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534화 (534/649)

534화. 확정

두 번째 능력은 저주파 공격이었다. 이는 어인 형 생체 공학 의수가 수중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격 수단이었다. 물론 다른 환경에서도 아주 큰 작용을 할 수 있었다.

생체 공학 의수인 만큼 낼 수 있는 저주파 강도가 그리 크진 않았다. 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몇 단계 주파수 아래서, 목표는 현기증을 느끼거나, 구역감을 느끼거나, 우울감을 느끼는 등의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중 가장 강한 저주파로는 적을 기절시킬 수도 있었다.

“이게 좋겠네.”

장목화도 백새벽의 선택에 힘을 실었다.

성건우는 부럽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손으로 불꽃놀이를 할 수 있어! 오랜 시간 잠수도 할 수 있다니⋯⋯.”

본인도 그런 생체 공학 의수가 가지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게 좋겠네.”

용여홍 역시 장목화의 말을 따라 했다.

동료들도 찬성하니, 백새벽도 더는 망설이지 않고 해당 모델을 택했다.

이후 그녀는 생체 공학 의수의 특성, 자신의 전투 습관, 각기 다른 개조에 따르는 위험을 고려해 유전자 수술의 구체적인 목표 고민에 들어갔다.

하나둘 페이지가 넘어가던 그때, 용여홍이 조심스레 제안했다.

“넌 뛰어난 저격수니까 그런 재능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

이는 방금 막 ‘총기 재능’과 관련한 개조에 따르는 위험이 매우 낮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백새벽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것도 선택지 중에 있어.”

유전자 개조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특질은 최대 세 가지였다. 총기 재능에 따르는 요소는 꽤 많아서 향상할만한 부분이 적지 않았고, 그 위험 대비 수익 비율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총기 재능에는 시력, 반응 속도, 판단력, 감지력, 조정력 등이 있었다.

그것으로 한창 첫 번째 개조 항목을 선택하던 즈음, 장목화도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두 번째로는 ‘자체 회복 능력 증강’을 추천할게. 장기적으로 수중에서 활동하다 보면 산소가 부족하지는 않더라도 몸은 환경의 압박을 받게 돼. 그런 압박이 계속 쌓이면 류머티즘 같은 고질병들이 나타날 거야.

그리고 저주파 공격의 원리는 생체 공학 의수 내 특정 세포의 특수한 진동인데, 이것도 몸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자체 회복 능력 증강에 따르는 위험은 총기 재능보다 높았지만 장목화의 말을 들어보니 백새벽, 용여홍도 꼭 이 항목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성실한 성건우는 이번에도 가리는 말 없이 성실히 내뱉었다.

“그건 큰 문제가 아닐 거야. 그런 자잘한 문제들이 크게 번질 때까지 네가 정말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 누가 알겠⋯⋯.”

순간 자신을 쳐다보는 장목화와 용여홍의 눈빛에 성건우도 말을 멈췄다.

심지어 용여홍의 눈빛에선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백새벽이 자체 회복 능력 증강까지 선택하자 장목화가 낮게 웃었다.

“거기 따르는 위험이 좀 커서 걱정되지? 근데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어. 나한테 방법이 있거든.

최신 연구를 보니까 자체 회복 능력 증강을 목표로 개조할 때 면역력 강화를 부가하면, 수술 후의 후유증이 일종의 균형을 이루도록 할 수 있대. 유전자 붕괴 확률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데도 도움 되고.

이 두 가지 결합은 심각하게 오염된 상황에서의 적응에도 도움 된대.”

얌전히 이야기를 듣던 백새벽이 한동안의 침묵 끝에 답했다.

“알겠어요.”

백새벽은 장목화에게 충만한 믿음을 드러냈다.

잠시 후, 성건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세 가지 특질은 어인 형 생체 공학 의수만큼 재미있진 않네.”

장목화는 또 한 번 그를 흘겨보았다.

“그럼 넌 뭘 고르고 싶은데?”

성건우가 곧장 액정 화면 속의 무언가를 가리켰다.

“이거요.”

