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존재하는 (2)
나는 가까스로 표정을 숨겼지만, 데브는 거의 귀신 보는 듯한 얼굴이라.
베르세르크가 어색한 형상으로 볼을 긁었다.
“음, 정말 미안해요. 놀래키려고 놀래킨 건 아닌데…….”
…소, 소름 끼쳐. 며칠 전 나한테 눈깔 뒤집고 덤볐으면서 지금은 왜…….
아, 아닌가? 아예 다른 사람인가? 이제 보니 좀 다른 것 같기도……?
“꺼져라.”
나는 짜증을 살짝 담은 채로 말을 건 상대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물론 이 상황에도 상대의 생김새를 살펴보긴 했다.
진짜 베르세르크인가 아닌가 궁금했거든.
하여 보게 된 건 다음과 같으니.
슬랜드족도 우락부락해질 수 있음을 증명하듯 근육으로 두툼해진 몸과 그 이상으로 거대한 체구, 흑단나무와 비슷한 빛깔의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햇빛에 닿을 적이면 백색 같아 보이는 백금발은 목을 살짝 뒤덮도록 풀어헤쳐져 있고, 호박색 눈동자는 입가와 눈가에 진 주름 이상의 세월을 담고 있었다.
그래, 그게 문제였다. 앞서 모든 지점이 베르세르크랑 똑같은데 눈동자 하나가 인상을 너무 다르게 만들었다.
“너, 너, 너…… 아니, 누, 누님이 어떻게…….”
“동생이 이곳으로 방향을 잡아서…….”
“당연히 그렇겠지만……! 잠깐, 혹시 얌마가 안 오는 이유가…… 누님, 얌마랑 벌써 만났어요?!”
“아니, 아직. 동생이 편지 날리긴 했는데 도착한 후 얼굴은 아직 못 봤어.”
“……!!”
그사이, 베르세르크(?)와 대화를 나누던 칸칸이 소리 없이 비명만 질렀다. 충격과 공포가 형상화된 표정이 제법 웃겼다.
“편, 편지라면 언제…….”
“반 년 전에 날렸을걸? 북부에서 날린 거니까 편지가 도달한 때는 그것보다 최근일 테고.”
“……!!”
상대의 답변에 칸칸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창백해진 얼굴이 당황의 깊이를 여실히 알려 주고 있다.
“그럼 내용은…….”
“음. 별건 아니야. 오래 전 한 말을 두고 뜻을 물어보러 가겠단 문장만 단출하게 적었으니까.”
“…말?”
“얌마가 동생 보고 언젠가 넌 꼬꾸라지고 말 거라 얘기했거든. 당시엔 무시했지만 돌이켜 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야. 참고로 난 말렸단다.”
“…그런 편지를 받았으니까 그렇게 날뛰지……!”
뭔진 모르겠는데 무왕이 광증 수준으로 예민해진 이유가 지금 밝혀진 것 같긴 하다. 대체 무슨 편지를 받았기에 사람 죽일 정도로 날뛰는지는 모르겠다만.
“저어…… 누구십니까요? 저희가 아는 사람이랑 동일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아, 미안해요. 칸칸이랑은 동향이라서. 음, 아는 사람이 베르세르크라면, 일단은 아니에요.”
몸만 보면 머리 안 쓰고 사실 것 같은데 정작 눈에서, 그리고 몸짓에서 지혜와 슬기가 묻어 나오니 기분 참 오묘하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니 납득은 가는데, 그, 그 이미 박힌 이미지에 대한 괴리감이.
“정말이에요.”
“…그으러시군요?”
“네.”
“그럼 저흰 왜…….”
“아까도 말했지만 사과하려고 왔어요.”
상대는 그리 말하곤 뒷목을 살살 긁었다. 곰살맞게 휜 두 눈매는 난처함을 한가득 담고 있다.
“제 동생이, 그러니까 베르세르크가 너무 민폐를 끼친 듯해서.”
…너무 닮았다 싶었더니 둘이 가족이었나!
데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바로 납득한 얼굴을 했다.
암, 그냥 자매든 쌍둥이든 혈육이라면 붕어빵 같은 생김새도 영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세상엔 안 닮은 가족도 많지만, 판에 찍어 낸 듯 똑같은 사람도 제법 있으니까.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다만 제 컨셉이 가족의 사과를 받을 것 같지가 않아서요.
사과고 자시고 성질 건든 놈이랑 똑같은 얼굴이 알짱거리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내 해석엔 그럴 것 같은데.
