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434화 (434/649)

434화. 무장 강도

“사람들이 저쪽으로 달려가는데⋯⋯?”

장목화가 안타나 스트리트에서 급히 이동 중인 사람들을 발견했다.

“명호를 발견한 건가?”

야구 모자를 쓴 성건우는 그녀가 따로 분부하지 않았는데도 바로 핸들을 돌려 사람들이 향하는 좁은 골목길로 차를 몰았다.

잠시 후, 눈앞의 길은 돌연 넓어지며 상당히 낡은 건물이 하나 나타났다.

건물 정문 입구에서는 두 사람이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었다.

위장한 상태지만 장목화는 그중 한 명이 한명호임을 확인했다.

“아직 생물 전기 신호가 있어.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닐 거야.”

곧 체포조 수장에게로 시선을 돌린 장목화는 가장 먼저 상대의 나무 조각 같은 눈에 집중했다.

‘……저건?’

그 기이한 모습은 꼭 어디에서 봤거나 들었던 것처럼 익숙했다.

성건우 역시 그 점을 알아차린 듯 웃으며 말했다.

“사명 영역 각성자네요.”

‘그래! 회사 내부에서 붙잡힌 사명 영역 각성자 눈도 저랬지. 그 사람 이름은 오명훈이었고.’

순간 관련된 기억을 떠올려낸 장목화는 빠르게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서 이 구역의 상황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구할까?”

“구하죠!”

성건우의 답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 * *

시어도어는 목표를 잡았다는 사실을 상부에 바로 알렸다.

‘이제는 인력을 조직해 저 둘한테 서시월 팀의 행방을 알아내면 돼.’

찬찬히 생각을 정리하며 계단을 내려온 그는 건물 밖으로 나와 안타나 스트리트 쪽으로 돌아갔다. 차가 그곳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때, 시어도어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더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이런!’

시어도어는 기억에 의지해 몸을 웅크려 옆쪽으로 날렸다. 그곳에 석제 조각상이 하나 있던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퍼스트 시티의 특색 중 하나이기도 했다.

탕!

시어도어가 석상 쪽으로 몸을 날린 순간, 조금 전까지 그가 있던 계단에 돌가루가 튀며 또렷한 총알 자국이 났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화들짝 놀란 시어도어의 부하 치안요원들은 조건반사적으로 근처 엄폐물 뒤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한명호와 정도연은 그들 때문에 계단 위로 내팽개쳐지면서 아래쪽으로 굴러떨어졌다.

귀족 없이 일반 주민으로만 이뤄진 치안요원들에게 직업의식 같은 건 없었다. 일은 오로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증인들의 죽음을 막겠다고제 목숨을 다 바치는 치안요원 같은 건 꿈에서나 나올 것이다.

그들은 일상적인 작업 중에도 상사와 별 감정이 없는 사이면 부릴 수 있는 게으름은 다 부리고, 피할 수 있는 건 다 피하려 했다. 물론 겉으론 매우 적극적인 척 굴기도 했지만 감독하는 이가 없다면 곧장 본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시어도어는 기억을 따라 석상 옆으로 굴러갔다. 그런 뒤 손으로 구체적인 방향을 확인하는 한편 습격자들의 위치를 감지했다.

그 구역에 인간 의식이 몇 갈래 늘어나긴 했어도 적을 판별할 순 없었다. 게다가 육안으론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 판단을 내리기도 어려웠다.

“저 빌어먹을 유적 사냥꾼들!”

시어도어가 석상 뒤로 몸을 옮기며 작은 소리로 욕설을 지껄였다.

그는 당연하게도 늘어난 인간 의식들이 자신을 따라와 손쉽게 보상금을 거머쥐려 하는 유적 사냥꾼들일 거라 여겼다.

상황이 이렇다고 시어도어가 마냥 속수무책인 것은 아니었다. 그의 선택은 아주 간단했다.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것이었다.

귀족 출신으로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퍼스트 시티의 안위와 평안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자신과 같은 급의 사람들뿐이었다.

평소 시어도어도 일반 주민이나 유적 사냥꾼, 황야유랑자를 대할 때 가끔 동정심을 드러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실력도, 규모도 알 수 없고,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적을 마주한 이때, 무고한 사람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따위는 조금도 들지 않았다.

