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529화 (529/649)

529화. 망설임

생명 천사 목걸이의 효과는 여전히 심장 마비였다. 성건우는 이 도구를 다시 보석함에 넣고 주변을 종이로 채운 뒤, 주머니에 조심히 챙겼다.

그 후, 이런 식으로 목걸이를 소지하면 문제가 생길지 확인도 거쳤다.

“이 정도 격리면 충분하겠네.”

그러자 장목화가 말했다.

“너한테는 문제가 없겠지만 일반인한테는 아닐 거야. 최소한 두세 겹은 더 감싸야 할걸.”

성건우가 각종 도구의 부작용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더 강한 건, 그가 이미 심령의 복도에 진입한 강력한 각성자이기 때문이었다.

생명 천사 목걸이에 관한 대화를 마친 성건우가 백새벽을 돌아보았다.

“새벽아, 어떤 유전자 개조를 받을지 그 얘기는 다 끝났어?”

“아니, 아직 못 정했어.”

백새벽이 솔직하게 말했다.

뒤이어 장목화가 설명에 나섰다.

“내가 제안한 건 좋은 생체 공학 의수부터 고른 뒤, 그것의 기능에 따라 결정하는 거야. 그 둘이 서로 보완해 준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잖아. 근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장 좋은 효과를 내는 방법을 고르는 게 아니라 가장 덜 위험한 방법을 고르는 거니까.”

옆에서 용여홍이 끼어들었다.

“그렇죠, 절대로 위험을 부담하면 안 돼요.”

장목화가 싱긋 웃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넌 전출 신청서 다 썼어?”

흠칫한 용여홍이 살짝 더듬거렸다.

“아, 아직이요.”

순간 웃음을 터뜨린 성건우는 성큼 다가와 용여홍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하! 우리 작은 빨강이, 우리를 떠나기 싫은 모양이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용여홍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를 향한 장목화와 백새벽의 눈빛도 상당히 부드러웠다. 그를 놀리는 것이 아니었다. 진한 애정이 담긴 눈빛이었다.

벌써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동료들이었다. 그 누구보다 두터운 전우애가 쌓일 수밖에 없던 시간과 일들을 겪었다.

그렇게 진한 마음을 나누고 우정을 나눈 식구들과 떨어지기 싫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비웃거나 놀릴만한 일이 아니었다.

용여홍 얼굴에서 어느 정도 붉은 기가 가시자, 장목화가 웃으며 말했다.

“여홍아, 진지하게 오래오래 잘 생각해봐. 급하게 결정할 필요 없어. 우리도 꽤 오래 휴식 기간을 가질 거야. 작은 흰둥이가 수술받은 뒤에도 어느 정도 회복 기간이 필요하잖아.

너도 알겠지만 우리는 앞으로 점점 더 위험한 임무를 맡게 될 거야. 불모지 13호 유적에 다시 들어가게 될 가능성도 크지. 원래 각자가 바라는 삶의 형식은 다를 수밖에 없어. 우리는 네 선택을 충분히 존중해.”

“네.”

용여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성건우는 얼른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어젯밤 그 폐허에서 겪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들려준 그는 ‘아이언마운틴 일보’와 ‘피플’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장목화의 표정이 점차 진지해졌다.

“아이언마운틴 시티는 혼란의 시대에 굉장히 유명한 폐허였어. 수많은 대형 세력이 거기서 풍성한 수확을 얻었지. 근데 거기 우리는 포함되지 않아. 너희도 기억하고 있겠지만, 수정의식교의 5대 성지 중 하나도 아이언마운틴 시티에 있었잖아.”

5대 성지 중 하나는 아이언마운틴 시티에 있는 제2 식품회사였다.

“522호의 가치도 꽤 크네.”

용여홍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방 주인은 혼란의 시대 중후기에 아이언마운틴 시티 유적에 갔던 모양이었다. 수많은 무심자의 존재가 그 점을 증명했다.

이는 현재 그의 나이가 적지 않으리라는 뜻이기도 했다. 못해도 최소한 일흔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그 천재 과학자 인수영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장목화가 자리에 앉아 인트라넷에 접속한 뒤, 구세계 관련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 후, 그녀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그런 사람은 없네?”