“…음, 생각보다 더 화난 모양이네요.”
상대는 뺨을 한 번 더 긁적이더니 손을 들어올렸다. 이번은 물러나 줄 요량인가 보다.
“이번만이 기회는 아니겠죠. 이만 가 볼게요. 화장실 간다고 하고 잠깐 빠져나온 거라 슬슬 가 봐야 할 것도 같고.”
정규군이든 모험가든 투사든. 배치받은 자리에서 함부로 움직이지 말랬건만, 어쩐지 배치받을 땐 못 봤던 이가 여기 왔나 싶었다.
군대에서 걸리면 징계감인데 모험가나 투사는 괜찮나 보지?
“아, 그렇지. 이건 개인적인 호기심인데, 혹시 정규교육을 받은 적 있나요? 당신에게서 동부 쪽…….”
그래도 그렇지, 화장실 간다고 해 놓고 살짝 빠져나온 거면 빨리 가 보라고! 이쪽은 좀 정상적인가 했더니 막 나가긴 동생이랑 똑같구만!
나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하루 동안 발품 팔아 얻은 장검─싸구려다─을 검집에서 살짝 뽑았다.
“…음, 알았어요. 동생 일은 다시 한번 사과할게요. 그럼 잘 있어요.”
상대가 바로 알아듣고 물러났다.
“…아니,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저렇게까지 닮은 사람은 또 오랜만이네요. 쌍둥이인가.”
그녀가 물러간 후, 데브가 얼빠진 얼굴로 뒷목을 주물렀다.
나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혈육인 걸 알고 좀 안도했지만, 그래도 베르세르크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박혔어야지.
그 얼굴로 완전 색다르게 구니까 도저히 적응이 안 됐다. 솔직히 귀신에게 홀린 기분이다.
“쌍둥이…… 는 아니야.”
그러던 차, 겨우 멘탈을 수습한 칸칸이 입을 열었다.
“쌍둥이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의 눈은 어느새 침잠되어 깊은 빛을 띠고 있다.
“그러고 보니 동향이랬죠. 잘 압니까?”
“잘 안다고 하긴 애매한데…… 그냥 저쪽이 일방적으로 유명했던 거라. 실질적으론 그냥 데면데면한 사이야. 동생 쪽 성격이 좀…… 그렇거든.”
“그래 보이긴 했습니다. 나리한테 다짜고짜 시비 걸던 거 생각하면.”
“……! 이미 만났어? 아니, 그보다 시비 걸렸다고? 혹시 싸운 건 아니지?”
“싸웠는데요. 저는 아니고 나리가 싸운 거지만.”
“그런데도 살아 있다고?!”
뭐, 왜, 뭐. 살아 있는 게 불만인가.
“생각보다 더 강했나 보네, 너.”
나는 날 새로이 보는 눈을 두고 ‘꺼져’란 글자를 눈에 구겨 넣었다. 그 뜻을 알아챈 칸칸이 금세 시선을 돌렸다.
“강한가 보네요?”
“강하지. 약육강식, 적자생존, 승자독식이 규칙인 고향에서 보호자 하나 없이 자라 대전사 직위는 물론, 당대 최고만이 하사받을 수 있는 명예로서 웨폰마스터와 베르세르크란 이름을 싹 쓸어 갔으니까.”
“오…….”
잠깐. 웨폰마스터? 베르세르크가 내게 덤볐던 그 사람일 테니 웨폰마스터는 방금 만난 누님 쪽일 텐데.
자매가 전직 갈래를 각각 가져간 건가? 이렇게 되면 파티에 들어올 사람은 누가 되는 건데?
“물론 머리가 좀 이상해서…… 엮이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어. 누님 쪽은 그나마 괜찮은데 동생 쪽은 ‘호전적이다’란 말로 설명될 수준이 아니라서.”
설마 둘 다? 그건 좀 그런데.
“얌마도 그것 때문에 베르세르크의 비읍 자만 들려도 경기를…….”
그러나 내 생각은, 그리고 칸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뿌우! 뿌우우우!
양각 나팔이 울렸다.
“……!”
“이 소리는!”
“악마다!”
“다들 준비해!”
느긋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저 신호야말로 악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단 의미이니 당연하다.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하나둘 준비를 시작했다.
언제 싸움이 일지 몰라, 배치받은 곳에서 가만히 있던 상황이라 급하게 움직일 것은 별로 없다. 장비 손질도 지난 하루 동안 종일 했고.
