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527화 (527/649)

527화. 포상

백새벽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자리를 비운 건 놀랍게도 장목화였다.

하지만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바로 문을 열고 나타났다.

“잠깐 제니 부부장한테 불려 갔다 왔어. 포상이 확정됐거든. 오후에는 정식으로 받아볼 수 있을 거야.”

장목화가 빙그레 웃었다.

“우와! 만세!”

‘우와’를 외친 것도, ‘만세’를 외친 이도 모두 다 성건우였다.

저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역시 기대감을 드러낸 백새벽과 용여홍을 보고, 장목화도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우선 모든 수확은 우리 몫이야. 상부에 제출한 물건들도 돌아올 거야.”

이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었다. 구조팀은 이번에 각기 모델이 다른 군용 외골격 장치 세 대, 카멜레온 타입 인공지능 갑옷 한 벌, 육식주, 생명 천사 목걸이 등 강력한 장비들을 상납했었다.

여태 그들의 몫으로 인정된 건 군용 외골격 장치 한 대뿐이었다.

고위층은 이 모든 물건을 돌려주고 수리까지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장목화는 깊이 안도하며 결과도 상당히 만족해했다.

이내 그녀가 덧붙였다.

“근데 한 가지 전제가 있어. 특정 물건은 전문 기구에 보관해야 해. 외부 훈련을 할 때나 임무를 수행하러 갈 때만 수령할 수 있어.”

폭발 사건의 선례가 있는 마당에,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군용 외골격 장치나 신기한 능력이 있는 도구의 소지를 허락할 리 없었다. 회사 안이라면 총기조차 반드시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었다.

정말로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몹시 아파질 것이다.

생체 공학 의수나 기계 팔이 주인에게서 떨어질 수 있는 물건이었다면 회사는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럼 용여홍은 한동안 외팔 영웅으로 불렸으려나.

“그래야죠.”

용여홍은 단번에 고위층의 결정에 순응했다.

하지만 성건우는 대놓고 아쉬움을 표했다.

“아쉽네⋯⋯.”

그 사이 백새벽은 다른 부분에 집중했다.

“또 어떤 포상이 있나요?”

장목화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미간을 살짝 구겼다.

“제니 부부장이 언급한 게 하나 더 있어. 생명 천사 목걸이 말이야. 회사에서 거기다 일정한 처리를 했대. 자체적인 효과도 유지하고 건우를 위한 보험을 들어뒀다는 거야.

그 사람 말로는 중요한 순간에 여태까진 통제할 수 없던 후유증에 대항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데? 구체적인 건 건우가 나중에 얻게 될 기밀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을 거래.”

그 말에 성건우가 웃었다.

“그야 간단하죠. 지금도 알겠는데. 그 사람들은 제 기원의 바다에 외부의 기운이 잔류해 있다는 걸 알고, 본인들 기운 한 줄기를 저한테 주려고 생각한 거예요. 때가 되어 무슨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면 그 기운을 기원의 바다로 들여서 도움받을 수 있을 거예요. 내 편이 되는 거죠.”

장목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일종의 감시이기도 하고. 그럼 회사 안에도 심령의 복도 깊은 곳까지 탐색한 사명 영역의 각성자가 있다는 걸까?”

백새벽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회사의 각성자 실험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니까요. 가능성이 낮다곤 해도 각기 다른 영역의 각성자를 어느 정도 만들어두긴 했겠죠.”

장목화는 민감한 주제는 여기서 접고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자, 우린 이번에 오랫동안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을 만큼 어려운 임무를 완수했어. 회사도 상당히 만족했는지 날 D9로 승진시켜주겠대. 하하, D9로 승진하려면 최소한 두세 개 임무는 더 완수해야 할 줄 알았는데.

그리고 여홍이랑 건우! 너희도 단번에 2등급이나 올랐어. 이제 너희는 D7 팀장급 직원이야. 우리 작은 흰둥이는 D6으로 승진했고!”

예상보다 훨씬 더 후한 포상에 용여홍은 저도 모르게 계산을 시작했다.

