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592화 (592/649)

592화. 철저한 탐색

거의 1시간이 지났을 무렵, 구조팀이 빌린 소형 승용차는 오래된 6층 건물 앞에 멈췄다.

운전석에 앉은 장목화는 건물을 바라보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자신이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 맞는지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음을 확인한 그녀는 그린올리브 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건물을 가리켰다.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에 따르면 목표는 여기 머물고 있어. 구체적으로 몇 층, 몇 호인지는 조금 더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 같아.”

성건우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대꾸했다.

“웬일로 길을 잃지 않으셨네요.”

장목화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있었다.

그 사이 옆쪽 차창 너머로 시선을 돌린 성건우가 제안했다.

“저 안에서 누가 나오면 가서 탐문해 볼게요.”

“급하게 굴 것 없어.”

그리고 장목화는 약간 뜸을 들이다 성건우를 쳐다보았다.

“근데 말이야, 너무 순조로웠던 것 같지 않아?”

행동에 나서기 전 오늘은 어느 정도의 수확과 단서를 얻는 데만 그치리라 예상했었다. 목표의 거처까지 찾을 거란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성실한 성건우가 웃었다.

“우딕이 미쳐버린 상태에서도 꿈에서 봤던 장면을 반복적으로 말할 줄은, 겐이 선글라스에 가려진 눈을 단박에 알아차릴 줄은 몰랐겠죠. 이 두 전제가 없는 한, 그가 저희 앞에 대놓고 나타났어도 저희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누가 자기 행적을 꽁꽁 감추고 숨기는 데 공을 들이겠어요?”

‘나⋯⋯.’

장목화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무기력하게 대꾸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조치는 취해뒀어야지.”

“그럼 그 사람한테 그렇게 말씀하시죠.”

성건우가 손을 펼쳐 보였다.

장목화는 그를 팩 노려보았다.

“아무튼,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갈 수는 없어. 음⋯⋯. 일단 외부에서 한동안 좀 지켜보기로 하자.”

뒤이어 그녀가 재차 무전기를 들었다.

“겐, 남은 카메라 전부 이 건물 주위에 설치하고 여기 상황을 감시해줘. 작은 빨강이랑 작은 흰둥이는 여기에서 3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으면서도 신호 받을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집을 하나 빌리고. 이번 감시는 사흘 동안 할 거야.”

명령을 내린 장목화가 성건우를 돌아보았다.

“왜 딴지 안 걸어?”

성건우는 손을 들어 턱을 매만지며 웃었다.

“가장 합리적이고 신중한 처리 방식인데 반대할 이유가 있나요? 조금 전에 제안한 녀석은 이미 다른 제가 제압했어요.”

‘성급한 건우가 제압됐다 이건가?’

장목화는 그 사실을 다행스러워하면서도 성건우들이 함께 사는 방식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 * *

용여홍, 백새벽, 게네바가 비밀리에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구조팀은 첨단기술 제품을 이용하여 목표 건물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때 그들은 직선거리로 900미터 이상 떨어진 어느 집에 물러나 있었다.

이 정도 범위에선 게네바는 임시 기지국 역할을 하며 무선 전송 방식으로 실시간 감시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때?”

본격적인 감시 태세에 들어간 장목화가 게네바에게 물었다.

게네바는 기계처럼 답했다.

“송신은 아주 정상적이다. 현재 주의를 기울일 상황은 없어.”

끝으론 성실한 성건우가 게네바 대신 덧붙였다.

“전력이 좀 소모될 뿐이지.”

“맞아.”

게네바는 전에 다 써버린 고성능 배터리를 충전기에 넣어두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용여홍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사흘 내내 감시해야 하나요? 너무 지나치게 신중한 거 아닌가요?”

장목화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악몽에 맞서려면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아.”

그 후로 주위를 한번 둘러보던 그녀가 웃음을 거두며 말을 이었다.

“내가 우딕의 집에 갔을 때 로리스한테 했던 두 가지 질문, 기억해?”

