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그렇지만 (3)
바람손은 아침이 되도록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용도 잡은 마당에 설마 의뢰를 하기 싫어서 도망갔을 리는 없고…….
“아직도 사냥 중인 건가?”
만일 그런 거라면 체력 한 번 대단한 양반이었다.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낮을 보낸 것도 모자라 밤은 숲에서 보내다니.
“길 잃은 거 아니에요?”
“설마.”
그보단 사냥감 하나 발견 못 해서 발견할 때까지 돌아다니는 쪽이 가능성 있어 보인다. 그쪽 자존심이면 무리도 아니었다.
“됐고, 너희 푹 쉰 거 맞지?”
“그럼요.”
“모험가들도?”
“그쪽도 컨디션 짱짱하답니다.”
든든하게 먹이진 못했을지언정 잠만큼은 푹 재웠다. 제 부하들을 우선해 챙긴다며 일부 인원─마법사─이 굉장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알 바 아니었다.
꼬우면 선장 하든가. 가장 덜 죽은 주제에 불만이 제일 많다니. 나약한 마법사들 같으니라고.
“선장님이야말로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을 것 있나. 정 피곤하면 배에서 잘 테니 걱정 말라고.”
오늘, 가막만의 인력이 도착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그뤼 텔츠에 돌아갈 것이다. 그런 후엔 약속받은 배와 인력을 데리고 바로 자크라티로 출발할 거고.
그를 위해선 그의 부하들이 힘내 줘야 했다. 용울목 같은 특이 지대가 아니고서야 그가 할 일은 사실상 많지 않으므로.
해룡 사냥에 대한 보수나 죽음에 대한 보상?
그 알 바 아니었다. 계약이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그가 고용한 건 악마기사뿐이고 저치들은 도시나 마탑이나 아무튼 다른 이들이 계약한 사람들이다.
저들은 알아서 도시에 돌아가, 알아서 본인들의 보상을 받아 챙길 거다.
“그뤼 텔츠랑 마탑이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네요.”
“지켜야지. 아니면…….”
아차, 우리 쪽 대가를 받아줄 아크메이지가 쓰러졌지.
바람손은 그 사실을 깨닫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되면 그뤼 텔츠와 마탑이 모르쇠로 굴 수도 있겠다 싶었던 까닭이다.
“괜찮아. 배를 안 주면 훔치면 되고, 마탑은 처음부터 기대 안 했으니까.”
그러나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미 모험가 중 몇을 포섭했을 뿐더러, 그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무엇보다 바다를 가르고 용을 베어 낸 검사가 우리한테 있는데, 더 필요할 게 뭐야?”
그의 도박은 상상 그 이상으로 성공했다.
죽은 수하 녀석들에겐 미안하지만, 후회가 도저히 들지 않을 만큼.
“와, 그건 그렇네요. 병력이 무슨 소용이야.”
“제가 생각하기에, 그 작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 뭐냐, 우리가 계획했던 것도 저 양반에겐 의미 없는 거 아녜요? 조각배랑 노 저어 줄 사람 하나만 있으면 끝을 볼 것 같은데. 칼질 한 번이면 배 하나가 침몰할 거 아냐.”
“으하하! 네 말이 맞아! 칼질 한 번이면 배가 침몰하겠지!”
바람손은 부하들의 말을 들으며 폭소했다.
사내의 무력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일까. 저 말이 정말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을 한가운데에 떡하니 놓인 용 머리─악마기사가 해변에 방치해 둔 걸 마법사들이 발견하고 끌고 왔다. 그 작자는 저걸 생선 대가리쯤으로 여기는 게 분명하다─가 있는 이상 더 그렇다.
“하, 이참에 한번 시도해 볼까? 정말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괜찮은데요? 침몰하는 배에서 비푸릿 건져내기는 힘들 것 같지만.”
“아예 비푸릿이 탄 함선만 남겨놓고 다 수장시켜 달라고 하는 건 어때요? 그리고 비푸릿 모가지를 가져와 달라고 하는 거죠.”
“크하핫. 그거 괜찮은데. 오면 물어봐야겠어.”
물론 그 사내라면 거절하지 않을 거다. 오히려 그거면 되냐고 되묻는 건 아닐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뤼 텔츠까지 오며 품었던 모든 불안과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그 정도면, 키푸랑 투나…… 와얀도 좋아하겠지.”
“암요. 걔네 성격 몰라요? 자기 목숨을 대가로 비푸릿 놈들을 다 데려올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웃을 놈들인 거!”
“그래…….”
