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신이 있다면 (2)
골렘을 상대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참격 한 번에 몸뚱이가 썰리는 시점에서 커다란 몸뚱이는 그냥 면적 큰 표적에 불과했고, 굼뜬 움직임은 피하기 쉬워도 너무 쉬웠으니까.
주변의 방해도 뭐, 내가 그것 하나 못 이겨 낼 실력은 아니었던지라. 누더기골렘의 어그로가 내게 끌린 후에는 팀길을 유도하는 재미도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그래, 딱 거기까지만 괜찮았다.
누더기골렘의 생명력이 굉장히 질긴 건 분명 문제였다.
하다못해 사지를 자르고 두꺼운 몸뚱이를 쓰러트려 목을 도려 냈으면 좀 죽어야 할 거 아닌가.
나는 몸과 분리된 후에도 힘겹게 펄떡이는 신체 부위들을 보고, 마지막으로 내가 파낸 머리통을 보았다. 함몰된 얼굴과 늘어진 피부 속에서 충혈된 눈이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더러운 악마 따위가.”
해서 발로 그 둥근 머리통을 밟고 검을 치켜들었다.
“감히 날 똑바로 보지 마라.”
푸욱!
검날이 들창코 바로 위,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다.
갈라진 틈새 사이로 검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안쪽에 어렴풋이 보이는 건 마치 배아를 수백 배로 불려놓은 크기의 기괴한 생명체다.
촤악.
나는 검은 물을 떨쳐 내며 골렘의 생사를 확인했다. 눈은 흐리멍덩해졌고 펄떡거리던 사지도 축 늘어졌다.
죽은 게 확실했다.
“괴, 괴물이 죽었어…….”
“괴물이 죽었다!”
“어서 좀비들을 밀어내!!”
“이 개자식들을 죽여!”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고 하나,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죽었다. 내가 등장한 시점부터 서서히 희망을 갖던 사람들이 기어코 사기를 올렸다.
캬아아악!
나는 내게 덤벼드는 가고일의 몸을 찢으며 사람들이 대항하기 까다로운 것들을 처리해 주었다.
덕분에 팔자에도 없던 공중 전투를 몇 번 치러야 했는데……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바다에서 해룡과 한판 떠본 전적이 있어서 그런가 오히려 편한 느낌도 있었다. 아무렴, 그땐 떨어지면 그냥 죽음이었는걸!
우어어억!
“히익!”
중간중간 동료였던 이들에게 당할 뻔한 이들도 구해 줬고 비푸릿 소속 해적들도 전부 목을 베었다.
가고일을 전부 처치한 이상 이제 남은 건 인간형 적들뿐이었다.
“으, 우, 컥, 커억.”
“……! 핀, 핀?!”
“미친, 떨어져!”
근데 그게 쉽냐면, 글쎄. 나는 오히려 누더기골렘이 두 마리 나왔으면 좋았겠다 싶다. 그건 일시적인 피해가 많을 뿐이지 죽이면 그걸로 끝이잖아.
비푸릿 일당은 둘째 치고 좀비는 그게 안 됐다. 악마기생체로 알고 있었는데 이쪽도 물리면 감염이 되는 건 보편적인 좀비랑 똑같았다. 증상 발현까지 시간차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뒤처리가 제일 까다롭거니와 뒷맛이 쓴 악마였다. 사람과 좀비가 뒤섞여 버린 지금 한 번에 쓸어버리기도 애매했고.
“핀, 정신 차려!”
“떨어지라고, 너도 좀비가 될 셈이야?! 핀은 이미 늦었어!”
“핀!”
예컨대, 바로 지금처럼.
크아악!
나는 켁켁거리다가 동료를 공격하려 드는 이를 낚아챘다.
우드득. 손에 힘을 주자 목뼈가 부러졌다. 피육을 짓뭉개고 그 안의 뼈를 부러트리는 감각이 참 생생했다.
‘악마인걸.’
그렇지만 악마니까. 자아를 되찾을 기회를 주고 싶어도 상황이 따라 줘야 말이지.
마기해독제가 먹힌다면 모를까, 그것도 확실하지 않고. 먹히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없고.
“핀!!”
결국 나는 나를 원망하듯 보는 이의 시선을 방관한 채 다른 것들을 노렸다. 아직 죽여야 할 적은 많았다.
“빌어먹을, 왜, 왜 또!”
“무, 물린 거 아니지?”
“물린 녀석들은 어서 이실직고 해! 이건 40년 전과 달라! 물린 즉시 보고해!”
“성문을 모여, 거기서 재정비한다!”
