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처음부터 (1)
아크메이지는 한숨과 함께 본인이 당면한 상황을 돌아보았다.
인퀴지터와 악마기사, 도적, 바람손으로 구성된 별동대는 다음 산채로 떠나갔다.
하면 남는 건 교단의 인력과 마탑의 마법사들, 바람손의 부하와 모험가 몇, 그리고 이번에 구출한 사람들이니.
와중에 환경적 요인으로는 마계화가 관측된 게 있다. 정화가 늦으면 늦을수록 더 큰 화로 돌아올 테다.
“일단…… 자네들의 역할이 중요하네.”
그러나 이곳은 야바드. 교단을 용납하지 않는 땅이다. 자칫 잘못하면 협력해야 할 사람끼리 싸우는 불상사가 벌어질 지도 몰랐다.
“자네들이 이곳의 주민과 우리들 사이를 중재를 해줘야만 해.”
하여 그녀는 바람손의 부하와 모험가들에게 단단히 부탁했다. 그들만이 그나마 주민들과 대화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법사들? 그것들에 대한 기대는 없다. 저것들은 부탁을 해도 본인들 관심사에 집중하느라 싹 다 잊어버릴 머저리들이었다.
그녀는 그녀가 소속된 단체의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불쾌할 수도 있다는 건 아네. 그러나…… 부탁함세.”
“엄, 우리야 뭐 의뢰니까 걱정 마십쇼.”
“나참, 여러모로 골치 아파졌네.”
다행히 모험가들은 곧장 협조적으로 나왔다.
“…걱정 마슈. 우리도 머리는 있으니까.”
“정말 짜증나지만…… 여긴 내 고향이야. 그러니까 협력하겠어.”
바람손의 수하들도 긍정적인 분위기는 아닐지언정 협력할 의지는 보여 주었다. 바람손과 인퀴지터가 모두의 앞에서 한바탕한 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다. 혹은 악마기사의 한마디가.
“그리고 저들의 처우 말일세, 일단 자크라티에 인도가 가능할지 알아보려 하네. 해서 된다면…….”
“그쪽으로 보내자?”
“마을로 돌려보낼 수는 없고, 산채는 너무 불안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이쪽에서 인원을 쪼개긴 힘드네. 이번 한 번뿐이라면 모를까, 앞으로도 반복될 일 아닌가.”
물론 지원이 온다면 또 모른다. 지원이 온다면.
저들이 허락을 한다면.
“그래서 말인데…….”
“이보쇼, 마법사 양반.”
“오, 먼저 말하게.”
“…정말, 해결할 수 있는 거요? 원래대로까진 바라지도 않아. 비푸릿과…… 망할 악마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낼 수 있는 거 맞아?”
아크메이지는 바람손 휘하 선원의 물음에 잠시 고민했다.
진실을 들려줘야 할까 희망을 들려줘야 할까. 짧은 순간에 많은 가능성이 그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결론만 거론한다면, 난 가능하리라 보네.”
악마기사의 무력과 악마의 천적인 인퀴지터의 조합이면 잡을 수 없는 악마가 오히려 더 드물다. 둘의 상성이 안 좋아서 시너지가 나긴커녕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단점을 더해도 그렇다.
거기에 함정 간파와 정보 조사에 능수능란한 도적이 있고, 인퀴지터를 변호해 달라고 붙여 준 바람손도 있다.
비푸릿이 있을 본진까진 몰라도 그 직전까진 파죽지세로 뚫고 갈 확률이 컸다.
“그러나 피해를 더 줄이고 싶다면…… 도움을 받아야겠지. 본토에서 대기하고 있을 인력들의 도움을.”
“……설마, 교단을 더 데려오겠단 소리요!?”
“새삼스러울 말은 아니지 않는가.”
악마를 잡는다는 것은 악마를 죽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악마가 물들인 땅을 정화해야 하며, 정화한 후에도 남은 찌꺼기들을 수색해 모두 죽여야 했다.
그리고 그 일들은 무력이 높다고 해서 단숨에 해결되지 않는다.
“작금 필요한 건 시간과 인력일세. 그리고 한쪽이 많을수록 다른 한쪽은 덜 필요해지지.”
“지금도 쉰 명이나 되지 않수!”
“냉정하게 보게. 몬타타의 넓이는 쉰 명으로 감당할 정도로 좁지 않네.”
쉰 명으로는 턱도 없다.