그래, 정말로. 이 항구에 도착하기까지 품었던 모든 고생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이제 죽은 부하와 형제들, 그리고 피우온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
“근데…… 선장님. 그, 이단심문관도 데려갈 건 아니죠?”
“미쳤어? 사람들에게 맞아 죽을 일 있나.”
“그렇죠? 후.”
용잡이 양반이 없고 인력이 부족하다 해도 신전의 인물만은 안 된다. 그 이단심문관이 더없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자크라티는, 그리고 야바드 지방에 위치한 모든 성은 40년 전 신전의 만행을 여즉 잊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난 이번에 동행한 것도 끔찍할 지경이라고. 또 배에 태우고 싶진 않아.”
“저두요.”
“그나마 데려갈 필요가 없어서 망정이지…….”
바람손은 말을 잇다 말고 저편에서 울리는 대지를 느꼈다.
“지원군이다!”
가막만에서 드디어 사람을 보낸 모양이다.
“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채비하고…… 갑판장은 모험가들에게 말해 줘. 곧 출발할 거라고. 잇캄, 너는 우두머리한테 가서 말 달라고 하고. 안 주려고 하면 잘라온 용 대가리 보여 줘.”
겨우 용을 관찰할 기회가 생긴 마법사들이 헤죽 웃는 걸 아까 보긴 했지만, 일은 일이다. 바람손은 힘으로 강탈해서라도 가져다주란 명을 내렸다.
“네엡.”
부선장이 칼집을 어루만지며 만족스럽게 대답했다.
“그보다 악마기사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그는 선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한편으론 악마기사의 행방을 알 이들을 찾았다.
곧 소금기 먹은 후드를 뒤집어쓴 큐어티족 청년이 보였다.
“이봐, 악마기사는 언제 오는 거지?”
“그거야 저도 모르죠. 나리는 워낙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서.”
“임시로 같이 다닌다더니, 정말 안 친한가 보네.”
“임시라곤 해도 기약 없는 임시거든요.”
“용만 같이 잡는 게 아닌가 보지? 난 임시라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용이 아니라 사탄을 잡는 게 목적입니다요.”
“…그럼 임시가 아니지 않아?”
“나리가 좀 까칠해서.”
그래서 동료란 거야 아니란 거야? 바람손은 눈을 모호하게 떴다.
“어, 저기!”
그때 구호 물품 일부를 건네받느라 정신없던 사람들이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오셨네요, 나리.”
“그래 보이네…… 근데 대체 뭘 든 거야?”
멀리서 무언가를 잔뜩 짊어진 악마기사가 보였다.
* * *
쿵!
나는 산에서부터 들쳐 메고 온 것을 내려놓았다.
와, 진짜 장난 아니고 온몸이 뻐근했다. 오는데 무거워서 기절하는 줄.
“곰……?”
“멧돼지도 있는데……?”
그래. 내가 잡은 건 곰이랑 멧돼지다. 둘 다 고기 많이 나오는 만큼 톤 단위의 무게를 자랑하는 녀석들이기도 하다.
덕분에 끌고 오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둘 중 하나는 버려 버릴까 고민 많이 했다. 두 개 다 가져와도 부족할 판에 하나만 가져오면 더 의미 없으니까 억지로 힘낸 거지.
“이봐, 우린 더이상 고기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바람손이 느물거리며 물었다. 나도 눈이 있는지라 어떤 의민지는 잘 알았다.
지원군이 왔으니 이제 갈 차례라는 거지. 물자 이제 옮기는 거 보니까 내가 늦은 것 같진 않아서 다행이구만.
“우습군. 당연히 네것이라 여기는 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컨셉에 어긋나지 않게 입 한 번 털어 주고, 대충 옆으로 비켜섰다. 바람손이 크하핫 웃더니 이쪽으로 다가와 고기를 확인했다. 데브도 함께였다.
“그럼 왜 가져왔는데?”
“산책길을 방해하는 짐승을 죽인 것에 불과하다.”
“터프하긴.”
“나리, 그러면 이거 사람들에게 나눠 줍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찰떡같이 대신해 주는 데브를 힐끗 보곤 고개를 돌렸다.
“알아서 버려라.”
“예, 나눠 주겠습니다.”
데브가 실실 웃는 게 왠지 나를 츤데레로 적폐 해석하는 것 같지만, 사람들한테 고기가 돌아가면 된 거지.
나는 데브가 사람들에게 손짓하는 걸 보며 주민들이 보다 다가오기 쉽도록 자리를 옮겼다. 그런 내게 접근한 건 낄낄 웃는 얼굴의 바람손이다.
바람손이 시도한 어깨동무는 당연히 쳐냈다.
