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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컨셉충이면 곤란한가요-5화 (5/389)

◈◈5화 그러면 안 됐는데 (5)

오랜만에 부모님 생각이 나 조금 아련해졌을까.

그래도 효도는 효도고, 퀘스트는 퀘스트다. 아직 찾아야 할 유품은 6개나 남아 있었다.

“기다려라.”

다른 곳은 샅샅히 뒤져 봤으니 남은 여섯 개는 분명 이 공간에 있을 터.

나는 아이가 매달려 있던 공간을 중심으로 굴을 수색했다. 그 결과 뿌리 사이사이에 숨겨져 있던 뼈를 찾을 수 있었다.

“엄, 엄마…….”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어머니 유품을 알아보고 우는 일이 있긴 했는데…… 내가 뭘 할 수는 없었다. 그분 시신만이라도 제대로 수습하는 것밖에는.

하여간 유품 열세 개. 전부 찾았다. 오브젝트 표시를 안 해주는 것 때문에 찾느라 눈알 빠질 뻔했다.

심해진주 놈들. 게임 잘 만든 건 인정하지만 유저 편의성 너무 안 챙긴 거 아니냐고. 난 이것도 나쁘진 않다만.

“꼬마.”

“엄마…… 흐어엉.”

아이는 혼자 움직일 기색이 아니어서 그냥 한 손으로 들고 굴을 나갔다. 양손검도 쉽게 휘두르는 몸답게 애 하나 정도는 거뜬하더라.

「정화│한번 악마가 자리 잡아 마계화 된 공간은 정화를 거쳐야 합니다.

마계화된 공간은 성스러운 신의 힘이나 순수한 불꽃으로 태워 정화할 수 있습니다. 직업에 따라 가능한 정화 방법이 달라집니다.

정화하지 않은 공간에는 악마가 다시 출현합니다.

이 땅에 다시는 악마가 나오지 않도록 하세요.」

별개로 정화가 필요하다고 하길래 가방에서 기름통을 꺼내서 기름을 탈탈 뿌렸다.

이것도 원작에 있던 시스템이고, 주어진 초기 아이템에 기름통이 있어서 쉬이 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뿌린 기름 위로 불붙인 횃불을 던지려던 찰나. 문득 갈림길 중 막힌 길 끝자락들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난 건데, 거기도 태워야 100% 채워지는 거겠지 역시.

「정화 진행도 1%」

「정화 진행도 4%」

「정화 진행도 7%」

정화진행도 100%는 퀘스트 달성 조건이 아니니까 아마 큰 상관은 없겠지만. 역시 찝찝하니까 나가는 길에 시도할까.

나는 그런 사고와 함께 천천히 올라가는 정화도를 보며 일단 바깥으로 나갔다. 굴에서 불태우면 산소가 부족해지는 것까지 구현해 놨는지, 숨이 막혀 온 까닭이다.

적당히 숨 막히는 느낌만 나도 좋았을 것을, 폐가 조이고 심장이 목구멍 아래까지 치달은 느낌마저 구체적이다.

통각 수치가 낮게 설정됐는데도 가슴이 막막하고 불쾌할 정도였다.

이거, 나야 관련 트라우마 없다지만 일부 사람들에겐 논란일 것 같은데. 괜찮은 건가?

건틀릿으로 입을 막은 채 잘게 기침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나야 그렇다 쳐도 아이는 어떨지 모르니 서둘러야 했다.

콜록콜록

“…쯧.”

아이의 기침 소리가 나자 그냥 냅다 달렸다. 다행히 연기보다는 내 다리가 더 빨랐다.

“괜찮나.”

“…네.”

3분도 안 돼 숨 막히는 공간을 벗어났다. 하수도를 탈출한 건 아니고 아직 연기가 다다르지 못한 구간에 먼저 온 거다.

그리고 그 뒤는 쉬웠다. 불 피우면 망한다는 걸 학습한 나는 더이상 정화를 시도하지 않았고, 길은 이미 오갔던 길이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길에 관해선 기억력이 좋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고블린들 처리해 가며 나아갔을 땐 몰랐는데 길이 유난히 꼬이고 길더라고.

