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이 컨셉충이면 곤란한가요-48화 (48/389)

◈48화 빌고 또 빌어 (6)

“밤 사이 17척의 배가 침수되었소! 17척이!”

“배 밑판에 구멍이 났는데 어쩔 수 없지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성주. 이대로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그것을 귀기울여 듣지 않은 것은 성주 본인이십니다.”

바람손은 성주를 몰아붙이는 아크메이지를 낄낄대며 감상했다. 성주가 그를 노려보았지만 알 바 아니었다.

그는 임시면죄권을 받은 상태였고, 자크라티 성주의 전언도 가진 몸이다.

그것들이 있는 이상 그뤼 텔츠의 성주는 그를 함부로 대해선 안 됐다. 보는 눈이 없었다면 모르지만, 마탑의 현자가 그를 비호하는 중이어서야 더 그렇다.

“지금이라도 병력을 내주시지요.”

“벼, 병력을?”

“해룡 사냥에 쓰일 병력 말입니다. 아, 그것 말고도 지원해 주셔야 할게…….”

어제의 아크메이지는 대단히 죽여 버리고 싶은 사람이지만, 여전히 살심이 들긴 매한가지지만.

최소한 같은 편으로 두면 또 이만큼 좋은 협상가도 없다. 덕분에 바람손은 편안히 상황을 관망했다. 아크메이지는 수월히 그가 요청했던 모든 것들을 뜯어내 주었다.

“상전벽해 되어도 비켜설 곳은 있다더라니, 생각했던 것보단 수월히 진행되겠군요. 솔직히, 이대로 끝나나 싶었는데.”

옆에 서 있던 부선장이 슬쩍 귓속말을 해왔다. 동감이었다. 어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 역시 자크라티는 끝이구나 싶었다.

심지어 순순히 협력하는 척 굴다가 밤에 도주할까 고민도 했다. 항구에 있는 배 하나 훔치는 것쯤이야 용잡이에 동원되는 것보단 할 만하지 않은가.

물론 그랬다간 모험가 길드와 척을 지게 되겠으나, 어쩌면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모험가 길드가 그를 쫓겠다고 사람을 보내거든 그들을 잘 유인해 비푸릿과 싸움 붙이는 수도 있을 테니까.

물론 모험가들이 비푸릿에게 붙을 가능성도 있긴 하다마는.

“그러게 말이다. 기왕이면 3일 안에 결판 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생각을 접은 건 어제 나타난 용아병 때문이다. 아무렴, 그가 배를 훔쳐 달아난들 놈과 맞닥뜨리면 그대로 수장될 뿐이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죽는 것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더해 계산적인 이유도 조금 있었다.

놈들이 도시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배를 수몰시킨 이상, 성주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터.

이렇게 되면 반나절안에 용을 잡지는 못해도 최소 사흘 안엔 일이 진행될 게 분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배가 가라앉을 테고, 그럴수록 성주의 손해는 더욱 커질 것이므로.

“3일? 그럴 리가 있나. 이틀이면 족할 걸세. 어쩌면 자크라티에 미리 파견하기로 약속한 병력보다 우리가 먼저 일을 끝낼지도 모르겠군.”

해서 슬쩍 끼어든 아크메이지가 그것을 장담했을 때, 그는 상황의 불쾌함도 잠시 잊은 채 웃었다.

“그런 식의 계약 위반이라면 나쁘지 않지.”

산다면, 에 한해서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이 일이 성공한다면…… 그는 그가 목적했던 것보다 상회하는 도움을 얻어 자크라티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말 그대로 도박이었다.

그의 목숨과, 반평생을 함께해 온 동료들과, 도시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의 목숨을 판돈 삼는 도박. 그 대가로 도시의 구원을 내건.

바람손은 순간 어깨에서 느껴진 짐의 무게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정말 이게 최선일까.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한 물음이 그를 괴롭혔다. 보트 한 척만으로 폭풍을 헤쳐 나오던 때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그땐 그저 그의 목숨만 건사했으면 됐는데.

“그보다 악마기사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군.”

“악마기사?”

“그러고 보니 자네, 제대로 된 소개를 못들었겠군. 자네가 처음에 얻고자 했던 그 사내의 별명일세.”

“아하. 그렇구만. 비싸게 굴더니 이제야 누군지 듣는군.”

악마기사라. 악마라면 치를 떠는 야바드 출신으로서 썩 달가운 별명은 아니었다. 악마가 붙을 만큼 악마를 잡아 쳐 죽였다면 그래도 낫지만.

“…그가 다소 가까워지기 어려운 성정임은 인정하는 바네만,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진 말게. 나름의 사정이 있을 뿐이니.”

“응? 푸핫. 그걸 신경 썼나? 그런 거라면 너무 걱정 말라고. 바닷사람에게 있어 그 정도 모남은 흠도 아니니까.”

