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349화 (349/649)

349화. 군사 작전

장목화, 성건우, 게네바는 예정보다 10분 먼저 도착했다.

포카스 저택 공터엔 이미 100여 명이 모여있었다. 다들 녹회색 군용차를 에워싸고 있거나 줄을 지어 꼿꼿하게 서 있었다.

이내 철책 대문 밖의 경비병을 찾은 장목화는 포카스에게 조씨 가문에서 고용한 유적 사냥꾼팀이 도착했음을 전해달라고 했다.

4, 5분 뒤, 저택 정문에서 남녀 한 쌍이 나왔다. 그들은 잔디밭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세 사람 쪽으로 다가왔다.

둘 다 작은 키가 아니었다. 남자는 180센티미터가 훌쩍 넘고, 여자도 170센티미터가 넘었다. 모두 레드리버인으로, 회색 군복 차림에 소령 견장을 차고 있었다.

“장군께 말씀은 들었다.”

남자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짧게 친 머리는 적갈색이며, 눈동자 색도 똑같았다. 팔 근육은 소매를 팽팽하게 당길 정도로 발달했고, 성격이 냉혹한 편인지 얼굴에 웃음기라곤 하나 없었다.

이내 그가 망토를 두른 게네바를 돌아보았다.

“이쪽은?”

“우리 팀원이자 비밀무기야.”

장목화가 웃으며 답했다. 특히 비밀무기라는 답에는 강세를 실었다.

남자 소령은 구조팀 세 사람을 쓱 훑어보았다.

“그 말은, 망토를 젖히고 검사 받기를 원치 않는다는 건가?”

장목화는 일찍이 준비해둔 핑계를 댔다.

“가까이 다가가 보는 건 괜찮지만, 망토를 젖히는 건 어렵겠어.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이 중에 반 지성교 간첩이 숨어있을지 어떻게 알아?”

“맞아, 여러 사람 앞에서 옷을 벗는 건 이 친구한테도 부끄러운 일이야.”

성건우도 옆에서 게네바의 존엄성을 살뜰히 챙겼다.

남자 소령은 여자 동료에게 눈짓하며 뜻밖의 상황에 대비하라는 뜻을 전하더니 두 발짝 정도 옮겨 게네바 앞에 섰다.

거리도 좁아지고, 둘의 키 차이도 있어 이제 망토로 가린 의미가 없어졌다. 남자 소령은 비로소 뭔가 깨달았다는 얼굴로 뒤돌아섰다.

그가 다시 조금 전처럼 냉혹하게 말했다.

“이 자를 데려갈 필요는 없다. 우리한테도 준비가 돼 있다. 그래도 굳이 데려가고 싶다면 장군의 차에서 멀리 떨어뜨려 둬야 한다.”

“문제없어.”

장목화가 웃으며 답했다.

남자는 그녀와 성건우를 한 번씩 바라본 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키에 비해 지나치게 말랐군. 근육이 부족해.”

갑작스러운 말에 장목화는 한동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또 다른 성건우를 마주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 사이, 남자 소령이 한소리 더 덧붙였다.

“나만큼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면 졸졸 쫓아다녔을 텐데.”

그는 직접 팔을 구부려 근육을 과시했다. 불룩 부푼 근육은 당장이라도 옷을 찢고 나올 듯했다.

‘뭐? 그럴 필요까지는⋯⋯.’

장목화가 속으로만 중얼거리던 그때, 성건우가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

“과한 근육은 보기에만 좋은 경우가 많던데.”

남자 소령은 바로 성건우를 노려보았다.

“작전 중에 굳이 논쟁을 벌이지는 않겠다만, 나중에 따로 붙어보자고. 격투든 팔씨름이든 원하는 걸로 선택해.”

성건우는 웃으며 장목화를 가리켰다.

“나랑 팔씨름을 하겠다고? 글쎄, 넌 우리 팀장님도 못 이길 것 같은데? 우리 팀장님부터 이기고 나면 그때 붙어줄게.”

‘자기는 뭐 내 왼팔을 이길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네.’

역시 또 장목화는 속으로만 성건우를 향해 빈정대고 말았다.

“좋아.”

남자 소령은 이미 성건우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 그만 충동을 참지 못하고 성건우의 제안에 덥석 응해버린 것이다.