나가는 데만 체감 삼십 분은 달린 기분이다.

철컹!

그래도 기어코 출구를 찾아낸 나는 철창 문을 발로 걷어차며 숨을 내쉬었다. 퀴퀴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하수구 안쪽 공기보다는 상쾌했다.

막 저물어 가는 노을이 눈을 찔렀다.

하면 대충 2, 3시간 걸린 건가? 진입할 때의 시각은 기억 안 나지만, 그래도 낮 시간대였던 듯하고 8시간이 게임상 하루니까.

하긴 길 찾고 악마 때려잡는 데 소요된 시간이 좀 길긴 했다. 외려 내가 탐방한 하수도 넓이를 생각하면 고작 그거밖에 안 흘렀냐는 생각도 좀 들고. 난 한 네다섯 시간은 있었던 기분이었거든.

시계 기능을 제공해 줬으면 정확히 알았을 텐데, 그건 좀 아쉽다.

“꼬마.”

“……?”

어쨌거나 나는 손에 들린 아이를 확인했다. 꼬질꼬질한 얼굴 사이로 멀뚱거리는 얼굴이 잘 보였다.

아직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살아 있으면 됐지.

나는 강둑을 올라 천천히 길을 되돌아갔다. 길드로 와서 보고를 하랬으니 길드로 갈 시간이었다.

“기사님.”

그러다 잠깐. 숨을 고른 아이가 훌쩍이며 저를 불렀다.

“엄마는 신의 곁에서 행복하시겠죠?”

답이 정해져 있는 물음이었다.

“그래.”

모험가 길드에 다다랐다.

* * *

“아, 모험가님? 무슨 일…… 그 아이는?”

저녁이라 그런가. 길드는 아까보단 더 시끌벅적했다. 다만 원인이 대개 주점 이용자들인지라 창구 자체는 좀 한가했다.

덕분에 사무관 이즈렌을 찾는 건 아주 쉬웠다. 그녀에게 보고하는 것도, 아이를 떠넘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받아라.”

나는 창구 바깥쪽으로 나오는 그녀에게 아이를 떠밀었다.

투헨더를 양손으로 드는 근력이라면 모를까, 일반인이 들긴 힘든 무게라 생각했는데 사무관은 잘만 아이를 받아 들었다.

대단하다. 현실의 나라도 저 애를 받아 들면 휘청일 것 같은데.

“이 아인…….”

“인부의 자식이다. 부모를 찾으러 하수구에 들어갔다는데, 자세한 건 애한테 들어라.”

아이한테 못 할 짓이긴 하지만 사실 나도 제대로 들은 게 없어서. 대충 요약해 말했다.

“예?!”

당연히 사무관이 기함하며 받아 든 아이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제가 쥐어 준 어머니의 유품만 꼭 안은 채 입을 앙다물고 있다.

“이, 일단 알겠습니다. 아이의 신변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 하수도를 더럽히는 것

∎ 악마 제거 71 / ??

∎ 보너스: 유품 찾기 13 / 13

∎ 보너스: 사망한 모험가의 흔적 회수 10 / ??

∎ 선택: 아이 구하기」

사무관이 그리 말하는 순간, 퀘스트 하나가 클리어되었다. 나머지도 아마 보고를 하면 클리어될 거 같다.

“회수한 유품을 둘 곳은?”

“아, 유품도 챙겨 오셨나요? 일단 이쪽에 내려놔 주시면 됩니다.”

사무관은 동료 직원에게 아이를 다시 넘기며 저를 창구 쪽으로 안내했다. 은행처럼 넓지도 좁지도 않은 책상을 가리키는 손을 보니 저곳에 다 올려두라는 것 같다.

촤르륵

사양하지 않고 유품들을 쏟아 냈다. 인부의 유품은 장신구나 옷가지고, 모험가의 흔적은 전부 모험가 패라 헷갈리진 않을 것이다.

“마, 많이 가져오셨네요.”

