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이야기가 아니기에 (2)
대련이 내일로 밀려서 할 일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간만의 휴일을 방구석에 박혀 보내긴 좀 그래서. 더구나 방에 가만히 앉아 편지라도 남기고 있자니, 쓸데없는 사실만 깨닫게 되더라.
하여 나는 방을 박차고 나왔다. 그러곤 누가 나를 붙잡긴커녕 내가 나가는지도 모를 속도로 빠르게 신전을 빠져나왔다.
“나리, 어디 가십니까?”
한데 그걸 기어코 데브가 따라붙었다.
내가 저를 두고 쇽 사라지기라도 할까, 한시도 나를 시야 바깥에 두지 않는 모습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묘하게 뾰족한 눈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
왜 저러는지는 글쎄. 이유라 할 만한 건 역시 내가 HP 빼려고 했던 행동을 자해로 오해한 것 때문이 아닐까.
물론 심정은 대충 이해가 갔다. 내 컨셉이 이런 쪽으로 안도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까지의 전적만 봐도 뭐, 당장 죽으려 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 목숨을 내놓고 사는 듯한 발언도, 행동도 많이 보였으니까.
그렇지만 저 행동의 당위성과 별개로 거슬려! 우울증과 자기혐오가 겹친 사람을 혼자 두면 안 되는 게 맞긴 하지만, 자해 행위는 진짜 오해라고!
“꺼져라.”
혼자 있기 싫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말이 안 통해서 고독한 기분 낭낭한 수림이나 주위가 적막한 방일 때의 이야기다.
지금 가려는 곳은 혼자인 게 더 편하다. 왜냐면, 컨셉에 살짝 안 맞는 행동을 하려고 하는 거니까.
“거슬리지 않게 조용히 하겠습니다요.”
아니야. 난 너랑 같이 있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캐붕 걱정 없이 뭘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나는 칼집에 손을 얹은 채로 한 번 더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데브는 움찔거리기만 할 뿐, 떠나갈 의향을 내보이진 않았다. 진짜 작정한 것 같다.
나참. 왜 안 가는 거야.
난 여기서 더 화를 내 버릴까 말까 고민했다. 하나 조금 더 사유해 본 결과, 그냥 포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암, 여기서 내쫓아 봤자 이 녀석이 몰래 따라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그런 능력은 되는 녀석이기도 하고.
“…….”
결국 내가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짜증이 가득가득한 얼굴로 배려 없이 앞질러 갔다.
나보다 10cm는 족히 작은 데브가 후다닥 따라왔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하층으로 내려갔을 때. 나는 마음에 드는 자리를 발견했다. 도시 중간, 호수 위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였다.
“…와.”
출신이 출신이라서 그런가. 묘하게 감성이 메말라 있던 데브마저 탄성을 내질렀다.
그럴 만했다. 근사하게 드리워진 햇빛으로 인해 건물은 별처럼 빛나고 곳곳에 흐르는 물길은 수천 개의 보석을 떨어트리는 양 찬란했다.
거기에 바람이 불 때마다 기묘하게 울리는 메아리와 도시 곳곳에 자란 나무들이 몸을 흔들며 나뭇잎들을 떨어트리는 꼴이란.
아름다운 도시였다, 정말로.
달칵.
그러니 흩어질 기억이 아닌 영원히 남을 기록으로 남긴다.
나는 여즉 들고 다니던 펜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종이는 신전에서 몇 장 훔쳐 온─말하고─지라 특별히 구할 필요 없다.
“……?”
사각, 사각.
검은 잉크가 종이를 물들이며 선으로 이뤄진 세계를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냈다.
“…나리, 그림 잘 그리시네요.”
그래. 그럴 줄 알았지.
사실 이래서 혼자 오려고 했던 거다. 딱히 컨셉에 어긋나는 건 아니지만 어울린다고도 하기 기묘한 취미니까, 그림은.
그렇지만 본체는 그림 그리는 게 제법 좋아서 직업으로까지 삼아 버린 사람이라 말이다.
이곳에 온 후 그림 그릴 시간도 안 나거니와, 상황도 안 따라 주고 게임하는데 그림 그리는 것도 좀 웃기다 싶어서 잊고 살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며칠의 시간이 붕 뜬 이상, 내가 이 취미를 누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물며 지금은 좀, 오랜만에 그림이 정말 그리고 싶어진 마음이라.
나는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소란을 들으며 판자에 댄 종이를 북북 그었다.
밑그림 없이 선화부터 시작하는 건 취향이 아니지만 여긴 연필처럼 그렸다 지울 만한 물건이 없다.
