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핑계를 내지른 (3)
대악마와 에드니엄 소성주 사이에는 별 연관점이 없다.
그러나 에드니엄 영역권의 숲에서 토벌전이 벌어진 이상, 그는 소성주로서 관심 둘 수밖에 없다.
성주가 협력의 의미로 병사를 서른이나 보낸 것도, 아크메이지가 신전뿐 아니라 성에까지 사건 개요를 계속 보고해 준 것도 다 같은 맥락이란 말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연유에서 대악마의 시신이 풀뿌리에 삼켜졌단 소식이 전해졌을 때, 나는─보다 정확힌 나와 함께 그쪽으로 가기로 한 신전 사람들이─가장 먼저 소성주에게 동행을 청했다.
저런 기상천외한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비류호뿐인 까닭이다.
또한 전투 없이 비류호의 의중을 알아낼 수 있는 이는 (내가 알기론) 소성주뿐이다.
보다 자세한 진상 파악을 위해서라도 그는 나나 신전 사람들과 같이 갈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이 부탁하신 대로 악마에 대한 것을 비류호께 여쭐 예정이었습니다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아, 참고로 저 얘긴 그거다. 비류호가 악마 신용 어쩌고저쩌고한 것 관련해서 아크메이지가 대신 좀 물어봐 달라고 했거든.
결국 물어보기도 전에 이 사달이 나 버렸지만.
“…어째서 비류호께선 악마의 사체를…….”
글쎄. 나는 클리셰에 익숙한 거지, 예언자는 아니라서.
그래도 가장 유력한 가능성을 꼽으라면 둘이 동맹을 맺은 쪽이 아닐까. 비류호의 태도는 미루고서라도 그 둘이 협약을 맺어서 각자 얻을 이익이 있긴 한가 싶지만.
“…저, 그, 모험가님.”
내 호칭을 한참 고민한 레온 소성주가 어찌저찌 알맞은 단어를 찾아 나를 불렀다.
내 시선이 힐끗 그에게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내 사회성을 커버 쳐 줄 데스브링거나 후광으로 넘어가게 해 줄 인퀴지터는 비록 신전에 기절해 있지만, 이젠 나에게도 대악마를 잡았단 명함이 있었다.
역시나 아무도 내 무례를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대악마를 상대로… 용사님과 모험가님 그리고 또 한 분까지 총 세 분이서 싸워, 기어이 승리를 거머쥐셨다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소성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악마는 많이 강했습니까?”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물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답 못 해 줄 사항은 아니었다.
“이미 죽은 것의 강함은 의미 없다.”
이긴 건 나니까!
“그렇습니까.”
물론 이쪽도 피해를 좀 입긴 했는데… 솔직히 이건 이해해 줘야 한다.
악마한테 당한 상처가 아니라 수천 미터 상공이라는 특이점 때문에 입은 부상이 태반이니까!
땅에서 싸웠으면 인퀴지터 쓰러질 일도 없었다. 허세 아니고 진짜로.
“용사님도, 모험가님도 쓰러지셨다고 들었는데…….”
아니 미친, 근데 이걸 꼬집네.
이봐요, 성주님! 수천 미터까지 댁이 올라가 보든가! 시스템 도움 없이 자력으로 발판 만들며 싸우는 게 쉬운 줄 압니까! 고산증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인체의 한계에 당하는 기분 아냐고!
이건 진짜 억울해! 내가, 인퀴지터가 절대로 약한 게 아니었는데!
나는 속으로 싀익싀익거리며 소성주를 돌아보았다.
내 눈에 사심이 들어가 버렸나. 시선이 닿자마자 소성주가 몸을 떨었다.
“놈이 땅에 있었다면, 그 목이 떨어지는 덴 10분도 걸리지 않았을 거다.”
이건 조금 과장된 시간이지만, 이십 분이나 십 분이나 그게 그거니까 괜찮겠지? 대악마 다시 잡을 일도 없을 테고.
나는 그런 얍삽한 생각과 함께 슬슬 가까워진 풀 무더기를 보았다.
잭과 콩나무도 아니고, 지름 수 미터짜리 넝쿨이 이리저리 얽혀 거대한 동산을 구성한 게 보였다. 기존숲의 식생과도 달라 구분하는 건 아주 쉬웠다.
“하면, 비류호도 죽이실 수 있습니까?”
근데, 지금 뭐라고?