당연하지. 도저히 못 해 먹을 상황이 아니고서야 서브미션을 어떻게 무시해. 물론 남들 처지는 무시할 것 같은 개밥버러지 인상을 준 건 나지만.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사무관을 내려다보았다. 침을 꿀꺽 삼킨 사무관이 빠르게 유품을 확인했다.

“혹시, 이것들은 사망한 인부 13명 전원의 물건인가요?”

“그럼 그게 뭘로 보이지?”

속내와 상관 없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니 사무관이 찔끔했다.

“아, 아닙니다. 일단 해당 유품은 의뢰주분들께 전달, 신원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모험가 패들은…….”

그녀의 말문이 턱 막혔다. 피묻은 동색 패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헤집어졌다.

“…길드를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금은 먹먹한 목소리가 유난히 사람 같아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현실감 있는 NPC를 꾸준히 바라 왔지만, 정작 그런 NPC가 주어지니 어째 좀 불편하다고 할까.

이러다 진짜 스카이넷이 탄생하는 거 아닌가 싶다. 물론 재미는 있으니 계속할 거지만!

“오늘 사냥은 여기까지신가요?”

“……?”

무슨 소리야. 플레이어가 사냥을 왜 멈춰.

“아…… 다시 하수도로 가실 건가요? 그렇지만 조금 휴식을 취하시는 것도…….”

“말뜻을 이해할 수 없군. 내가 하수도에 왜 다시 가야 하지?”

음. 혹시 정화 때문에 그런 건가? 근데 내가 직접 들어가서 하긴 좀 그런데.

“정화까지 내가 해야 하나?”

“악마를…… 잡으셔야……? 네? 정화요?”

나는 43%로 마무리된 정화 진행도를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정화석이라도 쓸 수 있으면 정화를 떠맡는 것도 상관은 없는데, 악마기사는 불로밖에 정화가 안 돼서. 정화하다가 질식해서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건 가능한 피하고 싶다.

“저, 설마 싶어서 여쭙겠는데…… 악마들을 다 처리하신 건가요?”

그건 다소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내 눈매가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럼, 내가 이 자리에 왜 섰을 거라 생각한 거지.”

“아이를…… 데려다 주러?”

중간에 애 발견했으면 아마 그랬을 것 같긴 한데…… 아니 그럼 지금 애 찾았다고 중도 포기한 걸로 여긴 거냐고.

클리어 시간이 빠르면 이런 반응을 보이도록 프로그래밍해 놨나? 근데 내 클리어 시간이 빠르단 생각은 안 드는데.

“…굉장히 불쾌하군. 무시한 건가, 나를?”

얼굴을 와락 찡그리니 사무관이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아니, 무시한 건 아니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모험가님. 그럼 정화를 제외한 모든 악마 제거가 완료된 건가요?”

“그래.”

“…그럼 바로 의뢰주분께 연락드리겠습니다.”

혹시나 했더니만 다행히 내가 다 정화할 필요는 없던 모양이다. 완료 조건에 정화하기도 있었으면 곤란했을 텐데. 행운이었다.

「❖ 하수도를 더럽히는 것

∎ 의뢰자와 대화하기」

퀘스트도 갱신되며 제 확신을 더해 주었다. 정말로 하수구 퀘스트가 끝났다.

* * *

「모험가 길드│모험가 길드에서는 의뢰수주, 보고, 보상 수령 등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길드 내 주점에서는 값싼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으나 맛은 덜할 것입니다. 단, 운이 좋다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의뢰주를 기다리는 동안 길드의 이런저런 시스템을 알아보며 저녁밥까지 해치웠다.

의뢰한 NPC의 전령이 도착한 건 내 식사가 딱 끝날 무렵이었다.

“이건 의뢰 대금이오. 그리고…… 중개비는 이쪽이 대신 내드리겠소.”

상회의 높으신 분이 부른 거라, 어쩔 수 없이 그쪽까지 걸음했다. 그 대신이랄지, 중개비까지 내주더라.

꼭 내가 여기까지 온 게 아니더라도 인부의 유품을 전부 회수해 온 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불려 다니는 거야 나만 불만이지, NPC들은 원래 플레이어 부려 먹는 것에 거리낌 없는 법이니까.

