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435화 (435/649)

435화. 악화

백새벽이 차를 몰고 떠난 이후, 유적 사냥꾼과 치안요원들은 끊임없이 추격을 지속했다.

수시로 차를 세우거나 걸음을 멈추고 거리 행인들을 탐문한 그들은 결국 주차장까지 행로를 정확히 쫓았다. 그들 중 경험이 가장 풍부한 일부는 반 바퀴를 우회해 다른 출구를 막기도 했다.

곧이어 그들은 주차장 안의 차들을 열심히 관찰하며 본격적으로 검은 세단을 찾기 시작했다.

그 사이, 짙게 선팅된 구조팀의 짙은 색 SUV가 그 옆길을 통해 먼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도어, 월, 콘스탄츠도 각기 다른 곳에서 안타나 스트리트 서북쪽 주차장에 도착했다.

시어도어가 제일 먼저 그보다 앞서 이곳에 도착한 한 부하부터 찾았다.

“목표 차량은 발견했나?”

시어도어는 포로를 눈앞에서 빼앗긴 탓에 마음이 극도로 조급해져서,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도 못했다.

이번 수색을 주관하는 건 그들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만한 지위에 이른 강자는 절대 조사를 직접 하지 않았다.

특정 지역을 택해 그곳에서 기다리면서 최대한 목표 구역을 엄호하려 할 뿐, 세부적인 작업은 여전히 그 아랫사람들의 몫이었다.

시어도어가 이 순간 가장 후회하는 건 한명호에게 동료가 한 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상부에 지원 요청하는 대신 동료들에게만 추격과 포위를 부탁했었다.

사실 습격당한 순간 상부에 보고해봤자 그 강자가 때맞춰 현장에 도착할 수도 없었다. 애쉬랜드에 순간 이동 같은 능력은 없으며, 아무 표시도 해두지 않은 상황에서는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라도 한 인간의 의식이 누구의 것인지 판별하기 어려웠으니 애초에 추적은 불가능한 얘기였다.

시어도어의 부하가 얼른 답했다.

“찾고 있습니다. 차가 워낙 많아서 시간이 걸립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던 시어도어가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일단 흩어져서 다른 출구부터 막아!”

주차장 내부는 천천히 조사해도 상관없었다.

같은 시각, 월과 콘스탄츠 역시 부하들에게 비슷한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월은 시어도어와 달리 특별히 이 점을 강조했다.

“주차장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인해.”

몇 분 후, 치안요원들이 속속들이 보고해왔다.

“목표 차량을 찾았습니다. 한쪽 구석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곳 감시카메라는 전부 망가진 상태입니다.”

세 팀에 소식들이 하나둘 전해지며, 상황도 빠르게 파악됐다.

이에 경험 많은 이들은 딱 한 생각을 떠올렸다.

갈아타기!

월은 곧장 새로운 명령을 전달했다.

“원본 영상을 찾아. 최근 1시간 내로 어떤 차량이 들어왔는지 확인해!”

콘스탄츠가 덧붙였다.

“주차장에 있는 사람들도 탐문해. 사라진 차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질서관 조수들이 고려한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서시월 팀의 누군가가 주차장 안에서 기다리면서 그들을 지원했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그들이 다른 차를 훔쳐 달아났을 가능성이었다.

출구 쪽 감시카메라는 다 박살이 나서 최근 10분간 녹화가 안 됐기에, 굳이 이렇게 번잡스러운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월과 콘스탄츠의 말을 듣고, 시어도어는 박동하는 심장을 애써 억누르며 다급하게 지시했다.

“출구 밖 거리 감시카메라도 확인해!”

그거라면 최근 몇 분간 어떤 차가 이곳을 지나갔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주차장에서 나온 차도 포함되어 있을 터였다.

시어도어는 구조팀이 이동 중 마주친 모든 감시카메라를 다 총으로 쏘진 않았으리라 여겼다. 그건 일부러 흔적을 남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잠시 후, 그의 부하가 전했다.