“그럼 다행이네만.”

“물론 뒷받침되는 실력이 없다면 그땐 유감이 생기겠지.”

“걱정 말게. 실력에 한해서는 유감을 만들 사내가 아니니.”

마탑의 현자마저 장담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바람손은 성을 나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주 우연찮게, 항구의 바다 일부가 갈라지는 걸 목격했다.

소름끼치도록 새까만 마력이 벌인 일이었다.

“악마기사가 저기 있군.”

“…저게 악마기사의 짓인가?”

“이를 말인가.”

나참. 저게 정말 그 사내의 짓이라면, 그리 오만한 것도 억지는 아니겠거니 싶었다.

그가 목격했던 어떤 이도, 하다못해 기사조차도 저것은 불가능했으므로.

* * *

바람손에게 장담했던 것보다 하루가 지연되긴 했지만, 적어도 지지부진했던 전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는 세상에, 하루 만에 군영이 만들어지는 게 가능한지 몰랐지. 용아병 퇴치한다고 가막만에 따라갔다가 병영이 착착 올라가는 것 보고 놀람만 얻고 왔다.

별개로 진지 작성에 참여할 부분이 없다 보니, 용아병 처리 이후엔 푹 쉬었다. 어찌나 시간이 남는지 배에 탈 사람들이 모여 각자 소개하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협력해 용을 유인해 와야 하는 입장에서, 안면을 트고 서로의 전력을 알아보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가 여태까지 그걸 못(안) 해봤을 뿐이지.

“마법사 비중이 많군.”

“참격을 날려 댈 수 있는 수준의 전사가 적은 걸 어떡합니까.”

마탑에서 파견 나왔다는 마법사가 그리 말하며 나를 뜨거운 눈으로 보았다. 아크메이지가 마탑을 두고 충고한 게 있어서 더 거슬리는 눈빛이었다. 왜 저런 눈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제 항구에서 참격을 쏘아 댄 게 기분 나빴나. 근딜이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 그나마 가진 원거리 기술 최대 범위를 알아본 것뿐인데. 항구에도 피해 안 줬는데.

“크흠.”

한데 막 다가온 아크메이지가 헛기침을 한번 크게 하니 시선이 제법 사라졌다. 많이 나았다.

“마법사들은 안에서 대기하라지 않았나.”

“그렇지만 아크메이지님.”

“자네 부서가…….”

“들어가겠습니다.”

아크메이지가 배 아래층으로 내쫓아 준 이후에는 더 편했다. 뺨이 너무 따가워서 성질이라도 부려야 하나 고민했잖아 나.

“그래도 없진 않네. 작살은 던지는 식으로 협력하는 수도 있으니까.”

“뭐, 그래. 용에게 작살이 통할진 나도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마법으로 강화된 것들이니 효과는 있지 않겠나.”

“그럴지도.”

…그보다, 잠깐만. 일반 작살이 아니었어? 나 아까 연습 겸 던졌다가 3개 정도 뽀갰는데.

그래서 마법사들이 날 그렇게 열렬히 본 거였나??

“탈 사람은 다 탄 거 맞지? 그럼 출발한다.”

여하튼 슬슬 시간이 되었다.

마탑의 마법사 스물에 모험가 다섯, 신전에서 열여섯, 선원 서른셋. 그리고 우리 넷.

철저히 유인만을 고려한 인원이 바다로 떠나기 시작했다.

“욱.”

물론 몇십 분도 안 되어서 내겐 멀미가 찾아왔다. 지금까지 탄 배중에서 가장 컸건만 이걸론 턱도 없었나 보다.

“잠깐, 안색이 왜 그래?”

그래도 사람들이 많아서 필사적으로 숨기긴 했는데…… 바람손만 또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다른 이들은 눈치 못 챈 것 같던데, 왜 하필 쟤만 알아본 건지는 모르겠다.

“너, 너?”

덕분에 바람손이 배신감 절절한 눈을 했다. 그 심정은 이해하는데 좀 억울했다.

나라고 뱃멀미하고 싶어서 하나? 캐릭터 몸뚱이가 이렇게 돼먹은 걸 어쩌라고!

“저래도 잘만 싸우니 걱정 마십쇼.”

지상에 남을지 말지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따라오고만 데브가 나를 대신해 대답했다. 왜 따라왔는진 모르겠는데 말 대신해 줘서 고맙다.

“젠장, 이대로 괜찮은 거야?”

사실 아니. 선상에 있는 이상 멀미는 절대 안 괜찮아질걸. 그렇지만 이미 배는 띄워졌다. 이제 와서 회항하는 건 어림도 없다.

“차를 가져왔습니다.”