“비류호도, 다른 사람들의 피해 없이 죽일 수 있으십니까?”
나는 시선만 돌리는 걸 넘어, 고개와 골반까지 그쪽으로 틀었다. 소성주가 정확히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당─.”
“죄송합니다. 못 들은 걸로 해 주십시오.”
그리고 내가 대답을 주려고 할 때, 소성주가 선타를 쳤다.
허, 참.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할 말 다 한 주제에 이제 와서 못 들은 척하라고? 저기요, 소성주님? 지금 내 근처에 해골 마크 박히는 거 안 보이세요??
사람 목숨 걸려 있는 걸 아니까 내가 봐준다.
“소성주님!”
“오셨습니까. 자네도 왔나.”
그 뒤로 나와 소성주는 대화 없이 걸었다. 다행히 도착 지점이 가까워서 그렇게 오래 어색함에 빠져 있을 필욘 없었다.
“송구스럽습니다. 이런 위험한 곳까지 직접 오시도록 하다니.”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자네에게도 미안하네. 좀 더 쉬게 해 주고 싶었네만…….”
아니 뭐, 아크메이지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굳이 사죄할 것 있나.
나는 아크메이지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넝쿨에 다가갔다.
할버드를 든 버서커가 나무꾼에 빙의하여 넝쿨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내가 오기 전까지 몇 개의 넝쿨을 베어 넘긴 건지, 그녀의 발치에는 그루터기가 세 개나 있다.
“일단 저 넝쿨이 바로 두 분을 부른 원인입니다. 사람들 말론 갑자기 자라나 대악마의 사체를 조금의 빈틈도 없이 감싸 버렸다더군요.”
“저것이…….”
쾅, 쾅, 쾅!
와작와작와작.
어쩐지 넝쿨이 타원형에 가깝도록 자랐더라니.
그런데 나무 패는 소리 사이로 들리는 이 갉작거림은 대체 어디서 나는 거지?
“베르세르크가 안쪽을 확인하기 위해 일단 넝쿨을 계속 베고는 있습니다만…….”
아크메이지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보다 갉작거림 쪽에 귀를 좀 더 기울였다.
기분 탓이 아니라면… 이건 넝쿨 안쪽에서 들리는 듯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병사를 더 데려올 걸 그랬습니다. 이 인원으로 저것들을 베긴 힘들 텐데요.”
“그, 아닙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제가 전령에게 말했을 것입니다.”
“하면?”
“넘어가기 전에 어서 옮겨!”
그러나 나는 그것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아크메이지가 주는 정보를 받아먹기도 해야 하거니와, 사제와 병사들이 합심하여 넝쿨 옮기는 기합 소리가 너무 컸던 탓이다.
앞서 쓰러트린 것도 다 옮겼는지, 한쪽엔 넝쿨이 다섯 줄기나 쌓여 있다.
“넝쿨이 너무 빠르게 자라서, 일반적으로 베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잠깐만. 다섯 줄기?
그루터기는 세 개인데?
“또 자란다!”
내 의문은 다음 순간 풀렸다. 버서커가 넝쿨을 반쯤 넘겼을 때, 그 잘려 나간 자리에서 새로운 넝쿨이 자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존에 있던 그루터기 자리까지 침범해 가며 버서커를 밀어냈다.
“저런 식으로 말입니다.”
아크메이지가 어깨를 으쓱이고, 땀에 전 버서커가 우아아악 소리를 질렀다. 댕그랑. 열받았는지 할버드마저 던지는 채다.
“앗, 잘 왔다, 전우야!!”
그때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던 버서커가 나를 발견하곤 버럭 소리쳤다.
“그 수걱 하고 날아가는 것 좀 해 봐라!”
수걱 하고 날아간다니. 참격의 굉장히 저렴한 표현이 갱신되었다.
“…악마기사, 너무 뭐라 하진 말게. 나도 자네의 능력이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자네를 부르기로 결정한 것이니.”
하나 그 심정, 이해할 수 있다. 한 방 한 방은 버서커가 더 세겠지만 광역기는 내가 더 많이 가지고 있지 않나.
저런 식으로 계속 태초마을로 보내 버리면, 차라리 내 능력으로 주검 있는 곳까지 한 번에 베어 버리고 싶을 만하다.
“마법으로 태우는 건 불가능합니까? 아, 사체가 훼손될까 봐……?”
“아닙니다. 이미 시도해 봤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지간한 규모로는 흠집도 나지 않더군요.”
