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359화 (359/649)

359화. 미끼

청록 숙명주를 거둬 넣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본 성건우가 접근하는 이가 없는지 꼼꼼히 살핀 후, 무전기에 방금 확인한 결과를 간단히 보고했다.

성건우의 보고를 듣고, 장목화가 느릿하게 숨을 토해냈다.

“가짜 신부는 집에 데려다 놓고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

그녀는 곧 블랙셔츠파에게 얻은 오렌지 소총을 거두고, 백새벽, 용여홍, 게네바에게 말했다.

“새벽, 여홍, 겐. 너희는 이제 각자 자리에서 주위 건물들 잘 살펴봐. 다크서클도 진하고 피곤한 기색에 175~180센티미터 정도의 남자가 나오는지.”

그녀는 진짜 신부가 이 부근에서 모든 걸 감시하고 있다가 가짜 신부에게 뭔가 문제가 생기면 곧장 그와의 연결을 끊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리고 조금 전, 가짜 신부의 집에서 흘러나온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와 성건우의 고함은 주위 거리로까지 다 퍼졌을 터였다.

물론 진짜 신부라면 직접 나서서 감시하기보단 일반인 두세 명에게 최면을 걸어 주위를 감시하게 시키고, 뭔가 이상한 기척이 보이면 곧장 전보를 보내게 했을 가능성이 더 크긴 했다.

가짜 신부가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짜 신부가 분신술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효율은 좀 낮아도 안전하고 비밀스러운 방법을 쓰는 게 제일이었다. 이러한 추측을 바탕으로 장목화가 다시 게네바에게 말했다.

“겐, 너는 이 주파수 무선 전신 신호도 좀 감시해줘.”

주파수를 감시하기에는 좀 늦었을 가능성이 컸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 * *

성건우는 가짜 신부를 환자처럼 부축해 그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런 뒤, 문을 닫고 계속 노래가 반복되던 컴퓨터를 강제 종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목화가 들어왔다.

그녀도 성건우와 합류해 이곳을 자세히 살폈지만, 언제나 그렇듯 오탈자 가득한 반 지성교의 전단지만 몇 개 발견했을 뿐이었다.

“문맹도 아니고 컴퓨터도 쓸 수 있으면서, 왜 오탈자를 안 고쳐⋯⋯.”

장목화가 작게 중얼거렸다.

“정확하게 쓰면 신도들의 신뢰를 못 받잖아요.”

성건우가 간단하게 답했다.

장목화는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샌델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난 겐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컴퓨터를 복구하고 안에 어떤 단서가 있는지 살펴볼게. 넌 저 사람 깨워서 친구로 만들어.”

“네.”

성건우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리며 침대로 향했다.

이내 장목화가 휴대용 컴퓨터를 잠식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동안, 성건우는 깨어난 샌델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성건우는 사실에 기반해 샌델이 가짜 신부이자 진짜 신부의 꼭두각시임을 증명하면서 진짜 신부에 대한 복수심을 일으켰다. 이 작업을 하는 데 딱히 능력을 쓰지도 않았다.

“진짜 신부가 너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무 문제도 없는 척해보자고.”

성건우에 이어, 장목화가 의자를 돌려 샌델을 바라보았다.

“이따가 엉망이 된 모습으로 허겁지겁 나가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 그리고 약속된 시간에 맞춰 진짜 신부에게 전보를 보내는 거야. 우리한테 들켰다고, 하마터면 잡힐 뻔했는데 겨우 도망쳤다고.”

“좋아! 그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내 정신을 가지고 놀았어. 그런 녀석에게 복수하지 않는다면 인생을 헛사는 셈이지! 신부를 처리하면 난 여길 떠나 반 지성교에서 조용히 벗어날 거야.”

샌델은 이를 갈면서도 반 지성교 장로급 인물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반 지성교엔 그런 강자가 무려 8명이나 자리한 실권 기구 8인 회의가 있었고, 그 위에는 신세계로 가 달지기 말인을 모시고 있다는 교황도 있었다.

“그거야 네 자유지.”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가서 성건우가 그동안 나쁜 짓을 수없이 저지른 그를 다시 잡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 후로 장목화와 성건우는 샌델에게 반 지성교에 관한 다른 질문을 던졌지만, 전에 알고 있던 것 이상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젠 이곳을 떠나야 했다. 지나치게 오래 머물러봐야 좋을 게 없었다. 그렇게 샌델이 먼저 밖으로 급히 달려갔다.