“그 집이 로리스와 우딕의 집인지, 우딕이 발병한 장소가 거기였었는지 물으셨었죠⋯⋯.”

말을 잇던 백새벽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뭔가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장목화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우딕의 집은 레드울프 구역에 있었어. 그린올리브 구역 부근도 아니었지. 우리가 전에 악몽을 꿨던 그 집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5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야. 이게 무슨 뜻일까?

악몽은 우리를 기습하고 휴고 사장을 죽음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5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있던 우딕한테도 영향을 미쳤다는 거야.”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영향력이었다.

지금껏 그 문제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용여홍은 순간 숨을 한번 들이켰다. 이 사실을 소화하는 데만 무려 10초가 넘게 소요되었다.

그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회사에서 정말로 저희가 이 일에 관여해봐도 될 거라 생각한 걸까요?”

구조팀의 최강자 성건우의 영향 범위도 200미터를 넘지 못했다.

장목화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피어올랐다.

“아니, 이렇게 생각해야지. 그렇게나 무시무시한 악몽도 우리가 전에 묵던 곳을 조사하기 위해선 몇 km 밖에서 더 은밀한 방법을 쓰는 대신 한 사람을 직접 파견해야만 했어. 악몽 또한 적잖은 제약을 받고 있다는 뜻이야.”

“하긴⋯⋯.”

깨달음을 얻은 용여홍이 중얼거렸다. 이는 구조팀이 맞서게 될 것은 악몽 자체가 아니라 그의 수족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짝! 짝! 짝!

성건우가 손뼉을 쳤다.

그 사이 백새벽이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악몽이 레드울프 구역의 우딕을 미치게 할 수 있었다면 왜 집단 꿈은 그린올리브 구역 주민들한테만 나타났을까요? 레드울프 구역 중 그린올리브 구역 부근에 사는 이들은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잖아요.”

장목화는 확실하지 않은 말투로 추측했다.

“여명 샛별의 꿈 방어선이 그곳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일지도? 그 부분은 나중에 그 사람들한테 확인해보자.”

“네, 네.”

용여홍은 팀장의 가설이 가장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곧이어 장목화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몇 가지 계획을 세워보도록 할까?”

“좋아요.”

백새벽과 용여홍이 빠르게 답했다.

이는 구조팀에게 일상적인 습관과도 같은 일이었다. 시간이 있기만 하면 이들은 늘 여러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세웠다.

물론 체력, 인력, 자원, 그리고 각기 다른 계획 사이의 모순 등의 제한 때문에 가장 발생 가능성이 큰 상황에 대해서만 몇 가지 준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언제나 모든 상황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었다.

이내 성건우는 휴대용 만년필을 꺼내더니 그것이 파이프라도 되는 양 냄새를 맡았다. 그 후 장목화를 바라보던 그가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

“오늘 발견한 목표의 거처를 함정으로 치부하고 그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려 한다 한들 범위를 좁힐 정보가 부족해요.”

‘맞아, 맞아.’

용여홍이 속으로 동조했다.

장목화는 미소를 지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보자. 일단은 악몽의 수족, 그러니까 선글라스 남자가 최소한 심령의 복도 급에 이른 강력한 각성자라는 가설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거야.”

용여홍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굳이 가설을 세울 필요는 없지 않나요? 제 생각에는 그 사람이 정말로 강력한 각성자일 것 같거든요.”

악몽의 수족으로 활동하며 꿈에서 나타나기까지 했던 상대라면 절대 만만한 존재는 아닐 터였다.

“그럴 확률은 90퍼센트 이상이다.”

게네바는 수학적 모형을 사용하여 얻은 측정 결과를 알렸다.

장목화가 웃으며 물었다.

“그럼 그는 어느 영역에 속해 있을까?”

다들 생각에 잠긴 가운데, 장목화는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추측하기 어려운 문제야. 우리한테 그 추측을 뒷받침할 정보가 없으니까. 자,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다들 좀 고생하더라도 무차별 대입 공격을 사용해서 상대의 행동을 대입하고 분석해보는 거야. 그중에 현재 상황에 가장 부합하는, 혹은 가장 위협적인 영역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거지.