“아…….”
나는 힘차게 손을 흔드는 버서커를 외면하며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너무 낮은 곳에서 잘랐다간 대악마의 송장까지 베어 버릴 거고, 너무 높은 곳에서 자르면 넝쿨의 단면만 보게 될 것이므로 위치를 잘 잡아야 했다.
“다 비켜라.”
겸사겸사 넝쿨이 넘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사람들을 물렸다. 자를 수 있나 없나의 여부는 고민하지도 않았다.
몸 상태가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나, 스킬 한 방 못 갈길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쯤 베면 된다.”
…이걸 도와주네? 나는 사람들이 물러나는 동안 벨 자리를 가늠하다 말고, 버서커가 가리키는 높이를 확인했다.
기절해서 시신의 모습을 눈에 못 담은 나와 달리, 그녀는 밤새 지켜보았을 것이므로 그쪽 의견을 따르는 게 나을 것 같긴 했다.
“가라.”
“그래!”
그래도 계속 남겨 둘 수는 없지. 나는 버서커까지 내쫓은 후, 투헨더를 단단히 쥐었다. 와작와작와작. 발을 내디딘 덩굴 아래에선 끊임없이 무언가가 갈작갈작거리고 있다.
“무슨 수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리의 정체를 전혀 모르겠느냐면 그건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보면 정확히 알게 될 일이니까.
“까발려 주마.”
난 추측을 잠시 억누른 채 검을 휘둘렀다. 새까만 마력의 칼날이 투헨더의 도신부터 시작해 주우욱 늘어나며 수십 미터의 칼날이 되었다.
서걱! 손맛이 정확하게 느껴졌다. 베었다.
“저게, 인간이야……?”
“엄청난…….”
“근데, 왜 넘어지지가 않지?”
베었는데, 진짜 왜 안 넘어가냐. 나는 희미하게 남은 절삭흔을 보며 눈꺼풀을 한 번 껌뻑였다.
…그, 만화에서 흔히 나온 것처럼 너무 예리하게 잘라서 분리 안 되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아쵸!!”
그때 거대한 기척이 내 위로 날아왔다. 쿵! 베르세르크가 아주 강렬한 발차기를 넝쿨에 날리고 있었다.
기우뚱.
심지어 그게 통했다. 흔들림 없던 넝쿨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게가 무게다 보니 엄청나게 느렸지만, 어쨌거나 쓰러지긴 했단 거다.
“가자!”
“…….”
그래도 느리게 넘어지니까 피할 시간은 충분하더라.
나는 버서커와 함께 안전거리를 벌렸다. 너무 벌리진 않았다. 새로운 비류호의 콩나무가 자라기 전에 안쪽을 관측하려면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흐핫, 재밌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해룡보단 느렸다.
콰앙콰앙!
나는 넝쿨이 먼지구름 일으키며 무너지는 동안 그 안쪽을 서둘러 살폈다.
다만 벽이 걷히며 드러난 안쪽은 내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
“오, 악마 놈의 몸뚱이가 사라졌다.”
“…먹었군.”
설마설마했는데, 혹시나 했던 예상이 맞았다.
그 와작 소리는 갉아먹히는 소리였다. 그것도 대악마의 사체가 다른 무언가에게.
“넝쿨은 더 이상 안 자라는 건가?”
글쎄, 들켜서든 볼 장 다 봐서든 더 이상 키울 필요 없다는 거겠지.
개인적으론 후자라 생각한다. 남은 모비 딕의 흔적이라곤 이제 머리카락 부위와 비단 자락, 지느러미, 거죽 조금이 다였으니까.
“……?”
그런데 저건 뭐지?
나는 올라오는 비린내를 참으며 그 아래로 뛰어내렸다. 넘쳐흐른 피가 늪지대처럼 발목을 찐득찐득 잠기게 만들었지만 버틸 만했다.
내 다리가 약간의 뼈와 살점, 내장 조각이 남은 자리로 향했다. 본래라면 악마 놈의 상체가 있어야 할 자리였다.
“뭐 찾았나?”
스윽.
그리고 그 중심에서, 나는 무언가를 잡아 올렸다.
“호랑이가 사체도 먹는 줄은 몰랐군.”
아마도 비류호의 것일, 하얀 호랑이의 꼬리가 내 손에 잡혀 올라왔다. 누가 태곳적 짐승 아니랄까 봐, 사람의 상체보다도 더 컸다.