“괜찮겠소, 사무관?”

“그 정도 편의라면 얼마든지 봐드릴 수 있습니다.”

“하면, 여깄소. 약속한 40만 갈이오.”

그보다 이 금액, 계약서 작성할 때 확인하긴 했지만 정말 실화인가? 그때도 단위에 놀랐지만, 물가를 적당히 알아본 지금은 더욱 믿기지 않았다.

튜토리얼 하나 했다고 줄 만한 금액이 아니다.

“확인했다.”

나는 인벤토리에 금화를 밀어 넣는 순간, 하단에 차오르는 금액 표시를 감상하며 심장의 떨림을 겨우 억눌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게임은, 아니 ‘영웅전설’ 원작에서도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 백 단위에서 천 단위의 금액만 줬다. 심하면 그마저도 안 주고 싸구려 장비 하나, 소모품 몇 개로 때우는 경우도 많았고.

퀘스트로 버는 것보다, 길가를 걷다가 혹은 몹을 잡으며 노획하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메이크판은 달랐다. 이놈들은 몹을 잡아서 벌게 하는 대신 퀘스트로만 돈을 벌 수 있게 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십만 단위의 돈을 줄 리 없었다.

“악마에게서 얻은 전리품은…….”

아니, 아니다. 아깐 전투와 방어만 제대로 살피고 생활 쪽을 덜 봐서 몰랐는데, 생활스킬에 ‘도축’이 있더라.

짐승이나 악마의 시체에서 전리품을 얻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찍으면 퀘스트가 아니고 사냥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게 과연 이보다 더 벌게 해줄 수 있을진 의문이다만.

“관심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근접체술을 찍은 걸 후회하느냐면 그건 아니다. 컨셉의 성질머리를 고려하면 고블린에게 전리품을 얻을 일은 없을 것 같더라고.

그에 반해 근접체술이나, 그 이후에 찍은 쳐내기는 요긴히 써먹었다. 도축의 존재를 알았더라도 이것들을 먼저 찍었을 것이다.

“그깟 벌레 놈들에게 얻는 푼돈 따위.”

나는 폼을 단단히 잡으며 추가 보상을 거절했다. 아까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컨셉질은 원래 그런 걸 다 이겨 내야 하는 법.

내 대답에는 아쉬움 한 점 머물지 않았노라 단언할 수 있다.

“일은 이것으로 끝인가?”

다리를 꼰 채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숙인. 일명 간지 자세로 물었다. 중년 NPC가 눈치를 보며 “예에.”라고 대답했다.

빠밤빰!

퀘스트 완료 BGM이 귓가에 아롱졌다.

“그럼 더 있을 이유 없군.”

아놔. 하마터면 표정 깨질 뻔했다. 얘네 퀘 완료 브금 왜 이렇게 크게 설정해 놨지? 안 줄였다간 나중에 경이라도 한 번 치겠다.

“이만 가지.”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밀려난 의자는 굳이 집어넣지 않았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무관도 그런 저를 따라 나갈 채비를 했다.

탁탁탁

거침없이 내달리는 소리가 바깥 복도로부터 들려온 건 딱 그 때였다. 급박함이 벽을 넘어 제게까지 전해졌다.

“뭔가?”

나는 문을 열고 그대로 비켜섰다. 곧 누군가가 우당탕이란 수식 어구가 어울리도록 방 안에 들어섰다. 사무관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어, 어르신!”

“똥구멍에 불붙은 망아지냐? 뭔데!”

노인네 말투 하곤. 저는 정겨움에 슬쩍 웃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상황을 관망했다. 조금 아리까리하긴 한데 얘도 메인 퀘스트였기 때문이다.

원작 쪽 기억이 아니더라도 다년간 쌓인 게임 짬밥이 퀘스트의 냄새가 난다 말하기도 하고.

“구조 요청입니다! 근방에서 신호탄이 올라왔습니다! 저희 상회 소속 신호탄입니다!”

“뭣이!?”

역시나였다.

