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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여화-393화 (393/649)

393화. 차이

같은 시각, 장목화는 곁눈으로 숲에서 나타난 하얀 인영을 보았다.

그 늑대였다!

매우 잘생긴 늑대는 짙은 녹색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겐, 쫓아!”

장목화가 곧장 소리쳤다.

그녀가 보기에 구조팀의 능력과 화력, 협동력이라면 게네바를 보내도 저 남루한 행색의 유적 사냥꾼들은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끝내 몇 사람이나 살려낼 수 있느냐, 그게 유일한 고민거리였다.

게네바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의 분석 결과가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즉각 앞으로 튀어 나간 게네바는 숲을 향해 내달렸다.

다음으로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백새벽도 훌쩍 뛰어올랐다. 그녀는 인간이라면 절대 닿을 수 없는 높이에서 외골격 장치에 장착된 기관단총으로 아래를 겨냥했다.

다다다!

백새벽은 최선을 다해 총알을 난사했다. 그로 인해 그녀와 용여홍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하던 유적 사냥꾼들은 낫에 닿은 밀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한편 장목화와 성건우가 숨은 곳을 향해 달려들던 유적 사냥꾼들은 일제히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성건우의 양손 동작 능력이 발휘된 것이다.

그사이 장목화는 고개도 밖으로 내밀지 않고 돌격 소총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의 총알은 거의 다 명중이었다. 마치 허공에 존재하는 눈이 그녀의 조준을 도와준 것만 같은 솜씨였다.

탕! 탕! 탕!

성건우도 권총 두 자루로 유적 사냥꾼들을 공격했다.

그도, 장목화도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다. 혹여나 잘못해서 상대의 총에 맞기라도 한다면 위태로워지는 건 본인들이었다.

아무리 본의가 아니라고 한들, 제 목숨을 노리는 적에게 같잖은 동정심을 베푼다는 건 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 다- 다!

이성을 잃은 유적 사냥꾼들은 무려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백새벽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곁에 있던 수많은 이들이 죽었지만, 그런 건 상관도 없다는 듯 내달리거나 방아쇠를 당겼다.

두세 명은 벌써 용여홍이 숨은 곳 근처에 이르러 있었다.

용여홍도 이젠 신입 티를 벗은 지 오래였다. 그도 능숙하게 상대의 사격에 생긴 빈틈을 타 베르세르크 돌격 소총으로 짧은 사격을 진행했다.

그 총에 맞은 한 유적 사냥꾼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가슴팍이 완전히 찢긴 채 몸은 거의 해체가 된 상태로.

용여홍은 그 후로 곧장 자세를 낮춰 후속 반격을 피한 뒤, 다음 목표를 노렸다. 그러나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이 차마 움직여지질 않았다.

용여홍의 시야를 가득 메운 다음 목표는…… 밥이었다.

어젯밤 함께 담소를 나눴던,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그 사내.

순간 용여홍은 상대와 자리가 뒤바뀐 듯한 느낌을 받았다. 꼭 저 앞에 있는 것이 밥이 아닌 용여홍 저 자신인 것만 같았다. 나 스스로를 마주한 채 죽음의 가장자리에 선 듯,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그렇게 용여홍이 아무것도 못 하는 사이, 밥이 총을 쐈다.

탕!

그의 소총에서 불빛이 뿜어져 나왔다.

짧은 순간 마음이 약해져 총은 못 쐈지만, 용여홍은 상황을 관찰하고 때맞춰 몸을 피했다. 엄폐물 뒤로 숨어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자 밥이 또 바로 엄폐물을 뛰어넘어, 용여홍 전방에 착지해서는 다시금 소총으로 그를 겨눴다.

용여홍은 극심한 후회를 느끼며 발로 땅을 박차고 허리와 배에 힘을 주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눈앞엔 통한의 표정을 한 너무도 낯선 밥이 있었다. 어젯밤 달콤한 꿈을 말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우리 부모님도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되겠지. 내 여동생이랑 남동생도 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고.’

소용돌이치는 감정 속에, 용여홍이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

다- 다- 다-

베르세르크 돌격 소총에서 총알이 발사됐다.