* * *
“죄송합니다, 소성주님.”
다시, 캄버러.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도련님을 막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진실의 파편을 얻게 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진위를 밝히려 들었다.
그나마 온건한 시위로 그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소성주의 체면을 배려해 준 것일 테다.
성주와 그 아들이 개판을 치는 동안에도 그들의 헛짓거리를 커버하며 묵묵히 주민들을 위해 투쟁해 온 소성주의 체면 말이다.
“무슨 벌이든 달갑게 받겠습니다.”
하나 그렇다 해도 정보 통제를 못해서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켰단 사실 자체가 사라지진 않는다.
요한나는 그녀의 주군에게 죄를 구했다.
“사과할 필요 없어, 요한나.”
아니다. 그녀의 담당은 아니라고 하나,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그녀 역시 잘못이 있다.
친구였다는 이유로 넘어가기보다, 일벌백계를 해야 함이 마땅하다.
“아닙니다. 마땅히 책임을 물고…….”
“아, 정말로 네 잘못이 아니라서 사과하지 말란 거야.”
“하지만…….”
“애초에 비류호에 대한 것, 내가 직접 그놈에게 말해 줬거든.”
“뭐?”
너무 당황한 나머지 공적인 자리인데 친근한 반말이 튀어나왔다. 요한나는 제 뺨을 한 대 친 후 소성주를 다시 보았다.
기분 탓인가. 미아는 조금 기분 좋아 보이기도 했다.
“별 이유는 없어. 그냥, 그냥… 사람들이 사태의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져서.”
아니, 본인이 사람들에게 자유와 권리를 박아 놓고서는 이제 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 장난하나?
요한나는 주군만 아니었다면 한 대 쳤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감정을 다시금 억눌렀다. 그러곤 악감정 대신 주군이 바랐을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아직까진 잘 감이 안 잡혔다.
“저, 그래서 의도하신……?”
“의도… 라고 하긴 그렇지. 내가 그놈을 조종할 줄 아는 건 아니잖아. 그저… 운명에 맡겨 본 것뿐이야. 그놈이 이걸 떠들고 다닐지, 아니면 머리가 있어서 입 다물고 다닐지.”
“…도련님이 말하지 않았으면 어쩌셨을 겁니까?”
“운명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려고 했지.”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 경향이 심해졌다.
요한나는 벌렁벌렁했던 심장이 다른 의미로 벌컥벌컥하는 걸 느끼며 관자놀이에 손을 얹었다. 마음 같아선 이마나 뒷목을 잡고 싶었지만, 차마 주군 앞에서 그럴 깡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쩌실 겁니까?”
“글쎄다. 일단 사람들이 원하는 진실을 알려 줘야지. 정말 비류호가 범인이고, 그가 일을 벌인 이유는 무엇인지.”
“토벌을… 유도하실 겁니까?”
“아니. 그것도 그냥 하늘에 맡기려고. 다른 누구도 아닌 비류호가 상대잖아. 어떤 피해가 일지 모르는 만큼 사람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단념해야지.”
그러나 소성주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미아는 사람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를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어딘가를 꺾는 것일지라도.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할까?”
하므로 요한나는 친구로서 물었다. 그 뉘앙스를 알아차린 소성주가, 미아가 희미하게 웃었다.
“별로 상관없어.”
“왜?”
“그들이 나서지 않을 걸 알고 부린 심술이거든, 사실. 애초에 그들이 바라더라도 함부로 못 죽이는 걸 알잖아? 어떤 여파가 올지 모르니까.”
“…너, 너!”
“아주 못돼 먹었지? 그래도 봐줘. 괴로움과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잖아.”
“…평소에는 두 배가 된다고 외치는 사람이 말이지.”
요한나의 핀잔에도 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요한나 또한 더 이상 말꼬리를 잡지 않았다. 말꼬리를 잡기엔 혀가 너무 썼다.
“…만약, 만약, 미아.”
“응?”
“만약 사람들이 비류호 토벌에 찬성하고, 비류호를 죽였을 때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면. 그땐 어쩔 거야?”
다만 미련의 맛도 씁쓰름하긴 매한가지라. 그녀는 마지막 삼아 물었다.
요한나의 질문에 미아는 서랍장에 넣어 두었던 술병과 단검을 꺼냈다.
“뭘 물어? 당연히 죽여 버려야지.”
단검이 술병의 목을 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