“또 봐! 꼭 다시 만나!”

아쉬움에 손을 흔드는 성건우를 보고, 장목화가 정색을 했다.

“우리도 철수해야 해.”

빠르게 아파트를 빠져나간 두 사람은 약속된 합류 장소로 향했다. 이동 중, 장목화는 먼저 무전기부터 켰다.

백새벽, 용여홍, 게네바가 차례로 지키고 있던 곳의 상황을 보고했다. 세 사람 중 누구도 진짜 신부로 의심되는 이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무선 전신 신호를 감시하던 게네바도 마찬가지였다.

끝으로 장목화가 무전기에 지시사항을 남겼다.

“철수.”

* * *

짙은 빨간색 SUV 안.

조수석에 앉은 장목화가 이번 작전을 총정리했다.

“아직 진짜 신부의 꼬리를 잡지는 못했어. 샌델은 그저 미끼일 뿐이고,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커.”

팀장이 한숨을 내뱉자, 용여홍도 따라서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신부는 지나치게 교활하고, 또 지나치게 신중해요.”

이내 차 안이 고요해졌다. 다들 의지가 묵직하게 가라앉은 탓이었다. 가까스로 단서를 찾고 갖은 힘을 들였는데도 끝내 진짜 신부를 잡지 못했다. 타격은 상당했다. 게네바 역시도 타르난에서처럼 실패에 큰 반응을 보였다.

몇 초 후, 성건우가 돌연 명랑하게 말했다.

“이런 적수여야 재미가 있지! 진짜 신부를 잡는 데 성공하면, 그래서 어디다 매달아 놓고 흠씬 때릴 수 있게 되면,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할 거야!”

조금도 상심하지 않은 성건우를 보고, 장목화도 피식 웃었다.

“맞아.”

그녀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도전 의식과 함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백새벽 역시 한숨을 내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짜 신부가 어떤 짓을 하거나, 계속 움직일수록 결국 그 흔적이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잠시 생각하던 장목화가 말했다.

“천천히 하자. 급하게 굴 것 없어. 일단은 돌아가 조씨 가문 장원부터 접수하자. 하하, 어쩌면 진짜 신부가 거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지.”

장원의 소유권 이전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퍼스트 시티는 이미 기초적인 질서를 회복한 곳이라 행정부에서 심사와 허가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이 며칠은 걸릴 터였다.

“무슨 생각해?”

뒷좌석 가운데에서 용여홍이 성건우를 쳐다보았다. 성건우는 누가 봐도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성건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당분간 할 일이 없으면 진짜 신부가 출몰할 법한 곳에서 기다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 특징에 부합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겐에게 그를 골목길 안쪽으로 끌고 오게 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거야⋯⋯.”

용여홍이 웃으며 물었다.

“그건 너무 사막에서 바늘 찾기 아냐?”

성건우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낚시지. 낚시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인내심이야. 문제는 진짜 신부가 출몰할 가능성이 가장 큰 데가 어디냐는 거지.”

장목화는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그냥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운전 중인 백새벽이 진짜 신부의 출몰 장소를 추측했다.

“플래그십 담배에 중독되면 수시로 항구에 와야 하지 않을까?”

용여홍도 동조했다.

“진짜 신부가 장기적으로 수면 부족 상태에 시달렸으니 충분한 효과만 있다면 분명 그 방법을 계속 쓰려고 할 거야.”

성건우가 피식 웃었다.

“근데 우리는 다섯뿐이야.”

장목화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짜 신부가 계속 플래그십 담배를 살 가능성이 크긴 한데, 문제는 항구만 해도 그런 싼 담배를 파는 데가 여러 군데고, 매일 상당수가 그런 가게에 방문한다는 거야. 진짜 신부가 직접 모습을 드러낼 리는 없어. 행인한테 최면을 걸어 도구로 쓰겠지. 그렇지만 우리 다섯으론 동시에 그 많은 가게를 감시하고, 어떤 구매자가 도구인지 판별할 수가 없어.”

게네바 역시 언제 배웠는지 모를 용여홍의 말버릇을 흉내 내며 말했다.

“맞아. 타르난처럼 그린올리브 전역을 포함한 항구 구역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도시 행정 시스템에 침입해 프로그램을 짜 감시 영상을 선별한 뒤 계속 기다리기만 해도 진짜 신부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여긴 확실히 개조가 필요하기는 하지.”

성건우가 동감을 표했다.

짧은 침묵 이후, 용여홍이 두 번째 가능성을 제시했다.