밥과 용여홍의 거리는 너무도 가까웠고, 끝내 직격타를 피하지 못한 밥의 몸엔 붉은 흔적이 조금씩 피어났다.

털썩-

고통에 점철됐던 밥은 곧 멍한 얼굴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용여홍과 눈이 마주친 후에야 자신의 상황을 깨달은 듯한 밥은 이제 비로소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은 것 같았다.

뻐끔뻐끔 입술을 달싹이는 밥은 매우 간절해 보였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밥은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몇 초 만에 숨을 거뒀다.

두 눈도 감지 못한 채였다.

용여홍은 잠시 밥을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켰다. 그는 이제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예 엄폐물 위에 돌격 소총을 얹고, 남아있는 유적 사냥꾼들을 향해 총을 쐈다.

그렇게 모든 적이 바닥에 쓰러져 고통 어린 신음을 흘리고, 미동도 없이 딱딱해져갔다.

용여홍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언제부터인지 눈앞은 부옇게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때맞춰 무전기에서 게네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목표가 한 동굴 안으로 숨어들었다. 아주 깊어. 지금으로서는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주위에 쓰러진 유적 사냥꾼과 곳곳에 흩뿌려진 선혈을 훑어보던 장목화가 바로 용여홍을 향해 외쳤다.

“작은 빨강이! 너하고 나, 건우는 여기 남아서 아직 숨이 붙은 사람들을 구하자. 작은 흰둥이 네가 게네바랑 합류해. 절대 동굴로 들어가는 데 급급해하지 말고 주위에 다른 출구가 있는지부터 찾아봐.”

백새벽은 행동으로 답했다.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그녀는 단 몇 걸음 만에 숲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때, 불규칙한 숨을 고르던 용여홍은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즉각 밥에게 달려가 쪼그려 앉았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밥을 구하려 애썼지만, 그는 이미 세상과 완전히 작별하고 떠난 뒤였다.

한편 다른 쪽에서 부상자를 치료하던 성건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건 차으뜸과 다르네요.”

그 말에 장목화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그래! 흰 늑대가 달아난 뒤에도 매혹은 여전히 유지됐어!”

이 유적 사냥꾼들은 흰 늑대가 달아난 뒤에도 여전히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쯤엔 분명 흰 늑대의 능력 작용 범위를 벗어나 있었을 터였다.

이를 통해, 구조팀의 네 탄소 기반인은 흰 늑대의 능력에 휩쓸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

당시 차으뜸의 매혹은 분명 일정 거리 안에서만 효과를 발휘했던 걸 떠올린 장목화는 곧장 무전기를 들고 알렸다.

“겐, 작은 흰둥이! 조심해! 목표의 능력은 매혹이 아닐 가능성이 커. 그보다는 그와 비슷한, 그러면서도 유지력이 매우 강한 능력일 거야.”

이제 장목화는 성건우와 함께 속도를 높여 경상자들을 치료했다. 안타깝지만 중상자들까지 살필 시간은 없었다. 그들에게 매달려 있는 동안 경상자들 역시 위험해질 테니, 방법이 없었다.

두 사람은 경상자 중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려 흰 늑대의 통제에서 벗어난 사람만을 택해 치료를 진행했다.

“휴, 됐다. 작은 빨강아, 이젠 우리도 겐에게 합류하자.”

바쁘게 작업을 마친 장목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용여홍에게 말했다.

용여홍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이를 보고, 장목화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지, 이쪽에는 사람이 많잖아. 누가 우리 차를 훔쳐 가면 어떡해? 넌 여기 남아서 차 보고 있어.”

용여홍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답했다.

“네.”

그 뒤로 장목화가 또 곧장 말을 이었다.

“그럼 너 군용 외골격 장치 착용하는 것부터 도와줄게. 그래야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쉽게 해결하지.”

“좋아요, 좋아요.”

용여홍은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성건우는 용여홍이 리만에게 구입한 AC-45형 군용 외골격 장치 착용을 돕고, 장목화는 경계를 맡았다.

“이따 누군가 전진 캠프랑 연계해서 지원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

분부를 내린 장목화는 남은 구형 외골격 장치를 짊어진 채 성건우와 함께 숲속으로 달려갔다.