“성의 경비병에게 알리긴 했는데, 시간상 나서기 어렵다며 움직임이 너무 굼떠서……!”

“그 새끼들은 돈을 그렇게 처먹고도 일을 안 해!”

노인이 핏대를 세우며 우렁차게 소리 질렀다. 정말이지, 이백 살까지 거뜬히 살 노인네였다.

“당장 우리 애들 보내!”

그쯤 되었을 때, 노인 NPC와 제 시선이 얽혔다.

“너! 너도 가라!”

“…내게 명령하지 마라.”

이 성깔이 일방적인 명령을 듣고 좋은 반응을 낼 리가 없다. 악마라도 언급됐다면 또 모르지만, 누가 습격했는지도 불확실한 상태가 아닌가.

나는 그런 해석 끝에 자존심부터 챙기고자 얼굴을 구겼다.

“싫다 이거냐?”

“난 네 명령을 들을 이유 없다.”

“이익, 그래서 거절할 거냐고!”

그렇지만 완전히 거절하는 것도 좀 그렇지. 거절해 봐야 할 일도 없는데.

나는 사무관을 슬쩍 보았다. 사무관도 마침 나를 보고 있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계약서 작성은 뒤로 미룰 수 있습니다.”

“…합당한 보수를 치러야 할 거다.”

“그거라면 두둑히 챙겨 주지!”

“계약 성립이다. 안내해라.”

그럼 바로 구하러 가볼까. 근데 위치가 어디야? 그걸 알아야 잡아 죽이러 가든가 할 텐데.

「❖ 위험에 빠진 사람들

∎ 선택: 용병들과 합류하기

∎ 전투 장소까지 이동

∎ 습격자들 제거 0 / ??

∎ 보너스: 생존자 숫자 ?? / ??」

혹시 몰라 펼친 퀘스트창은 꽤 도움이 되었다. 꼭 계약서 작성을 안 해도 퀘스트가 생성되기는 하나 보다.

저는 갱신된 퀘스트를 확인하며 위치를 가늠해 보았다. 미니맵은 없어도 전체맵은 있는 덕에 위치 확인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전체맵을 계속 띄워 가며 다니기 불편할 뿐이지.

“당장 말 태워 보내!”

“네, 네!”

다행히 전령이 안내자로 붙었다.

“용병들과 함께─.”

“필요 없다.”

튜토리얼인데 설마 용병까지 끌고 가야 할까. 그런 귀찮은 일을 감수할 필요도 없었다.

「❖ 위험에 빠진 사람들

∎ 선택: 용병들과 합류하기

∎ 전투 장소까지 이동

∎ 습격자들 제거 0 / ??

∎ 보너스: 생존자 숫자 ?? / ??」

나는 저 보너스 퀘스트의 생존자 숫자가 굉장히 거슬리거든.

숫자 표기는 안 되어 있지만, 오랜 직감이 알려 주길, 저거 타임어택 같다. 용병들과 같이 가는 게 필수가 아닌 이상, 먼저 가는 게 맞을 것 같다.

“그, 그렇지만 위험할 겁니다.”

“…지금 내게 위험을 논한 건가?”

초반 퀘스트인데 위험할 리가 있나. 외려 NPC들 모가지가 걱정이다.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당장 출발해도 부족할지 모를 일이니까.

“그냥 보내 줘!”

그때 노인네가 끼어들었다.

“하수구를 혼자 쓸어버렸을 정도면 먼저 가도 죽진 않겠지!”

“네, 네!”

예상치 못한 도움이었다. 전령이 저를 바로 마구간까지 안내했다.

“이걸 타시면 됩니다!”

주어진 말은 참 크고 단단해 보였다. 그렇지만 게임 내에서 말은 자주 등장하는 이동 수단이라, 저는 겁먹는 대신 그 등에 바로 올랐다.

애당초 내가 한 게임 중엔 경마 시뮬레이터도 있었다. 승마만큼은 현실 그 자체라 평가받던 게임이었지.

덕분에 말 타는 것엔 이제 이골이 났다.

“이랴!”

작대기 같은 말의 발이 진흙을 뭉개며 두두두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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