꼭 저 쉰 명으로 하겠다고 한다면, 그래. 저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가정하에 못해도 1년의 시간이 걸릴 거다.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정화가 늦는 만큼 악마가 발생할 테고, 악마가 발생하면 마계화가 가속화되니까.
아주 치열한 힘겨루기가 되는 셈이다.
“아니면 정화석 수천, 수만 개를 구하는 것도 방도는 되겠지. 다만…… 알다시피 정화석은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물건이 아닐세. 시중에 도는 물량을 다 끌어와도 부족할 터. 야바드 지방에서 달라고 한다면 신전이야 무상으로 지급하겠지마는, 만들어지지 않은 물건까지 끌어오는 능력은 신전에게도 없네.”
“……!”
결국 문제는 시간이었다. 교단을 들이기 싫다면 그들은 시간을, 그로 인해 벌어질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자네들에겐 치욕이나 다름없다는 걸 아네. 지금 우릴 받아 준 것만으로도 고역이었음을 알아. 그러나 방도가 없네. 이 일은 마탑만으로는 부족해.”
잔인한 운명이었다.
“그렇다면, 그걸 우리에게 굳이 알려 주는 이유는?”
“갑판장님……!”
그때 누군가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바람손의 수하 중 부선장은 지원 요청을 하러 갔으니, 그는 그 다음에 준하는 직위일 터였다.
그녀가 숨겨 둔 의도를 눈치챈 시점에서 바람손이 통솔을 맡긴 이유도 알 것 같고 말이다.
“자크라티에 말을 전할 사람이 필요하네.”
해서 아크메이지는 솔직히 말했다. 갑판장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연락할 방도 자체는 있네. 마법사 한 명을 남겨 두고 왔으니. 그렇지만 말을 전하는 건 별개지.”
“그래서, 우리가 우리 입으로 교단을 더 데려오자고 성주님께 말하라고?”
“강요는 아닐세. 그리고 직접 말하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네. 호응 정도만 해줬으면 했을 뿐일세.”
“그게 그거지.”
역시 안 되는가. 그녀는 조금 아쉬웠으나 금세 포기했다. 학살의 생존자, 혹은 그 자식 세대로서 신전을 혐오하는 그들의 태도가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닌 까닭이다.
“신이 있다면, 참 야속도 하시군. 우리에게 어찌 이런 선택을 내리게 하시는 거지? 잔인하신 분이야.”
다만, 실망은 너무 일렀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 좋아, 성주님을 뵙게 해줘. 연락 가능하다며.”
“갑판장!”
“뭐.”
“신전은……!”
“신전, 뭐? 설마 내가 몰라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내 어머닌 의병 대장이었어. 빌어먹을 신전놈들이 이곳에서 뭘했는지는 어지간한 놈들보다 잘 알아! 그렇지만 우리에게 더 방법이 있어? 있냐고!”
“그건…….”
“애들이 죽고 있어!”
“……!”
“애들뿐이 아니야, 어른도, 노인도 다 끌려가거나 괴물들의 이에 씹혀 죽었노라 말하고 있다고! 저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비푸릿은 악마와 손 잡고 이 땅을 팔아 버렸어!”
“그런…….”
“선장의 선택이 맞아. 난 신전 놈들을 용서 못 해. 영원히 못 해. 그렇지만…… 저놈들이 정말 이 땅을 구할 수 있다면, 이 방법밖에 없다면.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수 있어. 빌어먹을, 난 이 땅이 너무 소중하다고.”
“…….”
“그러니까…… 연락해. 내가 어떻게든 성주님을 설득해 볼 테니까.”
어떤 증오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에 짓눌리기도 한다.
* * *
“너, 너희. 대체.”
몬타타에 도착한 지 6일째.
나는 피로도를 조절해 가며 최대한 빠르게 진격했다. 떨어지는 포만감 또한 산채를 털어 나온 보존식으로 때우면 그만이었다.
그나마 행운이 있었다면 중간에 턴 산채에서 말이 나왔단 것이라.
덕분에 한동안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악마화된 짐승들의 습격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타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당신들 괴물이야……?”
“…저는 빼주십쇼.”
다만 내 속도에 인퀴지터는 그럭저럭 잘 따라오는 반면, 사내놈 둘은 체력이 부치는 모양이다. 호흡이 거칠고 눈밑의 다크서클은 턱까지 내려올 기세였다.
일반인과 비교하면 그들도 압도적인 체력인간일 텐데, 하필 나와 붙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나약하게 굴지 마라!”
“난 댁처럼 초인이 아니랬잖아요!”
“이건 신체 문제가 아니라 정신 문제다!”
