실 부모님은 항상 보고 싶었다.

어린아이가 가족의 배웅을 받는 순간이나, 다 큰 청년이지만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모님께 어리광을 부리는 순간. 그리고 그것을 보게 되는 모든 찰나에.

요즘이 돼서는 더더욱 더.

“저… 아저씨. 울어요?”

“……!”

그때 거리를 내달리던 아이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의외였다. 나한테 접근한 것도, 질문한 내용도.

“왜 울어요? 슬픈 일 있었어요?”

“난…….”

울지 않아.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 무언가가 후드득 떨어졌다. 눈물이었다.

“울지 마세요. 엄마가 울면 복이 달아난댔어요. 그리구 복이 달아나면 맛있는 것도 못 먹구, 어, 선물도 못 받구, 어…….”

“슈츠? 슈츠?”

“아, 아빠!!”

“너 뭐 해!! 거긴 가게 앞이 아니잖, 헉!”

망신이네. 캐붕이고.

나는 손바닥 위로 떨어진 눈물을 보며 무릎을 천천히 굽혔다. 그러자 아이와 시선이 엇비슷해졌다. 아이는 아빠를 잠깐 돌아봤다가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리는 중이다. 회색빛 도는 갈색 머리카락이 살랑거렸다.

“아빠, 이 아저씨가 울어서… 어, 아저씨, 눈물이 더 많아졌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툭. 아이의 말랑한 손이 내 뺨에 닿았다. 뒤에서 달려오는 아이의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이 해라도 입을까 얼굴이 창백해진 상태다.

“울지 마요.”

“…응.”

정말이지, 너무 부드럽고 따듯했다.

“잠깐, 잠깐. 저, 혹시 제 아이가 무슨 실수라도…….”

“아니야. 나 실수 안 했어. 그쵸, 아저씨?”

또한 그렇기에… 더 울고 싶어졌다.

“…넌 실수한 거 없다.”

“거봐! 아빠는 멍청이야!”

“그,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인데…….”

나도 달려와 줄 부모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 삼십 먹은 주제에,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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