그의 손끝에 ‘상해 축소’가 보였다.

이를 목표로 유전자를 개조하면 피부와 근육에 큰 변화가 생겨 총기나 폭탄으로 인한 상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장목화는 헛웃음을 지었다.

“꿈도 꾸지 마. 이건 대대적이고 아주 위험한 개조야. 수정란일 때나 쓸 수 있다고. 성인이 이 개조를 진행하면 분명히 유전자 붕괴가 발생할걸.”

성건우는 매우 실망한 눈치였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 신청서 양식을 채운 백새벽은 마우스와 액정 화면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전자 카드를 긁어 비용의 절반을 지불하세요. 나머지 절반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에 지불하면 됩니다.”

담당자가 옆쪽의 카드 리더기를 가리켰다.

백새벽이 비용을 지불하자 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수술 일정을 잡아드리겠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백새벽이 물었다.

중년 여성 담당자는 검색을 한번 해본 뒤 답했다.

“어인 형 생체 공학 의수는 이미 만들어진 게 있네요. 기다릴 필요가 없겠어요. 늦으면 일주일, 빠르면 사흘 안에 통지해드리겠습니다.”

* * *

647층, 14호.

“긴장돼?”

어느 성건우일지 모를 성건우가 백새벽을 인터뷰했다.

“괜찮아.”

백새벽은 원래 이렇게 덤덤하게만 대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말이 이어져 나왔다.

“그때 너희랑 지하 방주에 쳐들어갔을 때도 별로 긴장 안 했어.”

그 두 사건에 따르는 위험도는 사실 거의 비슷했다.

성건우는 화들짝 놀란 듯한 표정을 보였다.

“와, 작은 흰둥이한테 그런 면도 다 있었네? 조금 있으면 나랑 큰 흰둥이 팀장님한테 침착할 줄 모른다고 놀리겠어?”

팀장 장목화는 언제나처럼 목을 가다듬으며 팀원을 도우려 나섰다.

“야, 네 정신력은 얼마나 회복됐는데? 오늘 밤도 522호를 탐색할 거야?”

성건우도 곧바로 그쪽으로 관심을 옮겼다.

“어젯밤에 회복된 것 같길래 이미 한 번 탐색했어요. 아이언마운틴 시티 제2 식품회사를 발견했고요.”

“뭐?”

옆에서 듣고 있던 용여홍의 얼굴에 충격과 혼란이 떠올랐다.

‘불가의 5대 성지 중 하나? 우연이라기에는 지나친 거 아닐까?’

장목화도 미간을 살짝 구겼다.

“너무 공교롭지 않아? 혹시 네가 뭔가를 알게 되기를, 찾아내기를 바랐던 누군가가 일부러 522호를 네 근처에 옮겨둔 건 아닐까?”

성건우 역시 일찍이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본 것 같았다.

“그럴 지도요. 보리나 장생의 대척점에 선 존재일까요?”

잠시 고민하던 장목화가 물었다.

“안쪽 상황은 어때?”

성건우들은 앞을 다퉈가며 어젯밤 일을 전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수시로 기이한 시선이 느껴졌어요. 그 여자가 보인 반응도 아주 이상했고요. 저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는데, 그 사람이 최종 보스일지도 모르겠네요.”

무심자가 진입할 수도 없고, 다른 생존자도 없는 그곳에 여자 혼자 7, 8년, 심지어는 십수 년 동안 살았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네가 살핀 곳은 1층과 2층뿐이니 다른 사람이 없으리라는 결론은 아직 확실하게는 못 내려.”

장목화는 논리적으로 허술한 부분을 짚은 뒤,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음, 건우야. 한동안 심층적인 탐색은 하지 말아 봐. 작은 흰둥이의 수술 일정이 확정되면 외부 훈련을 계획해볼게. 육식주를 신청해서 나가보자.”

그럼 성건우도 육식주와 생명 천사 목걸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도구로 그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을 것이었다.