“정신이 뭐 밥도 먹여 주고 잠도 재워 준답니까?!”
데브랑 인퀴지터가 오래간만에 싸웠다. 저렇게 왁왁 거리는 것도 오랜만인지라, 나는 그걸 즐겁게─.
“닥쳐라.”
방해했다. 여긴 적진인 것도 모자라, 우리는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움직이는 입장이었다. 만두 녀석들은 까먹은 눈치지만.
“죄, 죄송합니다.”
“댁 때문에 혼났잖아요.”
“나, 나 때문이 아니……!”
“…하나 확실한 건, 둘이 계속 그러면 또 혼날 것 같은데.”
바람손이 김빠진 목소리로 지적했다. 두 사람이 몸을 흠칫 떨더니 작게 휴전을 타협보았다. 참 귀엽게 구는 녀석들이었다.
“당신도 고생 많네…….”
글쎄. 컨셉이 이 모양이다보니 자잘하게 제어할 수 없긴 한데.
그게 고생이라 할 정도냐면 좀 애매하다. 둘이 저러고 으르렁으르렁대도 각자 할 일은 또 챙기니까. 심각할 때 방해가 된 적도 없고.
무엇보다 유치하게 노는 게 귀엽잖아.
「적의를 품은 대상이 반경 30m 이내에 존재합니다.」
그때 알림과 내 귀가 울었다. 아까부터 들려오던 왁자지껄한 소리가 좀 더 분명해진 순간이었다.
툭.
내 손이 내 옆에 섰던 바람손의 명치께에 서며 그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인퀴지터와 아웅다웅하던 데브도 소리를 들었는지, 인퀴지터의 입을 텁 막았다.
“적?”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나는 나무 둥치에 몸을 숨기며 소리가 들린 쪽을 보았다. 언덕 너머였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요.”
가파른 경사엔 메말라 죽은 나무들의 낙엽이 가득하니. 그것을 어떻게 지나갈지 고민하고 있던 차, 데브가 자원했다. 그의 손이 본인의 신발을 소리 없이 벗겨 냈다.
사박사박.
소리가 아예 없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건 내가 그의 걸음을 보고 있기 때문에 들리는 소리였다. 언덕 너머의 사람들은 이런 소리가 있는지도 자각하기 힘드리라.
데브의 몸이 천천히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후드엔 언제 붙였는지 모를 고엽이 붙어 은폐를 더욱 효과적으로 한다.
스윽스윽.
얼마 뒤, 엉금엉금 기어 언덕 너머를 살핀 데브가 우리 쪽을 돌아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다섯 손가락을 다 펴서 한 번 흔들, 손바닥을 뒤집어 손등을 보인 채 손가락 두 개, 마지막으로 다시 뒤집어서 손가락 네 개.
“14명?”
좀 많았다. 나한텐 거기서 거기긴 하지만, 그래도 만약 놓치면 어떡해. 안 놓칠 거지만.
“괜찮겠어?”
바람손은 아직도 나를 못 믿는 건가? 나는 칼자루를 잡은 채 그를 사납게 노려봐 주곤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데브가 소리 없이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의 하관이 달싹달싹 무언가의 언어를 그렸다.
“…인질?”
그건, 조금 곤란한 이야기였다. 난 사람들 지키는 것엔 쥐약이다! 이건 마법사나, 인퀴지터가 딱이라고!
“인질이 있다니 일이 어렵게 됐습니다.”
“…잡힌 사람들은, 이곳의 사람들이겠지.”
“구할 테니 걱정 마라, 십시오.”
“…….”
아직도 오락가락하는 말투에 방금 전까지 엄청 화난 듯했던 바람손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최소한 현 상황에 대한 분노는 뒷전으로 가신 모양이다.
“네놈에게 존대 같은 거 들어도 기분 좋지 않으니까, 그냥 편한대로 해.”
“……! 알겠다!”
“…….”
쟤는 인퀴지터를 엿새나 겪어 놓고 아직도 캐릭터 파악을 못 했냐. 아니면 너무 고되서 분노도 희석된 거냐. 어느 쪽이든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구성.”
각설하고, 나는 막 내려온 데브를 재촉했다. 청년은 눈치껏 바닥에 쭈그려 앉아 나뭇가지로 상황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마차를 중심으로 보호 방진을 짠 채 퍼져 있는 14명. 마차 안에 들어 있는 아이들. 마차 근처에 묶여 있는 어른들.
꽈드득.
으득.