적어도 반고 바이오에서 수집한 구세계 자료에 인수영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호……. 그건 또 무슨 뜻이지?”

성건우가 손을 들어 턱을 쓸었다.

장목화는 얼른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일단 이틀 정도 쉬면서 정신력을 보충한 다음에 들어가야 해?”

성건우는 처음 522호를 탐색할 때 피해를 보았었다. 그리 심각하진 않았어도 아직 그 영향이 어느 정도 잔류해 있는 만큼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네.”

지금의 성건우도 고집 피우지 않고 얌전히 대답했다.

* * *

퇴근 시간 무렵, 구조팀도 각자 소지품을 챙기며 나갈 준비를 했다.

용여홍 역시도 개인 휴대용 컴퓨터를 쥐고 장목화의 곁을 지나치다가 잠시 주춤거렸다.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으나 그는 그저 입술만 달싹이고 있었다.

장목화도 이를 느꼈는지, 용여홍을 돌아보았다.

“왜 그래?”

잠시 망설이던 용여홍이 말했다.

“팀장님, 팀장님은 구세계 파괴 원인과 무심병의 기원을 조사하겠다는 생각을 변함없이 하고 계시잖아요. 아주 위험한 일인데 혹시 주, 죽을까 무섭진 않으세요?”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성건우가 웃으며 목청을 높였다.

“누군가는 우리 의지를 이어가 줄 테니까!”

장목화는 성건우를 힐긋 바라보다가 다시 용여홍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무섭지.”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가 진지하게 덧붙였다.

“근데 세상엔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게 있잖아. 애쉬랜드 위에선 죽음이 무서워 모험하지 않는다고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무심병이 언제 자신을 덮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렇게 끔찍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느니 난 차라리 희망을 찾는 길 위에서 쓰러지고 싶어.”

“‘빛을 찾는 길’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낫지 않나요?”

다시 성건우가 던진 말을 듣고, 장목화가 피식 웃었다.

“스스로한테 문학청년 능력이라도 발휘한 거야?”

뒤이어 그녀가 용여홍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반드시 죽으리라는 법도 없어. 성공할 가능성도 있잖아.”

잠자코 있던 백새벽도 끼어들었다.

“내 능력이 닿는 한, 난 계속 우리 팀에 있고 싶어. 근데 우리 팀이 마주한 위험이 점점 커지는데, 내가 더 이상 강해지지 않는 때가 오면 그땐 알아서 빠지려고. 동료들한테 짐이 되긴 싫어.”

장목화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었다.

“짐은 무슨. 근데 그건 좋은 생각이야. 뭘 하려면 자기 역량에 맞춰서 해야지. 너희도 그렇고 나도 그래. 만약 앞에 놓인 위험이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면, 나도 바보처럼 무작정 달려들지는 않을 거야. 어쨌든 살아있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잖아. 만약 내 손에서 구세계 파괴 원인 조사를 마칠 수 없다면, 그 일을 이어나갈 후대를 생산하는 데라도 집중해야지.”

이 대목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싶던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너희는 급히 결정하려고 하지 마. 작은 빨강이, 한순간의 충동으로 기회를 놓치지 마. 며칠 후에 또 후회할라. 작은 흰둥이 너도 마찬가지고. 위험하지 않은 유전자 개조는 없어. 좀 더 오래 생각해보고, 상황의 변화를 보고 결정해. 내일이랑 뜻밖의 사건 중 뭐가 먼저 올지는 누구도 몰라.”

유일하게 언급하지 않은 팀원 성건우, 그에 대해선 장목화도 이미 치료를 포기한 모양이었다.

팀장의 진지한 이야기에 백새벽, 용여홍도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495층으로 돌아가는 도중, 용여홍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사이 성건우는 스스로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성건우는 친구에게 어떤 권유도 하지 않았으며, 격려의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그저 손을 흔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간 용여홍은 곧장 바쁘게 움직였다. 주방에서 고홍자를 돕기도 하고, 작은 방에 가서 여동생 용애홍의 숙제를 돕기도 했다.

용여홍의 가족들은 저녁을 먹고 설거지한 뒤, 밖으로 나가 두 바퀴 정도 걸었다. 그 후 둘은 돌아가며 컴퓨터를, 셋은 같이 라디오를 들었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스캐스터 허정민입니다.