곧이어 그는 철책 대문을 통과해 저택 정문으로 향했다. 포카스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남자와 함께 온 여자 소령이 뒤로 몇 발 물러나 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은 신경 쓰지 마. 근육에 미친 녀석이거든. 심지어는 성적 취향까지 바뀌어버릴 정도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하네.”

성건우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감탄했다.

남자와 달리 여자 장교가 상당히 서글서글한 걸 보고, 장목화가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들 돼?”

여자 장교의 짙은 노란 머리는 5대5 가르마를 내 정연하게 빗겨져 있었다. 길이는 귀를 살짝 덮는 정도였다.

이목구비는 나쁘진 않은 편이었으나, 다소 각진 얼굴형에 대부분의 레드리버 사람들이 그러하듯 피부가 거칠고 모공이 큰 편이었다.

“내 이름은 카시엘이고, 저쪽은 듀카스.”

웃으며 소개를 마친 카시엘은 듀카스를 따라 장군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 * *

9시 정각, 안쪽에서 회색 장갑차 한 대가 나왔다.

빳빳한 장군복을 입은 포카스가 차창 안쪽에서 병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동시에 그는 멀찍이 세워진 지프와 장목화, 성건우를 보고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기도 했다.

군대는 남쪽으로 이동해 골든그레인 구역을 빠져나갔다.

도시 밖에도 벌써 3, 400명의 병사가 대기 중이었다. 탱크, 오토바이, 장갑차를 모는 인원, 드론, 새카만 전투 로봇을 조종하는 인원 등으로 분업도 철저했고, 전부 다 완전 무장 한 상태였다.

이들 역시 포카스 명령에 따르는 군대로, 두 부대를 합치니 거의 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됐다. 몇몇 장원에 숨은 사이비 교도들을 대적하기엔 지나치리만큼 큰 규모였다.

‘회사랑 비슷하네. 직접 지휘하고 동원할 수 있는 행동군이 4, 500명에 달해. 포카스가 집정관 겸 총사령관 베울리스에게 허가를 청한 거겠지. 그게 아니고선 이만한 군이 교외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도 큰 잘못이잖아.’

장목화는 앞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광경을 보며, 반고 바이오를 기준으로 퍼스트 시티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이러한 군대는 퍼스트 시티 편제에서 도시 방위영이라 불렸고, 지휘관은 보통 소령이었다.

* * *

질서 정연하게 나아가던 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포카스의 지휘 아래, 5분의 4에 달하는 병사와 전투 로봇 몇몇이 흩어져 조이한과 모광호가 있는 장원을 포위했다.

그리고 듀카스, 카시엘 소령이 이끄는 나머지 병사와 전투 로봇, 성건우, 장목화, 게네바는 영장을 가지고 장원 안으로 들이닥쳤다.

장원은 작아도 있을 건 다 갖추고 있었다. 장목화는 주위를 한번 둘러본 뒤, 숲 옆에 자리한 장갑 지휘 차량을 돌아보았다.

포카스는 거침없이 돌격하거나 앞장서 장원을 조사하려 하는 대신, 비교적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계속해서 듀카스과 카시엘이 이끄는 행렬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장목화는 조용히 생각에 잠겨 들었다.

‘포카스는 반 지성교의 목표가 될 자격이 충분해. 이번 함정은 포카스를 노리고 설치됐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포카스가 장원에 들어가지 않으면 함정은 어떻게 될까? 장원은 포카스 곁에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 병력을 끌어들이면서 시간을 버려는 건가?

근데 포카스가 여기까지 생각 못했을 리는 없어. 분명 이에 대한 방법도 마련해뒀을 거야. 게다가 포카스 자체가 어마어마한 강자잖아.’

장원 내 하인들은 정규군 난입에 매우 놀라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진입을 저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군대도 어렵지 않게 본채에 이르렀다.

“목표를 발견했나?”

듀카스가 성건우와 장목화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성건우는 고개만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다음 순간 집사 몇이 본채 밖으로 나와 군대의 지시를 공손히 기다렸다.

그때, 성건우가 활짝 웃으며 조수인 곁으로 뛰어갔다.

“모광호랑 신규진, 조이한은 어디에 있어?”