“출구 3곳 바깥 거리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없습니다. 이곳은 그린올리브 구역입니다. 안타나 스트리트와 매우 가깝습니다.”

그린올리브는 하류층 주민과 외지인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치안이 좋지 않은 데다 경비 인력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런 곳에 레드울프 구역 특정 지역이나 골든애플 구역처럼 거리마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을 리는 없었다.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굶주린 나머지 먹을 것을 위해 위험마저도 감수하려는 이들뿐이었다.

만약 질서의 손이 거액의 비용을 들여 그린올리브에 대량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한다면, 그들은 그 전자 제품을 뜯어서라도 빵 몇 조각과 교환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또한 각 대형 암흑가 조직 역시 일부 하층 주민을 고용해 감시카메라를 처리토록 하면서 질서의 손의 체포가 빠를지, 기물의 파손이 빠를지를 겨루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린올리브 구역 다른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암시장으로 소문난 안타나 스트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 중 부근에 감시카메라를 남겨두려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굳이 꼽자면 주차장 같은 사유지에서만 수시로 일어나는 도난 사건을 막기 위해 주인이 설치한 감시카메라 몇 대 정도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애초에 한명호가 이 구역에 머물기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부하들의 보고에 시어도어의 안색은 파랗게 질려갔다. 갈수록 깊어지는 분노를 누구에게 풀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번 작전에서 부하들이 저지른 잘못은 없었다. 이곳은 그들이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구역이 아니었다. 시어도어 역시도 이곳을 잘 알지 못했다.

시어도어는 보통 골든애플 구역과 레드울프 구역에서 활약했고, 이따금 사건이 있을 때만 그린올리브 구역에 한 번씩 방문했을 뿐이었다.

* * *

백새벽은 그린올리브 구역 항구 쪽으로 차를 몰았다.

이동 중에도 팀원들은 계속 침묵을 유지한 채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뜻밖의 상황에 대비했다.

여러 골목길과 거리를 통과한 짙은 색 SUV가 어딘가에 드디어 멈췄다.

아무도 없는 모퉁이였다.

대낮의 그린올리브 구역은 저녁보다 더 고요했다.

구조팀은 곧 속속들이 차 문을 열고 내려 반대편 모퉁이로 걸어갔다. 그곳에 회사 소유의 개조된 지프가 세워져 있었다.

혹여나 다른 이를 마주칠까, 팀원들은 다들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총을 뽑아 목격자를 처리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상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없었다. 오직 성건우를 앞세워 추리 광대로 상대가 목격한 모든 걸 무시하게 하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반 지성교의 목자 부이용을 속이긴 불가능했다.

한명호를 안은 게네바와 왜소한 정도연을 부축한 장목화는 가장 먼저 지프 뒷좌석에 올랐다.

사전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도 예측했던 구조팀은 차에 실린 군용 외골격 장치를 모조리 꺼냈었다. 덕분에 지금 차 안은 공간이 넉넉했다.

“네가 뒤에 앉아.”

성건우가 용여홍에게 빠르게 말한 뒤, 조수석에 올랐다.

용여홍도 이유는 묻지 않고 그냥 친구의 말에 따랐다. 지금은 뭘 묻고, 말고 입씨름할 여유도 없었다.

팀원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백새벽도 곧장 액셀을 밟았다.

달리는 차 안에서, 용여홍은 그제야 성건우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앞에 앉고 싶어졌냐?”

“넌 키도 175센티미터밖에 안 되고 몸도 말라서 공간 활용도가 높아.”

성건우가 학술적인 말투로 진지하게 답했다.

용여홍은 친구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건지, 또 이 틈을 타 자신을 놀리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겐이 차지하는 공간은 너보다 훨씬 큰데? 근데 내가 왜 여기 앉아. 그럼 나랑 겐이랑 바꿨어야지.”