“투석기 발사!”
덕분에 싸움이 처음인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리바리 구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전투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서 악마들을 향해 돌덩이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콰앙!!
“좋아, 좋았어! 다 박살 내 버려라!”
투석기의 형편없는 명중률은 그다지 신경 쓸 필요 없다. 내려앉는 곳이 바로 적이 있는 자리였다.
“마법 신호가 온다!”
“화살 준비!”
연이어 사막의 모래가 들썩였다.
쿠구궁!
그 결과는 대지가 폭발하듯 지각 운동을 벌이며 성벽 바깥에 가시를 마구 깔아 버리는 것이다.
순식간에 수백 마리의 악마들이 꼬치 신세가 되어 절명했다.
“법사 나리가 나서셨나 봅니다.”
딱 봐도 그래 보인다. 물론 아크메이지 혼자 저걸 한 건 아니겠지만…… 주도해서 하긴 했겠지. 역시 광역딜은 마법사가 최고시다.
“발사!”
그러나 악마는 그래도 많이 남았다. 다음으로 화살이 발사되었다. 주목표는 바닥을 걸어오는 놈들이 아니라 날아서 오는 비행종들이다.
“신이시여!”
그러던 찰나, 사제단 쪽의 인퀴지터가 우렁차게 외쳤다.
그녀의 은청색 갑주에서 시작된 은은한 빛은 사제들의 것과 뒤섞이며 거대한 빛줄기가 된다.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집단이다 보니 성벽 위쪽에 있어서 그게 잘 보였다.
“삿된 것들이 당신의 어린 양을 핍박하노니. 저들을 멸하고 산 자들을 보호할 힘을 제게 내려 주소서. 저를 말뚝 삼아 이 땅을 성역 삼으소서!”
막대한 신성력의 축복이 성벽 사이사이에 스며들었다. 정확한 효과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쁜 효과는 아닐 터.
“이길 수 있다!”
“놈들을 다 죽여 버려!”
용사─라고 알려져 있진 않지만─의 묘기에 사기가 대폭 올랐다. 나는 조금 떨떠름했지만.
“나리!”
“……! 너, 뭐하는?!”
그래도 남들에겐 좋은 거니까. 난 그리 생각하며 구멍에 손을 얹었다. 구멍이 사람 하난 통과할 수 있을 수준이라 다행이었다.
“또, 또!”
아니, 고기만두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마치 내 컨셉이 답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잖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한 처사가 아닐까.
내가 정말 미쳐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사방이 벽인 성벽 안에선 내가 제대로 싸울 수 없단 말이야.
무왕을 비롯한 찌끄레기들의 존재도 고려해 봤는데, 걔네 좀 막자고 여기 계속 있는 것도 좀.
그거에 뒤가 찔리면 아프기야 아프겠지만,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뒤쪽 칼만 신경 쓰다가 앞쪽에서 명백히 오는 오함마를 그대로 맞을 순 없잖아.
“법사 나리가 나가지 말라고 하셨잖습니까!”
“저 미친─!”
아, 걱정 마. 안 나가, 안 나가. 성벽 ‘밖’으로는 안 나가.
서걱!
나는 내가 있던 구멍 쪽으로 달려오던 놈을 베어 넘긴 후 지붕을 짚고 그 위로 올라갔다.
엄밀히 따지면 이것도 ‘밖’이겠지만, 아크메이지가 말한 ‘밖’의 뜻은 성벽 너머 사막을 뜻할 것이니. 그런 점에서 나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난 여기서 싸울 거다.
키아아─!?
스걱!
화살에 당하지 않은 비행종 몇 마리가 내 주변을 스쳐 지나려다가 그대로 쪼개졌다. 참격은 언제나 굿이었다.
스르륵.
더불어 이번에 얻은 마력창도 최고다.
참격은 한 번에 여러 마리를 노릴 수 있지만, 일직선상에 있어야만 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마력이 많이 들거든.
반면 마력창은 마력 20당 한 마리를 정확히 격추할 수 있다. 대미지가 안 나오는 것도 대가리 제대로 맞히면 즉사라서 별 의미 없고.
약간의 문제점이라면 내가 대가리를 터지게 굴려야 한다는 점인데…… 그래도 원거리 공격이 최고다. 언제나 새로워. 짜릿해.
“나의 검에게 승리를, 저 하늘에 영광을…….”
마력창을 얻은 만큼 지나가는 놈들 때려잡기도 편하겠다. 나는 오랜만에 제대로 예절을 갖춰 기도를 올렸다.
