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570화 (570/649)

570화. 생선 가시

이윽고 복도 끝에 이른 성건우는 그곳에 자리한 뷔페식 식당을 발견했다. 어젯밤 그를 쫓고 가로막았던 적잖은 사람들이 그릇을 들고 음식을 고르거나 먹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성건우는 곧장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게 식당에 들어온 자격을 따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긴, 배에 탄 사람들은 전부 이미 티켓을 구입했거나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일 테니까.’

가장 큰 접시를 든 성건우는 진지하게 음식 탐방을 시작했다.

주식은 쌀, 혹은 귀리로 끓인 죽 두 종류였다. 농도는 무척 묽었다. 그 외에 찐 감자나 구운 고구마 등의 구황작물도 있었다.

반찬은 토란 구이, 채소볶음, 생선구이, 소인지 돼지인지 모를 구이와 생선 스테이크까지 총 다섯 종류였다.

종류는 꽤 다양했지만 그중 두 가지는 생선 요리라 이곳이 바다에 떠 있는 식당인 게 실감이 났다. 무엇보다 구운 생선이든 지진 생선이든 향신료가 부족해 상당히 좀 투박해 보였다.

‘향신료가 없으면 차라리 간단하게 쪄버리지. 설마 이 생선들, 오염된 거라 맛이 이상해서 굽거나 지지는 방식으로 맛을 눌러버렸어야 했나?’

성건우는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도 없는 형식으로 조리된 생선구이와 스테이크를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때, 곁에 있던 한 승객이 그를 비난했다.

“먹을 게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메뉴가 뭔지가 뭐가 중요해?”

“그렇지.”

성건우는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한 뒤, 생선 스테이크 한 조각과 생선구이 두 토막을 접시에 담았다.

반고 바이오에선 생선을 먹을 기회가 적어서 한번 맛보고 싶었다.

거기다 채소, 토란, 고구마, 감자 등도 접시에 올린 그는 사발에 담은 귀리죽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성건우는 이 밤참이 가득 담긴 그릇을 가지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일단 군침부터 꼴깍 삼킨 그는 가장 먼저 생선 스테이크를 맛보았다.

순간, 우적우적 음식을 씹던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켁, 켁! 우욱⋯⋯.”

목구멍에 뭔가가 박힌 듯했다. 기침하고 구역질을 해도 느낌이 가시진 않았다.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이었다.

결국 성건우는 참지 못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그의 인영도 여객선 식당 안에서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 * *

어둠 속, 벌떡 일어나 앉은 성건우는 허리를 굽히고 계속 기침을 했다.

“왜 그래?”

장목화는 바로 걱정스럽게 램프를 켰다.

겨우 진정한 성건우가 살았다는 듯 외쳤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장목화는 다시금 걱정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내가 다른 짓은 하지 말라고, 여객선 현재 상태만 확인하라고 했잖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성건우는 목을 가다듬으며 목에 걸린 이물질이 없음을 재차 확인한 후에야 솔직하게 말했다.

“생선을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렸어요!”

“⋯⋯.”

장목화는 지금 생체 공학 와우가 제대로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었다.

각종 기이한 상황을 예상하고 상상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역시 장목화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성건우를 과소평가한 모양이었다.

‘대체 어쩌다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거지? 다른 사람의 트라우마를 탐색했던 거 아니었나? 설마 방 주인도 일찍이 그런 경험을 했었던 건가?’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 봐.”

장목화는 그냥 생각을 포기하고 성건우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정신을 차린 성건우는 일단 여객선의 뷔페식 식당에 차려져 있던 음식들을 한번 읊었다. 그 후에야 여객선에서 발생했던 이상 현상은 사라졌고, 사람들 역시 원상태로 돌아와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래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고?”

장목화도 성건우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리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성건우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여객선 상황을 확인해보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식당 주방장 수준도 확인해봐야죠.”

“…….”

장목화는 이제 반박할 힘도 없었다.

“그래, 수준이 어땠어?”

“훌륭했어요. 식재료도 마땅치 않고 향신료도 부족한 상황에 그 정도까지 해냈으니까요. 다만 식재료인 생선에 가시가 너무 많았을 뿐이에요.”

아쉬움 가득한 성건우를 보며, 장목화는 다시금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얘 진짜 음식에 진심이구나.’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 트라우마에 들어갈 때마다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건 정상일 때와 혼란일 때의 차이인 걸까?”

“그럴 지도요? 이따 다시 가서 확인해볼게요.”

성건우가 매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순간 장목화는 얼마나 놀랐는지 저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다.

“그러지 마!”

성건우가 또 무슨 말썽을 부릴지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지 마, 안 돼? 제2 식품회사의 탐색을 마치고 퍼스트 시티로 돌아갈 때는 뭐든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되니까. 알았지?”

단단히 주의를 시킨 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겨 말을 이어갔다.

“그 여객선에 들어갈 때마다 시간이 흘러 있었다고 했지. 그 간격도 꽤 넓고. 낮이었다가, 저녁이었다가, 다시 낮이었으니까.

만약 네가 계속 그 트라우마를 들락날락하면서 시간을 흐르게 하다가 방 주인이 여객선을 떠난 날이 되면 그 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질까? 그것도 아니면 그대로 통과하려나?”

성건우가 손뼉을 쳤다.

“생각하는 게 저랑 굉장히 비슷하네요.”

‘칭찬처럼은 안 들리는데.’

장목화도 입씨름할 여력까지는 없어서 그냥 램프를 껐다.

“때가 되면 시도해보자. 이제 얼른 자.”

냉정하고 이성적인 성건우는 팀장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 * *

다음 날 오전, 구조팀은 지하 방주의 아이언마운틴 시티 입구를 나와 개조된 지프에 올랐다.