나는 일단 당장 붉은 천을 두른 자와 증상이 발현된 이들만 처리했다. 남은 이중에 물린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걸 일일이 찾을 시간은 없었다.
바람손이 부탁한 이상, 나는 성주를 찾아야 했다.
“이봐.”
해서 나는 물린 자들을 수색하던 이 하나를 잡았다. 옷이 너무 사복이긴 했지만 주변에 명령 내리는 솜씨가 일반 직위 같진 않았던 까닭이다.
그리고 높은 직급은 무언갈 알고 있을 확률이 더 높다.
“아, 당신은…….”
“성주는 어딨지?”
“서, 성주님?”
그러나 고른 상대가 잘못되었나 보다. 상대방은 생각하는 눈치만 보일 뿐 쉽사리 답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내가 의심돼서 내놓지 않는 건지, 몰라서 못 내놓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성주님은 성 안에 계신다, 아니, 계십니다!”
다행히 내게 답해 줄 자는 따로 존재했다. 성에서 일하는 듯, 병사 쪽 유니폼을 입은 이였다.
부상이 심각했으나 부축하는 사람이 붙은 걸 보면 감염 걱정은 덜은 듯하다.
“비밀 통로로 가셨을 확률이 높지만, 비푸릿 일당이 좀비와 함께 성안으로 들어갔어요! 성주님을 노리고 있을 겁니다!”
눈치가 좋은 건지, 성주님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것인지.
아무튼 알았다. 성주가 아직 성 안에 있고 위험할 수 있다는 정보는, 적어도 내게 아주 유용했다.
“확인했다.”
이 다음 갈 곳은 성 안이다.
나는 우득우득 몸을 기괴하게 비틀며 증상을 발현하기 시작한 이의 뒷덜미를 잡으며 성쪽을 걸었다.
콱!
건틀릿 위로 이가 박혔을 땐 그냥 앞으로 던지고 지나가며 그 몸을 베었다. 땡그랑. 시미터 같은 곡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건 꽤 쓸모 있어 보였다.
“잠깐, 성 안으로 가는 건가?!”
병사와, 병사인지 민간인인지 모를 차림의 인원 일부가 그런 나를 보며 물었다. 툭. 내 발이 시미터를 위로 차올려 손에 쥐어진 건 다음 순간이다.
성 안에 들어가면 투헨더는 불편해질 게 뻔하니 잠깐 빌릴 요량이다.
“우리도, 우리도 가고 싶다.”
사실 일일이 허락받지 않아도 신경 안 쓰는데 말이지. 오히려 나, 성 안쪽 길 모르니까 따라와서 길 설명해 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아직 좀비와 해적이 남았는데 나를 따라와도 되는 거야? 부하들은 안 챙겨?
슬슬 소강 상태라지만, 지휘 계급 하나쯤은 남아야 하는 거 아닌가. 따라오겠다는 놈들이 죄다 한가락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방해되면 버린다.”
그렇다고 내 컨셉이 말릴 성격이냐면 그건 또 아닌지라. 나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성문을 부수고 안으로 진입했다.
문득, 한쪽 방향을 두고 오른팔이 간지러워졌다.
“해적들은 전부 죽여! 후에는 물린 자를 색출하고 성문을 수호해라! 좀비가 다가오면 전부 죽이고!”
나를 따라오겠다던 사람들 일부가 남는 자들에게 당부를 내리고 서둘러 내 뒤에 붙었다.
내 걸음은 무척 빠른 축에 속했기에 그들은 부상의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걸음을 어떻게든 맞췄다.
“비밀 통로. 위치를 아나.”
“…그것까진 모릅니다.”
“쓸모없군.”
따지고 보면 쟤가 비밀 통로를 아는 게 더 이상하지만, 아무튼 모르면 쓸모없는 거다. 나는 그런 억지를 부리며 묘하게 거슬리는 쪽으로 움직였다.
곧 좀비에게 물려 감염된 이들이 우릴 습격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감염되지도 못하고 그냥 물어뜯기기만 했는지 살점이 파헤쳐진 채로 바닥을 장식하기도 했다.
깡, 챙! 까앙!
“……!”
그러다 한쪽에서 날붙이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속도를 더 높였다.
“버텨라, 버텨!”
그리고 갑주를 차려입은 이들이 좀비 떼와 해적, 로브 차림의 악마계약자와 대항하는 걸 본 순간, 빌린 곡검이 움직였다.
커억!
내 검이 가장 뒤에 있던 좀비를 베고, 그것의 호위를 받으며 주문을 외던 악마계약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무슨!”
한 놈이 아니라 두 놈이었나. 나는 그 다음으로 보인 악마계약자의 머리통을 오른손으로 쥐었다.
퍼억!