“가막만의 지원군에게 말을 받아다가 바로 그뤼 텔츠로 갈 건데, 시간이 필요한가?”
내가 할 말은 당연히 정해져 있었다.
“안내해라.”
아, 근데 아크메이지랑 인퀴지터는 일어난 상탠가? 아직 일어났다면 진짜 두고 가야 하나? 쓰읍. 어쩔 수 없긴 한데, 나름 큰일일세.
“엥, 바로 가십니까?!”
한데 그걸 엿들은 데브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깨우겠습니다 내지 데려오겠습니다 등의 말을 안 하는 걸 보니까 정말 아직 안 일어난 상탠가 보다.
“마, 마법사 나리나 저 벽창호는요?”
“벽창호?”
“사제요.”
“그 양반은 일어났어도 안 데려가.”
…바람손 신전 진짜 싫어하네.
이러면 그냥 인퀴지터가 멀쩡했어도 동행 못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우린 급해. 아크메이지가 깨어나려면 최소 이틀은 있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아크메이지는 괜찮아 보이지만 회복 시간 때문에 무리고. 데브도 허용할 것 같긴 한데 얘가 날 따라올지는 잘 모르겠다.
“그쪽은 어쩔 거야?”
데브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곤 끝내 결정을 내렸는데, 그게 다음과 같았다.
“따라가야죠 뭐. 애초에 기사 나리 때문에 합류한 길인데.”
…그랬던 거였어?? 아크메이지가 설득한 게 아니었단 말이야??
아니 내가 뭘했다고?
“무엇보다 연락이 오가야 다시 합류를 하든 뭘 할 텐데, 기사 나리 혼자만 가면 답신 안 줄 거잖습니까.”
근데 그 뒤에 바로 뼈를 때리네.
“으하하학! 그건 그래 보이긴 해!”
바람손이 허파에 바람 든 것처럼 웃기 시작하고, 나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검집에 손을 얹었다.
롱소드가 부러졌음을 깨달은 건 그 다음 순간이었다. 빈 검집만 손에 잡혔다.
“어이쿠, 그럼 저는 일단 마법사나 사제들에게 말을 전해 두겠습니다. 그 정도 시간은 기다려 주시겠지요?”
“뭐, 그 정도는.”
내가 얼굴을 구긴 채 검집을 붙잡으니, 데브가 다급히 물러났다.
데브랑 바람손이랑 의외로 죽이 맞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컨셉처럼 사회성 버린 성격이 아니면 이 정도 합은 얼마든지 내겠지만.
“…….”
그래도 이 성질에 놀림 받아서야 기분 좋을 수 있을 리가. 나는 얼굴을 찌그러트린 채 흉흉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선장, 말 빌려 왔습니다!”
빌려 온 게 아니라 강탈해 온 분위기의 부선장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계속 그랬을 거다.
그녀의 뒤에는 용 머리를 심란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가막만의 지휘관이 있다. 예정대로였다면 그가 용잡이를 지휘했을 테다.
“오, 좋아! 불만은 없고?”
“대가리 보더니 바로 준비하겠다는데요. 아, 물론 보고를 위해 본인도 같이 가야겠답니다. 나머지 인원은 천천히 철수한다고 하고.”
“우리만 바로 갈 수 있으면 상관없어. 모험가들은?”
“말은 충분합니다. 모험가들도 거의 다 채비한 상태고요. 아, 신전이랑 마탑 쪽에서도 한 사람이 동행을 고집하는데 어쩔까요?”
“이동에 방해만 안 된다면, 알 바 아니지.”
“넵.”
바람손이 손가락을 딱딱 튕겼다. 곧 하나둘 손을 올리는 게 위치 확인용 신호가 아니었나 싶다.
“그럼 다들 모여! 악마기사 친구만 오면 바로 갈 거니까.”
“친구라 하지 마라.”
“그럼 지인.”
나는 말을 얍삽하게 돌리는 바람손을 두고 검집을 꾸욱 잡았다. 바람손은 내 롱소드가 부러진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다.
“이거면 사흘은 버틸 수 있겠는데.”
“세상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근데 데브를 기다리는 사이 말이 잠깐 끊겼더니, 마을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럼 뭐해? 바다가 돌아오려면 멀었는데.”
“너!”
“빌어먹을, 어떻게 한 달을 버텨…….”
기뻐해야 할 상황임에도 기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한 명씩 있다.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집단에서, 특히 마을 단위라면 현실을 냉정히 볼 수 있는 사람이 하나쯤 있어서 나쁠 건 없다.