조수인은 형제와 같은 성건우를 보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 먹고 지하실로 들어갔어. 뭘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좀 이상해.”

“지하실이라⋯⋯. 앞장서.”

듀카스가 조수인에게 지시했다.

* * *

지하실 입구는 본채 1층에 있었다.

군대도 금세 계단 아래 자리한 갈색 나무 문을 발견했다.

듀카스는 잠시 허공으로 손을 들고 모두 멈추라는 수신호를 보낸 뒤, 주위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문을 폭발시키고 섬광탄을 사용한 뒤 최면탄을 발사한다.”

당장 지하실로 달려들어 무리하게 충돌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꽉 찬 건 아닌가 보네.’

장목화가 속으로만 짤막한 칭찬을 남겼다.

곧이어 병사들이 포카스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콰광!

견착식 바주카포에서 발사된 포탄 하나가 나무 문을 산산이 조각냈다. 본채 건물까지도 몇 번 휘청이며 유리가 다 깨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뒤이어 지하실로 섬광탄들이 날아들었다. 섬광탄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빛은 일시적으로 목격자들의 눈을 멀게 했다.

다행히 장목화와 성건우는 일찍이 몰래 선글라스를 착용했고, 선글라스가 없는 이들은 지하실을 등진 채 눈을 감았다.

섬광탄이 터진 후엔 최면 가스를 뿜어내는 포탄이 하나둘 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독면을 착용한 듀카스와 카시엘은 마찬가지로 방독면을 쓴 병사들과 함께 지하실로 돌진했다.

장목화와 성건우 역시 곁에 있는 병사들에게 받아 든 장비를 장착한 뒤 그들을 따라 들어갔다. 목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최면 가스 같은 것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게네바가 마지막으로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장원 지하실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일반적인 응접실만 한 크기였다.

성건우와 장목화는 부서진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회백색 석판 바닥에 쓰러진 한 무리를 보았다.

원형 대형으로 있었던 듯한 사람들은 모두 검은 가운 차림에 이목구비가 없는 흰색 가면을 쓰고 있어 상당히 기이하고 꺼림칙해 보였다.

듀카스는 그중 한 명 곁에 쪼그려 앉아 그자가 쓰고 있는 가면을 벗겼다. 그러곤 바로 고개를 들어 성건우를 쳐다보았다.

“목표가 맞나?”

성건우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의 이름을 댔다.

“이 사람은 신규진이야.”

‘이렇게 순조롭다고? 정규군의 위력인가?’

장목화는 아무래도 의심스러운 상황에 미간을 살짝 구겼다.

듀카스는 계속해서 한 명씩 가면을 벗겼고, 성건우도 성실하게 신분을 판별해주었다. 그러나 끝내 여기 있었어야 할 두 명은 찾을 수 없었다.

최면 능력의 소유자 모광호, 조씨 가문 차남 조이한.

그 두 사람은 이 현장에 없었다.

성건우가 쓰러진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사이에도 병사들은 쉬지 않았다. 다들 방독면을 쓴 채 주위를 지키며 뜻밖의 상황에 대비하거나 지하실 구석구석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한 병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쪽에 쪽문이 있습니다!”

지하실 우측 전방 구석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사람 조각상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쪽문이 자리한 곳은 바로 그 뒤쪽이었다. 벽과 거의 똑같아서 어지간해서는 발견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병사들이 조각상을 옮기려고 우르르 모여들었지만, 놀랍게도 너무 쉽게 옮겨졌다. 조각상 바닥에 바퀴가 달린 데다 숨겨진 레일까지 설치된 덕분이었다.

이내 열린 쪽문 안으로 시커먼 통로 하나가 나타났다. 안에는 전등도 설치돼 있지만, 전등 사이 간격이 너무 멀어 통로 안이 전체적으로 어둑했다.

“섬광탄, 최면탄.”

듀카스가 전에 내린 명령을 반복했다.

그와 카시엘은 그렇게 한 차례 정리를 마친 후에야 일부 병사들을 데리고 솔선해 통로로 들어갔다. 병사들에게 방독면을 착용하라 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목화는 약간의 호기심을 안고 그들을 따랐다. 성건우는 그녀보다 조금 더 빨리 나선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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