돌벽에 그대로 부딪친 머리통이 핏물을 튀기며 주르륵 아래로 미끄러졌다.
“이 무슨!”
“제길, 죽었잖아!”
“어서 죽여!”
이 곡검, 꽤 괜찮은데.
나는 대용품치고 나쁘지 않은 그립감에 만족하며 마력을 실은 채 검을 휘둘렀다. 아주 살짝 쏘아 보낸 참격이 앞으로 뻗어가며 비푸릿 일당 여럿의 몸통을 잘라냈다.
“우리가 왔다!”
“응원군인가?!”
“조금만 더 견뎌! 구하러 왔으니까!”
“응원군이다!”
“사, 살았다!”
적은 이게 다인가? 수가 제법 많긴 했는데 썩 강한 게 없어서.
나는 눈가를 가늘게 접으며 살아남은 작자들의 목숨을 수거했다. 수세에 몰려 악으로 깡으로 버티던 기사들이 그제야 숨을 돌렸다.
다만 그중에선 어째 성주로 보이는 이가 없다.
“성주는.”
“성주님은…… 아!”
그중 하나가 다급히 한쪽을 가리켰다. 벽난로 같은 것이었다.
“성주님을 구해야 한다! 기체 같은 괴물이 벽을 통과해서 그분을 따라갔어!”
드라우거군. 나는 쉽게 대상을 파악하며 겨우 버티던 이들을 보았다.
“문, 열어.”
기사는 3초 망설인 끝에 입술을 악물며 무언가를 조작했다. 비밀 통로가 열렸다.
“으아악!”
비밀 통로 너머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성주님이!”
계속해서 칼부림 소리가 나고 있으니 아직 성주님은 안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땅을 박찼다. 중간중간 함정 같은 게 발동되는 것 같기도 했으나 내가 워낙 빨라서 소용없었다. 갈라진 길도 싸우는 소리를 따라가면 그만이었고.
물론 나를 따라올 이들은 좀 고생할 것 같긴 한데…… 본인들이 고생하는게 성주 죽는 것보단 나을 거라 믿어 본다.
“도, 도망─.”
“티아!”
흐우우우우
그리고 내가 싸움의 근원지에 다다랐을 때. 실체화한 드러우거가 한 여인을 상대로 칼을 치켜드는 게 보였다.
드라우거의 바로 아래엔 갓 죽은 사람과 그 사람이 들고 있던 횃불이 떨어져 있다.
“너.”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내 검이 드라우거의 머리통을 베었다.
예전엔 그래도 2타였던 것 같은데. 레벨이 오른 까닭인지 평소보다 힘주어 휘두른 탓인지. 드라우거의 기체가 녹아 아래로 흩어졌다.
“피우온 성주인가?”
그렇게 드라우거를 처리하자, 뾰족한 귀를 지니고 주름이 약간 진 얼굴의 여인이 보였다.
머리카락을 8등분해 땋은 머리가 잠깐 시선을 끌었다가, 상황을 자각함에 따라 생각을 정돈했다.
“…그렇다네. 자네는?”
와, 완전 간발의 차로 구했다. 비록 호위무사들은 다 죽은 듯하지만……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내가 피우온을 구할 수도 없었을 테다.
나는 그들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검을 오른손으로 넘겼다. 그리곤 빈 왼손을 뻗었다.
“바람손의 의뢰를 받고 왔다.”
피우온의 눈이 이지러졌다.
“수리야가?”
“일어나라.”
손을 미세하게 흔들며 존재를 피력하니, 피우온은 눈물을 살금 흘리면서도 손을 잡았다.
“그 아이가, 성공했나?”
“네 눈으로 결과를 봐놓고 되묻는 건가?”
“…그래, 그렇군.”
나는 그녀를 일으켜 주고 몸을 돌렸다. 비밀 통로의 끝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성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거기엔 병사들이 있으니까.
“바깥에 기사들은…….”
“성주님!!”
“…살아 있군.”
비밀 통로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내 설명을 바라지 않았다. 나는 성주를 배려하지 않는 속도로 나아갔다.
발걸음 소리로 성주와 나 사이의 거리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틈틈히 뒤도는 행동은 필요 없다.
“너, 너……!”
“나는 멀쩡하니 걱정 말거라.”
“성주님!”
호위 합류하는 건 좋은데, 저기요. 좁은 길목을 막고 있으면 어떡해요. 나는 그들을 노려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당장, 길을 터라.”
기사들이 얼떨결에 한쪽으로 비켜섰다.
이제 나갈 시간이었다.
“상황은, 상황은 어떻게 됐나? 얼마나 살았지?”