사기가 하락한다는 점에서 다소 상황을 분간할 머리는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당신은 할 만큼 했어. 저건 이제 도시 몫이지.”
한데 바람손이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내가 저 사람들을 신경 쓴다고 여긴 모양이다. 내 컨셉은 그 정도로 동정심이 강하진 않은데 말이지.
“관심 없다.”
나는 몸을 돌렸다. 바람손의 말마따나, 나는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줬다.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신경 쓰일 순 있다고 하나, 너무 오래 담아 둘 필요는 없었다.
“저.”
담아 둘 필요는 없지만.
“아저씨.”
나는 밤에 보았던 아이를 마주했다. 어제 그 애들은 아니었다. 내가 용은커녕 그뤼 텔츠로 가기도 전. 이 마을에 어쩌다 들르게 됐을 때, 그때 밤에 마주했던 아이였다.
그때도 까만 옷을 입었고 지금도 까만 옷을 입고 있는 그 아이.
“…그때 나쁜 말 해서 죄송합니다.”
아이는 내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조그만 머리통이 유난히 동그랗게 보였다.
“애한테 뭘 했기에 나쁜 말도 들었대?”
그보다 바람손 얘는 아까부터 나한테 은근슬쩍 친한 척한다? 네가 데브야? 아니면 적자 들어가는 직업(도적·해적)은 다 이러냐?
나는 내 옆구리를 쿡 찌르려는 바람손에게, 명치를 손등으로 콱 쳐주었다. 바람손의 허리가 기역자로 꺾였다.
“푸흡.”
부하들이 보는 앞이었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낄낄대며 꼴 좋다며 떠드는 게 정말 격의 없는 사이 같다.
“꼬마.”
별개로 나는 손가락을 까닥였다. 아이가 흠칫 몸을 떨더니 일단 총총 다가왔다.
이제 보니 키는 좀 컸다. 애가 너무 말라서 작아 보이는 게 문제지.
“……?”
나는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마침 이 상황에 꺼낼 만한 게 있었다.
그러니까, 내겐 정말 필요 없는 데다가 인벤토리 칸만 먹는 악성 재고지만, 이 상황에서 애한테 주면 딱 그림 좋을 만한 게 말이다.
“이건…….”
타타라의 모험가들아. 너희가 준 악성 재고, 여기서 하나 처리하마.
나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조그만 주머니 목걸이에, 추가로 무언갈 담고 아이에게 건넸다.
“제가 받아두 돼요?”
“가져가라.”
“지나는 하나도 착한 일 못 했는데.”
“가져가라고 했다.”
아이에게 너무 세게 말하나 싶지만, 컨셉이 이 모양이라서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나름 좋은 거니까.
「복주머니 목걸이│데르마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신구. 걸고 있으면 주머니 안으로 복이 들어온다는 미신이 있다.」
아이는 복주머니 목걸이를 손에 올린 채로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오색실로 만든 복주머니는 그 안에 든 것에 비하면 쓰레기나 다름없을지언정, 겉보기엔 썩 예쁘긴 했다.
“이야기 다하고 왔습니다!”
“오, 그럼 그만 출발하지.”
마침 데브가 와다다 돌아왔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었다.
“바로 갈 건가?”
“예에.”
“그럼 가지.”
같이 대기해 주던 가막만의 지휘자까지 합류하며, 정말 출발할 준비가 다 됐다.
언제 포섭했는진 모르겠지만 모험가들도 두엇 말에 같이 탄 채다. 짐마차에 실린 용 머리가─언제 저기 갔지?─유난히 듬직했다.
“애한테 또 뭐 하셨습니까?”
“또?”
“어제 애들한테 먹을 거 주셨던데.”
“애 좋아하나 보네.”
애를 안 좋아하는 어른이 있으면 안 되지 않나? 아니 싫어하더라도 애들 잘 대해 주는 건 인간적 도리라고 보는데.
어쨌건 나는 투헨더를 뽑아 가볍게 휘둘렀다.
서걱!
사람들을 용케 피해 대지를 가른 참격이 사위의 소란마저 같이 잘라 냈다.
“…출발할까?”
살살 기어오르던 양반들의 깝죽거림도 다행히 범위에 들어갔다.
“어!”
나는 말에 올라, 말에게 신호를 보냈다.
뒤에서 아이와 어른의 탄성 소리가 났다.
“지, 진주!”
“읭?”
쫄았을지언정 내 옆에 달라붙긴 한 데브가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잠시만, 진주 두고 가셨!”
“엥? 진주? 잠깐, 기사 나리…….”
좋아. 대열을 보니까 가장 앞으로 달려도 되겠는데.
내 말이 가장 앞으로 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