“출발!”

이번에 운전을 맡은 성건우가 흥분한 듯 외쳤다.

이곳에서 아이언마운틴 시티까지는 구세계에서 만든 터널과 고속도로 다리로 바로 이어져 있었다.

다만 그런 터널과 고속도로 다리 곳곳은 일찍이 막혔고, 이동 중 높은 곳에서 돌 던지기를 좋아하는 산 요괴를 마주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늘날의 유적 사냥꾼들은 보통 그 거대한 산을 우회하곤 했다.

그런데 성건우와 구세군의 그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는 며칠 전 산 요괴에게 막힌 도로를 뚫어 자신들이 단 몇 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암묵적인 부탁을 했었다.

구세군 사람들은 테레사 부인을 통해 연합 공업의 사람과 연락을 취했다. 연합 공업의 사람은 일주일 뒤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때맞춰 만나고자 그들은 일찍이 아이언마운틴 시티로 출발한 상태였다. 사나흘 안에 한 차례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조심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면 겐이라도 못 버텨.”

장목화가 일렀다.

“제가 하는 게 낫겠어요.”

백새벽이 나서려는 걸 보고, 장목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야, 얘 힘을 좀 뺄 필요가 있어. 벌써 정신에 타격을 입어 시들시들했던 때가 그립기까지 하네.”

성건우는 아무 대꾸도 없이 차에 시동을 걸며 스피커를 켰다.

- 너는 짐을 지고, 나는 말을 끌고서⋯⋯.

지프는 이 당당한 음악 속에서 산 반대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경계 교회당, 지하 1층.

초유근은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명목 아래, 지하 방주 관리위원회에 백백새벽 일행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실제 목적은 전도였다.

그가 보기에 어젯밤 달지기의 주시라는 기적을 목격한 이들 중 에이돌른을 믿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또한 초유근은 그렇게나 막강하고 비범한 팀을 에이돌른을 믿는 다른 두 교파에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서 회장 일행은 이미 떠났습니다.”

울리히는 구조팀의 목적지까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떠났다고요?”

초유근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런 기적을 보고도 그냥 떠났다고? 일반인들 맞아?’

“그렇습니다.”

울리히는 간결하게 답했다.

초유근은 질문을 더 이어가려 했지만, 델로우가 눈빛으로 저지했다.

다시 경계 교회당 홀로 돌아온 초유근이 막 입을 떼려던 그때, 델로우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놀라서 도망친 게 아니야. 어젯밤에 보인 모습을 볼 때, 신의 기적을 처음으로 경험한 게 아닌 것 같더군.”

“그런⋯⋯.”

초유근은 차마 말을 맺지 못했다.

* * *

휴식을 곁들인 여정은 순조로웠다. 구조팀은 오후 2시를 살짝 넘겨 아이언마운틴 시티 폐허 주위에 도착했다.

지형 덕분에 유적의 전경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레드스톤 마켓 폐허와 달리 혼란의 시대와 신력 초기에 수많은 이들이 쑤시고 돌아다니며 충돌했던 탓에, 이곳 건물은 대부분 무너진 상태였다.

정말 소수의 몇몇만 꿋꿋이 서 있었는데, 청명한 햇빛 아래 있어도 꼭 공원묘지의 표지판처럼 황량해 보일 뿐이었다.

오후의 태양 빛이 보여주는 자라난 새싹으로 가득한 폐허 도시, 사방은 미약한 바람 소리마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고요하기만 했고, 무너진 수많은 건물은 조잡한 봉분처럼 곳곳에 늘어서 있었다.

그야말로 이곳은 장목화가 여태까지 본 것 중 가장 심하게 손상된 구세계 유적이었다.

물론 그녀는 아직 구세계 파괴 당시 대량의 미사일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도시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애쉬랜드에서 그런 곳에 가려고 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해당 구역의 방사능 오염도가 오늘날까지 회복이 안 됐을 정도로 지나치게 심각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많이 파괴된 까닭에 가봤자 어떤 것도 건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프 옆에 선 장목화는 시선을 거두며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건 없겠어. 바로 제2 식품회사로 가자. 이동 중에도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인적도 없고 일반적인 야수도 몇 마리 없는 곳이니 습격받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 마. 정보에 따르면 이 구역에 가끔 굉장히 강력한 고등 무심자가 출현한대.”

수많은 유적 사냥꾼은 여러 세력이 아이언마운틴 시티를 꼼꼼히 탐색했다 한들 이곳의 무심자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으리라고 믿었다.

당시 부근의 깊은 산속으로 물러났을 그들은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진화해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에 대항할 만한 수준이 됐을 거란 추정이었다.

하지만 장목화는 그 생각에 깊은 의혹을 느꼈다. 지능이 낮은 무심자는 기원의 바다의 섬들을 극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또 아이언마운틴 시티를 비롯한 극소수 지역 말고는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와 비견할 만한 고등 무심자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있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장목화는 아이언마운틴 시티에서 고등 무심자를 마주친 유적 사냥꾼들이 식견도, 실력도 부족해 상대의 특수한 능력만 보고 심령의 복도 급 존재로 평가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면 정말 강력한 것은 고등 무심자 자체가 아닌, 불가 성지라는 이 장소의 특수성일지도 몰랐다.

성건우가 522호 트라우마에서 만난 유옥로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렸다.

유옥로는 혼란의 시대에 아이언마운틴 시티 제2 식품회사에서 활동했으며, 성건우가 철강공장에서 찾은 병력으로 변이를 유도하자 무심병에 걸린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녀가 전에 보인 갖가지 능력은 분명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그보다 더 강해서 성건우는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두 차례나 출발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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