별안간 인퀴지터가 불쑥 끼어들었다. 어제부로 인퀴지터의 신분을 들은 바람손이 순식간에 얼굴을 굳히며 뒤로 물러났으나 그녀는 아랑곳 않고 제게 차를 내밀었다.

한방 특유의 냄새가 솔솔 올라왔다. 쓰기보단 향긋함에 가까운 형태로.

“드시면 좀 나아질 거랍니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나는 반신반의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눈을 감은 채 쭉 들이켜니 속이 더 울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나아진 것 같기도 했다.

“주돛의 방향이 바뀝니다!”

그때 선원이 우렁차게 외쳤다. 바람손의 고개가 그쪽으로 틀어졌다가 크게 호흡했다.

“뭐해, 중앙 돛 내려!”

“폭풍이다!”

그러나 그 잠깐의 틈을 타고 우후죽순 보고가 쏟아졌다. 바다를 잘 모르는 일반인의 귀에도 심상치 않은 바람 소리가 귀를 메우고, 뱃사람들은 더욱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당황하지 말고 평소처럼 대비해! 아직 용울문에 다다르지도 않았으니까!”

바람손은 그렇게 외치곤 날 힐끗 보았다.

“이봐, 용을 못 죽이면 내가 널 죽일 테니 그리 알라고.”

용을 죽이는 데 실패하면 쟤가 날 살해하기 전에 다 수장되지 않을까 싶지만…… 뭐, 말이라면 뭔들 못 하나.

“내가 실패한다면, 그건 배가 폭풍을 못 이길 때뿐일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아무 말이나 했다. 바람손이 코웃음치곤 본인의 할 일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

평소였다면 범죄자 주제에 뭐라는 거냐며 발끈했을 인퀴지터는 여즉 조용하다. 그녀의 건틀렛이 마찰하며 끼긱 소리를 냈다.

“큼.”

그쯤되서 데브가 헛기침을 했다. 그 눈은 이리저리 구르며 눈치를 보고 있다.

어제 저녁 이후로 둘 사이의 다툼은 바람손이 합류한 이래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래봐야 이틀째지만.

“기사 나리, 정말 용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계획은 무너지기에 계획이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미래다. 그렇기에 나는 저 물음과 비슷한 것이 올 때마다 속이 늘어졌다.

“나약한 소리를 할 거면 꺼져라.”

까라면 까라는 것만큼 악질적인 명령도 드무나, 그것만큼 자주 작용되는 말도 흔치 않다. 가능성의 여부와 상관없이 우린 해내야만 했다.

“해일이다!”

“멍청한! 저 정도 해일에 배가 넘어가진 않아! 난리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봐, 힘이 남아돌면 이거나 도우라고!”

그사이 풍랑이 더욱 강해지고 안 그래도 하늘에 끼기 시작했던 구름이 더욱 많아졌다. 이젠 해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철썩, 철썩. 커다란 배가 기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을 미리 안으로 처박아 둔 게 신의 한 수였다. 그 허약한 작대기들이 이 위에 있었으면 그대로 날아갔을 거다.

“올라왔던 놈들, 다 내려가!”

선원들은 내리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갑판 위의 사람들─대부분 모험가─을 아래로 내쫓았다. 걸리적거린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게 간섭하지 마라.”

그렇다고 그 말을 따를 거냐면, 아니?

안에 들어가면 정말 게워 낼 것 같아서 억지로 남았다. 다른 거라면 모를까, 배 안쪽 악취가 장난 아니었거든. 지금 들어가면 100% 토한다.

“바다에 빠져도 난 모른다고!”

글쎄. 나보단 그물처럼 엮인 줄을 타고 마스트를 왔다 갔다 하는 당신들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나는 난간을 꽉 붙잡은 채 발에 힘을 주었다.

“으아아, 바람 장난 아니네!”

“약해 빠졌긴!”

“나는 댁들처럼 초인이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그럼 들어가라!”

“댁들 곁이 제일 안전해 보인다고요!”

내가 안 들어가니 인퀴지터랑 데브도 남았다. 인퀴지터는 갑옷과 본인 무게가 더해진 덕에 버티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이고, 데브는 뒤 돛대에 팔다리를 동동 감고 있다.

투둑, 툭.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긴장을 머금은 선원들의 외침과 바람손의 말이 빗줄기에 녹아 진득히 섞였다.

철썩!

난간을 붙잡은 채 눈감고 버티려니 찬기가 확 덮쳐들었다. 배 옆면을 때린 파도가 외판을 넘어 물을 쏟은 거였다.

하필 우리가 있던 자리는 난간이 그리 높지 않았기에, 나는 정통으로 바닷물을 뒤집어썼다.

어차피 비로 젖을 몸이기에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냉수마찰로 정신이 퍼득 들어서 그렇지.