결국 더럽디더럽게 주변 형상이 대략적으로 그려졌다. 잉크에 익숙하지 않아서 중간중간 선 조절에 실패한 구석도 있고, 너무 오랜만에 그려서 투시도 어긋난, 참 조잡한 그림이었다.
그렇지만 편하다. 쏟아지는 바람결도 쏟아지는 햇빛도 주변의 자연스러운 소음도.
눈을 감아 판타지적인 풍경만 지우면 꼭 한국과 비슷해서.
“나리.”
…데브랑 같이 온 게 어쩌면 신의 한 수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딴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온 건데, 바로 딴생각에 빠지려 든다.
“그, 잉크 떨어지는데.”
나는 데브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잠시 멍 때리는 사이, 종이에 꽤 큰 얼룩이 지고 말았다. 어차피 첫 번째 그림은 버리고 갈 거라 상관은 없지만, 잉크는 좀 아깝다.
잉크 꽤 비싼데.
꾸깃.
“엑! 그걸 왜 구기세요!”
어차피 버릴 그림. 나는 동그랗게 구겨 내 옆에 버렸다.
기겁한 데브가 구겨진 그림을 다시 폈지만 이미 구겨진 종이는 완벽히 펴지지 않는 데다가, 그 잠깐 새에 덜 마른 잉크가 여기저기 옮겨 붙고 말았다.
“버리실 거면 저 주십쇼.”
아니, 그 졸작을 왜? 쓸데도 없는 건데.
“버려.”
“잘 그렸는데 왜…….”
“난. 버리라고 했다.”
따라오는 것까진 봐줬지만 이건 안 봐준다. 나는 슬쩍 칼 손잡이를 잡았다.
그런 내 심정을 눈치챈 건지, 데브도 결국 폈던 종이를 다시 구겼다.
사각사각.
잠시 멈췄던 그림이 새 종이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오…….”
몇 달 놓았을지언정, 안 그린 시기보다 그려 온 날이 더 많아서일까.
다행히 감각은 금방금방 돌아왔다.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된 그림은 아까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선 굵기도 더 자연스럽게 조절하고, 투시와 배치 실력도 되찾은 덕이다. 선도 더 적게 써, 깔끔하기도 이게 더 깔끔하다.
“이거 진짜 잘 그려졌─.”
나름 재활은 됐네.
그러나 그래도 졸작이다.
나는 그리 평하며 종이를 다시 구겼다. 데브가 아까워하는 소리를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냈지만, 내 알 바 아니었다.
사각사각.
사각사각사각.
잡념을 먹는 검은 선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건.”
그리고 그 선이 충분히 평상시와 같아졌을 때, 나는 두 사람을 그리기 시작했다.
첫 사람은 층진 단발이되 볼륨감이 들어가서 도도한 느낌이 나는 머리스타일로.
두 번째 사람은 현직 배우답게 훤칠한 이목구비로.
그리고 눈가의 주름, 입술 주변의 팔자, 나이 먹으며 자연스레 돌출돼 보이는 광대뼈…….
“……!”
아. 엄마, 아빠.
나는 번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부모님의 초상을 손끝으로 살살 쓸었다. 당연하지만 온기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아직, 아직 당신들의 모습을 향한 기억만은 온전했다.
“…가족입니까?”
뿌예진 목소리와 다르게 얼굴만은 아직 똑바로 기억하고 있어.
“…그.”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애잔함을 삼킨 채, 망연히 그림을 쳐다보았다.
만화나 소설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그린 그림은 좋아하는 분들이라 자주 가족 초상화를 그렸던 게 참 다행이었다.
손에 익었던 덕분에 기억이 조금 흐려도 반사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그려 냈다.
“…….”
나는 입 다문 데브를 두고 이참에 기억하던 얼굴을 몇 개 더 그렸다.
남자 사람 친구 놈 하나. 여자 사람 친구 하나…….
“악마기사!!”
그러다 잠깐.
제법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소리에 반사적으로 종이를 꽉 쥐었다. 덕분에 그림이 조금 우그러들었는데…….
“저 눈치도 없는 샌님이…….”
아니, 너도 내 성깔 아는 주제에 옆에서 조금씩 말 붙인 시점에서 그다지 눈치 없는 편이니까.
그렇지만 고개를 돌려 준 건 아주 좋은 행동이었다. 나는 구겨진 종이를 조심스럽게 편 후, 데브가 안 보는 틈을 타 모조리 인벤토리에 넣었다.
버리는 게 좀 더 컨셉에 맞을 거라 생각했지만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이미 불효를 저지른 입장에서, 당신들의 그림마저 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친구 놈들도, 응. 이왕 그린 거 좀 챙겨 주기로 하고.