아이가 마차 안에 갇혀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내 검 자루와 장갑이 마찰하며 살벌한 소리를 냈다. 이어지는 건 바람손의 이 가는 소리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흉흉해졌다.
“…아마 곧 해가 지니까 캠프를 차린 것 같습니다요. 근처에 개울도 있고, 언덕쪽은 시야가 탁 트여 있으니까.”
그것,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난 아이들을 건드리는 범죄를 제일 싫어하니까! 차라리 전쟁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죽는다면 안타깝고 슬프다고 넘어가기라도 하지, 아이를 잡아다가 마차에 가둬 놔?
딱 대. 내가 사적 보복을 옹호하진 않지만 너흰 진짜 맞아야 한다. 컨셉도 이건 허용할 거다!
“뒤로 돌아가라. 방해되지 않도록.”
나는 검을 시미터를 꺼내 반바퀴 돌렸다.
참고로 방금 한 말은 일종의 보험이었다. 저놈들이 홧김에 아이나 사람들을 인질로 잡을지 누가 아는가.
그 전에 뒤로 돌아간 인퀴지터가 방어막을 펼치고 데브가 수갑을 따주며, 바람손이 교단이지만 괜찮은 놈이라고 커버쳐 주면 안심이다.
물론 내가 다소 중의적으로 말한 게 마음에 걸리긴 하는데…… 알아듣지 않았을까?
못 알아들었다면 놈들이 인질 잡기 전에 전부 쓱싹해야 하는데.
“알겠습니다요.”
“하지만, 저도 싸울 수 있는…….”
“멍청한 양반아, 시선 끄는 동안 사람들을 확보하고 보호하란 거잖아요.”
다행히 고기만두가 내 의도를 찰떡같이 알아차려 줬다.
“…저기에 그런 의미가 있다고?”
“그런 거였군. 역시 악마기사……!”
“아닌 척해도 다정한 사람이니까 말입죠.”
아니다. 찰떡이 아니라 적폐였다.
크아악. 적폐 해석 멈춰! 이 다정은 컨셉의 다정이 아니라 본체 성격이 드러난 부분일 분이라고! 컨셉도 물론 다정하긴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닐, 아닐, 아닐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아무튼 흐아악!
“힉.”
나는 검을 빠르게 휘둘러 데브의 코 바로 앞에서 멈췄다. 일순 인 바람이 낙엽을 마르게 휘날렸다.
“꺼져라. 혀를 찢어 버리기 전에.”
참고로 지금 내 표정은 진짜 단단히 빡친 얼굴일 거다. 아무렴 계속 거리 벌리고 있는데 다정한 사람이다 뭐다 하면서 편히 여길 기미가 보이면…… 아무래도 떨어트려야 하는 편이죠.
파삭.
나는 신경질적인 낯을 고치지 않으며 언덕으로 방향을 돌렸다. 군화가 고엽들을 바스라트리며 위로 쭉쭉 올라갔다.
파바바박
그리고 언덕에 오른 순간, 화살 여러 대가 날아왔다. 투헨더를 내리꽂는 동시에 발동된 스킬, 그라운드 크래쉬가 사방에 날 것의 마력을 내뿜었다.
날아오던 화살이 죄다 튕겨져 나간 건 덤이었다.
“시, 시발 저건 뭐야!”
“기, 기사다!”
“마력을 다룰 줄 알잖아! 기사야!”
“기사는 다 죽인 거 아니었냐고!”
마력이 잦아들고, 나는 찢어발겨진 흔적이 가득한 대지에서 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차와 족쇄에 묶인 사람들. 그 사람들 앞에서 야영지를 만든 인신매매단원들. 내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며 술 마신 흔적이 가득한.
‘전부, 죽여 버려.’
다리에 힘을 주었다. 쾅! 폭음과 함께 내 몸이 언덕 아래로 단숨에 치달았다.
콰직!
일단 한 놈은 죽였고.
“꼬마.”
나는 내가 착지할 때 얼굴을 걷어찬 덕에 절명해 버린 놈을 두고, 그 너머로 시선을 주었다. 철창 마차에 갇힌 아이들이 전부 나를 보고 있었다.
“눈 감아라.”
일순, 시미터의 은색 도신에 새까만 기운이 줄기줄기 맺히기 시작했다.
“너희가 볼 게 못 된다.”
아주 착하게도 아이들이 눈을 감아 주었다.
곧 마차와 마차 밖 포로들을 피해 검은 참격이 두 번 날아갔다.
끼이익. 시미터가 쇳소리를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