철컥- 철컥-

용여홍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게네마 몸에서 미약한 소리가 났다. 지능 로봇이 손발을 거두고 신체 일부를 접으면서 나는 소리였다.

만약 한명호를 안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게네바는 군용 외골격 장치가 든 상자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난 몸집을 최소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게네바는 직접 보이기까지 하며 용여홍의 말에 반박했다.

용여홍도 결국 할 말을 잃었다.

지프로 바꿔 탄 구조팀은 골든그레인 구역으로 달려가 한 안전 가옥 앞에 도착했다. 마지막까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구조팀은 한명호와 정도연을 그 가옥 안으로 데려갔다.

* * *

이제 막 눈을 뜬 한명호의 몽롱한 시야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서시월, 장우병, 전하얀, 고지용이었다.

“깼어?”

성건우가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장목화, 용여홍, 백새벽도 웃음을 지어 보였다.

흠칫 놀란 한명호는 곧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굴리다 그들을 쳐다보았다.

“질서의 손이 수배하던 게 너희였어?”

순간 굳어진 장목화는 몇 초 후에야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순전한 사고였어, 사고.”

추측이 맞았음을 확인한 한명호는 고개를 돌려 정도연을 찾았다.

따로 묻기도 전에, 바로 옆에 정도연이 누워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막 깨어난 정도연은 의혹과 경계심이 어린 눈으로 구조팀을 이리저리 쳐다보고 있었다.

한명호는 몸을 일으키며 간단히 설명했다.

“내 친구들이야. 질서의 손에 수배당하고 있지.”

눈이 휘둥그레진 정도연은 못 참겠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이 사람들은 어쩌다 질서의 손을 그렇게 대대적으로 움직이게 한 걸까? 무슨 짓을 했기에?’

장목화는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크흠, 그건 다른 문제야. 나중에 얘기해줄게. 명호, 네가 어떤 임무를 맡았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완수하기 어려울 것 같네. 우리는 당분간 기척을 죽이고 숨어있어야 해. 음, 네 상황은 우리도 잘 알아. 혹시 기계 심장에 대해서는 고려해봤어?”

한명호가 덤덤하게 대꾸했다.

“그건 너무 비싸. 게다가 너희들에게 루트가 있다고 한들, 가격을 깎을 수 있다고 한들, 지금 당장 기계 심장을 설치해줄 사람을 찾을 수도 없어.”

‘그건 그렇지.’

장목화도 안타까워 속으로만 조용히 중얼거렸다.

질서의 손에 쫓기는 이 상황에선 밖으로 나가는 것도, 기계 심장을 설치해줄 작업장과 접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옆에서 용여홍은 한명호의 말에 숨겨진 또 다른 뜻에 한숨을 내쉬었다. 애쉬랜드에서 인간의 심장이란, 기계 심장보다 가치가 떨어졌다.

“인조 심장은?”

성건우가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얼마나 걸리는데?”

한명호는 그런 기술이 있는지는 묻지도 않고 제일 중요한 것부터 물었다.

‘일단 널 회사로 데려가서 검사하고, DNA를 추출하고, 각종 분석을 해봐야 방안을 확정하고 정식 작업에 착수할 수 있으니까⋯⋯.’

“최소 오 개월.”

이곳은 상황이 급하다고 비행기로 이동하고, 채취한 일부 샘플을 먼저 보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구세계가 아니었다.

한명호가 느릿하게 한숨을 토해냈다.

“나한테 남은 시간은 삼 개월이야. 어쩌면 그보다 더 짧을지도 모르고.”

“그 의사는 약물에 의지하기만 해도 2년은 버틸 수 있다고 했잖아.”

장목화가 의문을 표했다.

한명호는 구조팀이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아해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 있는 정도연을 보며 답만 이어갔다.

“원래는 그랬지. 근데 조금 전에 받은 영향 때문에 상태가 훨씬 더 나빠져 버린 것 같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