대신 아무 일도 없던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서 빨간 머리가 손을 흔드는 게 잘 보였다. 아카타와 버서커도 함께였다.
아카타는 버서커의 어깨에 앉아 고기 꼬치를 오물거리고 있고, 버서커는 사과를 두세 입에 계속 해치우고 있다.
“쯧.”
나는 팔짱을 낀 채 다리의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림이 사라진 걸 깨달은 데브가 내 손을 계속 곁눈질했지만 이미 늦었다.
남은 종이도, 펜마저도 다 넣어 버린 후니까.
그리고 다신 보일 일 없을 것이다. 며칠 전의 일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컨셉은 본디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쟤가 내 설정상의 가족들을 보게 될지 어떻게 알아. 흑백 그림이고 내 그림체 특성상 다소 데포르메되어서 망정이지, 자주 보면 나중에 ‘어?’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막고 싶다.
“이곳에 계셨군요! 한참 찾았습니다!”
“돌아다닐 거면 그냥 돌아다니지, 우리는 왜 찾았답니까.”
나는 통통거리며 달려온 김치만두와 큼직큼직하게 걸어온 버서커를 힐끔 훑어보았다.
입을 우물거리는 것부터 예상은 했지만, 시장을 들렀다 온 건지 둘 다 손에 먹거리가 한가득이다.
“네놈을 찾은 건 아니니 걱정 마라. 아, 드시겠습니까? 맛있습니다!”
“베르세르크는 이게 제일 맛있다.”
그래. 먹는 게 남는 거긴 하지.
나는 김치만두가 건네는 나무 컵과 버서커가 으쓱이는 고기 꼬치를 보았다. 나무 컵에는 과일 절임이 들어 있었고, 버서커가 들고 있는 고기 꼬치는 전갈을 구운 것이다.
육향이 훅 풍겼다.
“필요 없다.”
과일 절임은 좀 당기지만 컨셉이 쉽게 받을 사람은 아니니까.
나는 이게 용건의 끝이냐는 눈빛으로 몸을 돌렸다.
【아!】
버서커의 어깨에서 손을 꼼지락거리던 아카타가 작은 소리를 내었다.
“맞다. 이 작은 친구가 네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아카타가?
나는 몸을 살짝 돌렸다. 아카타가 할 말이라니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랬던 탓이다.
물론 전자의 이유는 내가 한 짓도 있어서 그렇다.
【그…….】
혹시 왜 원수를 죽일 기회를 안 줬냐고 따지는 건 아닐까.
근데 애기야. 아무리 원수라지만, 어른으로서 애가 사람 죽이는 걸 지켜보긴 좀 그래. 이 시대 사람들은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나는 그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아니면, 내가 마탑과 거래한 걸 알아 버렸나? 그래서 왜 나를 동정하냐고 화내려나?
아이라고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니니 이 가능성도 꽤 높을지도. 자의는 아니지만 내가 저 애의 부모님을 해친 건 맞으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사람 돈을 받기는 좀 그렇겠…….
“감, 사합니다.”
…어.
“정말로, 감사합니다.”
갓 배운 말처럼 어색하되, 몇십 번이고 반복한 말처럼 또렷한 어조로 감사 인사가 전해졌다.
버서커가 언제 내려 줬는지, 땅을 당당히 딛고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아카타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조그만 손에는 약간의 녹색기가 도는 흰 실팔찌가 올려져 있다.
【난, 당신을 아마 좋아하진 못할 것 같아요. 당신만 보면 계속 가족들이 생각이 나. 그렇지만… 그렇지만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내가 우두커니 서 있자, 아카타는 내 손을 살짝 잡아 손바닥 위에 실팔찌를 올려 주었다.
접촉을 싫어한다는 설정을 고려하면 쳐 내야 함이 옳은데,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당신에겐 죄가 없는데, 당신은 정말 나를 많이 도와줬는데. 그런데도… 나는…….】
아, 젠장.
【…내가 언젠가, 당신을 똑바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정말, 진심을 다해서 감사를 전하고 싶은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요?】
나, 갑자기 눈물 나려 그래.
나는 퍼뜩 드는 정신에 손을 물렸다. 반사적으로 실팔찌는 쥐어 버렸고 아이는 미련 없다는 듯 손을 뗀 상태다.