예컨대 그가 만약 1월 보리 영역에 속한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라면 악몽이 지시한 이 임무를 어떻게 처리하려 할까? 우리의 행방을 어떻게 찾으려 할까? 또 어떤 부분에서 대가가 나타날까?”

성건우는 만년필로 턱을 받치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숙명통, 천안통, 천이통, 타심통을 가진 사람들이 선택할 방법은 각각 달라요.”

용여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건우의 의견에 동조했다.

“만약 그 사람이 숙명통을 가졌다면 기억을 뒤져볼 수 있는 말인 영역의 각성자와 비슷하죠. 이 두 경우는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저한테 그런 능력이 있다면 특정인의 행방을 찾을 때 주위 주민들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 그들 기억을 직접 열람해 목표의 생김새를 확인하는 거죠.

당시 우리는 지금과는 다르게 위장을 했지만, 지프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당시 지프에서 내리던 저희를 본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

그 후로는 그 지프에 대한 기억을 쫓기 시작하겠죠? 저희는 도중에 의도적으로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우회하진 않았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 대목에서 잠시 멈칫하던 용여홍은 두려움에 억눌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저희가 레드울프 구역에 새로 빌린 그 집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실마리를 계속 쫓다 보면 여기까지 찾아낼 가능성도 작지 않아요!”

여기, 이곳!

말을 마친 찰나, 용여홍은 방 밖의 적막이 이상하리만치 무섭게 느껴졌다.

오후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용여홍은 순간 머릿속이 굳어버린 것만 같았다. 동료들과도 다른 세상에 자리해 있는 듯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말하는 동료들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너무도 요원하게 느껴졌다. 귓가에 닿는 소리도 없었다.

그러다 용여홍은 대체 언제 꺼낸 건지, 왼손에 육식주를 쥔 성건우를 발견했다. 동시에 장목화의 목소리가 귓가를 치고 들어왔다.

하늘 위에서 울려 퍼진 듯한 소리는 응고된 적막을 깼다.

“야, 너 작은 빨강이한테 무슨 짓 한 거야?”

장목화의 목소리엔 약간의 노기와 웃음기가 뒤섞여 있었다.

성건우는 솔직하게 답했다.

“여홍이가 한 말에 부합한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제일 적절한 분위기도 만들어주고, 일시적으로 청력도 박탈했어요.”

“⋯⋯.”

용여홍의 오른손에서 뚜둑, 하고 손가락 관절 소리가 났다.

“야, 이제 진짜 집중해라? 여홍이는 하던 이야기 계속해.”

장목화는 못 말린다는 듯 성건우를 꾸짖은 뒤 용여홍에게 말했다.

마음을 가라앉힌 용여홍은 백새벽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상대가 숙명통을 가진 보리 영역 각성자거나 다른 사람의 기억을 뒤져볼 수 있는 말인 영역 각성자라면 실마리를 쫓아 레드울프 구역에 있는 우리의 안전 가옥과 이곳까지 찾아낼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거예요.”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단히 경계할 상황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악몽은 이두형 선생이나 수종이를 상당히 경계하는 것 같으니까. 실제로 하루가 꼬박 지나서야 수족을 보내 우리를 찾은 거잖아.

그리고 우리가 레드울프에 빌려둔 그 안전 가옥은 수종이가 전에 살던 곳이랑 아주 가까워. 이두형 선생도 그 구역에 나타난 적 있었고.

악몽이 만약 우리가 분석한 것처럼 그렇게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라면 그 사실 역시 감지해낼 수 있겠지.

그렇다면 악몽의 수족은 그 근처까지 추적해왔더라도 감히 덤벼들 엄두를 내진 못해. 여러 차례 탐색과 관찰을 진행하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작업을 이어가려 할 거야.”

사실 장목화가 당시 굳이 그 구역을 골라 안전 가옥을 마련하려 한 것도, 일찍이 그 근방에서 활동했던 수종이와 이두형의 존재감을 통해 적들에게 어느 정도 위협을 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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