지난 오랜 세월, 질서의 손이 집행 중에 일어난 혼전 속에서 행인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평상시 시어도어도 부하들을 지도할 때 늘 이런 말을 했었다.

‘임무를 집행할 때는 무엇보다 본인 안전이 중요하다. 격렬한 방식을 택하더라도 반드시 위험을 요람에서부터 아예 눌러 죽이도록.’

이러한 언행으로 시어도어는 처세 면에서 월보다 훨씬 부족했지만, 수많은 부하의 옹호를 받았다.

“적습이다! 적습!”

석상 뒤에 몸을 숨긴 시어도어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와 동시에 나뭇조각 같은 그의 눈이 기이한 빛을 발했다.

7~8미터 밖, 현장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혼란에 놀라 본인 차로 돌아가 있던 한 유적 사냥꾼은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대로 지각을 잃은 그는 옆쪽 조수석을 향해 쓰러졌다.

쇼크였다.

시어도어의 각성자 능력, 쇼크!

현재 효력 범위는 반경 10미터이고, 지금으로서는 일대일로만 발휘되었다.

쿵쾅! 쿵쾅!

총을 쏜 이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구역 내, 여러 유적 사냥꾼이 쇼크로 인해 각기 다른 곳에서 분분히 쓰러졌다.

이러한 현상과 시어도어가 적습이라고 외친 것이 유적 사냥꾼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주위에서 호시탐탐 한명호를 노리던 그들은 피부로 와닿는 위험에, 각자 차를 타고, 혹은 미친 듯이 달려 구역을 황급히 벗어났다.

* * *

반면, 아직 길모퉁이에 자리한 성건우의 차와 시어도어의 직선거리는 무려 6, 70미터에 달했다.

바로 맹목의 고리 덕분에 영향 범위를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실제 심령의 복도에 진입한 각성자와 비교한다면 한참 부족하겠지만, 기원의 바다 급에 불과한 질서의 손 구성원 하나와 맞서기에는 충분했다.

보조석의 장목화는 상황을 한동안 관찰하다가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심령의 복도 급 강자는 없어. 저 사람 능력이 심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무시무시하지만, 영향 범위는 고작해야 10미터 정도야. 다른 각성자 상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저 사람이 가진 능력 중 영향 범위가 가장 넓은 능력도 30미터 내로만 효력을 발휘할 것 같아.”

조금 전 그녀가 연합 202로 상대를 명중시키지 않은 건, 뜻밖의 상황들 예방에 중점을 둔 사격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장목화는 상대가 정말로 기원의 바다 급에 불과한지, 그에게 대처하기 어려운 기이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 상태였다.

게다가 6, 70미터란 거리도 사수에겐 매우 먼 거리였다. 장목화가 출중한 실력을 지닌 사격 천재가 아니었다면, 그 총알은 시어도어가 원래 자리해 있던 그 위치에도 명중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성건우는 맹목의 고리를 불에 타는 듯한 상태로 유지한 뒤 서둘러 액셀을 밟았다. 방향은 한명호와 정도연이 쓰러진 계단 쪽이었다.

수많은 유적 사냥꾼이 이곳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놀라 사방팔방으로 달아나고 있었기에, 성건우와 장목화의 움직임은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았다.

시어도어가 적습을 외치지 않았더라도, 특정 범위 내의 적들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지 않았더라도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터였다.

애초부터 장목화의 계획이 견착식 개인 바주카포를 이용해 이곳에 있던 유적 사냥꾼들을 물리치고 소란을 일으키려는 것이었다.

이제 시어도어로부터 약 30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성건우는 왼쪽 손목에 낀 맹목의 고리를 원상태로 회복시켰다. 또 거의 동시에 청록색을 띤 손목시계 유리판이 빛을 발하도록 했다.

숙명통!

성건우는 이 자리에서 손목시계 유리판에 고체화시켰던 숙명통의 마지막 힘을 남김없이 다 써버렸다.

* * *

한편, 석상에 몸을 바짝 붙여 원거리 사격을 피한 시어도어는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면서 주위 상황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10미터 범위에, 한명호와 정도연을 데려가려는 누군가가 감지되면 곧장 능력을 발휘해 상대에게 쇼크를 안겼다.