“……!”

다만 다음에 있을 일을 생각하면, 그건 오히려 호재였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내 시선이 바다로 향했으니까.

「적의를 품은 대상이 반경 30m 이내에 존재합니다.」

이놈의 시스템은 요즘 내가 발견하기 전까진 울리질 않는 것 같다? 어이가 없어선.

“온다.”

“예?”

어쨌건 대비는 해야지. 나는 검을 빼들었다.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찬가지로 물벼락을 맞은 인퀴지터가 머리카락을 쓱 넘기며 의아한 얼굴을 했다. 굳이 설명해 주진 않았다.

참격이 바닷속을 파고들거든, 알아서 파악할 테니까.

“저건!”

참격 덕에 인퀴지터도 수월히 대상을 찾은 모양이다. 그녀가 다급히 신성력을 끌어올리더니 임시 막을 형성했다.

쿵!

용아병들이 그녀의 막에 부딪쳤다.

“벌써 전투냐?”

“사, 상어 같은 게 바다에 있다!”

“용아병이라고 이야기 들었잖아 멍청아!”

“선장! 보호장치를!”

선원이 다급히 바람손을 돌아보았다.

용아병은 배를 수몰시킨 전적이 많고, 이 배의 선체 강도는 탑재한 보호장치를 가동하기 전까진 다른 배와 다를 게 없는 까닭이다.

다만 사소한 문제점은, 보호장치에 제한 시간이 있다는 것이라.

때문에 전권을 위임받았음에도 바람손은 쉬이 가동을 명령하지 않았다. 그는 후에 있을 용의 전투까지 고려해야 했다. 선장이니까.

“…필요한가?!”

대신 그는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켜지 마라.”

하므로 나는 원하는 답을 들려주었다.

“아직 필요 없다.”

나는 바다에 숨은 녀석들을 노렸다. 인퀴지터가 만든 막에 녀석들이 막히면서, 위치가 순간적으로 노리기 쉬워졌다.

콰앙!

쇳소리와 함께한 두 번째 검격이 막을 부수고 용아병 한 마리를 양단했다. 또 한 마리는 허리 절반이 잘려 검은 무언가를 뭉실뭉실 바다에 퍼트린다.

“네놈! 작살을 가져와라!”

“명령하지 말라고요!”

인퀴지터의 지시에 데브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정작 거절하진 않았다. 중앙 갑판으로 내려앉은 도적이 정확힌 손놀림으로 작살을 전달했다.

“악마기사!”

나는 인퀴지터가 건네주는 작살을 건네받아 단단히 쥐었다.

맞출 수는 있을까. 그렇지만 참격을 고집하기에도 상황이 여의찮던 참이었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몸놀림이 너무 괴랄하고 거리가 멀었다. 갑판이 장애물이 된 덕분에 참격을 쏘아 내기 불편한 것도 있고.

해서 나는 아까 연습하며 간신히 잡은 요령으로 그것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릴 궤적이나 물로 인한 저항, 그런 건 굳이 계산할 필요 없다. 마력을 두르면 거의 일직선으로 나가니까.

“흡.”

메스꺼움을 억누른 채 숨을 삼켰다. 마침 이쪽으로 빠르게 헤엄쳐 오던 놈이 하나 있었다.

쐐액!

검은 기운에 휩싸인 작살이 포탄처럼 날아갔다. 그것이 탁한 물에 입수하며 용아병의 머리를 관통한 건 찰나간의 일었다.

풍덩!

인퀴지터의 작살도 어떻게 하나를 맞췄다. 비록 나처럼 머리를 적중시키진 못했지만 몸뚱이에 꿰어졌다.

몸통에 작살을 단 괴물이 이리저리 몸부림치며 피 비슷한 것을 바다에 퍼트렸다.

“하나 온다!”

그때 그물망 같은 삭구에 매달린 선원이 한쪽을 손가락질했다.

“나리!”

데브가 타이밍 맞게 작살을 전달해 주고, 나는 그것을 받음과 동시에 다시 던졌다. 간발의 차로 용아병의 머리가 꿰뚫리며 절명했다.

서걱!

이어 뽑힌 검이 참격을 쏟아 내 겨우 살아서 빌빌대던 두 놈을 찢었다.

거세진 빗줄기가 머리카락을 푹 적시다 못해 콧대와 뺨,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 다 처리된 것 같습니다!”

“좋아!”

나는 전투가 끝나자마자 몰려오는 울렁임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

죽겠다 진짜. 눈 감고 있을 땐 그나마 괜찮은데 전투한다고 눈 뜨면 지옥이.

“전방에! 용아병 몇 마리가 더 온다!”

…정정하겠다. 지옥은 이제 시작이었다.

해룡 레이드의 막이 올랐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