성건우는 직접적인 대답을 하는 대신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심령의 복도에 그런 걸 가지고 가면 부작용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지금의 성건우는 매우 의욕적이었다. 당장이라도 생명 천사 목걸이를 가지고 시험해보려는 것 같았다.

장목화는 이론적인 방면에서 추측에 나섰다.

“아마도⋯⋯.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사라지지 않을까? 정신적인 방면의 효과만 지속되겠지.”

심령의 복도 안 각성자의 신체는 정신으로 구현된 것일 뿐이었다.

장목화의 추측을 듣고, 성건우는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나중에 한 번 시도해볼게요.”

생명 천사 목걸이의 부작용은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유형이었고, 육식주의 부작용은 정신 방면에 편향돼 있으니, 두 가지 상황 다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도구의 기운을 심령의 복도나 다른 이의 트라우마에 전이하는 것에 어떤 위험이 따를 리는 없었다. 그래서 장목화도 반대하는 대신 당부만 했다.

“천천히 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이때, 용여홍은 백새벽을 바라보며 감정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네 어인 형 생체 공학 의수, 정말 강력하던데.”

“맞아, 맞아.”

대꾸한 사람은 백새벽이 아닌 성건우였다.

그러다 그가 한발 더 나아간 얘기를 했다.

“아니면 다른 팔도 떼어버리고 생체 공학 의수를 이식하는 게 어때? 그럼 넌 인간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갖게 될 거야!”

용여홍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헛웃음을 지었다.

“왜 네가 직접 하지 그러냐?”

성건우가 정색했다.

“뭐? 지금 신청서 작성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열 명의 성건우 대부분은 행동력이 다 엄청났다.

용여홍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장목화는 잠시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 쥐면서도 성건우를 저지하지는 않았다.

* * *

495층으로 돌아온 뒤 용여홍이 성건우에게 물었다.

“활동 센터 갈 거야?”

“게임하느라 바빠서.”

전술 배낭을 멘 성건우는 손을 흔들며 B구역과 이어진 복도로 향했다.

용여홍은 성건우가 정말 집에 돌아가 게임을 한다는 건지, 아니면 심령의 복도에 대한 심층적인 탐색을 게임으로 여기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아는 친구 성건우는 후자일 가능성이 더 컸다.

성건우는 오후의 절반도 아이언마운틴 시티 폐허 관련 자료를 살피는 데 다 썼다. 나머지 절반 동안에도 휴대용 컴퓨터로 구세계 콘텐츠를 보았을 뿐, 게임을 하지는 않았다.

간단히 말해 게임을 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용여홍도 곧 성건우에게서 눈을 떼고 느릿하게 활동 센터로 향했다.

마침 저녁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밖으로 나와 산책하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용여홍은 아주 잠깐만 걸었는데도 익숙한 얼굴을 꽤 보았다.

그런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한담을 나누려 하던 순간, 용여홍은 자신과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거리를 벌리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마치 용여홍을 보지 못하기라도 한 듯한 반응이었다.

그러자 허공에 멎어버린 용여홍의 왼손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몇 초 후, 조용히 숨을 토한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집으로 돌아갔다.

* * *

B구역, 196호.

성건우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술 배낭을 벽에 걸었다.

그런 뒤 주머니에서 생명 천사 목걸이가 든 보석함을 꺼내더니 몸을 던지듯 침대에 드러누웠다.

쿵!

성건우는 통통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엄청난 장신에다 근육질이기까지 해서 상당히 건장했다. 그런 남자의 체중이 절대 가벼울 리 없었다.

그런 체격의 남자를 고스란히 받아낸 연약한 침대는 하마터면 그대로 무너져버릴 뻔한 위기에서 벗어나 격하게 출렁거렸다.

결국 성실한 성건우가 어린 시절의 옷을 입은 성건우에게 말했다.

“넌 더 이상 몇 살짜리 꼬맹이가 아냐. 조심하라고.”

말싸움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고, 성건우들은 손에 쥔 생명 천사 목걸이에만 집중했다. 이번에 마비가 온 부분은 오른 다리였기 때문에 양손을 쓰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성건우는 양쪽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심령의 복도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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