머리가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흰머리댕기잎으로 만든 차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 줄기로 팔찌를 만들어 봤어요. 더 좋은 걸 주고 싶지만, 이곳은 돈이 있어야 한다고 들어서.】
차라리 보통의 아이답게 왜 부모님을 앗아 갔냐고 울었으면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왜 내게 복수의 기회마저 앗아 갔냐고 화냈으면 받아 줬을 텐데.
왜 이 세계 어린이들은 이다지도 다부질까?
“【말을 더 배워 올걸.】 감사합니다. 【이 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왜 내가 더 서러워지도록 그렇게 의젓해.
나는 갑자기, 이유조차 설명할 수 없도록 벅차오르는 가슴에 반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원인? 모른다. 알았다면 나도 당황하지 않았겠지.
그렇지만 눈시울은 나를 배신했다. 시야 가장자리가 살짝 흐려지고 열기가 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 젠장.
감정이 너무 많이 쌓이면 역치가 낮아져서 쉽게 울컥하고 화나고 하는 게 맞긴 한데.
그래도 비가볼 부족에서 거하게 쥐불놀이 땡겼잖아. 그걸로 화 좀 풀었다고 생각했더만 혹시 나 아직도 설움이 많이 남았었니? 나 기분이 휙휙 바뀔 정도로 스트레스 많이 쌓였던 거야??
“쓸데없는 짓을.”
아, 아닌데. 아까 방에서도 분명 울었는데. 잔뜩 울고 왔는데.
“네가.”
그도 아니면, 방금 부모님 생각한 것 때문에 또 서러움 적립돼 버리기라도 한 거야? 거기서 얘가 직격타를 날린 거고??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꼬마.”
빌어먹을 감정의 트리거를 도저히 모르겠다.
그러나 목소리가 떨리는 시점에서 원인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탈주. 탈주가 시급하다.
“악마기사?”
“어, 나리─.”
근데 여기서 캐붕 없이 빠져나갈 방도가…….
“음! 역시 안 되겠다!”
“……?”
순간, 기본 목청이 보통 사람의 배쯤 되는 버서커가 입을 열었다.
“내일까지 기다리기 귀찮아졌다!”
아니, 열었다 뿐인가? 버서커는 개구쟁이처럼 씩 웃으며 들고 있던 음식들을 데브에게 떠넘겼다. 널찍한 손바닥이 음식물을 제 가슴팍에 팡! 붙이자 데브가 얼떨결에 전부 넘겨받았다.
“지금 싸우자, 전사여!”
“─?!”
그리고 이어지는 건 유쾌할 정도로 직선적인 돌진이라.
“으하핫!”
심지어 그건 내게로 향했다. 버서커의 손이 그대로 나를 붙잡았다.
거리가 너무 가깝거니와, 상상도 못 한 변수라 뭐라 반응할 시간도 없었다.
“무슨─.”
“어, 어어!!”
덕분에 나는 그 손에 들린 채로, 바로 옆에 있던 난간 너머까지 끌려갔다.
그래, 호수 상공에 지어진 이 다리에서, 다른 무엇도 아닌 난간 너머까지 끌려갔다고.
“미, 미친 투사 나리!! 여긴 호수 위라고요!!”
“나, 난간을 넘는 건 금지된 행윈데……! 그보다 악마기사!!”
졸지에 행하게 된 동반 다이빙이었다.
“가자!”
하지만 뭐… 오히려 좋은지도?
“으하하하!”
나는 마지막 순간, 손을 뻗어 난간을 붙잡지 않았다. 다만 갈음하듯 버서커의 손을 쳐 냈다.
아, 실팔찌는 당연히 인벤토리에 넣었다. 잃어버리면 안 되지.
“악마기사!!”
“기, 기사 나리!!”
【뭐, 뭐야?! 자살? 자살?!?】
별도로, 자연히 기회를 놓친 내 몸은 버서커와 함께 호수 아래로 추락을 시작했다.
“아악! 나리!!”
“아, 아래로 내려가야!”
“미친, 너는 왜 뛰어들려고 하는데요!”
【빠, 빠진다!!】
풍덩!
그리고 기어이 내 몸이 호수에 입수했을 때.
포르르!
공기 방울과 함께 반사적으로 수면 위까지 올라가 숨을 뱉을 때.
“네놈…….”
나는 슬쩍 눈가를 닦으며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하핫! 어떠냐, 악마기사! 몸이 깨끗해졌으니 한판 붙을 수 있겠지!”
“…그래.”
버서커에 휘말린 것이니 캐붕도 아니고, 물에 젖었으니 눈물도 분간하기 어렵다.
즉, 캐붕 방지와 탈주를 다 잡은 셈이다.
“네놈의 뼛속까지 예를 처박아 주지.”
아주 마음에 드는 전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