어느 정도 앞으로 나아간 그때였다.

장목화는 돌연 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그냥 남아서 여홍이를 보고 있을까?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혼자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한번 믿어봐 주세요.”

성건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몇 초간 침묵하던 장목화가 대꾸했다.

“그래.”

그녀는 팀장으로서 당연히 그 동굴로 가 직접 환경을 관찰하고 후속 사냥 작전을 세우고 싶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게네바와 백새벽의 설명을 따라 길에 남은 갖가지 흔적을 쫓아갔다.

격한 총격전이 벌어진 곳에 차 2대와 남은 용여홍은 수십 미터 밖에 쓰러진 밥과 웃자란 잡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후 숨을 토하며 정신을 차린 그는 유적 사냥꾼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기본적인 상처를 처리한 경상자들은 나무에 기대 이따금 고통 어린 신음을 흘리거나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상태였다.

개중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는 이들도 있었다.

중상자들은 이미 다 죽어 곳곳에 시신이 가득했다.

이들을 죽인 건, 바로 구조팀이었다.

용여홍은 본능에 따라 구역을 감시 중이었지만, 머릿속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뭘 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멍하게 정신을 놓은 그 앞에, 경상자 하나가 일어나 다가왔다.

그제야 눈에 초점이 돌아온 용여홍이 그 유적 사냥꾼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예의는 차렸지만, 돌격 소총은 정확히 조준한 채였다.

그 외에 군용 외골격 장치에 장착된 유탄발사기와 레이저 발사기, 소형 기관단총 역시 언제라도 공격을 퍼부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30살이 갓 넘은 듯 보이는 유적 사냥꾼은 입가에 파르스름한 수염 자국이 남아 있고, 복잡하게 헝클어진 머리칼은 더럽고 기름진 상태였다.

남루한 옷 역시 오래도록 세탁도, 수선도 한 적 없는 듯했다.

이내 한 손으로 오른쪽 갈비뼈를 움켜쥔 남자는 다른 한 손을 허공으로 들어 올리며 소지한 무기가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우리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물어봐도 돼?”

유적 사냥꾼은 용여홍이 착용한 군용 외골격 장치를 훑어보며 더욱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얼굴엔 약간의 웃음기도 더해져 있었다.

용여홍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범인인 것도 아닌데, 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린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다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잖아. 전리품 쟁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근데 우리는 왜 갑자기 기습한 거야?”

생각할 힘을 되찾은 용여홍은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다. 단숨에 여러 질문을 쏟아놓고 나서야 자신이 결례를 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름이?”

“로엔이라고 불러줘. 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가 방금 왜 너희를 그렇게 미친 듯 죽이고 싶었는지. 누군가 머릿속에 그런 명령을 심어둔 것 같았어.”

로엔의 태도는 퍽 부드럽고 매우 여유로웠다. 그렇게 차분히 파란 눈동자를 굴리며 성실히 기억을 더듬었다.

“너희는 여태까지 그 흰 늑대를…… 따랐던 거야?”

용여홍은 한참의 고민 끝에 따랐다는 합리적인 표현을 찾았다.

로엔의 얼굴에 순간 그늘이 드리웠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동료들이랑 늑대를 맞닥뜨린 날, 몇몇이 광기에 미쳐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야생 늑대가 된 것 같더라고. 나를 보는 그 눈에 원한과 경계심이 가득했어.

난 깜짝 놀라서 바로 달아나는데, 몇 걸음 채 떼기도 전에 갑자기 그 흰 늑대한테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렇게 강하고 매력적인 흰 늑대를, 주인님으로 여기게 된 거야.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것처럼.

그 후론 나랑 동료들, 또 다른 사냥꾼들 모두가 늑대를 따랐어. 늑대를 도와 함정을 제거하고, 사냥감을 몰고, 적들을 처치했지.

이제 와 돌이켜 보니까 내가 생각해도 그동안의 내가 너무 낯설게 느껴져. 내 스스로, 자발적으로 그렇게 비이성적인 짓들을 저질렀다니. 아, 아무래도 난 그 늑대한테 내 영혼까지 다 통제당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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