“포카스 장군 저택을 감시하는 건요? 팀장님이랑 건우가 거기서 암시에 걸리고 진짜 신부의 꼭두각시에게 미행당했다면 진짜 신부는 거기 숨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수시로 포카스 장군의 저택에 방문해 거기 숨은 반 지성교 강자와 교류하는 건 아닐까요? 거기서 특징에 부합하는 목표만 찾으면 곧장 겐을 보내서 확인하면 될 텐데요.”

장목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것도 방법이지. 근데 내 생각에는 가능성이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아. 꼭두각시가 있으면 진짜 신부는 직접 거기로 가서 교류할 필요가 없어. 가짜 신부 샌델 같은 사람만 이용해도 되잖아. 진짜 신부의 행동 방식으로 보면, 직접 나서야 할 때만 어둠에서 양지로 나오는 사람이야.”

용여홍이 협조적으로 반문했다.

“그럼 진짜 신부가 직접 나와 대적해야만 하는 목표를 찾아야 하나요?”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 지성교는 지금 퍼스트 시티 안의 내분을 일으켜 여기 정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 그리고 지금 이미 첫 번째 걸음을 디뎠지.

이제 두 번째 걸음에 걸림돌이 될 중요 인물이 누굴지 알아내야 해. 그건 회사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할 수 있을 거야.

바로 장로가 구세군, 그리고 반 지성교와 결탁한 상황에 안정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누군지, 과격한 행위를 막으려는 사람이 누군지, 보수파와 변혁파의 격렬한 갈등을 저지하려는 사람이 누군지, 혹은 누구의 죽음이 갈등의 격화를 철저히 잠재울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하는 거야.

하하, 한 마디로 상응하는 목표를 파악하면 우리가 무료로 그 사람의 비밀 경호원이 돼주는 거지. 심령의 복도 급 충돌에 참여할 필요는 없어. 진짜 신부에게 뜻밖의 일격을 날릴 기회만 찾으면 되니까.”

짝짝짝!

어김없이 손뼉을 친 성건우가 약간 기대감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 가리발디라는 사람을 다시 만나야겠네요? 이번에는 좋은 카페에서 만나자고 할까요?”

“글쎄, 어쩌면 식당이 될 수도 있고?”

장목화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순간 성건우의 눈이 반짝하고 빛을 냈다.

* * *

이틀 뒤, 샌델이 전보를 보냈다. 진짜 신부에게 습격을 받아 가까스로 도망쳤다는 사실을 보고했고, 이에 대해 어떤 의심이나 조사를 받은 것 같지는 않으나 더는 편지를 통한 명령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진짜 신부가 뭔가를 감지했을 거라고, 자신을 가만히 둔 건 그저 독이 든 미끼로 쓰기 위해서일 거라 생각했다.

진짜 신부와 몰래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구조팀은 더욱 신중해졌다. 그들은 조용히 휴고 여관으로 돌아간 뒤, 안전 가옥을 몇 개 더 빌렸다.

더는 전처럼 숙소에서 전보를 발신하지도 않았다. 혹여나 누군가 무선 전신 신호를 감청하고 그 위치를 알아차릴 것을 우려해서였다.

구조팀의 전보 발신은 특정 안전 가옥에서만 이뤄졌다. 이 전보 발신을 전문으로 하는 안전 가옥 부근엔 또 다른 안전 가옥이 하나 더 있었다.

그 안전 가옥은 전보 발신 안전 가옥의 위치가 폭로됐는지, 주위에 의심할 만한 사람이 나타났는지를 감시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구조팀은 이러한 영역에서 빠르게 경험을 쌓아나갔다. 물론 전에도 접하긴 했으나 심층적으로 들어가진 않았던, 기껏해야 탁상공론과 같은 부분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샌델을 잠복하게 한 뒤, 구조팀은 레드울프 구역 블리스 스트리트에 있는 실버캔들 카페로 향했다. 전처럼 가리발디라는 이름을 가진 정보원이 그때와 같은 장소를 택했기 때문이었다.

외출 전, 장목화와 성건우는 어느 정도 위장을 했다. 국방색 지프차도 백새벽이 신뢰하는 한 가게에 맡겨 새롭게 칠을 했다. 이제 짙은 녹색으로 바뀐 차는 진짜 신부가 아는 차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사실 퍼스트 시티 주위에 무근자 야영지가 여러 개 있긴 했지만, 플린이 이끄는 고향 상인단은 없었고, 다른 무근자 상인단은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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