‘내 기본급은 1,000점 더 올라 이제는 4,800점이야. 매달 붙는 별도 수당은 1,100점이니까, 연말에 무려 13,200점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어. 결혼하면 작은 화장실이 딸린 방을 배정받겠네. 안전부를 나가면 한 등급 더 올려주니까 정말 활동 센터 주관이 될 수도 있어. 겨우 1년 조금 넘게 일한 건데⋯⋯.’

용여홍이 기쁨에 젖은 그때, 장목화가 성건우를 돌아보았다.

“건우 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꼭 팀장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린 늘 그런 거 없이 함께 상의하고 결정해왔잖아. 뭐, 이미 결정된 거니까 더 이야기 안 할게. 다른 포상이 더 있어.”

“되게 기뻐 보이시는데.”

성실한 성건우는 할 말이 있으면 꼭 하고야 말았다.

장목화는 언제나처럼 성건우를 흘겨보며 왼손을 쓰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았다. 그러다 다시 부드러운 얼굴로 백새벽을 쳐다보았다.

“보고서에 퍼스트 시티에서 새벽이 네 휴대용 컴퓨터를 잃어버렸다고 적었거든? 그래서 이번 포상에 최신형 휴대용 컴퓨터도 한 대 포함돼 있어.”

“아⋯⋯.”

용여홍이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장목화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상납한 물자가 없어서 별도의 공헌 점수는 없어. 보상도 실물이나 기회 위주고.

휴대용 컴퓨터뿐만 아니라 그 카멜레온 타입 인공지능 갑옷도 다른 모델이나 같은 타입의 최신형 모델로 바꿔달라고 할 수도 있어. 다음 임무에 나가기 전에 신청할 수 있을 거야.

또한 유전자 개조 기회, 안전부의 일선 팀에서 나갈 기회, 더 나은 생체 공학 의수를 무료로 이식받을 기회도 한 번씩 있어.

우리 팀에 딱 맞춤으로 만들어진 기회들이지? 상부에서 그만큼 우리가 한 게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

작은 흰둥이, 넌 이따 나랑 따로 얘기하자. 유전자 개조 중에도 위험한 게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게 있어. 내가 그 방면은 경험도 있고, 어느 정도 지식도 있으니까 너한테 이리저리 알려줄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서. 난 전투력이 훌륭한 팀원을 잃고 싶지 않아.

여홍이 너, 기계 팔에 만족한다면 생체 공학 의수 이식 기회를 새벽이한테 주는 게 어때? 공헌 점수를 더해서 가장 좋은 모델로 이식하게 하는 거지. 아 참, 오늘 바로 전출 신청해도 돼.”

흠칫한 용여홍이 잠시 후에야 대답했다.

“아, 알겠어요.”

* * *

오후, 장목화가 전화를 받았다.

“건우, 너 21호로 오라는데?”

그녀는 한 손에 수화기를 들고 성건우를 돌아보았다.

한창 구조팀 사무실에 쌓인 한 무더기 자료 속에서 문서를 고르던 성건우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앉아 미간을 찌푸렸다.

“갑작스러운 전화인데, 혹시 누군가 절 암살하려는 건 아닐까요?”

“⋯⋯.”

말을 잃은 건 장목화뿐만이 아니었다. 용여홍과 백새벽도 그랬다.

피해망상이 있는 성건우는 평소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장목화가 알겠다는 듯 물었다.

“네가 황금 엘리베이터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그 건우구나?”

성건우는 침묵한 채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장목화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상대를 위로했다.

“기밀 자료를 가져가래.”

“네.”

대답하는 성건우의 표정에 점차 생기가 돌았다.

벌써 다른 성건우로 바뀐 모양이었다.

잠시 후 21호 앞에 도착한 성건우가 예의를 갖춰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응, 들어와.”

안에서 소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성건우는 탁자 맞은편의 소지훈을 쳐다봤다.

“안 바쁘십니까?”

이곳은 회의실이었다.

전과 마찬가지로 안전부의 회색 전투복을 착용한 소지훈은 관리층 직속 경호원도 없이 혼자였다.

그가 웃으며 설명했다.

“오늘 입구 밖에 있는 초소 직원들 위문하러 가야 하거든. 가는 길에 안전부를 거쳐야 하니 심령의 복도 관련 자료를 직접 넘겨주려고 왔지.”

‘설명은 곧 감추려는 행위죠.’