그 순간에도 내 주변에선 날 지나치려던 모든 비행종 악마들이 머리에 구멍 난 채로 추락한다.
공중에 있던 걸 잡을 방도가 없어 열심히 뛰어다녀야 했던 과거는 이제 안녕이었다.
“저 버러지들에게 죽음을……!”
으하학! 마력창 너무 좋아!
* * *
데스브링거는 한탄했다. 저 양반이 가만히 있어 줄 거라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이 멍청이였다.
“사, 살 수 있어……?”
“빌어먹을, 쭉쭉 뽑아 달라고, 형씨!”
“저놈, 저놈도 죽여 줘!”
동시에 씁쓸함도 들었다. 악마기사가 대화 통하는 사람이었단들 그를 막을 방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가 지금 보이는 활약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키, 키클롭스 등…… 아! 사살되었습니다!”
누더기골렘만큼이나 악명이 높은, 한 번 등장할 때마다 성을 무너트린다는 악마가 일격에 죽었다.
“타라스크 사살!”
“만티코어 격추!”
드래곤의 아종인 만큼 수백의 피해를 각오해야만 죽는다는 악마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악마기사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버텨 오며 경험을 쌓았을 이들보다 빠르게, 더 손쉽게 악마들을 도살해 냈다.
자연히 그로 인한 피해도 줄어들었다. 기어오르는 악마들에게 죽는 자들이 종종 나오긴 하지만, 병사들 태도를 보면 이건 피해도 아닌 수준인 듯하다.
다른 구역과 비교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명확한 수치로 잴 순 없지만…… 다른 곳에 비해 이곳은 인력 교체가 느리다.
그만큼 사망자가 덜 나온단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고스란히 악마기사의 공이라.
저런 이를 어떤 핑계로 나서지 못하게 만든단 말인가? 심지어 이마저도 저 남자 딴에는 자제한 것일 텐데?
아크메이지가 당부한 말만 없었다면 그는 저 성벽 아래로 내려가 놈들을 쓸어버렸을 거다. 확신할 수 있다. 악마기사라면 가능하다.
그리고 그랬다면 피해는 더 줄었겠지. 비록 악마기사의 목숨은 더 위험했겠지만.
“이래도 되나…….”
데스브링거는 1인분이라도 하기 위해 화살을 계속해서 쏘며, 자꾸 드는 생각을 억눌렀다.
악마기사가 강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저기에 혼자 두는 게 맞나?
대악마가 그를 표적으로 삼았을 수도 있댔는데 저렇게 눈에 띄는 곳에 있어도 되나?
…고작 열흘을 투자하여 만든 봉인구는 정말 끝까지 망가지지 않을까?
용 잡을 땐 쓴 적도 없으면서, 주도권을 잡은 악마만이 썼던 기술을 그날 이래 쓰기 시작한 악마기사는 정말로…….
“화살……!”
떨어진 화살과 함께 잡념이 사그라들었다. 데스브링거는 서둘러 예비 화살 뭉치에서 본인이 쓸 것을 쥐고자 했다.
“……!”
그런 그의 눈에 하 수상한 장면이 잡혔다.
저 멀리, 기도하는 사제들에게 거대한 덩치의 사람이 접근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기를 치켜든 채로.
죽어도 호의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돌겠네. 설마설마했더니만.”
무왕을 비롯해 답답이가 거슬린다고 평했던 목록은 전부 기억에 담아 두었다. 그들의 인상착의나 개인 정보를 넘어, 그들이 전장 어디에 배치되었고 무슨 역을 맡았는지까지도.
“진짜 배신자였나……!”
딴에는 만에 하나란 가능성을 버려선 안 된다는 마음가짐과 아크메이지의 당부에서 나온 거였지만, 역시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이게 정말 벌어질 줄은.
“그보다 여기 인간들은 단체로 시력을 날려 먹은 것도 아니고.”
오지도 않은 무왕이나 기억에 있는 모든 놈들을 족치는 건 나중에.
그는 일단 사제들을 향해 뻗어 나가는 음험한 손길을 향해 달려 나갔다.
암, 밉고 미운 벽창호지만 그래도 용사님이고, 다친 사람들을 구해 줄 치료사들이지 않나. 알아차렸다면 움직일 이유는 충분했다.
“저걸 못 보네!”
그런 그의 손에는 부정을 머금은 칼날이 섬뜩한 예기를 머금고 있다.
핏물이 성벽 내부에서 촤악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