현재 시각은 저녁 8시 정각입니다.

오늘 소지훈 이사가 지상으로 나가 주위 초소에서 당직을 서는 직원들을 위문하고, 악독한 환경에서도 빈틈없이 사방을 경계하는 그들의 정신을 표창했습니다⋯⋯.

순간 고홍자가 고개를 돌려 큰아들을 바라보았다.

“지상이 그렇게 안 좋아? 넌 그런 이야기한 적이 없잖아.”

“장소에 따라 달라요. 대부분은 구세계 파괴 당시 심각하게 해를 입어, 지금까지도 날씨가 극단적이에요. 오전에는 햇볕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화창했다가도 오후에는 폭설이 내려 1미터 넘게 눈이 쌓일 수도 있고요.”

용여홍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고홍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초소에서 당직서는 사람들이랑 외부로 파견된 직원들이 고생이 많네.”

용대용도 동조했다.

“그렇지. 그 사람들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평안하고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겠어?”

물자가 좀 부족하기는 해도, 해자 마을이나 레드스톤 마켓보다는 이곳이 훨씬 나았다.

잠자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던 용여홍은 습관적으로 오른손을 들어 뺨을 만졌다. 일순간 그 차가운 촉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 *

한밤중, 몸을 바들바들 떠는가 싶던 용여홍이 돌연 눈을 떴다.

악몽을 꾼 것이었다.

부모님과 동생들이 전부 무심병에 걸린 꿈이었다.

그들을 구하려던 용여홍 자신은 포탄에 맞아 온몸이 산산조각 났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마에 댔다.

‘……!’

차가웠다. 또다시 습관적으로 오른손을 쓴 것이었다.

얼른 손을 바꾼 용여홍이 축축하게 젖은 이마를 훔쳤다.

이내 깊이 들이마신 숨을 느릿하게 토해낸 그는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 간 김에 세수도 할 생각이었다.

집 안의 화장실로 가니 문틈으로 어스름한 빛이 새어 나왔다.

“안에 누구 있어?”

“나.”

화장실에선 용애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안 잤어?”

용애홍이 어색하게 웃었다.

“오빠, 엄마랑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나, 나 여태 컴퓨터 했어.”

용여홍은 어이가 없어서 픽, 웃음이 나왔다.

“내일 학교 안 가?”

“응, 안 가. 내일 주말이잖아.”

용애홍이 당당하게 답했다.

‘날이 가는 것도 잊고 있었네.’

속으로 중얼거리던 용여홍이 말했다.

“내가 말씀 안 드려도 부모님은 못 속일걸. 에너지 배급량이야 뻔하잖아. 그렇게 많은 양을 써놓고 어떻게 모르기를 바라?”

“오, 오늘 에너지가 좀 많이 남았더라고. 우연히 발견했어. 아주 약간, 정말 약간 더 쓴 거야. 거의 월말이잖아. 남기는 게 오히려 낭비라니까? 오빠, 근데 오빠는 왜 그런지 알아? 왜 에너지가 남은 걸까?”

변명하던 용애홍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용여홍이 답했다.

“아마 내가 승진해서 에너지 배급량이 늘었나봐.”

“또 승진했다고? D6으로?”

용애홍이 크게 놀라며 기뻐했다.

동생의 반응에 용여홍도 조금 부끄러워졌지만, 동시에 뿌듯함도 들었다.

“나도 이제 막 알았어. D7이야.”

아직 부모님에게도 말씀드리지 않은 사실이었다. 성건우도 오늘은 이 사실을 사방팔방에 떠들고 다니지 않았다.

용애홍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우와! 오빠 진짜 대단하다! 있잖아, 혹시 내 동기 만나볼 생각은 없어? 걔네 중 몇 명은 오빠를 진짜 ‘아이돌’처럼 여긴다니까?”

그녀도 구세계 콘텐츠로 많은 것들을 배운 모양이었다.

용여홍은 그 말에 헛기침을 했다.

“얼마나 더 걸려?”

“5분, 5분만. 오빠랑 이야기하느라 집중력이 떨어졌거든.”

용애홍이 답했다.

“아니야, 됐다, 됐어. 그냥 바깥 화장실 쓸게.”

5분이면 충분히 외부의 공용 화장실을 쓰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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