성실하고 솔직한 성건우는 이렇게 말하려 했지만, 다른 성건우들에게 잡혀 심령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

곧이어 성건우는 소지훈이 들고 있는 그리 두껍지 않은 자료 한 다발을 힐긋 바라보다가 흥미로운 듯 물었다.

“그럼 전 오늘 정각 뉴스에 나오나요? 소지훈 이사가 647층 21호에서 D7급 직원 성건우를 만났습니다. 양측은 심령의 복도와 관련하여 우호적으로 소통했습니다.”

그는 이야기하는 사이, 의자를 당겨와 소지훈 맞은편에 앉았다.

원래 성건우가 정상이 아니란 걸 알아선지, 소지훈은 덤덤히 대응했다.

“보안 등급이 매겨진 사안이라 정각 뉴스에는 나오지 않지.”

“아아⋯⋯.”

성건우는 퍽 실망한 눈치였다.

소지훈은 그런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들고 있던 자료를 건넸다.

“자, 이 자료는 여기서만 볼 수 있고, 밖으로 갖고 나갈 순 없어. 잊어버릴 게 걱정되면 일부는 자네 심령 방에 문서형식으로 구현해서 고정해 둬. 수용 가능한 정보량엔 한계가 있지만 중요한 정보들은 충분히 저장할 수 있을 거야.”

“그런 것도 가능합니까?”

성건우가 깊은 깨달음을 얻은 듯 되물었다.

그러자 소지훈이 웃었다.

“자네한테 전수하는 작은 기술이랄까.”

성건우는 더는 나불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이미 자료로 향해 있었다.

「심령의 복도는 한 갈래지만 각각의 각성자는 서로 다른 투영 안에 자리해 있는 듯하다. 그러니 일반적인 상황에서 다른 각성자와 직접 만날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단, 특수한 상황과 소수의 반례가 있으나 아직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비슷한 시간에 특정 방의 문을 열고 진입하게 되면 그 안에서 마주칠 수 있다.

각각의 방은 트라우마, 내면의 두려움, 꿈 등의 상황이 서로 다른 탓에 진입자 정신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같은 방, 같은 상황에서도 진입자의 처리 방식에 따라 정신 단련 효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하지만 특정한 방 안, 특정한 상황에서의 훌륭한 해결법은 보통 두세 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잘못된 방식으로 대응했을 경우는 비교적 심각한 결과가 따를 가능성이 크다.

정신력이 바닥날 때까지 탐색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방에서 빠져나오는 동안 뜻밖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진입자가 특정한 방을 탐색하는 동안 방 주인도 다른 방처럼 어느 위험한 장소를 탐색하는 중일 수 있다.

그러다 방 주인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틀림없이 정신에 이상이 생길 것이고, 그 이상은 그의 심령 방에도 반영되면서 어마어마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누구도 미리 대응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는 임기응변만이 답이다. 그러니 충분한 정신력을 남겨놓아야 한다.

연달아 며칠간 악몽을 꾸고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피곤함을 느낀다면, 그건 누군가 그의 심령 방에 진입해 상당히 깊은 곳까지 탐색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방법을 모색해 상대를 특정하고 경고해야 한다. 상대가 듣지 않는다면 전투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의 심령 방에 들어온 자를 특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심령의 복도 깊은 곳까지 탐색했다는 건 최소한 방 다섯 개에 대한 탐색을 마쳤거나, 방 열 개에 대한 불완전한 탐색을 마쳤다는 뜻이다.

⋯⋯」

이 주의사항들 다음으로는 대량의 방 번호가 나열돼 있고, 각각의 방 번호 뒤에는 설명도 적혀 있었다.

「101 : 현재 보리 영역 각성자에 속해 있다. 그는 이미 심령의 복도 깊은 곳까지 탐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흔히 보이는 건 정신병원의 광경으로 표현되는 트라우마다. 이 광경은 수시로 변하는데 그 변화는 방 주인의 정신 상태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돌파의 핵심은 정신병원 안의 유일한 의사를 찾아 그를 죽이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102 : 극도로 위험한 방이다. 평소 출현 빈도는 매우 낮다. 우리가 파악한 상황은 최소 각성자 두 명이 진입했다가 다시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의 두 각성자 중 한 명은 잠들었고, 다른 한 명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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