부하들도 핸드폰과 무전기로 부근 동료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한 줄기 밝은 빛이 시어도어의 시야를 비췄다.

동시에 석제 계단과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인영, 어수선한 거리가 시야로 쏟아졌다.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적들은 이미 철수했나?’

막 이러한 생각을 떠올린 순간, 시어도어는 홀연히 느껴지는 한기에 몸을 떨었다. 한 줄기 싸늘한 기운이 체내로 스며든 것 같았다.

이에 시어도어의 근육은 뻣뻣해졌다. 손가락 하나도, 발가락 하나도, 뇌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바로 성건우가 숙명통으로 시어도어에게 직접 빙의한 것이었다.

성건우는 디마르코처럼 목표를 강제로 통제하거나, 그를 조종할 수는 없었다. 그저 상대가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만 그를 조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는 시어도어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명하진 못했다. 그저 빙의를 통해 상대의 능력 사용을 방해할 뿐이었다.

약화된 숙명통으론 이 정도 효력만 발휘할 수 있어도 감사했다.

성건우가 시어도어를 붙잡아 놓은 이때, 장목화는 곧장 차에서 내렸다.

유탄 발사기를 든 그녀는 치안요원과 남은 유적 사냥꾼들이 숨어있는 곳을 향해 유탄을 끊임없이 날렸다.

콰릉! 콰릉! 콰릉!

폭발음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도 장목화는 끝까지 방아쇠를 당기며 빠르게 한명호, 정도연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유탄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은 건 치안요원들과 유적 사냥꾼들이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한명호, 정도연 근처에 이른 장목화는 허리를 숙여 왼팔의 힘만으로 두 사람을 부축했다.

그러고는 곧장 내달리기 시작했다.

탕! 탕! 탕!

거침없는 총성 속, 장목화는 차로 돌아가 두 사람을 뒷좌석에 내던지듯 실은 후, 뒷좌석에 함께 탑승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한명호의 상태를 확인하며 성건우에게 외쳤다.

“철수!”

성건우의 손목시계 유리판이 발하던 청록색 빛이 순식간에 흩어지더니 곧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빙의를 마친 성건우는 핸들을 틀지 않고 곧장 액셀을 밟았다. 차는 엄청난 속도로 물러나 아까 전 서 있던 모퉁이로 돌아갔다.

끽-

그 자리에서 방향을 튼 차가 즉각 다른 거리로 접어들었다.

“명호를 찾았어. 안타나 스트리트 서북쪽 주차장에서 만나자.”

장목화가 뒷좌석에서 무전기로 용여홍, 백새벽, 게네바에게 연락했다.

이는 그들이 외출하기로 결정했을 때 합의한 철수 방안이었다.

할 일을 마친 장목화는 빠르게 한명호와 정도연에게 차례로 응급 처치를 했다. 두 사람 모두 당분간은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 * *

같은 시각, 몸을 원상태로 회복한 시어도어는 평범한 검은색 세단이 밖으로 떠나가는 걸 목격했다.

분한 것도 분한 것이지만, 마음이 조급해진 시어도어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목표 차량의 외형을 중점적으로 묘사했다.

습격자가 누구인지는 보지도 못했기에 나중에 부하 치안요원들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 * *

성건우가 모는 검은 세단은 안타나 스트리트 주위를 반 바퀴 정도 우회한 뒤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서북쪽 주차장에 진입했다.

이곳에 백새벽이 운전을 맡은 짙은 색 SUV가 있었다. 장소는 이 주차장에서도 상대적으로 구석진 곳이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뒤 아이스모스를 들고 차창을 내린 장목화는 방아쇠를 몇 차례 당겨 이 구역의 모든 감시카메라를 망가뜨렸다.

그제야 성건우에게 백새벽이 탄 차 옆으로 차를 몰게 했다.

속속들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한 사람씩 맡아 한명호, 정도연을 짙은 색 SUV 뒷좌석에 옮긴 뒤 자신들 역시 함께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마자 액셀을 밟은 백새벽은 다른 출구로 차를 몰았다.

그동안 구조팀 사이엔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각자 맡은 일만을 처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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