“남은 기사는 저를 포함해 셋뿐이고…… 병사들은 다섯뿐입니다.”
“바깥은?”
“엉망입니다. 다행히 저분의 도움으로 거대한 괴물과 대부분의 좀비, 해적들은 처리했지만…… 감염 속도가 너무 빨라요. 마을은 엉망이 되었을 겁니다.”
나는 들어올 때에 비해 길게 느껴지는 통로를 두고 다음 할 일을 고민했다.
성주를 구했으니 바람손이 있는 데까지 인도해야 하나? 그건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은데.
그럼 바깥에 남은 적 처리? 성에 오는 걸 우선해서 그렇지, 아까 마을에서 가고일 몇 마리 더 날아다니는 걸 봤거든.
아니면 누더기골렘이 넘어온 성벽 쪽을 조사해도 좋겠지. 악마계약자 같은 놈들이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니까.
“성주.”
다만 후자의 선택지를 고르기엔 가진 정보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가서 발로 뛰며 찾기엔, 없을 경우 시간만 날리는 셈이라.
“묻겠다. 성안으로 진입한 적의 병력은 이게 단가.”
“내 기사들이 파악한 바론…… 그렇네.”
“그렇다면 악마들이 언제, 어디서부터 나타났는지. 누더기골렘만큼 위험한 것이 또 있진 않은지. 지원이 가장 필요할 것 같은 곳은 어딘지. 대답할 수 있는 게 있나.”
나는 그냥 시원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말을 원래 이렇게 길게 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신해서 물어봐 줄 이들도 없거니와 상황이 상황인걸.
무엇보다 여긴 내 컨셉 아는 이들이 전무하고, 한 번 길게 물어봤다는 걸 널리 떠들고 다닐 리도 없으니 나중에 들킬 위험도 적다.
캐붕 걱정은 내려놓고 사건 해결에 집중해도 될 것이다.
“그건 성주님보다 내가 더 잘 알 걸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봤으니까.”
한데 나와 성주 사이의 대화를 끊고 사복차림의 누군가가 나섰다. 나를 따라 성안으로 진입했던 이였다.
“설명해 주게.”
성주의 명령에 그는 손가락을 톡톡 치며 발언을 이었다.
“시작은 암센 선착장부텁니다. 날아다니는 괴물들이 항구를 어지럽히는 동안, 배 세 척이 선장에 닿았고…… 아까 당신이 처리한 괴물이 뒤이어 등장했어요. 비푸릿 일당도 그 배에서 내렸죠.”
어, 어…… 그래. 암센이 어딘진 모르겠지만 그렇구나…….
“해적들이 뭘 풀자 사람들 일부가 좀비로 변했어요. 그런 다음 일부는 마을로 퍼지고, 거대한 괴물은 성 뒤쪽 길을 타고 올라와 성벽을 뚫고 들어왔죠.”
“그게 단가.”
“네. 저 거대한 괴물만큼 위험한 녀석은 따로 없던 것 같아요. 다만 좀비와 해적들이 도시 전역으로 흩어져서…….”
이곳 지도를 몰라서 적들의 이동 경로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누더기골렘만 한 적이 없다면 그걸로 됐다. 당장 달려갈 곳은 없다는 거니까.
그렇다면 이제 차근차근 우선순위를 정해 돌아다니며 구역을 정리하면 된다는 건데…….
“암센 선착장이 어디지.”
성 안에는 적이 더 없다니 제치고. 악마계약자와 해적들이 내렸다는 선착장을 노려야겠다.
음습한 악마숭배자들 특성상 내려서 무슨 짓을 준비하고 있을지 몰랐다. 좀비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듯, 추가적인 사태가 더 벌어질지도.
“성에서 나가 남쪽으로 내려가면 있지요……? 근데 암센 선착장의 위치를 왜 모르는…….”
“괴물이 뚫고 들어온 구멍을 타고 나가, 오른쪽길로 꺾어서 언덕을 쭉 내려가거나 성문을 나가 왼쪽 방향으로 틀어 남진하면 선착장이 나오네.”
내가 바람손이 데려온, 그러니까 외부인임을 아는 성주가 조곤조곤 말을 덧붙였다. 아주 쓸모 있는 참견이었다.
“내가 다시 올 때까지 성에서 버텨라. 그 정돈 할 수 있겠지.”
나는 비밀 통로를 빠져나와, 비밀 통로 입구가 있던 방의 창가로 다가갔다.
“어딜 갈 것인가?”
콰직.
성주의 말소리와 창문 부서지는 소리가 잇따라 이어졌다.
“악마를 죽이러 간다.”
“잠깐─.”
내 몸이 4층 높이에서 그대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